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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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획과는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베른 지방 알프스 고지에서 보냈고, 날이 갈수록 등산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특히 마이링엔과 오비라르에서는 몇주 동안 머무르기도 했는데, 거기서 당시 예순다섯의 등산안내인 요한네스 네겔리를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네겔리에게 푹빠진 그는 수많은 산들을 네겔리와 함께 올랐다. 네겔리와 함께 보낸 그 시절처럼 편안했던 적은 그전에도 그뒤에도 없었다면서 쎌윈 박사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중략) 이제와서 그 시절을 되돌아보며 뒤늦게 깨닫는 사실이지만, 전쟁이 터지고 내가 징집되어 영국으로 돌아가야 했을 때 요한네스 네겔리와 작별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었지요.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그는 나지막이 혼잣말을 하듯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헤디는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낯설게만 느껴졌지만, 네겔리는 그를 떠올릴 때마다 한층 더 친근하게 느껴지곤 했으니까 말입니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네겔리는 그가 7살에 떠나온 고향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이고, 그의 아내 헤디는 그가 새롭게 정착했지만 어떤 이유로 도저히 마음 내릴수 없었던 땅에 대한 느낌을 말하는것 같애요. 그토록 열심히 살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이루기도 했을것 같은데 평생 충만한 삶을 살았다는 느낌은 전혀 보여지지가 않네요. 말년에 선택한 은둔과 삶을 그런식으로 끝낼 수 밖에 없던 절망은 어디서 비롯된것인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여름이되면 자동차를 타고 몇달 동안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지요. 당시에는 테니스를 빼면 자동차가 나의 가장 큰 취미였습니다. 그때 사놓은 차들이 아직도 차고에 있는데, 지금쯤은 아마도 제법 값이 나갈 겁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뭔가를 팔아볼 결심을 못했어요, 내 영혼을 팔았다고 할 수도 있는 한번의 경우를 제외하면 말입니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2차 세계대전과 그 뒤의 수십년간은 내게 암흑과도 같은 불운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에 대해서는 내가 말하려고 한들 하지 못할 겁니다. 1960년 개인병원과 환자들을 포기하고 나서 나는 소위 현실세계와의 마지막 접촉마죠 끊어버렸습니다 그 뒤론 그저 식물과 동물 들만이 거의 유일한 대화 상대지요. 이것들과는 그럭저럭 사이가 좋습니다. 쎌윈 박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수수께끼 같은 웃음을 짓더니 일어섰다. 그리고 내게 악수를 청했는데, 이는 전에 없던 일이었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제발트 소설의 매력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이민자들>을 읽기 시작했고 '헨리 쎌윈 박사'와 '파울 베라이터'를 읽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유대인이었던 주인공이 인간성 상실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 당한 깊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이야기인데, 내용의 감동을 떠나서 일단 형식적으로 사진을 발굴해서 소설과 매칭한 방식이 신선했습니다. 소설에 삽화를 삽입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인데 사진을 삽입하는 것은 저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시도였습니다. 그것도 내용과 너무나 어울리는 사진이라 소설이 허구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는 배경지식 없이 읽어서 읽다가 이게 허구인지 실제인지 헷갈렸는데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들이 있으니까 정말 몰입감이 들더라구요.
네?!!! 전 소설로 읽다가 사진을 보고 에세이를 제가 착각하고 소설로 읽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읽었는데....충격입니다
네?!!! 소설이라고요? 전 첨에 소설인 줄 읽다가 사진 보고 에세이구나~했는데
자기가 살고 있는 방의 벽 뒤에서 항상 하인들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휙휙 지나다닌다는 것을 알면서도 태연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머릿속은 도대체 어땠을지 나는 자주 상상해보곤 했다. 얼마 안되는 돈이나마 벌어보겠다고 하루가 다르게 쌓여만 가는 일들을 쉴 새 없이 해대는 유령 같은 사람들을 좀 무서워하지는 않았을까.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쎌윈 박사의 삶이 이 문장에 나오는 저택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화려했던 시절에는 자신의 정체성에서 눈을 돌린 채 태연하게 살아갈 수 있었지만, 삶이 쇠락하는 순간이 오자 더 이상 벽 뒤에 감춰둔 과거의 기억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 부분에서 벽 뒤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인물인 아일린이 어쩌면 쎌윈 박사의 또 다른 모습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아 흥미롭습니다.
최근 출간된 <말하라, 침묵이여>에서 쎌윈 박사가 실존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함께 읽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헨리 쎌윈 박사를 읽었습니다. 쎌윈 박사가 이민자로서 정착한 땅에 정신적으로 뿌리 내리지 못하고 지나간 기억들을 붙잡고 살다가 삶과의 마지막 연결고리를 스스로 끊어버리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등산 안내원 네겔리와 산에 오르던 시절을 잊지 못하고, 식물학자인 엘리스씨와 교류하며 아내의 정원에서 '장식용 은둔자'로 존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연은 그에게 고향을 상기시키고, 은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만 그 자체로 위안을 주지는 못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자연은 본래 가치중립적이고 고요할 뿐이기 때문에요. 어쩌면 소설 속에서 명확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2차대전 이후 쎌윈이 겪어왔을 세상에 대한 절망감이나 고립감이 자연과의 대비로서 지시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소설 속에서 잠깐 언급되는 <카스파 하우저>라는 영화 장면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요, 유튜브에 해당 장면 클립이 있어서 첨부합니다. 쎌윈 박사의 환등기에서 마지막으로 본 공간과는 지역도, 문화도 다른 곳이지만 무의식 속 장면이 환등기 화면처럼 연출된 점이나 높은 곳에서 전체를 조망하는 구도 때문에 제발트는 소설 속에서 서술된 장면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사진을 통해 불완전한 방식으로 기억을 환기하는 제발트의 서술 방식과도 닮아있는 듯합니다. https://youtu.be/DRR5ndpjjY0?si=-TiBBbVeyApwekU9
링크 영상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상 감사합니다! 영상으로 보니 훨씬 더 와닿네요.
그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던 능선들이 어스름 속에서 어렴풋이 어른거리며 근시인 그의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마침내 굉음이 다가왔을 때 그가 본 것은 짙은 잿빛뿐이었겠지만, 그 한가운데에서 크라처와 트레타흐,, 힘멜스슈로펜의 잔상들은 날카롭게 선명했을 것이다.
이민자들 41,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기껏해야 한시간가량 걸렸을 그 길이 내게는 마치 세계의 절반을 이동하는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이민자들 42,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그간 살아온 이야기들을 주고받다가 파울에 대해서도 한참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프리츠는 파울이 무언가를 먹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영영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민자들 45,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그의 문장들은 질서가 잘 잡혀 있었고 사투리도 섞여 있지 않았지만, 약간의 언어장애 혹은 발성장애가 있는 듯하기도 했다. 그의 목소리는 후두가 아니라 가슴 언저리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이민자들 47,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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