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고코로

D-29
죽여주는 여자처럼 현실에서 죽음이 필요한 사람을 죽인다.
"저도 네다섯 명 죽였어요."
남은 나와 다르다 이건 평생 내 화두 같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아주 심하게 생각하는데 남은 안 그렇다. 난 상처인데 그 상처를 준 사람은 안 그렇다. 기억도 못 한다. 이게 인간 세상의 솔직한, 적나라한 모습이다.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 글이 나는 좋다.
명언도 자기를 통과해야 약이 되는 법 지금 어떤 일본 소설이 출간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벌써 24쇄(刷)에 돌입했다. 예상을 깨고 책이 너무 팔려 출판사에서 인쇄를 그만큼 거듭했다는 말이다. 나도 소문으로 듣고 책만 사고 아직 읽지도 않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뭔가 내게서 이는 조급함 때문에, 뒤에 추천사로 한국의 문학 평론가인 신형철이 한 말이 이 책의 내용을 요약-실은 전문가가 찾아낸 통찰(Intuition)에 더 가깝지만-하는 것 같아 그걸 우선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나를 가만두게 하지 않았다. 원래 책은 요약하면 안 되고-더군다나 소설은-그런데도 그가 한 말이 모티프가 되어 나도 주인공 도이치가 우연히 티백 꼬리표에 적힌 문구(“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섞는다.”)를 보고 괴테 말의 출처를 찾아나가는 과정처럼 신형철의 말에서 뭔가 연상되는 게 있어 우선 여기에 그걸 풀어놓고 싶은 게 그 위험을 뛰어넘은 게 아닌가 싶다. 신형철은 추천사 중에 이렇게 말했다. “이 소설은 학자가 어떤 문장의 출처를 ‘알아내는’ 것과 그 문장의 깊은 뜻을 ‘살아내는’ 것은 별개라는 지혜를 노련하게 설파하면서 멋지게 그 일을 해낸다.”라고. 그런 것 같다. 아무리 명언이라도 그 명언이 자기 것이 되긴 쉽지 않은데, 삶을 살아내면서 뭔가를 겪으면 아, 그때서야 그 명언이 새삼 내게 다가온다는. 젊을 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되다가, 아니 관심도 없다가 어느 순간 “옛말 그른 거 하나 없어.”라고 자기 입으로 뱉어낸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므로. 이처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지만, 그걸 사랑함으로써 그게 자신을 관통하면서 모든 걸 혼동(Confusion)시키지 않고 섞어 혼연일체(Mixing)를 만들어 자기만의 뭔가를 창조해 내면 어떨까? 뭐든 대체되는 AI시대엔 더욱. 독서와 개인 경험과 사유를 통해 같은 하늘 아래, 새로운 자기의 그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가 말한 것처럼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는 훔치는 것이다. 작가 스즈키 유이는 2001년 생인데, 벌써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로 일본 전통과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이처럼 어린 나이에 이 상을 받은 다른 일본 소설가도 있는데, 그들은 오에 겐자부로와 히라노 게이치로다.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다. 스즈키 유이도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은 범죄율도 낮춰 자기가 하고 싶은데 사회가 막아 못 하는 것은 그런 책을 읽으면 대리 만족할 수 있다. 이런 걸 보면 책은 실은 범죄율을 낮추는 역할도 독특히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너덜너덜한 몸에 자리 잡은 씨앗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두어도 그냥 떨어질 거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낙태할 돈이 없었습니다.
자기만의 생각을 자기의 언어로 만들 수도 자기는 늘 자기와 함께 있기 때문에 자기가 아는 걸 남이 모를 수도 있다. 아니 그런 게 많을 것이다. 과연 나를 전부 이해할 수 있는 남이 있을까? 없다. 그는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인간은 자기와 조금이라도 유사한 사람을 보면 동질감이 생기고, 그와 대화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 같음을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자기와 대화가 되는 사람이 적거나, 있어도 자기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세상 살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걸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기 감정과 생각을 남에게 이야기해도 모를 것 같아 막막하고 숨이 막히면, 이걸 자기만의 언어(명칭)로 이름을 지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의 탄생 자체가 그 힘듦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름을 세상 밖으로 내놓음으로써.
당신이 나타나기 전에는 맛보지 못했던 혼란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한국인 한국이 세계적으로 드물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건 집단을 중시하면서도 자기 개인의 뜻을 굽히지 않는 데에 있다고 본다. 그게 잘 조화를 이룬 것이다. 집단을 인정하고 거기에 순응하면서도 주체로서의 자기 삶도 놓지 않은 것이다. 모순 같지만, 한국인에겐 이게 동시에 내재(內在)되어 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단에만 헌신하지 않고 거기서 자기를 찾는 것이다. 자기가 할 것을 집단 속에서 굳이 찾는 것이다.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낸다. 그래 한국인은 전문가도 많고 만물박사도 많다. 집단 안에서 노예처럼 일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서 자기를 잃지 않는다. 타율이나 수단이 아닌 자율적인 주체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저 수동적인 삶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삶을 영위한다. 뭔가 사회가 지나치거나 이건 아닌데, 싶으면, 그냥 무시하거나 지나치지 않는다. 집단의 질서를 인정하면서도 그게 선을 넘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고치려고 한다. 자기 일처럼 거드는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 고치려고 노력한다. 이게 지나쳐 남에게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거나 “웬, 오지랖?” 소리를 들을 때도 많다. 지금은 스마트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지만, 전에 공중전화를 많이 사용할 때 통화를 하고 남은 돈이 있으면 수화기를 전화박스에 올려놓고 다른 사람이 그 돈을 쓸 수 있게 배려했다. 이건 한국인이 전체보단 한 개인을 더 중히 여긴다는 방증(傍證)으로 집단 무의식의 작용이라 본다. 일본이나 중국은 그 집단이 너무 어마어마하고 위협적이라 감히 그런 생각을 못 해 무기력하지만, 한국인은 뭔가 그 여건에서도 자기 일을 찾으려고 한다. 집단을 의식하면서도 자신이라는 한 개인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성공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독재에도 민주주의를 쟁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계엄을 저지른 윤석열을 다시 법 앞에 세운 것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개인으로서의 국민 모두가 붉은 악마가 되어 “꿈은 이루어진다!”를 실현한 경험.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같은 대기업 노동자라도 현대나 삼성의 한국 노동자는 미국, 일본, 중국 대기업 노동자와는 그 질과 차원이 다르다. 회사를 중시하면서도 자기 개인도 동시에 중시한다. 그 속에서 기계의 한 부속품처럼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일의 주인으로서 자신도 동시에 찾는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엘렌 랭거가 “최고의 성취는 일과 놀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듯이 한국인이 여기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일의 의무와 놀이의 즐거움이 분리되지 않고, 개인적 몰입의 희열이 곧 조직의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은 일과 놀이를 모호하게 했는데 대표적인 게 농악(農樂)이다. 고된 논매기 노동을 마치 놀이처럼 풍물을 치면서 즐기면서 한 것이다. 이런 것에 한국인의 정수(精髓)가 아로새겨진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음식도 그렇고 거리가 정갈하고 깨끗한 게 특징이다.
시골에 살았다면 도끼비풀이 옷이 달라붙는 적이 가끔 있었을 것이다.
허락되지 않은 여자에게선 그 맛을 볼 수 없다. 오직 허락된 여자에게서만 그 진정한 맛을 볼 수 있다.
영원한 순간 속에서 모든 게 멈춰지길 아무리 기도해도 시간은 또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제가 당신 팔 안에 이렇게 돌아와 있는 게 신기했습니다. 미쓰코는 그대로 세상을 떠났는데 말입니다.
이건 액자 소설인데 그 액자 안의 내용을 겉에 나와서 다시 요약하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소설은 결국 정치적 올바름으로 향하는데 그 과정이 그냥 다른 것뿐이다.
치매에 걸려 이름 같은 건 생각이 안 나지만 글을 쓰면 어떻게 해서든 생각해 내 글은 완성할 수 있다. 나는 남은 생에 이것만 하는 것이다.
일본은 남에게 폐를 안 끼치려고 해서 식당에서 음식이 잘못 나와도 그냥 모른척하고 먹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한국이라면 난리가 나는 상황이다.
콜라보레이션/컬래버레이션 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컬래버레이션 노래인 ‘아파트’가 2024년 10월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얼마 전엔 K팝 사상 최초로 영국의 브릿 어워즈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collaboration은 ‘컬래버레이션’으로 표기하는 게 맞다. 줄여서 쓸 때도 ‘콜라보’가 아니라 ‘컬래버’로 써야 한다. 국립국어원에서 권장하는 우리말 순화어는 ‘협업, 합작, 공동 작업’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컬래버를 통한 판매 전략이 패션ㆍ명품 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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