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D-29
저도 처음으로 읽은 게 '헨리 셀윈 박사' 이야기여서 그런지 그 작품이 뒤의 작품들보다 가장 애잔했어요. 아, 파울 베라이터 이야기도요.
그 환상은 죽어서 사라진 자들이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깊은 갈망의 대상이 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위험하며,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다. 코즈모는 이렇게 위태롭게 무언가를 갈망하는 상태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죽음을 감지하고 그로 인해 자신도 죽음으로 치닫는 극단적인 초과민 상태를 체현한다.
말하라, 침묵이여 - W. G. 제발트를 찾아서 142-143, 캐럴 앤지어 지음, 양미래 옮김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와 관련해서 제발트 평전의 함께 읽어 봤으면 좋을 문장들 공유할게요! 나중에 시간 되실 때 읽어 보세용
고향을 방문하면 처음 반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느라, 나머지 반은 슬픔의 눈물을 흘리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애니는 제발트가 처음 알게 된 깊은 슬픔에 빠진 사람이자 최초의 망명자였다. '암브로스 아델바르트'는 종조부 윌리엄을 기렸던 것만큼이나 이모 애니를 기렸던 추모의 글인 셈이다.
말하라, 침묵이여 - W. G. 제발트를 찾아서 148, 캐럴 앤지어 지음, 양미래 옮김
애니는 '파울 베라이터'의 맨골드에서부터 '토성의 고리'의 스탠리 케리, 마이클 파킨슨, 재닌 데이킨스에 이르기까지 제발트가 상상해낸 모든 순결한 사람 중에서도 단연 수호 성인 같은 인물이다. 물론 '현기증.감정들' 속 독신 자매 베아테와 비나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우리도 알고 있다시피 베아테와 비나는 암브로스와 코즈모에 대응하는 여성 인물들이며, 가여운 암브로스가 코즈모의 뒤를 따르는 데 몇 년이 걸린 데 비해, 베아테와 비나는 한 사람이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같은 날 다른 사람이 슬픔으로 죽었을 만큼 "서로에게 영원히 의존"했다.
말하라, 침묵이여 - W. G. 제발트를 찾아서 148, 캐럴 앤지어 지음, 양미래 옮김
패니는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에서 현실과 허구가 아무렇지 않게 뒤섞여 있는 탓에 베르타흐와 켐프텐 사람들이 우아하고 품위 있는 윌리엄 신델레에 관한 온갖 거짓을 믿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물론 그렇게 걱정한 이유는 거기에 패니 자신에 대한 진실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고생스러운 삶을 산 조상은 몇 세대쯤 지나면 명예로운 훈장이 되지만, 그 조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고,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기까지 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말하라, 침묵이여 - W. G. 제발트를 찾아서 153, 캐럴 앤지어 지음, 양미래 옮김
결국 이 모순은 '이민자들'의 의미와 울림에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다만 놀라운 것은,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절반에 등장하는 핵심적인 유대인 인물이 비유대인을 모델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제발트의 글쓰기에 있어 근원적 영감 - 독일에서 유대인들이 제거되었다는 사실 - 이 그의 작품 속으로 끊임없이 스며들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민자들'은 유대인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여기에서도 정작 그들은 여전히 은밀하게 부재하는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말하라, 침묵이여 - W. G. 제발트를 찾아서 159, 캐럴 앤지어 지음, 양미래 옮김
그리고 우리가 읽은 암브로스의 일기자 일부는 제발트 자신이 쓴 거라고 하네용.. 그리고 암브로스와 코즈모가 연인사이였다고 합니다. 다른 버전의 초고에서는 조금 더 명확하게 기술하기도 했는데, 다듬는 과정에서 암시만 남았대요.
최근 들어서 제발트 평전과 함께 제발트의 문학작품을 읽어 내려 가고 있는데, '사진'의 사용으로 이 글들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고, 허구와 현실 사이에서 헤매고 있을 때 즐겁긴 하지만 .... 이 사진들이 당사자와 유가족의 허락 없이 다양한 경로(지인 등) 를 통해 얻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작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글 하나는 정말 잘 쓰셔서 책 읽는 걸 중단할 수가 없네요. 각 작품에서 서로 연결되는 매개들이 등장하고, 유기적이 관계가 등장하기도 해서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기분이 들어요. 앞으로 읽을 작품 또한 기대 돼요.
안 그래도 남편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저작권은 괜찮은지 걱정했는데...이런 경로라니....하지만 저도 코뮹님처럼 글이 너무 좋아서 일단 읽을 수 있는 건 다 읽어 보려고요.
실제로 제발트는 완성도 높은 글을 쓰기 위해 젊은 시절 연습을 통해 사십대가 되어서야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액기스만 뽑아서 읽고 있는 듯한 하네용.. 아름다운 문장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읽는 즐거움이 있어요!
<막스 페르버>의 화자가 1966년에 맨체스터로 이민을 갔다고 했는데 제발트도 1966년에 영국으로 이주해 1968년에 맨체스터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나옵니다. 이 마지막 소설 역시 실제 있었던 일과 허구가 마구 섞여 있을 듯 하네요.
<이민자들> 완독했습니다. 형식적으로 ‘아주 공들여 문장을 쓴 산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작품 모두 소설이라고 해도 되고 논픽션 에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입니다. 사건을 극적으로 터뜨리지는 않지만 인생 여정을 여행 에세이 스타일로 묵묵히 적은 글로 느껴졌습니다. 네 편의 소설 제목에 달린 부제가 의미하는 바를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그 점을 좀 더 생각해보며 독서 마무리를 할 생각입니다. 제발트의 작품은 처음 읽은터라 아직 그의 매력을 온전히 찾지는 못했지만 기회를 만들어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까 합니다.
저도 제발트의 문학을 '이민자들'로 처음 접해서 아직 그의 매력을 온전히 찾지 못했다는 말씀이 정말 공감됩니다. 개인적으로 그믐에서 얼른 '토성의 고리'를 읽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정한 제발트 문학의 읽기 순서는 출간순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작가의 문학 세계가 깊어져서 그의 정수가 토성의 고리, 아우스터리츠에서 두드러진다고 하더라고요. 지인 중 제발트를 좋아하시는 분이 있는데, 제발트가 살아생전 출간한 유일한 소설 4권을 모두 읽고 나면 결국 이민자들을 다시 펼쳐 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모든 소설이 주제와 분위기가 궤를 같이 하고 있는데, 이민자들만큼 짧은 분량으로 그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게 놀라워서 라고 하셔서 저도 얼른 이 마음을 느껴 보고 싶네요
전 '이민자들' 읽고 반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다음 책들도 너무 기대되고요. 아래 써 주신 글도 잘 읽었습니다. ^^ 제발트 책(의) 방이 그믐에서 열리는 한 저도 계속 참여하겠습니다!
202쪽 그리고 1940년대 말부터 매일 열시간씩, 일요일도 거르지 않고 작업하는 화가가 거기 있었다. 264쪽 한번 그 궤도에 올라탄 이상, 내 삶이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민자들 막스 페르버,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당시 나는 세상에서 버려진 듯한 이상한 감정에 휩싸여 삶에 작별을 고하고 싶은 기분에 빠질 때가 잦았다. 그 괴상하면서도 쓸모있는 기계가 밤이면 은은한 빛으로, 아침이면 나지막하게 물 끓는 소리로, 한낮에는 그냥 가만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내 삶을 지탱해주었던 것 같다.
이민자들 195,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어느덧 무연탄색으로 시커멓게 덮여버린 도시가 그 만성적인 가난과 몰락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바람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이민자들 197,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서너 명 혹은 더 큰 무리를 지어 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다니기도 하는 그 아이들은 세상 어디에도 집이 없는 듯 보였다.
이민자들 199-200,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그때 맨체스터의 풍경을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 그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살아야 할 곳에 도착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네.
이민자들 213,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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