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생명×인간] 『지능의 탄생』 (1) 1~5장.

D-29
RNA로 시작한 생명체가 유전자와 단백질을 도입하면서 더욱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명체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DNA와 촉매로 작용하는 단백질 사이에서 역할 분담이 일어나게 된다. RNA의 입장에서 보면 유전 정보를 보다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일과 다양한 촉매의 작용을 각각 DNA와 단백질에게 따로따로 위임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특정한 기능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부서에게 역할을 위임함으로써 전체의 효율성을 높여가는 일은 생명체의 진화뿐만이 아니라 지능이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다세포 생명체가 등장하고 다양한 종류의 세포들이 생겨나면서, 개체를 보호하고 이동시키는 일, 산소와 영양분을 세포에 운반하는 일 등이 각각의 기능에 특화된 세포들에게로 분담된다. 그 과정에서 이 모든 일을 제어하는 기능을 가진 ‘뇌’가 진화하게 된다.
지능의 탄생 -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개정증보판 이대열 지음
일단 유전자에 의해 건설된 뇌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환경의 상태를 감각 기관을 통해서 파악하고, 그에 따라 유전자의 자기 복제를 위해 적절한 행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더욱이 현재의 환경에서 가장 바람직한 행동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즉 뇌는 경험을 통해서 최선의 행동을 학습해야 하는 것이다. […]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 뇌의 기능이 수정된다는 것은 유전자가 뇌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능의 탄생 -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개정증보판 이대열 지음
안녕하세요, 저는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 속 표현에서 thinking과 calculating을 애매하게 섞어서 쓰는 거 같아요. 인공지능에서의 지능은 아마도 calculating이 맞을 거 같고, 아무리 효용이론을 가져다대도 사람마다 다른 결론을 내게 되는 건 각자 thinking 때문이려나요. 이 인공지능 시대에 과연 인공지혜도 만들어질것인가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있어요. 물론 기사에서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계산은 답이 있지만, 생각은 답이 없으니까요. 인공지능이 인간의 상당부분을 대치하는 현상은, 인간이 계산을 통한 우선순위를 찾아내는 역할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전략적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CEO나, 개인의 상황에 맞게 같은 고민에도 다양한 반응을 제시하는 상담사 역할도 AI가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건 인간이 인간의 역할을 제한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는, 이 복잡한 인간 세상에서 인공지능이 정말 더 나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보인다는거 같아요. 인간이 인간에 대해 실망하는 포인트를 일정 부분 가려줘서 그런 것 같긴 합니다. 올려주시는 글들, 문장수집들 잘 보고 있습니다! 종종 글 남기러 오겠습니다~
오! 새로운 관점이네요. 말씀하신것처럼 인공지능은 calculating이 맞는 것 같아요.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지혜'라고 말씀하시니 인간지능과 인공지능 사이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네요. 인공지능이 지혜로울 수 있을까요?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네요. 지혜라는 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도 하고, 역사와 문화 위에 있는 것 같거든요. 이런 케이스 바이 케이스, 역사와 문화도 빅 데이터로 다 처리할 수 있다고 빅테크 기업들은 덤벼들 것 같기는 하지만요. -,-
지능은 생명체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의사결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지능의 탄생 -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개정증보판 312p, 이대열 지음
생명체가 진화를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자기 복제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가지게 되는 두 가지 속성이 있다. 바로 다양성과 복잡성이다. … 이 두 가지 속성은 뇌의 출현과도 깊은 관련을 가진다. … 인간과 그 밖의 포유류들의 뇌가 바로 그런 과정 중에 생겨난 진화의 산물 중 하나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메커니즘이 있다. 바로 분업과 위임이다. 이미 경제학에서는 경제 주체 간에 분업과 위임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분석하여 ‘본인-대리인 이론’을 정립했다. 본인-대리인 이론은 생물학적인 분업 과정을 설명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으며, …
지능의 탄생 -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개정증보판 p.151-153, 이대열 지음
만일 그와 같은 RNA 세계가 실제로 존재했다면,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들의 여갓에서 최초로 일어난 유의미한 분업과 위임은 RNA가 자신의 기능을 DNA와 단백질에게 넘겨줬을 때 일어났다고 할 수 있겠다. RNA가 전담하던 자기 복제 기능 중에서 유전 정보를 보존하는 역할은 DNA에게로, 그리고 복제를 위한 촉매 작용은 단백질에게로 위임된다.
지능의 탄생 -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개정증보판 p.154, 이대열 지음
본인-대리인 이론은 경제학적인 분업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개발된 추상적 이론이기 때문에 생물학에 곧바로 대입할 수 있을지는 좀 더 고찰해봐야 한다. 이 이론이 생물학적 분업 과정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를 결정하기 위해서 우선 본인-대리인 이론이 어떤 가정에서 출발하는지 알아보자. 본인-대리인 이론을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1) 대리인의 행동이 본인에게 돌아가는 수익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쳐야 한다. (2) 대리인이 본인에게 없는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3) 본인-대리인 관계에서는 본인이 계약의 주도권을 갖는다. (4) 본인과 대리인이 원하는 바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5) 본인과 대리인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지능의 탄생 -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개정증보판 p.159-164, 이대열 지음
유전자와 뇌는 둘 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주체로 볼 수 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유전자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복제되는가를 ‘적합성’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한다. 진화란 유전자의 적합성이 증가하는 과정이므로, 적합성을 유전자의 효용으로 파악하면 유전자는 진화 과정을 통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볼 수 있다. … 위의 결과를 종합하면,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분업들 중에서 본인-대리인의 문제를 적용할 수 있는 관계는 유전자와 뇌의 관계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 따라서 유전자와 뇌의 분업 관계는 본인-대리인 이론을 적용하기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지능의 탄생 -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개정증보판 p.165, 이대열 지음
5장에서는 경제학의 ‘본인-대리인 이론’을 빌려 유전자와 뇌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저자는 이 경제학적 프레임이 생물학에도 유효하다고 주장하지만, 읽으면서 쉽게 설득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합리적 선택’ 같은 용어가 과연 생명 현상에 적합한지 의문입니다. 진화는 정교한 계산에 의한 최적화라기보다, 우연과 땜질(Bricolage)이 반복되는 과정에 가깝고, 생명 현상도 ‘이기적’이라거나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유전자와 뇌의 관계를 지배와 피지배, 혹은 계약 관계로 보는 것이 ‘지능’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지능의 본질적인 역동성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표피적인 메커니즘만 설명하는 도구에 그치는 건 아닐지 의문스럽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신지요?
안녕하세요! 오늘 『지능의 탄생』 1~5장 읽기 모임 마지막 날입니다. 그동안 어려운, 하지만 재밌는 책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참가해주시고 이야기 나눠주신 분들께 큰 감사 드립니다. 혼자 읽기 어려운 과학책을 함께 읽으면서 조금 더 찾아보게 되었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시각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 가지 공지 드립니다. 처음 계획은 『지능의 탄생』 1~5장, 6~10장 이렇게 두 번에 나눠서 모임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욕심을 부려서 동시에 책모임 3개를 만들어서 해보니, 힘도 들고 무엇보다 제대로 운영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지능의 탄생』 2차 모임은 열지 않으려고 합니다. 원래 계획을 수정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책 재미있었어요. '이기적 유전자'랑 같이 읽으니 도움도 많이 되었고요. 방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 끝까지 함께 읽지 못해 너무 죄송합니다. ㅠㅠ
모임지기 @르구인 님께서 방을 열어주시고 좋은 글과 질문을 많이 올려주셔서 과알못인 저도 5장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앎과 더불어 이런저런 생각도 할 수 있었고요. 모임 이끄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2차 모임이 열리지 못해 아쉽지만 남은 분량도 끝까지 읽어볼게요.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 읽지 못해 너무 아쉽고 죄송합니다. 저도 남은 부분, 꼭 완독하도록 하겠습니다. ^^;
거의 매일 올려주신 대화와 문장수집을 보면서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다음 기회에 또 봬요~
감사한 말씀해주시니 마음이 따뜻해져옵니다! ^^ 다음 기회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이기적유전자를 같이 읽는 중인데, 표현에 계속 한계를 느끼고 있어요. 이기적이라는 말은, '먹이나 영역, 교미 등의 가치있는 자원을 서로 나누기를 거부하는 행위'라고 나오고, 이타적이라는 말은 '자기를 희생하여 또 다른 상태의 실재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나와요. 그리고 언급해주신대로 유전자와 몸, 뇌의 관계를 종속적인 것처럼 설명합니다. 설명하는 언어의 한계인 것 같기도 해요. 이기적, 종속적 등의 표현이 꽤 좋게 들리지 않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을수록 유전자(조합), 몸, 뇌는 총체적으로 하나고, 유전자는 그저 살아남으려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는 거 같은데 그걸 이기적이라고 부르는 것도,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 뇌와 몸을 통제하며 내 존재가 거기에 이용되는 것처럼 표현되는 것도 불편하더라구요. 본인-대리인의 설명은 인간과 ai 사이에서도 적용될 거 같아요. 합리적, 최적화 등에 어느정도 동의하지만, 그 의사결정 안에는 분명히 계산으로 떨어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거에요. 그래서 같은 조건에서 서로 각자 다른 선택을 하는 걸테구요. 글과 책의 전체 맥락을 더 중요하게 봐야하지만 그 안에서 사용되는 주요한 몇몇 표현들을 받아들이는 건 저도 영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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