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판을 걸어갈때면 줄곳 휘파람을 부는 것이 파울의 습관이었다. 그의 휘파람 기술은 실로 진기하다고 할 만큼 뛰어났다. 플루트 음색과 비슷했던 그의 휘파람소리는 놀랍도록 풍성했고, 산을 오르면서도 그는 아주 긴 선율들을 너무나 쉽게 연달아 불어댈 수 있었다.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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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여느 때처럼 창가 자리에 서 있던 파울은 젊은 브란트아이스 아들의 연주에 너무나 깊은 감명을 받은 나머지 결국 안경을 벗고 억제할 수 없이 솟구쳐오르는 눈물을 닦아야했다. 심지어 흐느낌을 감추기 위해 우리에게서 고개를 돌렸던 것까지 기억난다. 그러나 파울에게 그런 격정을 불러 일으킨 것은 음악만이 아니었다. 그가 갑자기 어떤 생각에 빠져들면서 구석으로 가서 앉거나 서 있는 일은 아무 때나, 수업중이든 쉬는 시간이든, 학교 밖에서 우리와 함께 걸어 갈 때든 , 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항상 쾌활하고 즐거운 것 같았던 파울이 그럴 때면 마치 불행의 화신처럼 보였다.
이 불행이 도데체 어디에서 연원하는지를 내가 어느정도나마 알게 된 것은 루씨 란다우 부인의 설명을 듣고 난 후였다.
p.57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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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그들과 달리 내면의 고독 때문에 마음이 헐어버린 파울은 나를 더할 나위없이 잘 배려해주고 즐겁게 해주었어요.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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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파괴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 그 사람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침묵하고, 모든 것들을 감추고, 때로는 실제로 잊어버리기도 했는지요. 그런 것은 그들이 전에 보여주었던 비열한 태도와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 있는 것이에요.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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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베라이티 가족이 겪어야 했던 그런 비열하고 치졸한 일들을 당신이 몰랐다는 것이 내겐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예요. S시처럼 비참한 소굴에서는 그런 일이 다반사였어요. 시절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런 태도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어요. 내가 놀랄 필요가 없는 것이, 이 이야기 전체의 논리가 바로 그런 것이예요.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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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그래서 파울은 1935년과 1936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오랫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 어두운 시절을 거들떠보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이베르동에서 보냈던 그의 생애 마지막 십년 동안에야 비로서 파울은 당시의 사건들을 알아볼 마음을 먹었고, 심지어 그럴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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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아마도 그는 사람의 가슴과 눈이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것들을 숱하게 보았을 것이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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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그 는 평범한 수업을 돌연 너무나 멋진 체험으로 바꾸어버릴 수 있는 진정한 교사였지요.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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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물론 진심으로 S시를 혐오했고, 골수에 사무치도록 역겨워하던 그곳의 주민들과 함께 그 도시를 파괴하고 갈아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예요.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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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파울은 정말로 독창적으로 정원을 바꿔놓는 데 성공했어요. 어린 너무들, 꽃들, 관엽식물들과 덩굴식물들, 그늘을 만들어주는 담쟁이 화단,...
파울은 날씨가 아주 나쁘지만 않으면 매일 오후 정원에서 일했고, 가끔씩은 아무데나 앉아 날로 풍성해지는 초록을 느긋하게 바라보곤 했지요.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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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재판이 진행되면서 증거가 점점 더 늘어나, 결국에는 파울도 자신이 더이상 S시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민자의 한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끗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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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그런 것을 생각하면 그의 눈이 이렇게 오랫동안 훌륭하게 버텨준 것만도 고맙고 놀랍다는 것이 파울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파울은, 그의 표현을 빌리면, 쥐털같은 회색의 시야가 점점 퍼져가는 것을 지극히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바야흐로 자신이 접어들게 될 새로운 세계는 이전보다 좁겠지만, 그래도 나름 편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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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이상하게 생각하며 현관에 서 있는데, 파울의 방풍재킷이 보이지 않더군요. 그날 아침 파울이 사십년째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이라고 무심결에 하는 말처럼 이야기했던 그 재킷이 없었어요. 그 순간 나는 알았어요. 파울이 그 옷을 입고 나갔고, 살아서 그를 다시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말이예요.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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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결국 사람은 무엇때문에 죽는지 참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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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어릴적, 여름휴가를 떠났을 때 린다우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호숫가에 서서 기차가 육지에서 섬으로, 섬에서 육지로 달리던 모습을 매일 쳐다보았다고 하더군요. 파란 하늘로 솟아오르는 하얀 증기구름과, 열어놓은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어대는 승객들, 그 아래 물에 비친 영상들 -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던 이런 광경들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휴가 내내 점심식사 시간에 맞춰 숙소로 돌아간 적이 한번도 없었답니다.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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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지금 기억하기로는 그때 정말로 죽음의 형상을 보았던것 같아요. 하지만 순간적인 오해로 인해 느겼던 그 불안감은 아주 잠깐 지속되었을 뿐, 날아가는 새의 그림자처럼 이내 사라져버렸지요. ”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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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코뮹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주는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84-185쪽을 읽고
이야기 나눠 봅시다!
코뮹
저는 제발트에 대해 알게 된 이후로 나중의 짜릿함을 더 생경하게 느끼고 싶어서 철저하게 도화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읽고 있는 초기작품인 ‘이민자들’부터 시작해서 갈수록 더 확장되는 그의 작품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는 후기를 봤습니다. 각 작품마다 눈에 띄는 발전이 있다고 해서 너무 기대되네요. ㅎㅎ
제발트의 문체나 영향 받은 작가에 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데, 특히나 저는 제발트가 어떤 걸 중시하는 사람인지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인터뷰였어요. 사실, 아직 그의 다양한 어록에 관해 무지한 상태라 이보다 더 좋은 영상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이걸 먼저 시청하는 바람에 (?) 얘부터 들고 왔습니다.
그렉 이건 <잠과 영혼> 하드SF의 정수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마음의 그림자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의 양자역학적 의식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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