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호화로운 나무궁전 안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불행이 쌓여갔는지 아마 아무도 제대로 모를 겁니다. 이제 병원 건물도 분해되어가는 중이니, 이와 함께 그 고통과 불행도 스러지기를 빌 뿐입니다. ”
『이민자들』 139,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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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당시에 이미 나는 아델바르트 씨의 그런 태도가 실은 자신의 사고능력과 기억능력을 가능한 한 근본적이고 철저하게 말살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민자들』 143-144,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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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 내가 상식적인 추측을 완전히 벗어나서 도빌에는 여전히 어떤 특별한 것이 남아 있으리라고 기대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과거의 흔적, 푸른 가로수들이 늘어선 대로, 해변의 산책로, 상류사회나 화류계 인사로 가득한 관객 같은 것들 말이다. ”
『이민자들』 147,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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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콘스탄티노플에서는 죽음 자체와 마찬가지로 묘지 또한 삶의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사이프러스 나무를 한그루씩 심는다고 한다.
『이민자들』 168,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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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오늘날 협곡들은 대부분 천 년의 역사가 남겨 놓은 폐기물들로 가득하다. 어디서나 오물들이 흘러든다.
『이민자들』 179,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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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 해방과 화평과 파괴가 그렇게 반복되면서 마침내 도시는 완전히 황폐해져버렸고, 찬양받던 땅의 막대한 부는 사라지고 부석거리는 돌만 남았다. 이제 도시는 지구 전역으로 흩어져간 예루살렘 시민들의 머릿속에서만 아득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
『이민자들』 181,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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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 꿈속에서 나는 코즈모와 함께 요르단 지구의 번득이는 공허 속으로 들어갔다. 눈먼 안내자가 우리 앞에서 걸어간다. 그는 지팡이를 들어 지평선의 검은 점을 가리키며 되풀이하여 소리친다. ”
『이민자들』 181-182,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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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 기억이란 때로 일종의 어리석음처럼 느껴진다. 기억은 머리를 무겁고 어지럽게 한다. 시간의 고랑을 따라가며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끝 간 데 없이 하늘로 치솟은 탑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
『이민자들』 185,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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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 『이민자들』에서 '헨리 셀윈 박사' 이후에 실린 각각의 단편은 뒤로 갈수록 분량이 점점 더 길어지며, 『토성의 고리』에 이르면 그보다도 더 길어져 『아우스터리츠』에 다다르면 힐러리가 생각한 이상인 "도무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형태"를 띠게 된다. 모두 비할 데 없이 탁월한 작품임에도 여전히 내게 '헨리 셀윈 박사'가 가장 놀라움을 금치 못할 작품인 이유는 스무 쪽 남짓한 짧은 분량 안에 제발트의 비전의 정수가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
『말하라, 침묵이여 - W. G. 제발트를 찾아서』 41, 캐럴 앤지어 지음, 양미래 옮김
말하라, 침묵이여 - W. G. 제발트를 찾아서W. G. 제발트의 가족과 지인, 작중 인물의 실제 모델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것은 물론, 그의 인생 궤적을 따라 독일과 영국 곳곳을 누비고 미발표 원고와 편지, 교정지에 연구 논문까지 아우르는 광범하고 치밀한 문헌 조사를 병행하며 베일에 가려져 있던 작가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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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저도 처음으로 읽은 게 '헨리 셀윈 박사' 이야기여서 그런지 그 작품이 뒤의 작품들보다 가장 애잔했어요. 아, 파울 베라이터 이야기도요.
코뮹
“ 그 환상은 죽어서 사라진 자들이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깊은 갈망의 대상이 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위험하며,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다. 코즈모는 이렇게 위태롭게 무언가를 갈망하는 상태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죽음을 감지하고 그로 인해 자신도 죽음으로 치닫는 극단적인 초과민 상태를 체현한다. ”
『말하라, 침묵이여 - W. G. 제발트를 찾아서』 142-143, 캐럴 앤지어 지음, 양미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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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와 관련해서 제발트 평전의 함께 읽어 봤으면 좋을 문장들 공유할게요! 나중에 시간 되실 때 읽어 보세용
코뮹
“ 고향을 방문하면 처음 반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느라, 나머지 반은 슬픔의 눈물을 흘리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애니는 제발트가 처음 알게 된 깊은 슬픔에 빠진 사람이자 최초의 망명자였다. '암브로스 아델바르트'는 종조부 윌리엄을 기렸던 것만큼이나 이모 애니를 기렸던 추모의 글인 셈이다. ”
『말하라, 침묵이여 - W. G. 제발트를 찾아서』 148, 캐럴 앤지어 지음, 양미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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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 애니는 '파울 베라이터'의 맨골드에서부터 '토성의 고리'의 스탠리 케리, 마이클 파킨슨, 재닌 데이킨스에 이르기까지 제발트가 상상해낸 모든 순결한 사람 중에서도 단연 수호 성인 같은 인물이다. 물론 '현기증.감정들' 속 독신 자매 베아테와 비나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우리도 알고 있다시피 베아테와 비나는 암브로스와 코즈모에 대응하는 여성 인물들이며, 가여운 암브로스가 코즈모의 뒤를 따르는 데 몇 년이 걸린 데 비해, 베아테와 비나는 한 사람이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같은 날 다른 사람이 슬픔으로 죽었을 만큼 "서로에게 영원히 의존"했다. ”
『말하라, 침묵이여 - W. G. 제발트를 찾아서』 148, 캐럴 앤지어 지음, 양미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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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 패니는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에서 현실과 허구가 아무렇지 않게 뒤섞여 있는 탓에 베르타흐와 켐프텐 사람들이 우아하고 품위 있는 윌리엄 신델레에 관한 온갖 거짓을 믿게 되지 는 않을까 우려했다. 물론 그렇게 걱정한 이유는 거기에 패니 자신에 대한 진실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고생스러운 삶을 산 조상은 몇 세대쯤 지나면 명예로운 훈장이 되지만, 그 조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고,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기까지 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
『말하라, 침묵이여 - W. G. 제발트를 찾아서』 153, 캐럴 앤지어 지음, 양미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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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 결국 이 모순은 '이민자들'의 의미와 울림에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다만 놀라운 것은,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절반에 등장하는 핵심적인 유대인 인물이 비유대인을 모델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제발트의 글쓰기에 있어 근원적 영감 - 독일에서 유대인들이 제거되었다는 사실 - 이 그의 작품 속으로 끊임없이 스며들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민자들'은 유대인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여기에서도 정작 그들은 여전히 은밀하게 부재하는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
『말하라, 침묵이여 - W. G. 제발트를 찾아서』 159, 캐럴 앤지어 지음, 양미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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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그리고 우리가 읽은 암브로스의 일기자 일부는 제발트 자신이 쓴 거라고 하네용.. 그리고 암브로스와 코즈모가 연인사이였다고 합니다. 다른 버전의 초고에서는 조금 더 명확하게 기술하기도 했는데, 다듬는 과정에서 암시만 남았대요.
코뮹
최근 들어서 제발트 평전과 함께 제발트의 문학작품을 읽어 내려 가고 있는데, '사진'의 사용으로 이 글들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고, 허구와 현실 사이에서 헤매고 있을 때 즐겁긴 하지만 .... 이 사진들이 당사자와 유가족의 허락 없이 다양한 경로(지인 등) 를 통해 얻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작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글 하나는 정말 잘 쓰셔서 책 읽는 걸 중단할 수가 없네요. 각 작품에서 서로 연결되는 매개들이 등장하고, 유기적이 관계가 등장하기도 해서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기분이 들어요. 앞으로 읽을 작품 또한 기대 돼요.
꽃의요정
안 그래도 남편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저작권은 괜찮은지 걱정했는데...이런 경로라니....하지만 저도 코뮹님처럼 글이 너무 좋아서 일단 읽을 수 있는 건 다 읽어 보려고요.
코뮹
실제로 제발트는 완성도 높은 글을 쓰기 위해 젊은 시절 연습을 통해 사십대가 되어서야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액기스만 뽑아서 읽고 있는 듯한 하네용.. 아름다운 문장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읽는 즐거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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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역사, 천천히 길게 읽고 있습니다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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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내가 아는 29가지 기쁨의 이름들)[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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