유리고코로

D-29
남잔 여자를 전체적인 이미지로 판단하지만 여자는 남자를 뜯어서 본다. 아니 사람을 뜯어서 본다. 남자가 칭찬하면 눈이 작다는 것을 금방 알아채고 그걸 지적하고야 만다. 자신조차 어느 부분이 맘에 안 들면 거기에 칼을 대려고 한다.
저는 이따금 장소를 바꿔 같은 손님과 두세 번 이상 만나지 않도록 하면서 계속 몸을 팔았습니다. 사람들 눈을 피해 둘만 있는 일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손님 누군가를 죽이는 일도 어렵지 않겠죠.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너무 말라서 못 알아봤어."
직장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았던 얼굴이 오히려 인간적이었습니다.
특히 일본 작가들은 여자들이, 성적인 표현을 많이 한다.
남녀 시각 차이 남잔 여자를 전체적인 이미지로 판단하지만, 여자는 남자를 뜯어서 본다. 아니, 사람을 뜯어서 본다. 남자가 다른 여자를 칭찬하면 눈이 작다는 것을 금방 알아채고, 그걸 꼭 지적하고야 만다. 자신조차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 들면 거기에 칼을 대려고 한다. 예쁜 여자에게 “넌 살 안 쪘으니 다이어트할 필요 없어.” 라고 말해도 자기만족이 안 되기 때문에 그 말을 안 듣는다.
질색 팔색을 했다/칠색 팔색을 했다 ‘얼굴빛이 변할 만큼 놀라며 질색을 하다’의 뜻으로 ‘칠색 팔색’은 사전에 올라와 있지만 ‘질색 팔색’은 올라와 있지 않다. 하지만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엔 올라와 있다. 우리말엔 운율을 맞추기 위해 특별한 뜻은 없지만 그냥 붙이는 단어들이 꽤 있다. ‘곤드레만드레’의 ‘만드레’ ‘눈치코치’의 ‘코치’ ‘흥청망청’의 ‘망청’ ‘알나리깔나리’의 ‘깔나리’ ‘미주알고주알’의 ‘고주알’ 등이 음의 장단을 위해 붙인 말들이다(우리가 흔히 쓰는 ‘얼레리꼴레리’는 ‘알나리깔나리’가 바른말이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 ‘질색팔색’을 실어놓은 것은 국립국어원보다 현실 언어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범인으로 지목된 동이는 칠색 팔색을 하며 누명을 벗겨 달라고 탄원했다. 영준이는 개에 물린 뒤로, 개를 보기만 해도 질색팔색을 한다. 알나리깔나리, 철수는 오줌싸개래요.
생활비가 없었던 겁니다.
오천 엔만 더 주면 해체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돈이 필요했습니다.
누군가 옆에 있으면 그냥 잘 수 있을 것 같아.
당신을 만나지 않는 날에 제가 변함없이 저 자신을 팔았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다.
죽여주는 여자처럼 현실에서 죽음이 필요한 사람을 죽인다.
"저도 네다섯 명 죽였어요."
남은 나와 다르다 이건 평생 내 화두 같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아주 심하게 생각하는데 남은 안 그렇다. 난 상처인데 그 상처를 준 사람은 안 그렇다. 기억도 못 한다. 이게 인간 세상의 솔직한, 적나라한 모습이다.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 글이 나는 좋다.
명언도 자기를 통과해야 약이 되는 법 지금 어떤 일본 소설이 출간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벌써 24쇄(刷)에 돌입했다. 예상을 깨고 책이 너무 팔려 출판사에서 인쇄를 그만큼 거듭했다는 말이다. 나도 소문으로 듣고 책만 사고 아직 읽지도 않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뭔가 내게서 이는 조급함 때문에, 뒤에 추천사로 한국의 문학 평론가인 신형철이 한 말이 이 책의 내용을 요약-실은 전문가가 찾아낸 통찰(Intuition)에 더 가깝지만-하는 것 같아 그걸 우선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나를 가만두게 하지 않았다. 원래 책은 요약하면 안 되고-더군다나 소설은-그런데도 그가 한 말이 모티프가 되어 나도 주인공 도이치가 우연히 티백 꼬리표에 적힌 문구(“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섞는다.”)를 보고 괴테 말의 출처를 찾아나가는 과정처럼 신형철의 말에서 뭔가 연상되는 게 있어 우선 여기에 그걸 풀어놓고 싶은 게 그 위험을 뛰어넘은 게 아닌가 싶다. 신형철은 추천사 중에 이렇게 말했다. “이 소설은 학자가 어떤 문장의 출처를 ‘알아내는’ 것과 그 문장의 깊은 뜻을 ‘살아내는’ 것은 별개라는 지혜를 노련하게 설파하면서 멋지게 그 일을 해낸다.”라고. 그런 것 같다. 아무리 명언이라도 그 명언이 자기 것이 되긴 쉽지 않은데, 삶을 살아내면서 뭔가를 겪으면 아, 그때서야 그 명언이 새삼 내게 다가온다는. 젊을 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되다가, 아니 관심도 없다가 어느 순간 “옛말 그른 거 하나 없어.”라고 자기 입으로 뱉어낸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므로. 이처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지만, 그걸 사랑함으로써 그게 자신을 관통하면서 모든 걸 혼동(Confusion)시키지 않고 섞어 혼연일체(Mixing)를 만들어 자기만의 뭔가를 창조해 내면 어떨까? 뭐든 대체되는 AI시대엔 더욱. 독서와 개인 경험과 사유를 통해 같은 하늘 아래, 새로운 자기의 그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가 말한 것처럼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는 훔치는 것이다. 작가 스즈키 유이는 2001년 생인데, 벌써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로 일본 전통과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이처럼 어린 나이에 이 상을 받은 다른 일본 소설가도 있는데, 그들은 오에 겐자부로와 히라노 게이치로다.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다. 스즈키 유이도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은 범죄율도 낮춰 자기가 하고 싶은데 사회가 막아 못 하는 것은 그런 책을 읽으면 대리 만족할 수 있다. 이런 걸 보면 책은 실은 범죄율을 낮추는 역할도 독특히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너덜너덜한 몸에 자리 잡은 씨앗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두어도 그냥 떨어질 거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낙태할 돈이 없었습니다.
자기만의 생각을 자기의 언어로 만들 수도 자기는 늘 자기와 함께 있기 때문에 자기가 아는 걸 남이 모를 수도 있다. 아니 그런 게 많을 것이다. 과연 나를 전부 이해할 수 있는 남이 있을까? 없다. 그는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인간은 자기와 조금이라도 유사한 사람을 보면 동질감이 생기고, 그와 대화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 같음을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자기와 대화가 되는 사람이 적거나, 있어도 자기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세상 살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걸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기 감정과 생각을 남에게 이야기해도 모를 것 같아 막막하고 숨이 막히면, 이걸 자기만의 언어(명칭)로 이름을 지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의 탄생 자체가 그 힘듦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름을 세상 밖으로 내놓음으로써.
당신이 나타나기 전에는 맛보지 못했던 혼란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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