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는 2장 후반부를 읽습니다.
제2장. 사람들은 생명을 어떻게 이해해왔나?
2-1. 우리의 일상적 ‘생명’ 개념
2-2. 베르나드스키의 생물권 이론
2-3. 라세브스키의 생명 연구
2-4. 로젠의 관계론적 생물학
2-5.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자체생성성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생명 개념은 무엇인지, 개체 중심의 생명 개념과는 다른 생명 개념이나 이론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2장에서 살핍니다.
장회익은 우리의 일상적 생명 개념을 ‘자득적 개념’이라고 부르며, 우리가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느끼는 일상적 개념과 비슷하다는 예를 듭니다. 시공간에 대한 자득적 개념을 뛰어넘은 사례가 바로 상대성이론입니다(p.53).
그리고 “온생명”(태양-지구 행성계)이라는 생명의 단위에 대해 2장 초반에 소개됩니다. 최근에 장회익은 온생명의 영어 표현으로 ‘global life’ 대신 ‘Ohn-life’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온생명 개념에 대한 논의로 들어가기 전에, 온생명 개념에서처럼 개체 중심의 생명 개념과는 조금 다른 더 넓고 포괄적인 생명 개념 논의가 2장에 소개됩니다. 베르나드스키, 라세브스키, 로젠, 마투라나와 바렐라 등이 해당됩니다. 이 분들의 개념은 어떤 내용인지, 온생명 개념의 문제 의식과는 어디가 비슷하고 어디가 다른지 유념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새 자연철학]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1장, 2장
D-29

르구인

르구인
“ 한편 라세브스키의 주장을 소개한 로젠은 여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 있다.
“그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유기체에 대한 분리된 서술들의 집합은 아무리 포괄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이들이 엮어져 유기체 자체를 포착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분석은 유기체에 대한 올바른 접근 방식이 아니 라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새 원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바른 해석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로젠은 앞에 제시된 라세브스키의 언명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설명하면서도, 이 중에서 '유기체'에 관련된 부분만을 언급하고 '유기적 세계 전체'의 생물학적 일체성에 대한 언급은 슬쩍 생략해버리고 있다. 이 점은 결코 고의나 실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로젠뿐만 아니라 대다수 생물학자들이 지닌 관념 속에는 생명에 대한 이해가 '하나의 생명 개체', 즉 유기체의 수준을 결코 넘어서지 않기 때문에 유기체에 관한 언급만이 그의 눈에 잡혔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유기적 세계 전체의 생물학적 일체성'을 주장했던 라세브스키의 주목할 만한 학설에 누구도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연유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로젠은 생명의 본질이 분자생물학적 이해 수준을 넘어 생명 개체의 몸(soma) 수준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하여 그가 제시한 이론이 이른바 ‘관계론적 생물학’(relational biology)이다. ”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p.68-69, 장회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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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관계론적 생물학에서 관심의 주요 대상은 생물체라는 체계 안에서 서로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성분'(component)들과 그 성분이 지니고 있는 '기능'(function)이라고 합니다.
로젠의 이론에서 이 성분과 기능은 모 체계와 관련 아래에서만 기능을 나타낼 수 있고, 만일 고립된다면 기능이 상실됩니다. "기능적 단위를 서술할 때는 필연 적으로 단위 자체의 외부적 상황과 관련된다. - 로젠"

르구인
“ 로젠은 이러한 단위들이 지닌 기능적 작용의 인과적 고리가 서로 맞물려 있어서 이들이 유한한 물리적 분석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그는 유기체가 지닌 이러한 성격을 기계'가 지닌 성격과 대비시켜 '복잡성 complexity'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복잡성을 지닌 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서술의 범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원리의 설정이 요청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로젠의 논의는 앞서 지적한 대로 그의 관심 대상을 유기체 차원에 한정하고 있다. 그는 각종 유기체를 ‘생명의 표본들 samples or speciens of life’이라고 하면서, 다른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본질을 이러한 각종 유기체들이 공유하고 있는 그 무엇에서 찾으려 한다. ”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p.70, 장회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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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로버트 로젠(1934-1998)은 라세프스키의 제자였고, 수학과 물리학을 바탕으로 하는 이론생물학을 공부한 수리생물학자라고 합니다. 이분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M-R체계(metabolism-repair system)가 유명합니다.
로젠의 책 『Life Itself』에서는 복잡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요. 복잡한 체계는 부분들로 환원되어서는 이해될 수 없는 체계라고 합니다. 로젠은 또한 기계론적 생명 패러다임을 비판하고, 생명은 기능적 인과고리가 서로 얽힌 복잡한 체계라고 주장하면서, 더 큰 물리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로젠이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리스토텔레스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뉴턴 이후 근대과학이 작용인과 질료인만 남기고 나머지는 무시했다는 것인데요. 생명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능과 목적이 핵심이기 때문에 목적인을 다시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문제의식은 이해되지만 과학적인 방법으로서 목적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러워서 좀 찾아보니, 로젠이 말하고자 한 것은, 생명체 내 성분이 가지는 기능들의 인과관계가 닫혀있다는 구조적 특징을 의미하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좀 더 공부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꽃의요정
“ 생명의 핵심 성질들, 즉 성장, 변화, 생식, 외부 간섭에 대한 능동적 반응, 진화 같은 것들은 변형 또는 변형의 가능성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은 이처럼 산뜻한 분류라든가 최종적 정의에 대한 기대와는 상반되는 성격을 가진다. ”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86p, 장회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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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실제로 개체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주 명료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개별 생명체라고 분류하는 것들도 그 자체로서 한 네트워크-끝없이 확장되는 생명 네트워크-의 성분이라 생각된다. ”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101p, 장회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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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생명을 정의하는 문제에서 '개체성'이란 건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분명히 경계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분리되지는 않는 경계인 것 같거든요.

꽃의요정
“ 기존의 인간 중심 또는 낱생명 중심의 세계관 아래서 흔히 말하는 '환경'과 이러한 '인간'의 보생명 사이에는 그 함축하는 의미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환경'이라고 할 때에는 삶을 위한 여건 또는 배경이라는 의미를 짙게 함축하는 반면, '보생명'이라 할 때에는 '함께 생명을 이루는 삶의 파트너'라는 훨씬 더 강한 의미를 내포한다. ”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199p, 장회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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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암세포는 숙주의 몸에 침투한 외부의 침입자가 아니라 그 신체의 일부다. 암세포가 정상적인 세포와 다른 점은 오직 자신을 더 증식시켜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증식만을 해나간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암세포는 끝없이 증식만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결국 숙주 생명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가로막아 숙주 생명체를 죽음으로 이끌어간다. 인간 또한 암세포처럼 온생명의 중요한 부분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온생명의 정상적 생리를 파악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번영과 증식만을 꾀함으로써 온생명의 몸, 곧 생태계를 크게 파손시키고 있다. ”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238p, 장회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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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글이었습니다.

르구인
암이라는 질병이 언제 처음 생겼는지 지금 갑자기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170만 년 전 호미닌 화석에서 발견된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오래됐다고 하네요.
꽃의요정님 말씀을 듣고 보니, 엽록체나 미토콘드리아처럼 숙주와 한 몸이 돼버리는 외부 생명체처럼 암도 숙주와 공생할 수 있는 날이 올지 궁금해집니다.
인간도 그렇게 지구와 공생할 수 있는 날이 오려면 얼마나 걸릴지, 인간이라는 종이 멸종하기 전에 그런 날이 올 수 있을 지 궁금, 걱정이 되네요.

꽃의요정
제가 지구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암에 대한 내용도 그렇지만 아래 문장 수집한 내용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얼마 전, 어느 작가님이 이런 식으로 계속 살다가는 2050년이 되면 지구가 멸망할 거라고 하셨는데, 저도 그닥 틀린 생각 같진 않습니다.

르구인
네, 저도 인류 문명의 미래가 참 암담하고 암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장회익선생님은 의외로 상당히 긍정적이세요. ^^;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우리가 잘 쓸 수 있는 방향을 계속 모색해오셨고, 심지어 지금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나가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세미나를 해보면 장회익선생님만 걱정을 덜 하시고, 나머지 참여자들은 대체로 인공지능을 쓰기는 하지만 두렵고 무섭고 앞날이 걱정된다고 하더군요. 저도 후자고요. -,-

꽃 의요정
“ 흔히 오늘날의 이 멸종 사태를 두고 여섯 번째 초대형 멸종 사건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번 멸종 사건은 분명히 앞선 다섯 번의 멸종 사건들과 그 성격을 달리한다. 앞선 다섯 번의 경우 대체로 초대형 외계 운석의 충돌 또는 이에 버금가는 지구상의 자연재해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으나, 오늘의 이 멸종은 그 원인이 오로지 인간의 행위에 있다. 그러니까 온생명이 겪은 기존의 질환은 모두 외부 충격에 따른 외상에 해당하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오늘의 질환은 온생명의 어엿한 한 구성원인 인간의 과잉 번영에 의한 내과적 질환에 해당하는 것이다. ”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277p, 장회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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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바가바드 기타에는 "모든 것이 진정 하나라는 것을 본 사람은 남을 해침으로써 자기를 해치는 일은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290p, 장회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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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생명 이론은 기본적으로 '자체 생성성autopoiesis’이라는 다분히 의인적인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체생성성'이라는 용 어는 '자체auto’라는 말과 '생성poiesis’이라는 말의 합성어로 제안된 것이 다.
그 제안자인 마투라나와 바렐라는 이것을 "물질을 자기 자신 속으로 변형시킴으로써 그 작동의 산물이 곧 자신의 조직이 되게 하는 체계" 로 규정하면서, 이것이 생명체가 지닌 가장 중요한 특성이라고 본다.
이들은 특히 '조직organization’이라는 말 과 '구조 structure'라는 말을 애써 구분하려 한다. 이들이 말하는 '조직'은 구성 요소 상호 간의 관계에 중점을 두는 개념이며, 구조는 조직이 물리적으로 구현될 때 이루어진 물리적 실체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p.72, 장회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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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 이 러한 개념은 앞서 소개한 로젠의 '관계론적 생물학'에서 말하는 성분'과 이것이 지닌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을 해볼 수 있다. 즉, 하나의 '성분'이 모체계와의 관련 아래 어떤 기능을 나타낼 성격을 지닐 때 이름 '조직'의 한 단위로 인정할 수 있으며, 이것이 그 자체로서 지닌 물리적 실체로 인해 하나의 독자적 정체성을 부여받을 때 구조의 일부로 보는 셈이 된다.
우리가 이러한 점을 인정한다면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로젠의 이론이 가지는 것과 동일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러한 성격을 더욱 큰 '조직' 안에서만 생존이 유지되는 세포나 유기체와 같은 개별 생명체에 부여하려할 경우 자체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72-73, 장회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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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자체생성성' 개념은 세포나 낱생명(유기체) 보다는 오히려 온생명만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고 뒤이어 내용이 전개됩니다.
이들의 개념 정의에 따르면 자체생성성은 외부로부터 어떠한 도움을 받거나 주어서는 안 되는 개념인데, 세포나 유기체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나 유기물질이 유입되지 않으면 생명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르구인
“ 그러나 대체로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생명 이론은 그 대상으로 세포와 함께 유기체를 염두에 두고 이들에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이것은 … 이런 생명체들이 지닌 주요 성격을 근사적으로나마 잘 나타내주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 이 개념은 오히려 우리가 말하는 온생명에 더 적절하게 적용될 성격을 지 닌다.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체생성성'은 온생명만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자신이 말하는 바와 같이, 외부에서 어떤 도움을 받거나 외부에 어떤 도움을 주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자체생성성'이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움을 주고받을 바에야 이를 굳이 '자체생성적'이라 부를 이유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마투라나와 바렐라는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타체생성적allopoienic'이라는 용어를 도입하기도 한다. ”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p.75, 장회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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