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D-29
지난주 너무 정신이 없어서 마지막 파트인 막스 페르버를 못 읽었네요ㅠㅠ 이번주까지 완독하도록 해서 감상 올리겠습니다.
그는 산소가 부족하면 인간의 사고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민자들 47p - 파울 베라이터,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하나같이 세련되지 못하고 아둔한 남자들뿐이었는데, 그들과 달리 내면의 고독 때문에 마음이 헐어버린 파울은 나를 더할 나위 없이 잘 배려해주고 즐겁게 해 주었어요.
이민자들 59p - 파울 베라이터,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파괴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 그 사람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침묵하고, 모든 것을 감추고, 때로는 실제로 잊어버리기도 했는지요. 그런 것은 그들이 그전에 보여주었던 비열한 태도와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 있는 것이에요.
이민자들 65p - 파울 베라이터,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테오도어 베라이터는 1936년 종려주일에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하나, 실제로는 그가 죽기 바로 이년 전에 고향 군첸하우젠에서 여러세대에 걸쳐 그곳에 살던 유대인들이 처참한 공격을 받은 사건 때문에 생긴 마음속의 분노와 불안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란다우 부인은 힘주어 말했다.
이민자들 69p - 파울 베라이터,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우와 새로운 분들이 많이 들어 오셨네요! 반갑습니다. 제가 제시하는 분량은 독서 모임이라는 명목하에 굴러 가고 있기에, 대략적인 일정을 권하는 것이므로 일정에 구애 받지 않고 본인의 속도와 여건에 맞추어 자유롭게 읽으시면 됩니다. 다만, 그믐 사이트의 특성상 모임을 최대 29일까지 열어둘 수 있어서 (저는 깔끔하게 28일로 열고 있어요) 저희는 다음 주에 『현기증·감정들 』 으로 넘어갈 예정이에요. 모임은 4월 7일부터 시작하는 걸로 열어 두겠습니다!
늦게 시작하신 분들도 괜찮으니 천천히 읽어 주세요 그저 같은 책을 읽고 함께 감상을 나누는 경험의 즐거움을 느끼고자 모임을 열었으니까용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그믐 독서 모임을 통해 다양한 분들의 시선을 접하면서, 이 책을 더욱 다채롭게 읽을 수 있어서 저에게는 무척 각별한 책이 되었습니다. 만약 혼자 읽었더라면 “음? 제발디언이 되기에는 이 책에서 제발트의 매력이 잘 안 느껴지는 것 같네. 다음 책으로 얼른 넘어가야겠다” 라며 의문을 품은 채 서둘러 책장을 덮었을지도 몰라요. 개인적으로 『이민자들』에 수록된 네 편의 단편은 마치 화자가 방향을 잃은 산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책 속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전쟁, 상실, 자살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등장함에도 화자가 서술하는 온도는 지극히 낮고, 어딘가 무심하기도 합니다. 대신 풍경과 건물, 식물과 여행 경로 같은 무기물을 묘사할 때에는 애정이 없다면 쓸 수 없을 법한 표현들로 가득해서 정성을 들여 썼다는 게 눈에 보이고요. 이러한 사물들이 인물의 감정을 대신 저장하고 증언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 형언하기 어려운 슬픔이 밀려오는 이유도 아마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개인의 내면에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을 딛고 선 현실 세계의 장소들에 파편화되어 흩어져 잔존하는 느낌이랄까요 .. 결국 이민자들이란, 어딘가에 남겨두고 온 기억을 평생 짊어지고 걷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몸은 새로운 장소에 가 닿았을지라도, 마음은 차마 과거로부터 완전히 이주하지 못한 채 그 경계에서 우왕좌왕 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 마음이 솔직해지는 순간이 인생의 단락 중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느냐 하는 것들이 등장인물들의 마지막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같은 책을 읽는다면 모두가 비슷한 부분을 인용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뭐랄까, 같은 문장은 아니더라도 미학적으로 뛰어난 문장이나 감정적으로 동요하기 좋은 대목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오만한 판단을 했었죠. 그러나, 우리는 같은 활자를 따라가면서도 전혀 다른 지점에서 멈춰 섰습니다. 누군가는 흐릿한 흑백 사진 속에 머물고, 누군가는 집요한 풍경 묘사에 빠져 들었으며, 또 다른 이는 인물들이 남기고 간 무거운 침묵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이러한 시선의 차이가 얇은 책의 여백을 풍성하게 채워주었습니다. 함께 읽는 과정 덕분에 무심히 지나쳤던 문장들을 찾아서 몇 번이고 같은 페이지를 펼쳐 보는 저를 마주하며, 용기를 내어 모임을 열어 보자고 움직인 한 달 전의 저를 찾아가 칭찬이라도 해 주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한 권의 책을 읽었지만 여러 권을 읽은 것 같은 느낌 .. 많은 참여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잊지 못할 독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26년 3월 하면 제발트의 이민자들을 먼저 떠올릴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다음 모임에서도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아직 끝난 거 아님 .. 그냥 마음이 너무 좋아서 떠들고 싶었어요)
작가의 내면의 고통이나 슬픔은 마치 깊은 안개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느껴야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표현하고, 자연풍경과 사물에대한 묘사 과거의 아름다운 시절에대한 자세한 묘사는 너무나 세밀해서 , 어떤 때는 그 풍경속에 들어가 있는것 보다 더 자세하게 그 풍경들을 느낄 수 있을것 같앴어요.
1952년 크리스마스 직후에는 심한 우울증에 빠졌어.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도 한문장도, 한마디도, 단 한음절도 목구멍에서 끄집어낼 수 없게 되어 버렸어.
이민자들 129p -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텅 빈 거리와 광장에 겨울 햇살이 쏟아지는 날은 지극히 드물었는데, 그렇게 화창한 날이면 한때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산업화의 발상지였지만 어느덧 무연탄색으로 시커멓게 덮여버린 도시가 그 만성적인 가난과 몰락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바람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하지만 시간을 믿을 만한 기준이 못될뿐더러 영혼의 소음일 따름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네. 어쨌든 내 생각은 그래. 이따금 나를 엄습하는 단편적인 기억의 영상들은 차라리 강박관념들이라고 해야 할 거야.
이민자들 p.229,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텅 빈 거리와 광장에 겨울 햇살이 쏟아지는 날은 지극히 드물었는데, 그렇게 화창한 날이면 한때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산업화의 발상지였지만 어느덧 무연탄색으로 시커멓게 덮여버린 도시가 그 만성적인 가난과 몰락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바람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이민자들 p.197,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19세기 내내 독일인들과 유대인들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도시가 바로 맨체스터였지. 그러니 나는 가출한다고 나섰다가 되려 집으로 돌아온 꼴이었네. 우리 시대의 공업의 탄생지인 이 도시의 거무칙칙한 건물들 사이에서 사는 날이 길어질수록, 나는 나 역시 흔히 말하는 것처럼 굴뚝 아래에서 일하려고 이리로 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어.
이민자들 p. 243,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막스 페르버>편은 장소의 대조, 비교가 두드러졌던 것 같았습니다. 막스가 살았던 독일 나치-산업화된 도시 맨체스터의 비교가 두드러지게 묘사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다른 도시지만 결국 맨체스터도 독일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도시임을 깨달았을 때의 막스의 허무함은 어땠을까요... 독일, 나치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이민자'를 자처하며 영국 맨체스터로 갔지만 결국 외로운 이민자로만 남게 되고 고통에서 벗어나질 못했으니까요. 두 도시의 비교를 통해 허무함과 소속감이 없는 불안이 더 잘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이민자들은 참 독특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슴슴한데 이상하게 끌리는 작품이었다고나 할까요. 혼자 읽었어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북클럽을 통해 다른 독자분들의 감상을 보며 읽으니 훨씬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외삼촌은 마치 언제든 손님을 맞을 것처럼 집 안을 정리했어. 하지만 손님이라곤 없었지. 올 사람이 어디 있었겠니.
이민자들 128p -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기억은 머리를 무겁고 어지럽게 한다. 시간의 고랑을 따라가며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끝간 데 없이 하늘로 치솟은 탑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민자들 185p -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우리는 그런 것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혼의 고통은 한마디로 무한하다는 걸세. 고통의 극단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큰 고통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이 심연에서 저 심연으로 다시 떨어지는 거야.
이민자들 215p-막스 페르버,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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