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D-29
--------- A. In these kinds of natural phenomena — like fog, like mist — which render the environment and one's ability to see it all but impossible, these are phenomena that interest me greatly. One of the great strokes of genius in standard 19th century fiction, I always thought, was the fog in Bleak House. And this ability to make of one natural phenomenon a thread that runs through a whole text, and upholds an extended metaphor — that is something I find very, very attractive in a writer. 안개나 박무 같은 자연 현상들 — 주변 환경을 거의 보이지 않게 만들고,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는 능력 자체를 흐려 버리는 그런 현상들 — 은 제게 매우 큰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제가 늘 생각해 왔듯이, 19세기 소설에서 가장 뛰어난 착상 가운데 하나는 Bleak House에 등장하는 안개입니다. 그리고 하나의 자연 현상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실처럼 활용해, 길게 이어지는 은유를 떠받치게 만드는 능력 — 그것이야말로 제가 작가에게서 매우, 매우 매력적으로 느끼는 요소입니다.
----- Q. I've been very amused because critics writing about your work in America seem to be bewildered by its tone. And I don't in fact find its tone bewildering — I think they are simply unfamiliar with it. Because its tenderness, brought to bear on subjects that have usually compelled indignation, scorn, and certainly in Beckett and in Bernhard a huge and glittering contempt — here it really has that quality of infinite care taken in listening to speakers who are not being reviled in the slightest. Am I wrong? 미국에서 선생님 작품을 다룬 평론들을 읽다 보면, 평론가들이 그 어조 앞에서 꽤 당황해하는 것 같아서 저는 오히려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어조가 그렇게 낯설다고 느껴지진 않아요. 단지 그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는 어떤 다정함, 혹은 부드러운 주의 깊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다정함이, 보통이라면 분노나 냉소를 불러일으켰을 법한 대상들에 향해 있거든요. 이를테면 Samuel Beckett이나 Thomas Bernhard에게서 느껴지는, 크고 눈부실 만큼 날카로운 경멸과는 전혀 다른 결이지요. 여기서는 오히려, 말하는 이들을 조금도 비난하지 않은 채 끝까지 귀 기울여 듣고 있다는 느낌 — 거의 무한한 주의를 들여 경청하는 태도가 느껴집니다. 제가 잘못 읽은 걸까요? A. I mean, this is something I don't know quite where it comes from, but I do like to listen to people who have been sidelined for one reason or another, because in my experience, once they begin to talk, they say: I have things to tell you that you won't be able to get from anywhere else. 제게는, 솔직히 말해 이것이 정확히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떤 이유로든 주변으로 밀려나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저는 좋아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일단 말을 시작하면 이렇게 말하거든요. '내게는 당신이 다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라고요. I felt that need to be able to listen to people telling me things from very early on — not least, I think, because I grew up in post-war Germany, where there was something like a conspiracy of silence. Your parents never told you anything about their experiences because there was, at the very least, a great deal of shame attached to those experiences. So one kept them under lock and seal. 저는 아주 이른 시기부터,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는 필요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전후 독일에서 성장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곳에는 일종의 침묵의 공모 같은 것이 있었으니까요. 부모들은 자신의 경험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그 경험들에는 엄청난 수치심이 따라붙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것들은 말하자면 굳게 잠가 두어진 채로 남아 있었습니다. I for one doubt that my mother and father, even amongst themselves, ever broached any of these subjects. There wasn't a written or spoken agreement about these things — it was a tacit agreement, something that was never touched on. 제 경우만 해도, 제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사이에서조차 그런 이야기들을 꺼낸 적이 있었을지 저는 의심스럽습니다. 그것은 어떤 문서로 된 합의도 아니었고, 입 밖으로 표현된 약속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암묵적인 합의, 결코 건드려지지 않는 어떤 것이었지요. So I've always grown up feeling that there is some sort of emptiness somewhere that needs to be filled by accounts from witnesses one can trust. 그래서 저는 늘 어딘가에 채워져야 할 공백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안고 자랐습니다. 그리고 그 공백은 신뢰할 수 있는 증언자들의 이야기로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And I would never have encountered those witnesses if I hadn't left my native country at the age of 20, because the people who could tell you the truth — or something at least approximating the truth — did not exist in that country any longer. But one could find them in Manchester, in Leeds, in North London, in Paris, in various places in Belgium. 하지만 제가 스무 살에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면, 저는 그런 증언자들을 결코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실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들 — 혹은 적어도 진실에 가까운 어떤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들 — 은 더 이상 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맨체스터에서, 리즈에서, 북런던에서, 파리에서, 그리고 벨기에의 여러 도시들에서 말입니다.
너무 기네용...... 따로 블로그에 올리고 그 링크를 공유하는 게 보시기에 더 편할 것 같아서 나중에 다시 올릴게요!!
널찍한 도로에서 차는 마치 자동 장치를 단 것처럼 일정하게 달렸다. 차들의 속도가 거의 똑같았기 때문에 다른 차를 추월하는 일도 드물었는데, 그래도 추월하는 경우에는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나란히 달리는 두 대의 차에 탄 사람들이 서로 제법 면식을 쌓을 정도였다. 나 역시 삼십분가량 어떤 흑인 가족의 차와 나란히 달리게 되었는데, 내게 온갖 신호와 웃음을 보내는 그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내가 그 집 식구들의 좋은 친구라도 된 듯했다. 헐리빌로 빠져나가는 출구에서 그 차가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내게서 멀어져 갈 때, 아이들은 뒤쪽 차창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고 어릿광대 같은 표정을 지어 나를 웃겼다. 결국 그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한동안 버림받은 사람처럼 몹시 허전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민자들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133쪽,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123쪽에 밴프 스프링스 호텔 사진이 나옵니다. 제가 7년 전에 밴프에 갔을 때 멀리 보이는 건물이 산과 어울려 멋있길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책에 나온 사진을 보고 그 때 그 건물이 고성이 아니고 바로 유명 고급 호텔임을 알았습니다. 오래된 폴더를 뒤져 제가 찍은 호텔 사진을 올립니다. 컬러인데 겨울이라 그런지 그다지 컬러로 보이지 않네요. ㅎㅎ
우와 소중한 추억을 꺼내 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스프링스 호텔의 구체적인 풍경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ㅎㅎ
우와 이런 분위기군요! 사진 정말 감사합니다😍
7년전 사진을 기억해서 가지고 오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아주 선명하게 컬러로 보입니다! ㅎㅎ
이민자들 읽다 포기했는데, 함께 읽을 분들이 있으시니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네요. 이번 주 중에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진도에 맞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천천히 따라가 볼께요 :)
반갑습니다! 진도에 연연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자유롭게 대화에 참여해 주세요 ♡
'암브로스 아델바르트'는 기행문 느낌이 매우 강하네요.
여러분 저는 이번 주 분량을 주말에 몰아서 읽어 볼 생각입니다. 이민자들과 별개로 제발트 평전 『말하라, 침묵이여』 을 읽고 있는 중인데, 우리가 읽고 있는 제발트의 작품 속 등장인물이 대부분 그의 삶에서 마주친 실존인물들로부터 빚어진 것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한편으로는, 현실의 인물을 작가 재량으로 왜곡하여 재현했다는 진실을 접해서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지난주에 읽은 ‘셀윈 박사’의 모델인 로즈 벅턴을 실제 유대인 이민자라고 제발트가 말한 바 있으나, 사실은 뼛속까지 영국인이라고 합니다. 소설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소설 밖 현실에서도 거짓내용을 인터뷰 하고 다녔다는 게 놀랍네요 …
오모나...올려주신 책 내용 보니까 좀 심하네요. 조지 오웰의 아내에 대한 책을 읽었을 때도 실망했는데, 같은 감정이 제발트에게도 드네요. ㅜ.ㅜ
암브로스부분 방금 다 읽었는데 사진보고 충격받아서 제미나이한테 물어보고왔어요... 제미나이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게 아닌 문학적 진실을 위한 허구의 도입+소외된자들에게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복원의 문학이라고 하는데.. 제미나이와 좀 더 이야기나눠보려구요🤣 내일 문장+후기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사진 자료 감사합니다!
그뒤로 미국에 대한 나의 꿈은 서서히 흩어져갔고, 언젠가 내가 자발적으로 미국여행을 하게 되리라는 생각만큼 불합리한 것은 없어 보였다.
“통증이 거의 가라앉았어. 이모가 말했다. 얼마나 천천히 가라앉는지 처음엔 내가 착각하는 줄 알았지. 그러다가 거의 통증을 느낄 수 없게 되니까, 이제는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통증이 다시 시작될 것 같더구나. 그래서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어.”
“때로는 미친 듯 흥분해서 전쟁과 관련된 듯한 단어들을 중얼거리기도 했다는데, 그럴 때면 손으로 연방 이마를 때렸다고 한다.”
“왜 평소처럼 약속한 시간에 오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나비 잡는 사람을 기다리다가 무심결에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이 대답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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