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D-29
<막스 페르버>의 화자가 1966년에 맨체스터로 이민을 갔다고 했는데 제발트도 1966년에 영국으로 이주해 1968년에 맨체스터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나옵니다. 이 마지막 소설 역시 실제 있었던 일과 허구가 마구 섞여 있을 듯 하네요.
<이민자들> 완독했습니다. 형식적으로 ‘아주 공들여 문장을 쓴 산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작품 모두 소설이라고 해도 되고 논픽션 에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입니다. 사건을 극적으로 터뜨리지는 않지만 인생 여정을 여행 에세이 스타일로 묵묵히 적은 글로 느껴졌습니다. 네 편의 소설 제목에 달린 부제가 의미하는 바를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그 점을 좀 더 생각해보며 독서 마무리를 할 생각입니다. 제발트의 작품은 처음 읽은터라 아직 그의 매력을 온전히 찾지는 못했지만 기회를 만들어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까 합니다.
저도 제발트의 문학을 '이민자들'로 처음 접해서 아직 그의 매력을 온전히 찾지 못했다는 말씀이 정말 공감됩니다. 개인적으로 그믐에서 얼른 '토성의 고리'를 읽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정한 제발트 문학의 읽기 순서는 출간순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작가의 문학 세계가 깊어져서 그의 정수가 토성의 고리, 아우스터리츠에서 두드러진다고 하더라고요. 지인 중 제발트를 좋아하시는 분이 있는데, 제발트가 살아생전 출간한 유일한 소설 4권을 모두 읽고 나면 결국 이민자들을 다시 펼쳐 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모든 소설이 주제와 분위기가 궤를 같이 하고 있는데, 이민자들만큼 짧은 분량으로 그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게 놀라워서 라고 하셔서 저도 얼른 이 마음을 느껴 보고 싶네요
전 '이민자들' 읽고 반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다음 책들도 너무 기대되고요. 아래 써 주신 글도 잘 읽었습니다. ^^ 제발트 책(의) 방이 그믐에서 열리는 한 저도 계속 참여하겠습니다!
202쪽 그리고 1940년대 말부터 매일 열시간씩, 일요일도 거르지 않고 작업하는 화가가 거기 있었다. 264쪽 한번 그 궤도에 올라탄 이상, 내 삶이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민자들 막스 페르버,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당시 나는 세상에서 버려진 듯한 이상한 감정에 휩싸여 삶에 작별을 고하고 싶은 기분에 빠질 때가 잦았다. 그 괴상하면서도 쓸모있는 기계가 밤이면 은은한 빛으로, 아침이면 나지막하게 물 끓는 소리로, 한낮에는 그냥 가만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내 삶을 지탱해주었던 것 같다.
이민자들 195,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어느덧 무연탄색으로 시커멓게 덮여버린 도시가 그 만성적인 가난과 몰락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바람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이민자들 197,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서너 명 혹은 더 큰 무리를 지어 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다니기도 하는 그 아이들은 세상 어디에도 집이 없는 듯 보였다.
이민자들 199-200,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그때 맨체스터의 풍경을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 그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살아야 할 곳에 도착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네.
이민자들 213,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고통이 일정한 정도에 도달하면 고통의 조건, 즉 의식이 사라져버리고, 그와 함께 고통 자체도 아마...... 우리는 그런 것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혼의 고통은 한마디로 무한하다는 걸세. 고통의 극단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큰 고통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이 심연에서 저 심연으로 다시 떨어지는 거야.
이민자들 215-216,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페르버는 그렇게 금방 닿을 듯 가까우면서도 영원히 도달할 수 없을 것처럼 멀리 있는 그 세계가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그 속으로 뛰어내려야 할 것만 같아 두려웠다고 했다. 그 순간 예순 살쯤 되어 보이는 한 남자가 갑자기 핏빛 흙 속에서 불쑥 솟아오른 듯 그 앞에 돌연히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실제로 정상에서 추락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민자들 220,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당시 나는 세상에서 버려진 듯한 이상한 감정에 휩싸여 삶에 작별을 고하고 싶은 기분에 빠질 때가 잦았다. 그 괴상하면서도 쓸모있는 기계가 밤이면 은은한 빛으로, 아침이면 나지막하게 물 끓는 소리로, 한낮에는 그냥 가만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내 삶을 지탱해주었던 것 같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페르버는 용암이 흐르다 멈춘 듯한 그 물감덩어리야말로 자신의 부단한 노력의 진정한 결과이자 명백한 실패의 증거라고 말했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영혼의 고통은 한마디로 무한하다는 걸세. 고통의 극단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큰 고통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이 심연에서 저 심연으로 다시 떨어지는 거야.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그 기사가 내 안에 있는 지하감옥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학창시절에 나를 덮쳤던 그 불행이 내 안에 박아놓은 뿌리는 너무나 깊었네. 그 불행은 거듭 땅을 뚫고 나와 사악한 꽃을 피우고, 독기 품은 잎으로 내 머리 위에 천장을 만들었지. 그 천장은 지난 몇년 동안에도 내게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나를 어둠으로 덮었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나를 에워싸고 있는 독일인들의 정신적 빈곤과 기억상실, 그리고 과거의 흔적을 철저히 지워버린 그들의 교묘함으로 인해 내 머리와 신경이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또렷하게 의식할 수 있었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상실과 애수, 이는 이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시선이자 감정이다. 멀어진 고향뿐만 아니라 작품 속 인물과 화자가 경험하는 현실 전체가 상실의 세계로, 애수의 감정으로 그려지고 있다. -옮긴이의 말. p. 305] 옮긴이의 말을 읽으면서, 읽기는 했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그는 먼지야말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임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고 했다. 먼지는 빛이나 공기나 물보다 훨씬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먼지를 깨끗이 닦아낸 집보다 더 참기 힘든 곳은 없으며, 사물들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있을 수 있는 집, 사물의 얇은 막들이 한꺼풀씩 미세하게 분해되어갈 때 생기는 회색 벨벳 같은 침전물 아래에 모든 것이 가만히 놓여 있을 수 있는 집보다 더 편안한 곳은 없다고 했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나는 그날 오후 내내 벤치에 앉아 물의 연극을 보고 들었다. 그리고 소금물이 농축되면서 실로 기묘한 석화와 결정의 형태들을 만들어내는, 그 오묘하고 오랜 과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형태들은 자연을 모방하면서 동시에 보존하고 있었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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