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파울은, 그의 표현을 빌리면, 쥣빛 시야가 점점 퍼져가는 것을 지극히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바야흐로 자신이 접어들게 될 새로운 세계는 이전보다는 좁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편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
『이민자들』 77,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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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또북
" 내가 징집되어 영국으로 돌아가야 했을 때 요한네스 네겔리와 작별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었지요. 헤디와는 크리마스마스 즈음 베른에서 만났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그녀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디만, 그녀와의 이별이 차라리 네겔리와 떨어지는 것보다 쉬웠으니까요."
나또북
"제2차세계대전과 그뒤의 수십년간은 내게 암흑과도 같은 불운의 시기였습니다. 나는 이 시기에 대해서는 말하려고 한들 할 수가 없을 겁니다. 1960년 개인병원과 환자들을 포기하고 나서 나는 소위 현싥세계와의 마지막 접촉마저 끊어버렸습니다. 그뒤론 그저 식물과 동물 들만이 거의 유일한 대화 상대지요."
나또북
"파괴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 그 사람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침묵하고, 모든 것을 감추고, 때로는 실제로 잊어버리기도 했는지요. 그런 것은 그들이 그전에 보여주었던 비열한 태도와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 있는 것이에요."
나또북
"1939년과 1945년에 파울이 독일로 돌아갔던 것은 그가 뼛속 깊이 독일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아마도 그로서는 달리 어떻게 할 수가 없었을 거예요."
나또북
"아마도 삼촌이 썼던 철도에서 끝을 본다는 표현이 그 지방에서 어떤 관용적인 의미로 쓰였는지 몰라서 그랬겠지만, 어쨌든 불길한 신탁을 들은 것처럼 꺼림칙한 기분이 남았어요. 지금 기억하기로는 그때 정말로 죽음의 형상을 보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순간적인 오해로 인해 느꼈던 그 불안감은 아주 잠깐 지속되었을 뿐, 날아가는 새의 그림자처럼 이내 사라져버렸지요."
나또북
헨리 쎌윈 박사와 파울 베라이터를 읽었습니다. 제발트 소설이 처음인데 사진 덕분인지 뭔가 수필을 읽는 기분이 들었어요. 인터뷰집을 읽는 기분도 들었구요. 문장이 엄청 현학적이고 어려운 건 아닌데 읽으면 정보의 파편이 머릿속에 떠다니는 기분이었어요. 두 단편 모두 주인공을 서술하는 제3자의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읽으면서 굉장히 색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또북
세계대전이라는 유대인으로서 엄청난 상실과 아픔을 준 일을 겪은 후 그 상실과 아픔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두 인물의 결말을 보니 무언가 그 허무함과 쓸쓸함이 밀려오더라구요... 이민자, 유대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주인공이 역사 앞에서 버티지 못하고 고요히 휩쓸려가는 모습을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두 인물이 무너지는 과정을 인물의 내면으로 직접 서술하여 듣는 게 아닌 제3자로 듣는 서술 방식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리뉴
파울 베라이터가 역추적해가는 방식을 택하여서 더욱 안타깝고 비극적인 느낌이 배가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파울의 절망감이 누적되는 과정이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네요.
아침바람
“ 하지만 이제 나는 그런 느낌이 착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파울이 우리를 잘 알고 이해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들은 아무도 파울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주 뒤늦기는 했지만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졌던 것이다.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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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파울의 수업은 언제나 지극히 직관적이었다. 원칙적으로 그는 학교를 벗어나 주변의 여러곳들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눈으로 관찰하는 수업을 중시했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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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들판을 걸어갈때면 줄곳 휘파람을 부는 것이 파울의 습관이었다. 그의 휘파람 기술은 실로 진기하다고 할 만큼 뛰어났다. 플루트 음색과 비슷했던 그의 휘파람소리는 놀랍도록 풍성했고, 산을 오르면서도 그는 아주 긴 선율들을 너무나 쉽게 연달아 불어댈 수 있었다.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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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여느 때처럼 창가 자리에 서 있던 파울은 젊은 브란트아이스 아들의 연주에 너무나 깊은 감명을 받은 나머지 결국 안경을 벗고 억제할 수 없이 솟구쳐오르는 눈물을 닦아야했다. 심지어 흐느낌을 감추기 위해 우리에게서 고개를 돌렸던 것까지 기억난다. 그러나 파울에게 그런 격정을 불러 일으킨 것은 음악만이 아니었다. 그가 갑자기 어떤 생각에 빠져들면서 구석으로 가서 앉거나 서 있는 일은 아무 때나, 수업중이든 쉬는 시간이든, 학교 밖에서 우리와 함께 걸어 갈 때든 , 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항상 쾌활하고 즐거운 것 같았던 파울이 그럴 때면 마치 불행의 화신처럼 보였다.
이 불행이 도데체 어디에서 연원하는지를 내가 어느정도나마 알게 된 것은 루씨 란다우 부인의 설명을 듣고 난 후였다.
p.57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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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그들과 달리 내면의 고독 때문에 마음이 헐어버린 파울은 나를 더할 나위없이 잘 배려해주고 즐겁게 해주었어요.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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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파괴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 그 사람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침묵하고, 모든 것들을 감추고, 때로는 실제로 잊어버리기도 했는지요. 그런 것은 그들이 전에 보여주었던 비열한 태도와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 있는 것이에요.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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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베라이티 가족이 겪어야 했던 그런 비열하고 치졸한 일들을 당신이 몰랐다는 것이 내겐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예요. S시처럼 비참한 소굴에서는 그런 일이 다반사였어요. 시절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런 태도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어요. 내가 놀랄 필요가 없는 것이, 이 이야기 전체의 논리가 바로 그런 것이예요.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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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그래서 파울은 1935년과 1936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오랫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 어두운 시절을 거들떠보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이베르동에서 보냈던 그의 생애 마지막 십년 동안에야 비로서 파울은 당시의 사건들을 알아볼 마음을 먹었고, 심지어 그럴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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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아마도 그는 사람의 가슴과 눈이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것들을 숱하게 보았을 것이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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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그는 평범한 수업을 돌연 너무나 멋진 체험으로 바꾸어버릴 수 있는 진정한 교사였지요.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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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물론 진심으로 S시를 혐오했고, 골수에 사무치도록 역겨워하던 그곳의 주민들과 함께 그 도시를 파괴하고 갈아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예요.
그렉 이건 <잠과 영혼> 하드SF의 정수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마음의 그림자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의 양자역학적 의식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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