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고코로

D-29
남자 맘을 여자가 모르고, 여자 맘을 남자가 몰라 둘이 같이 있을 때 서로 몰라 편한 경우도 있다. 상대가 신경 쓰이고 귀찮게 자기 맘을 속속들이 아는 것도 피곤하다. 자기를 몰라주는 것보다 이게 더 편한 사람도 많다. 자기의 지금 느낌을 자기만 즐기고 만끽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달콤함에 젖어 오로지 누리고 싶은 것이다.
미쓰코가 지금 이렇게 친근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그녀 쪽에서도 저에게 뭔가를 느꼈기 때문일까요.
본질은 약육강식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결혼정보회사룰 보면 그냥 현실이다. 신분이고 계급이다. 그냥 동물의 세계다. 그게 인간 사회이고 그런 식으로 결국 굴러간다는 것이다, 누가 그걸 부인해도. 그러니 인간 사회를 그대로 보고 거기서 교과서에서 배운 걸 믿고 기대를 걸면 안 된다. 반드시 후회한다. 근데 인간이기에 그것만 가지면 미쳐 못 산다. 왜냐하면 인간, 나는 이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세계가 있어야 한다. 남은 절대 모르는. 그걸 구축해야 제대로 인간 사회를 견딜 수 있다.
남이 자길 몰라야 더 편하기도 남자 맘을 여자가 모르고, 여자 맘을 남자가 몰라서 둘이 같이 있을 때 서로 몰라 편한 경우도 있다. 상대가 신경 쓰이고 귀찮게 자기 맘을 속속들이 아는 것도 피곤하다. 자기를 몰라주는 것보다 이게 더 편한 사람도 많다. 자기의 지금 느낌을 자기만 즐기고 만끽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달콤함에 젖어 오로지 그걸 혼자만 누리고 싶은 것이다.
그나마 현실에선 사랑만이 최대 가치라서 사랑이 그래도 현실에서 구할 수 있는 최대 가치이고, 이상(理想)이기 때문에 드라마 같은 환상적인 것에선 줄기차게 주장하고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사랑 타령을 늘어놓는 것이다. 누구나가 마음 깊숙한 곳엔 그걸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멜로 드라마가 멈춤 없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은 현실에서 이것만 좇으면 그렇게 잘 산다고 볼 수 없다. 이 사랑이 맞는 사람은 따로 있다. 현실에선 역시 자기에게 맞는 삶을 사는 게 좋다. 그리고 현실과 이상은 다르고 반드시 괴리(乖離)가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보다 두 달 전 일어났던 어머니 교통사고도 아버지가 저지른 게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의심도 피어올랐다.
아버지는 이번 어머니와 지금 어머니, 어쩌면 둘 다에게 손을 댄 게 아닐까.
어머니, 독서를 좋아해서 책을 많이 읽었잖아. 그리고 뭐랄까, 공상을 좋아하고 로맨티시스트이고.
"그러니까 봐, 아버지도 어머니는 좀처럼 사람들과 교류가 없잖아."
밤엔 불을 끄고 일찍 자야 한다. 그래야 우울증이 안 생긴다. 한국은 밤이 환해 좋을 게 없는 것이다. 인간은 주행성인데 야행성으로 활동하니 불행한 것이다. 생긴 대로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비결이다.
짬짜미/짬짬이 이 두 단어를 눈앞에 들이대면, 확실하게 구별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의 뜻으로 쓰이는 단어는 ‘짬짜미’다. 반면, ‘짬이 나는 대로 그때그때’ 뜻으로 쓰이는 것은 ‘짬짬이’다. ‘짬짜미’는 품사가 명사이고, ‘짬짬이’는 부사다. 영수는 동네 불량배들과 짬짜미를 하여 무슨 일을 벌이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바쁜 와중에도 짬짬이 무의탁 노인들을 방문한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자에 대한 묘사 부분에 안 빠질 수가 쉽지 않다.
정말 짧은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지에라는 여자에게 아직 내가 모르는 표정이 몇 개나 될까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 전부를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스스로도 질릴 정도로 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낯익은 커튼도, 침대도, 테이블도, 식기도 모두 사라지고 마치 처음부터 비어 있었던 것처럼 어둠만이 어슴푸레 자리 잡고 있었다.
혼자 술을 마시고 있으면 그녀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아 가게 입구를 몇 번이나 뒤돌아봤다. 그때가 되어서야 내가 그녀에 대해 구체적은 사실은 하나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의 떨림을 수도 없이 느꼈던 내 몸이 절대 그건 아니라고 소리 지르고 있다.
그렇다면 네 살까지 같이 살던 어머니는 어떻게 된 걸까?
어머니 영정에 합장도 제대로 하지 않고 현관에서 곧장 이층으로 올라가 아버지 서재로 들어갔다. 직전까지 피웠는지 담배 냄새가 배어 있다.
옷장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저께 내가 서둘러 물건을 쑤셔넣은 상태 그대로인 것 같아 안도감에 힘이 빠졌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내게 미소를 짓는 어머니일지도 모르는 여자. 아무래도 돌아가진 것 같은 이분이 든다. 내 진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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