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고코로

D-29
잠이 잘 오는 건 몸이 건강해서 잠도 잘 온다. 뭔가 컨디션이 안 좋고 근심이 있으면 잠도 잘 안 온다. 그게 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잠이 잘 오는 것은 지금 내 상태가 좋다는 말과 같다.
빈털털이/빈털터리 ‘재산을 다 없애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가난뱅이가 된 사람’의 뜻으로는 ‘빈털터리’가 맞다. 한편 ‘털털이’는 ‘성격이나 하는 짓 따위가 까다롭지 아니하고 소탈한 사람’의 뜻으로 쓰인다. ‘빈털터리’는 ‘털털하다’와 아무 관계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어원을 밝힐 수 없는 경우 소리 나는 대로 쓰는 맞춤법 원칙 때문에 ‘빈털터리’로 쓰는 것이다. 이것과 비슷한 경우가 ‘악바리(성미가 까다롭고 고집이 세며 모진 사람)’인데 ‘악발다’라는 어원의 단어가 없으므로 ‘악발이’가 아니라 소리 나는 대로 ‘악바리’로 쓴다. 그녀는 돈 한푼 없는 빈털터리인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도박에 미쳐 살던 옆집 아저씨는 결국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지영이는 타국에서 혼자 어렵게 공부를 하다 보니 악바리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제풀에 정신이 돌아오면서 엄마는 할머니의 통곡과 악바리 같은 여자애의 울음을 동시에 들었다.
일본 소설에서 밀양의 송강호가 무조건 전도연에게 잘하는 것처럼 일본 소설은 둘이 잘 맺어지지는 않는다. 우리와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 기묘한 평화가 찾아왔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많은 것이 슬쩍 드러나는 행동이나 눈빛을 통해 자연스럽게 통했고, 대부분 그것은 서로 잘 맞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지에를 갖고 싶다는 격렬한 욕망에 눈이 멀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아마도 혼란을 혼란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는 게 아닐까. 인간의 마음 그 자체가 영원히 풀 수 없는 또 하나의 혼란이라는 것을 깨닫는 게 아닐까.
한국 여자는 남자에게 다정하다, 정답다 는 말은 잘 안 쓰고 자상하다는 말을 더 잘 쓴다. 한국 여자들이 잘 쓰는 단어가 몇 있다.
"그럴 일은 없어. 내게는 지에밖에 없어."
가을이 다가왔는데도 여름처럼 무더운 날이 며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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