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전쟁』 혼자 읽기

D-29
[ 서방은 신의 이름으로 민간인을 죽이는 테러를 늘상 또 정당하게 비난하지만 서방이 벌이는 전쟁에서 죽는 수많은 민간인의 고통과 죽음을 ‘부수적 피해’로 일축한다면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주장할 수 없다. 고대의 종교적 신화는 사람들이 국가 폭력의 딜레마와 마주하는 것을 도왔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현재의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딜레마를 부인하거나 우리의 마음을 냉혹하게 굳히도록 장려하는 듯하다.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아직 빌 클린턴의 유엔 대사를 지낼 때 한 말보다 이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는 없다. 올브라이트는 나중에 그 말을 취소했지만 전 세계 사람들은 결코 잊지 않았다. 1996년 CBS의 〈60분〉에서 레슬리 스탈은 올브라이트에게 이라크에 대한 국제적 제재의 대가가 정당화되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아이들 50만 명이 죽었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히로시마에서 죽은 아이들보다 많은 수다. …… 그런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는 일인가?” 올브라이트는 대답했다. “나는 그것이 아주 어려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대가, 우리는 그런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13장 ‘테러와의 전쟁’과 지하드의 물결〉
[ 우리는 지금까지 종교가 날씨와 마찬가지로 “아주 많은 일을 하는” 것을 보았다. 종교에 단일하고 변함없는 고유의 폭력적 본질이 있다는 주장은 부정확하다. 똑같은 종교적 믿음과 관행이 완전히 정반대의 행동 경로의 영감이 되기도 했다. 히브리 성경에서 〈신명기〉 저자들과 사제 저자들은 똑같은 이야기를 두고 명상했지만 〈신명기〉 저자들은 적의에 차 외국 민족에게 등을 돌린 반면, 사제 저자들은 화해를 추구했다. 중국의 도가 법가 병법가는 똑같은 일군의 관념과 명상적 수양을 공유했지만 그것을 서로 완전히 다른 용도에 썼다. 성 누가와 〈요한복음〉 저자들은 모두 예수의 사랑의 메시지를 사유했지만, 누가는 사회의 주변화된 구성원에게 관심을 보였고 〈요한복음〉 저자들은 자신의 집단에 사랑을 한정했다. 이집트의 안토니우스와 시리아의 보스코이는 모두 ‘근심으로부터 자유’를 실행에 옮기려 나섰지만, 안토니우스는 평생 마음에서 분노와 증오를 비우려고 노력한 반면 시리아 수사들은 파충류 뇌의 공격적 충동에 굴복했다. 이븐 타이미야와 루미는 둘 다 몽골 공격의 피해자였지만 이슬람의 가르침을 이용하여 완전히 다른 결론에 이르렀다. 수백 년 동안 이맘 후사인의 비극적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시아파에게 체제 불의에 대항하는 원칙적 항의로 정치 생활을 포기하도록 영향을 끼쳤으나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정치적 행동에 나서서 압제를 거부하는 쪽으로 영감을 주었다. ] 〈후기 | 누가 세계의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 근대에 이르기까지 종교는 정치와 전쟁을 포함하여 삶의 모든 측면에 스며들어 있었는데, 야심 많은 성직자들이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이 두 행동을 ‘뒤섞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 이데올로기는 종교적이었다. 교황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투쟁한 유럽의 왕들은 ‘세속주의자’가 아니라 반신으로서 숭배를 받았다. 승리한 모든 제국은 자신에게 신성한 사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적은 악하고 미혹되었고 압제적이지만 자신은 인류에게 유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국가와 제국은 모두 힘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었기 때문에 종교는 그 폭력에 연루되었다. 17세기에 이르러서야 서양에서 종교가 정치 생활로부터 퇴출되었다. 따라서 사람들이 종교가 다른 어떤 제도보다 많은 전쟁과억압과 고통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할 때 우리는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많은가?” 미국 독립 혁명과 프랑스 혁명 이전에는 ‘세속’ 사회가 없었다. 그러나 정치 활동을 ‘성화’하려는 우리의 충동은 뿌리 깊은 것이라 프랑스 혁명가들은 가톨릭교회를 주변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하자마자 새로운 국가 종교를 만들었다. 첫 세속 공화국 미국에서 국가는 늘 종교적 분위기, 명백한 운명, 신이 허락한 사명을 품고 있었다. ] 〈후기 | 누가 세계의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종교적 관행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 숭배였다. 전근대 세계에서 종교는 공동체의 일이었다. 사람들은 조화롭게 함께 사는 것을 배움으로써 깨달음과 구원을 얻었다. 현자 선지자 신비주의자는 전사처럼 같은 인간에게 거리를 두는 대신, 사람들이 보통 마음이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또 그들을 책임지는 것을 도왔다. 그들은 의식적으로 세상 끝까지 자비를 확대하는 명상을 고안하고, 모든 존재의 행복을 기원하고, 동포에게 한 사람 한 사람의 거룩함을 숭배하도록 가르치고, 세상의 고난을 완화할 현실적인 방법을 찾겠다고 결심했다. ] 〈후기 | 누가 세계의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 서양에서 세속주의는 이제 우리 정체성의 일부다. 이것은 그동안 유익했다. 특히 종교가 정부와 긴밀하게 결합하면 신앙 전통이 심하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속주의에도 그 나름의 폭력이 있었다. 혁명 프랑스는 강요 강압 유혈에 의해 세속화되었다. 이때 처음으로 전쟁에 사회 전체가 동원되었다. 또 이 세속주의는 지금도 많은 유럽인이 공유하는 종교에 대한 공격에서 추진력을 얻는 것 같았다. 미국은 그런 식으로 신앙에 낙인을 찍지 않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종교는 번창했다. ] 〈후기 | 누가 세계의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 근대의 종교적 폭력은 이질적 종양이 아니다. 그것은 근대라는 현장의 한 부분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된 세계를 창조했다. 우리가 위험하게 양극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또 이전 어느 때보다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 지역에서 주가가 떨어지면 세계 시장이 충격을 받는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이나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일은 내일 뉴욕, 런던, 마드리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는 전자 기술을 통해 연결되어 있어 외딴 시리아 마을이나 이라크 감옥에서 겪는 고난과 유린의 이미지가 즉각 전 세계에 비추어질 수 있다. 우리 모두 환경 재해나 핵 재난의 가능성을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따라잡지 못해 제1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을 특권적 범주에 넣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제1세계의 정책은 광범한 격분과 좌절을 일으키는 데 기여했으며 서양인들은 이슬람 세계에서 빈 라덴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고난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그 대답은 물론 ‘그렇다’가 되어야 한다. ] 〈후기 | 누가 세계의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 전쟁은 “관계를 보지 못하는 무능력”이 원인이라고 이야기되어 왔다. “경제적, 역사적 상황과 우리의 관계. 우리와 같은 인간들과 우리의 관계. 특히 무(無)와 우리의 관계. 죽음과 우리의 관계.”4) 우리는 오늘날 과거 예언자들이 그랬듯이 사람들이 현재의 ‘경제적, 역사적 상황’의 다루기 힘든 딜레마와 마주하도록 도와줄 이데올로기 —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 가 필요하다. 이제는 농경 제국의 억압적 불의와 싸우지 않지만 여전히 큰 불평등과 권력의 불공정한 불균형이 있다. 그러나 이제 소외된 사람들은 무력한 농민이 아니다. 오늘날 소외된 사람들은 맞서 싸울 방법을 찾았다. 생명이 유지될 수 있는 세계를 원한다면 우리는 세계의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하고 우리의 자기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서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종교의 역사에서 십자군과 지하드만큼이나 중요한 ‘내어줌’, 이타심, 동정심을 요구한다. ] 〈후기 | 누가 세계의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 우리는 모두 세속적인 방식이든 종교적인 방식이든 현대 문화의 핵심에 자리 잡은 ‘무’, 공허와 씨름하고 있다. 조로아스터 이래 당대의 폭력을 다루려고 한 종교 운동은 그 공격성의 일부를 흡수해 왔다.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는 복음주의 기독교도가 제1차 세계대전의 전례 없는 학살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등장했다. 그들의 묵시록적 비전은 그저 유럽에서 발전한 ‘미래 전쟁’ 장르의 종교적 변형에 불과했다. 종교적 근본주의자들과 극단주의자들은 세속주의자들도 괴롭히는 공포를 표현하기 위해 신앙의 언어를 사용해 왔다. 우리는 이런 운동의 가장 잔인하고 가장 자멸적인 일부가 부분적으로는 홀로코스트나 핵 위협에 대한 대응임을 보았다. 사다트 치하 이집트에서 슈크리 무스타파가 세운 무슬림결사 같은 집단은 현대 문화의 구조적 폭력의 왜곡된 거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적인 사람들만이 아니라 세속주의자들도 자살 공격에 의지했는데,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현대 문화의 특징인 죽음의 욕망을 반영한다. ] 〈후기 | 누가 세계의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 우리 시대의 폭력과 직면할 때는 우리를 불편하고 우울하고 좌절하게 하는 세계적 고통과 박탈 때문에 마음이 무정하게 굳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현대적 삶의 이런 괴로운 사실을 묵상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인간성의 가장 좋은 부분을 잃어버릴 것이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종교가 가장 훌륭했을 때 수백 년 동안 해 온 일을 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는 세계 공동체에 대한 감각을 구축하고 모두에 대한 존중과 평정의 감각을 계발하고 우리가 세계에서 보는 고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역사상 아무리 훌륭한 성취를 이루었다 해도 전사의 오점에 물들지 않은 나라는 없었다. 종교적인 사람이든 세속주의자든 우리 모두 현재 세계의 상태에 책임이 있다. 마마나 비비의 아들이 “아주 간단히 말해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은 국제 공동체의 오점이다. 희생양 의식은 공동체가 그 비행과 맺고 있는 관계를 끊으려는 시도였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해법이 될 수는 없다. ] 〈후기 | 누가 세계의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다 읽었고, 간단한 독서 메모는 블로그에 남겼습니다. https://www.gmeum.com/blog/demons/963 나중에 벽돌책 칼럼도 쓸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암스트롱의 최고작은 『축의 시대』입니다.
축의 시대 - 종교의 탄생과 철학의 시작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세계의 주요 종교와 철학이 탄생한 인류사의 가장 경이로운 시기를 다룬 역사서. 서로 교류가 없던 네 지역에서 어떻게 비슷한 시기에 그토록 놀라운 사유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왜 그들은 우주와 인간과 삶에 대해 같은 결론에 이르렀을까? 이 책은 인간의 윤리적 각성과 철학적 성찰이 폭발하던 시대, ‘축의 시대’에 관한 인문학적 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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