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D-29
저는 한 작가의 작품이 좋으면 작가파먹기를 하는데요, 조금 있어 보이는 말로는 전작주의라고 하죠? 최근에 W. G. 제발트의 책을 읽으면 그를 추종할 수밖에 없기에 '제발디언'이라고 부르게 된다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여, 삼 월 새시작을 맞이하여 제발트의 책을 한 권씩 읽어 보며 제발디언에 참가해 보고자 합니다. 📓 이민자들 → 현기증·감정들 → 토성의 고리 → 아우스터리츠 (출간순으로 읽는 걸 권하시는 글을 많이 봤는데, 이민자들이 입문으로 좋다는 후기가 많아서 첫 번째로 뺐어요) 소설 위주로 위와 같은 순으로 읽을 예정이며, '자연을 따라. 기초시'를 비롯하여 '공중전과 문학', '전원에 머문 날들', '캄포 산토', '기억의 유령'의 경우 같이 읽으실 분이 있으시면 함께 모임을 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저 혼자 읽도록 하겠습니다. 종이책 기준으로 소설이 모두 400페이지 넘지 않는 관계로 한 권을 세 구간으로 나누어 읽습니다. 매주 1/3씩, 총 3주에 걸쳐 완독한 후, 4주차에는 그 책과 관련하여 디깅을 할 것입니다. 제발트와 관련된 기사 혹은 인터뷰, 논문 등을 찾아 보는 시간을 가지고, 다음 소설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중심으로부터 잔가지가 많이 뻗어 나가는 대화의 흐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참가하지 않을 경우 저 혼자서라도 떠들 테니, 지나가시다가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하시면 말 걸어 주세요! 자유로운 독서모임을 지향합니다. 단순 감상도 좋고, '문장 수집' 기능을 이용하여 매주 한 구절씩만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공유하셔도 괜찮고, 혹은 어떠한 장면에서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떠오르는 책이나, 영화, 공연 등을 남겨 주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어? 내 생각은 다른데?" < 이런 감상이 가장 흥미로우니까 정돈되지 않은 생각도 괜찮으니, 이곳에서 자유로운 대화의 장이 열리기를 소망합니다. 혼자 하는 독서는 아무래도 본인의 내적·외적 경험에 기반하여, 그 사람의 시선에만 잡히는 문장과 감상이 있다는 점이 늘 조그마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른 분들께 의미 있는 장면과 그 이유를 알게 됨으로써 제 안에서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제발트가 되길 바라며 이 모임을 만들었어요. 많관부.. 중간 합류도 환영해요!! 완독 안 하셔도 됨!!! 그냥 수집된 문장 보시고 의견만 남겨주셔도 돼요. 제가 겪어 보지 않은 삶을 사신 여러분들의 시선이 궁금해요. 그믐 너무 좋은 공간인 것 같아요 영원하길 바랍니다. 더 좋은 운영 방향 제시안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남겨 주세요.
토성의 고리 읽는 걸로 알고 신청하신 분들께 알립니다. 본래 예정된 독서 순서보다 출간순으로 읽는 걸 추천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계획을 수정했어요! 📓 이민자들 → 현기증·감정들 → 토성의 고리 → 아우스터리츠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저 늦게 시작했는데 끝까지 함께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작가님을 이제 만나다니 ㅜ.ㅜ
그리고 비문학도 같이 읽으실 분 있나요? 공중전과 문학 전원에 머문 날들 캄포 산토 기억의 유령 + 자연을 따라서 기초시 희망자가 없으시면 그냥 저 혼자 모임 새로 파서 읽고 문장 공유해 둘게요. 이렇게 하면 제 프로필 눌러서 궁금하신 책 내용 구경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모두가 알면 좋을 것 같은 구절은 소설 모임에 따로 공유하겠습니다.
비문학도 좋죠. :)
제발트 비문학 작품도 꽤 많네요! 소설과 같이하실 계획이시라면 시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은 것 같아요!
<이민자들> 기대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반갑습니다, 여러분!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기로 하셔서 기쁩니다. 이 모임의 기본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3주 동안 제발트의 소설 한 권을 읽습니다. 2. 일정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싶지는 않지만, 독서모임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있을 때 완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분량을 3등분하여 일주일 단위로 제안해 보려 합니다. 3.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기준일 뿐입니다. 더 빠르게 읽으셔도, 천천히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혹은 책을 다 읽지 못하셨더라도 의견이나 감상만 남겨 주셔도 좋습니다. 4. 각자의 일과 속에서 시간이 나는 만큼 자유롭게 읽어 주시고, 나누고 싶은 감상이나 다른 책에서 떠오른 구절, 혹은 연관되는 영화·공연·전시 경험이 있다면 편하게 공유해 주세요. 아침, 밤, 낮, 새벽 등 시간대는 상관 없습니다! 5. 일주일이 지나 다음 주 월요일이 되면, 그동안 읽은 분량을 바탕으로 제가 간단한 발제를 올리겠습니다. 다른 분들께서도 ‘이건 다른 분들의 생각도 궁금한데?’ 싶은 질문을 남기고 싶으시다면 월요일에 말씀해 주세요. 물론 읽는 도중에도 자유롭게 글을 남기셔도 되지만 묻힐 수도 있어서, 월요일을 공식적인 담화 주제를 제시하는 날로 지정하겠습니다. 6. 모임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다른 회원분들께서 언제든 이어서 답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감하셔도 좋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상대방을 비방하는 표현만은 삼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발트를 매개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 역시 그믐을 처음 이용하는지라 운영이 다소 서툴 수 있기에, 미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독서모임 운영 방식에 대해 건의하고 싶은 점이 있으시다면 아래 링크의 ‘요청하기’를 통해 익명으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과 공유하지 않고, 주인장이 참고하여 모임이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반영하겠습니다. https://spin-spin.com/hwaljaaddict 앞으로 잘 부탁드려용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민자들] 네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헨리 쎌윈 박사 8-35 (28쪽) • 파울 베라이터 38-81 (44쪽) •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84-185 (102쪽) • 막스 페르버 187-303 (117쪽) 흐름 상 1주차(3/9-3/15): 헨리 쎌윈박사, 파울 베라이터(72쪽) 2주차(3/16-3/22):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102쪽) 3주차(3/23-3/29): 막스 페르버 (117쪽) 이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이번 일주일은 8쪽부터 81쪽까지 읽어 주시면 됩니다.
땅바닥은 갈라진 개암들로 촘촘히 뒤덮여 있었고, 수백송이의 콜키쿰이 바스락거리는 마른 나뭇잎들 사이로 드문드문 스며드는 햇빛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민자들 13,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그는 상당히 파손된 빅토리아 양식의 온실과 멋대로 자라난 나무울타리를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몇 년 동안 돌보지 않았더니 채마밭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부담을 너무 많이 줬던 자연도 그냥 저렇게 방치해두었더니 신음 소리를 내며 점점 함몰되는 중입니다.
이민자들 14,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그들은 자신들의 옛 모습을 보면서 어떤 감정의 동요를 느끼는 듯했다. 섬에서 발견되는 봄의 식생과, 기어다니거나 날아다니는 온갖 동물을 담은 사진들을 보여줄 때는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자신들이 등장하는 사진이 나타나면 말이 없어졌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거나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이민자들 27,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내가 수레에 쌓인 짐 위에 앉아 있었던 것, 말의 엉덩이, 광활한 갈색 대지, 농가의 진흙 마당에 목을 빼고 서 있던 거위들, 흐로드나 역 대합실 한가운데에 차단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던 과열된 난로, 그리고 그 주변에 몰려 있던 이민자 가족들도 기억 납니다.
이민자들 29-30,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파도가 높게 일던 바다, 깃발처럼 펄럭이던 연기, 회색의 원경, 솟았다 가라앉았다 하던 배의 움직임, 우리 모두가 가슴속에 품고 있던 걱정과 희망, 이런 모든 것이 지금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이민자들 30,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이민자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갑판에 모여 자유의 여신상이 옅은 안개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렸지요. 우리 모두는 아메리쿰 -우리는 미국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으로 가는 표를 샀으니까요. 육지에 발을 내려놓았을 때도 우리는 신세계의 땅을, 약속된 뉴욕의 땅을 밟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지요. 타고 온 배가 다시 항구를 떠난 지 한참 뒤에야 우리는 실망스럽게도 우리가 도착한 곳이 뉴욕이 아니라 런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받아들였지만, 명백한 증거들까지 모두 무시하면서 오랫동안 고집스럽게도 미국에 도착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이런 우여곡절 끝에 나는 런던에서 자라게 되었어요.
이민자들 30-31,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뉴욕에 도착할 거라 믿었으나, 실은 런던에 도착해 있었다는 장면을 통해 추측해 보았는데, 애초에 쎌윈 박사의 성공한 의사로서의 삶이 시작된 터전, 런던이 새로운 출발의 시작점이 아니라, 허구의 삶의 시작점이었던 게 아닐까요? 본인이 어디에 도착했는지도 모른 채 땅을 밟고, 새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사람은 불안정한 토대 위에 기초를 세우고 인생을 구축해 왔을 것입니다. 그렇게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고 살아 온 사람은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겠죠 (작은 충격도 아니었을 것 같고…….) 그의 중년기까지의 탄탄대로의 삶이 이렇게 어이 없는 행선지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왜 그렇게 크게 무너졌는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던 그 시절에 나는 말하자면 새로 견진성사를 받는 심정으로 내 이름을 헤르슈에서 헨리로, 성을 쎄베린에서 쎌윈으로 바꾸었지요.
이민자들 32-33,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1920~30년대에 우리는 아주 사치스럽게 생활했는데, 당신도 그 잔흔은 본 셈입니다.
이민자들 32,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뭔가를 팔아볼 결심을 하지 못했어요, 내 영혼을 팔았다고 할 수도 있는 한번의 경우를 제외하면 말입니다.
이민자들 32,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무엇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군요. 돈일 수도 있고, 결국 발각되고 만 내 혈통에 대한 비밀일 수도 있고, 그도 아니면 그저 사랑이 식어서일 수도 있겠지요. 제2차 세계대전과 그뒤의 수십 년 간은 내게 암흑과도 같은 불운의 시기였습니다. 나는 이 시기에 대해서는 말하려고 한들 할 수가 없을 겁니다.
이민자들 33,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이 구절에서 끝내 설명되지 않는 공백들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유대인 혈통으로 인해 반유대주의 경험을 겪고 그의 삶에 깊은 균열을 남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자로서는 제발트가 콕 찝어서 언급해 주지 않으니, 영원히 알 수 없는 영역이겠지요. 그럼에도, 어떤 계기로 쎌윈 박사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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