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D-29
암브로스부분 방금 다 읽었는데 사진보고 충격받아서 제미나이한테 물어보고왔어요... 제미나이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게 아닌 문학적 진실을 위한 허구의 도입+소외된자들에게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복원의 문학이라고 하는데.. 제미나이와 좀 더 이야기나눠보려구요🤣 내일 문장+후기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사진 자료 감사합니다!
그뒤로 미국에 대한 나의 꿈은 서서히 흩어져갔고, 언젠가 내가 자발적으로 미국여행을 하게 되리라는 생각만큼 불합리한 것은 없어 보였다.
“통증이 거의 가라앉았어. 이모가 말했다. 얼마나 천천히 가라앉는지 처음엔 내가 착각하는 줄 알았지. 그러다가 거의 통증을 느낄 수 없게 되니까, 이제는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통증이 다시 시작될 것 같더구나. 그래서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어.”
“때로는 미친 듯 흥분해서 전쟁과 관련된 듯한 단어들을 중얼거리기도 했다는데, 그럴 때면 손으로 연방 이마를 때렸다고 한다.”
“왜 평소처럼 약속한 시간에 오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나비 잡는 사람을 기다리다가 무심결에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이 대답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기억이란 때로 일종의 어리석음처럼 느껴진다. 기억은 머리를 무겁고 어지럽게 한다. 시간의 고랑을 따라가며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끝간 데 없이 하늘로 치솟은 탑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부분을 읽었을 때는 소설의 형식에 대해 놀랐었어요. 도입~중간 부분까지는 아델바르트의 거취, 행적, 미국 적응기에 대해 피니 이모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듣는 형태였고, 후반 부분은 코즈모와 함께 한 기행문, 수필 같은 형태처럼 느껴졌었기 때문이었어요. 완전히 다른 형태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점이 신기했어요. (하지만 중간에 이야기 흐름 따라잡느라 애를 먹었긴 합니다ㅎㅎ..) 일반적인 소설 형식을 벗어난 점에서 포스트 모더니즘 같은 느낌도 받았어요.
제미나이에게 물어보니 소설 속 암브로스 아델바르트는 제발트의 큰외삼촌인 안톤 제발트를 투영하여 만들었다고 하네요. 암브로스가 유대인 가문의 집사였고, 실제 안톤은 미국에 요리사로 근무했었다고 합니다. 코즈모는 작가가 만든 허구의 인물이라고 하네요. 암브로스-코즈모의 관계를 통하여 유대인의 비극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삼촌인 안톤은 그냥 요양원에서 사망했는데 암브로스의 최후는 많이 비극적이었으니까요. 소설에 나온 예루살렘 여행 사진과 메모들이 실제 안톤 삼촌의 기록이었다고 하는데.. 진짜 기록을 바탕으로 가짜 인물을 심어 이야기를 만든 게 뭔가 기묘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한 문학 작품들은 많지만 제발트 작품은 사실과 허구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 것이라는 게 특이한 것 같아요. 보통은 사실과 허구 둘 중에 하나가 작품의 큰 구성요소라는 느낌인데 제발트 작품은 사실과 허구 모두가 작품의 중요한 요소들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허구를 해서 작품을 내도 되나 싶기도 하고...(...) 문학적 진실과 실제 사실과의 괴리를 통해 무언가를 나타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두서없이 이야기했네요;;
' 문학적 진실과 실제 사실과의 괴리를 통해 무언가를 나타내고 싶었던 것 같다'는 게 제발트 작품의 핵심인 것 같아요. 모든 등장인물은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지만, 그들을 변형하고 조합해 소설적 창조물로 탄생시킴으로써 제발트가 의도한 것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독일인의 책임,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커피모임에서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글로 발표해도 좋을 만큼 멋진 문장들을 술술 읊었고, 나로서는 고작 어렴풋한 뜻만 짐작해볼 수 있을 뿐인 난해한 단어와 숙어들을 사용했던 것은 기억에 남아 있다.
이민자들 85,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습진 때문에 밤낮으로 하얀 무명장갑을 끼고 다녀야 했던 테레스 언니는 여름 햇살 아래에 서 있으면 때때로 성녀처럼 보이기도 했어. 정말로 성녀였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언니가 평생 견뎌야 했던 일이 참 많았으니까 말이야.
이민자들 92,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암브로스 외삼촌이 자란 환경을 생각해보면 어린이로 살 수 있었던 때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해야 할 거야.
이민자들 97,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누구나 금세 알 수 있었듯이 외삼촌은 저쪽 편에 속하는 분이었지. 그 사실을 무시하거나 미화하는 친척들도 있었고, 때로는 정말로 모르는 친척들도 있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외삼촌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속 빈 강정처럼 보였지.
이민자들 112,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내가 그 집에서 마지막으로 외삼촌을 뵈었을 때는 옷이 겨우 몸을 지탱해주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더구나.
이민자들 112,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코즈모는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화재와 죽음과 들판에 뻗어 있는 시체들이 햇살 아래에서 썩어가는 광경을 자기 머릿속에서 본다고 주장했다.
이민자들 120-121,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오로지 쏠로몬 가족의 온갖 집안일이 매일, 매시간 차질없이 진행되고, 늙은 쏠로몬과 그의 두 번째 부인의 관심과 습관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데에만 정신을 쏟았지.
이민자들 125,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나는 외삼촌이 수많은 일을 아주 정확하게 기억하기는 하지만, 그런 기억들을 자기 자신과 연결시켜주는 추억은 거의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점점 확실히 알게 되었어. 그래서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외삼촌에게는 고통이기도 했고, 자신을 해방하려는 시도이기도 했지. 말하자면 구원이자 가차 없는 자기파괴이기도 했던 거야.
이민자들 126-127,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거인족의 아이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다른 세계의 폐허에서 마을 이름들을 골라 거기에 갖다 붙여놓은 것 같았다.
이민자들 133,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내가 영락 없는 미친 사람이겠지만, 당신도 아시다시피 이런 문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지요.
이민자들 139,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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