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고코로

D-29
한국인 한국이 세계적으로 드물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건 집단을 중시하면서도 자기 개인의 뜻을 굽히지 않는 데에 있다고 본다. 그게 잘 조화를 이룬 것이다. 집단을 인정하고 거기에 순응하면서도 주체로서의 자기 삶도 놓지 않은 것이다. 모순 같지만, 한국인에겐 이게 동시에 내재(內在)되어 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단에만 헌신하지 않고 거기서 자기를 찾는 것이다. 자기가 할 것을 집단 속에서 굳이 찾는 것이다.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낸다. 그래 한국인은 전문가도 많고 만물박사도 많다. 집단 안에서 노예처럼 일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서 자기를 잃지 않는다. 타율이나 수단이 아닌 자율적인 주체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저 수동적인 삶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삶을 영위한다. 뭔가 사회가 지나치거나 이건 아닌데, 싶으면, 그냥 무시하거나 지나치지 않는다. 집단의 질서를 인정하면서도 그게 선을 넘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고치려고 한다. 자기 일처럼 거드는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 고치려고 노력한다. 이게 지나쳐 남에게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거나 “웬, 오지랖?” 소리를 들을 때도 많다. 지금은 스마트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지만, 전에 공중전화를 많이 사용할 때 통화를 하고 남은 돈이 있으면 수화기를 전화박스에 올려놓고 다른 사람이 그 돈을 쓸 수 있게 배려했다. 이건 한국인이 전체보단 한 개인을 더 중히 여긴다는 방증(傍證)으로 집단 무의식의 작용이라 본다. 일본이나 중국은 그 집단이 너무 어마어마하고 위협적이라 감히 그런 생각을 못 해 무기력하지만, 한국인은 뭔가 그 여건에서도 자기 일을 찾으려고 한다. 집단을 의식하면서도 자신이라는 한 개인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성공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독재에도 민주주의를 쟁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계엄을 저지른 윤석열을 다시 법 앞에 세운 것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개인으로서의 국민 모두가 붉은 악마가 되어 “꿈은 이루어진다!”를 실현한 경험.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같은 대기업 노동자라도 현대나 삼성의 한국 노동자는 미국, 일본, 중국 대기업 노동자와는 그 질과 차원이 다르다. 회사를 중시하면서도 자기 개인도 동시에 중시한다. 그 속에서 기계의 한 부속품처럼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일의 주인으로서 자신도 동시에 찾는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엘렌 랭거가 “최고의 성취는 일과 놀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듯이 한국인이 여기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일의 의무와 놀이의 즐거움이 분리되지 않고, 개인적 몰입의 희열이 곧 조직의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은 일과 놀이를 모호하게 했는데 대표적인 게 농악(農樂)이다. 고된 논매기 노동을 마치 놀이처럼 풍물을 치면서 즐기면서 한 것이다. 이런 것에 한국인의 정수(精髓)가 아로새겨진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음식도 그렇고 거리가 정갈하고 깨끗한 게 특징이다.
시골에 살았다면 도끼비풀이 옷이 달라붙는 적이 가끔 있었을 것이다.
허락되지 않은 여자에게선 그 맛을 볼 수 없다. 오직 허락된 여자에게서만 그 진정한 맛을 볼 수 있다.
영원한 순간 속에서 모든 게 멈춰지길 아무리 기도해도 시간은 또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제가 당신 팔 안에 이렇게 돌아와 있는 게 신기했습니다. 미쓰코는 그대로 세상을 떠났는데 말입니다.
이건 액자 소설인데 그 액자 안의 내용을 겉에 나와서 다시 요약하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소설은 결국 정치적 올바름으로 향하는데 그 과정이 그냥 다른 것뿐이다.
치매에 걸려 이름 같은 건 생각이 안 나지만 글을 쓰면 어떻게 해서든 생각해 내 글은 완성할 수 있다. 나는 남은 생에 이것만 하는 것이다.
일본은 남에게 폐를 안 끼치려고 해서 식당에서 음식이 잘못 나와도 그냥 모른척하고 먹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한국이라면 난리가 나는 상황이다.
콜라보레이션/컬래버레이션 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컬래버레이션 노래인 ‘아파트’가 2024년 10월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얼마 전엔 K팝 사상 최초로 영국의 브릿 어워즈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collaboration은 ‘컬래버레이션’으로 표기하는 게 맞다. 줄여서 쓸 때도 ‘콜라보’가 아니라 ‘컬래버’로 써야 한다. 국립국어원에서 권장하는 우리말 순화어는 ‘협업, 합작, 공동 작업’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컬래버를 통한 판매 전략이 패션ㆍ명품 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 추세다.
스프링쿨러/스프링클러 건물에 불이 났을 때 천장에서 물 뿌리는 소화 장치를 ‘스프링쿨러’라고 아는 이들이 많지만 ‘스프링클러’가 맞다. 영어 동사 sprinkle(뿌리다)에 기계를 나타내는 –er이 붙어서 ‘sprinkler’라는 명사가 나온 것이다. 물이 나오니까 시원해진다는 생각 때문에 ‘쿨(cool)’을 넣는 것이 느낌으로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스프링클러’는 ‘스프링’이나 ‘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마찬가지로 잠수를 즐기는 스포츠 역시 시원한 물속이라는 느낌 때문에 ‘스노쿨링’이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영어로 ‘snorkeling’이기 때문에 발음대로 ‘스노클링’이라고 써야 한다. 내부는 눈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검고 탁한 연기로 가득찼고 천장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사방으로 물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 리조트에서는 투숙객들에게 스노클링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 준다.
남을 위해 의무적으로 당위적으로 쓴 글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 글이 더 끌린다.
나는 지금 읽는 책에 세 번씩 감사의 절을 한다. 그리고 이달의 책으로 내 사물함에 게시를 하다. 그만큼 책에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글은 그 평론이나 해설이 더 이해가 안 가고 어려운 경우도 많다. 작가는 그저 단순하게 쓴 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갑자기 이는 단상을 적는 것도 좋다. 그런 게 쌓여 위대한 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인간이 나를 낮게 평가한다고 그렇게 나를 대하고 행동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니까.
내 글은 전부 내 상처에서 빠져나오고 그것을 치유하는 글이다 그러면서 또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 동기가 뭐가 중요한가, 쓰면서 얻은 통찰이 중요하지.
나치는 마침 비번이었는데, 있었다고 해도 아마 별로 도움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인은 애처럼 엄살을 떨고 징징거리고 응석을 부리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호소야 씨, 점장님한테 반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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