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자연철학]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1장, 2장

D-29
… 세포의 생사 판정을 주변의 여건과 무관하게 그 자체만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 생명이라는 것은 적어도 고립된 세포 안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디에 있는가? 이를 굳이 세포와 관련하여 이야기하자면 생명이라는 것은 세포와 이것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주는 주변 여건의 적절한 만남 속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p.47, 장회익 지음
어떤 대상이 살아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적어도 암묵적으로 그것의 생존에 적절한 주변 여건과 함께 살아 있다고 하는 것이지, 결코 그 신체만을 고립시켜놓고 말할 수는 없다. … 사실 우리의 신체 자체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 경계는 어떻게 취해야 할지 하는 문제들이 고리를 물고 나타난다. … 그래도 확실한 것은 살아 있음이라는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생명’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생명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p.48-49, 장회익 지음
몇 가지 소감 정리해보았습니다. (1) DNA가 정보를 '담는' 것이 아니라 만남 속에서 정보가 '나타난다'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정보·지식·기억이라는 개념도 같은 방식으로 다시 봐야 할지 궁금하네요. (2)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말이 과학적으로 부정확한 말임에도 불구에도 대히트를 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본능적으로'(?) 협동보다 경쟁의 서사에 더 끌리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우리의 이기심을 과학적으로 증명받고 싶었던 걸까요? (3) 개체 문제 온생명론 내 낱생명-보생명 관계에서 보생명은 낱생명의 여집합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이건 너무 스케일이 커서 국소적인 영역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장회익선생님의 여러 책에 사용되고 있는 '작용체-보작용자' 개념이 유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작용체-보작용자는 어떤 기준으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나누느냐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것은 우리가 방점을 어디에 두고 [작용체-보작용자] 단위로 괄호를 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세포 내의 핵을 작용체로 보면 가장 가까운 보작용자는 세포질이 될 것이고, 세포질을 작용체로 보면 그 세포를 포함하고 있는 생명체의 생체조직(예를 들어 심장, 눈 등)이 보작용자가 될 것입니다. 생각이 뻗어나가는 대로 적어보았습니다. 지적, 의견들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회익선생님의 온생명론에서 '온생명'의 개념이 조금씩 변천을 겪어온 것 같아서 옛날 책(초판)부터 찾아보았습니다. 책 전체에서 설명하고 있는 개념을, 한 문단만 뚝 떼어와서 소개하게 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감안하여 보시면 좋겠고, 원문을 더 찾아보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과학과 메타과학 - 자연과학의 구조와 의미』 장회익. 1990. 지식산업사. p.198. 그러므로 우리는 생명의 ‘정상적 단위’로서 하나의 별—행성계 안에 상호 의존적으로 생존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작용체 및 그 보작용자의 총합을 생각할 수 있으며 이를 하나의 단위체로 보아 ‘우주적 생명’(global life)이라 부르기로 한다. 생명의 단위가 우주적 생명의 단계에 이르러 비로소 정상적 단위가 되는 것은 생명의 존재론적 구조가 본질적으로 ‘우주적 규모’(glabal scale)이어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여기서 강조되어야 할 점은 이러한 ‘우주적 생명’의 개념은 전체론적(holistic) 형이상학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물리 및 생태계에 관한 물리적 법칙과 경험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도달한 개념이라는 점이다.
『삶과 온생명 - 새 과학 문화의 모색』 장회익. 1998. 솔. pp.178-179. 생명이란 "우주 내에 형성되는 지속적 자유에너지의 흐름을 바탕으로, 기존 질서의 일부 국소 질서가 이와 흡사한 새로운 국소 질서 형성의 계기를 이루어, 그 복제 생성률이 1을 넘어서면서 일련의 연계적 국소 질서가 형성 지속되어 나가게 되는 하나의 유기적 체계" 라고 규정해볼 수 있다. 여기서 '체계' 라고 할 때 이는 이러한 추상적 질서의 체계를 의미할 수도 있고 이를 구현하고 있는 물리적 체계를 의미할 수도 있다. 만일 전자의 의미를 따른다면 추상 개념으로의 생명 개념에 가까운 것이 될 것이고, 후자의 의미를 따른다면 구체 개념으로의 생명, 즉 생명체에 해당하는 개념이 될 것이다. 여기서는 이 두 의미를 구태여 구분하지 않고 문맥에 따라 양쪽으로 모두 사용하기로 한다. 일단 생명의 개념을 이와 같이 정의하고 나면 이 지구상에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 형성되는 지속적 자유에너지 흐름을 바탕으로 대략 35억 년 전에 하나의 생명이 형성되었으며, 이것이 지속적인 성장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우주 내에는 이것말고도 바로 이러한 의미의 생명이 또 다른 곳에서도 형성될 수 있으며 바로 이 순간에도 그 어떤 곳에 이러한 생명이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태양 지구 사이에 나타난 이 생명은 우주 내에 가능한 여타 생명과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서 하나의 독립된 실체를 이루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가 보는 지구상의 생명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해된 생명 개념은 우리가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기존의 생명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생명 개념은 대체로 하나하나의 개별 생명체들을 접하는 가운데 이들이 지닌 공통점을 추상하여 얻은 것임에 반하여 이는 지구상에 나타난 생명 현상을 그 연원과 더불어 여타 물리 현상과 구분되는 결정적인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도출해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생명 개념은 그 내포에서뿐 아니라 그 외연에서도 기존의 생명 개념과 상당한 차이를 가질 수 있다. 여기서는 이 개념을 기존의 생명 개념 과 구분하여 온생명global life' 이라 부르기로 한다. 각주 9) 필자가 '온생명'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것은 1988년 4월 유고슬라비아 두브로브닉에서 있었던 과학철학모임에서의 발표("The Units of Life: Global and Individual")인데, 이때 영문으로 이를 ‘global life’로 표기했다. 같은 해 9월 서울올림픽 국제학술회의에서 역시 같은 명칭으로 이 개념을 사용하였으며, 그때의 글은 본 학술회의 논문집 영문판 그리고 이후 Zygon 24호에 실려 해외에 소개되었다. 한편 이 개념에 대한 우리말 표현은 두브로브닉 논문을 『철학연구』 제23집 (「생명의 단위에 대한 존재 론적 고찰]], 1988, 89~105쪽)에 번역하여 게재하면서 '세계생명global life’이라고 사용한 것이 처음이며, 그 후 이를 다시 ‘우주적 생명'(장회의, 앞의 책) 또는 우주생명' (장회의, 「우주생명과 현대인의 암세포적 기능」, 『녹색평론』 제2호, 1992, 6~24쪽) 등으로 표기해 보기도 하였으나 모두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로 고심하던 중 1992년 무렵 외람됨을 무릅쓰고 하나의 새 용어인 ‘온생명'이란 말을 만들어내게 되었다(장회의, 「가이아 이론: 그 과학성과 신화성」, 『과학사상』, 제4호, 1992, 140~157쪽 및 그 이후의 글들). 그러나 영문으로는 여전히 'global life' 라는 표현이 무난할 듯하여 이 글에서는 '온생명global life’의 형태로 소개한다. 이 명칭과 관련해 그간 야기시킨 혼란에 대해, 그리고 새 용어를 만들어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경위에 대해 독자들의 양해를 촉구한다.
특히 '각주 9)'는 '온생명'이라는 용어로 자리잡기 전에 어떤 이름들을 고민하고 사용했는지 설명하고 있어서, 이 개념에 담고자 했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p.57-58 … 생명이란 것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할 것인데, 이것이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물음의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여,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체계의 모습을 그려보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만일 이 모습을 제대로 그려낼 수만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생명이 지닌 바른 모습이자 우리가 생존해가기 위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것이 구비되어 그 안에서 '살아 있음'이라 불릴 현상이 출현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안에 생명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정한 생명의 모습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이것만으로 생명 현상을 이루어내게 될 그 전체를 묶어 하나의 실체로 파악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진정 한 단위이다. 이러한 실체는 생명 현상이 자족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기본 단위에 해당하는데, 여기에 못 미치는 것은 생명이 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이것은 생명이 갖추어야 할 최소 단위이기도 하다. 이는 기존의 생명 개념, 곧 우리의 일상적 생명 개념과 달리 생명의 참모습을 나타낼 새로운 개념이다. 그래서 이러한 새 개념을 적시할 새 명칭이 필요한데, 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를 가리켜 온생명glbal life’이라 부르고 있다. 그리고 기존에 세포, 유기체 등 개별 생명체에 속한 것으로 보아온 생명 개념을 이 개념에 대비해 ‘낱생명’이라 지칭한다. 즉, 낱생명이란 개별 생명체들의 ‘살아 있음’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들 생명체가 온생명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생명으로서의 성격을 부여받는 ‘조건부적 생명’에 해당한다. p.105. 생명은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그 안에 구현하는 자체 유지적 체계이다. 여기서 각 국소 질서의 기본 조직은 지속성을 지닌 규제물 들에 의해 특정되는데, 이 규제물들은 열린 진화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p.57-58, p.105, 장회익 지음
반면 존재론적 의미가 분명한 또 하나의 존재자는 분리 불가능한 복합질서로서의 이차질서 전체를 하나의 실체로 보는 경우다. 이것은 바탕질서 안에 출현한 최초의 자체촉매적 국소질서 이후 긴 시간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것으로, 그간 변형된 바탕질서와 현존하는 다양한 자체촉매적 국소질서 전체로 이루어진 복합질서를 말한다. 이것은 자체의 유지를 위해 더 이상 외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필요로 하지 않는 자체 충족적이고 자체 유지적 실체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것은 생명이라는 관념이 내포할 수 있는 모든 속성을 갖춘 가장 포괄적인 존재자라 할 수 있다. 이 개념의 약점이라면, 이것은 너무도 포괄적이어서 이 안에 생명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반면 내적 변별성이 그만큼 줄어들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 이제까지 이러한 생명으로는 오직 하나만 알려져 있다. 바로 태양-지구계 위에 형성되어 약 40억 년간 생존을 유지해가고 있는 '우리 생명이다. 이것은 지구상에 형성된 최초의 자체촉매적 국소질서에서 현재 우리들 자신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계통적으로 연계된 모든 조상을 비롯해 지금 살아있거나 지구 위에 살았던 적이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이는 태양을 비롯해 무기물이든 유기물이든 이 복합질서를 가능하게 한 모든 필수적인 요소들을 기능적 전체로 포괄하고 있으며, 이 복합질서에 속하는 것들과 현실적인 연계가 없는 모든 것을 배제한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해볼 때, 어떤 존재자에 대해 '생명' 혹은 '생명을 지닌 존재'라는 자격을 굳이 부여해야 한다면, 위에 논의한 세 가지 존 재자 가운데 세 번째가 가장 적합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생명'이라는 호칭을 명시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온생명 global Ite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리라 생각된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 철학을 잊은 과학에게 과학을 잊은 철학에게 p.373-375, 장회익 지음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 철학을 잊은 과학에게 과학을 잊은 철학에게과학자들을 넘어 인문학자들에게도 큰 존경을 받는 물리학자인 장회익 명예교수의 신간이다. 저자가 여든이 넘는 삶을 돌아보며 일생을 천착한 연구 여정을 200자 원고지 2,000매 분량의 이 한 권으로 모아 정리했다.
사실상 죽은 세포 안에서도 DNA 분자는 상당한 기간 동안 거의 완전한 구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것이 기능을 전혀 할 수 없다는 것은 생명이라는 활동이 본질적으로도 이것이 기능을 전혀 할 수 없다는 것은 생명이라는 활동이 본질적으로 유전자에 의존한다기보다는 이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42p, 장회익 지음
“‘생명이란 것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할 것인데, 이것도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여,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체계의 모습을 그려보면 되는 것이다. … 이러한 것이 구비되어 그 안에서 ‘살아 있음’이라 불릴 현상이 출현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안에’ 생명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이것이 바로 생명의 진정한 단위이다. 이러한 실체는 생명 현상이 자족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기본 단위에 해당하는데, 여기에 못 미치는 것은 생명이 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이것은 생명이 갖추어야 할 최소 단위이기도 하다. 이는 기존의 생명 개념, 곧 우리의 일상적 생명 개념과 달리 생명의 참모습을 나타낼 새로운 개념이다. 그래서 이러한 새 개념을 적시할 새 명칭이 필요한데, 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를 가리켜 ‘온생명’(global life)이라 부르고 있다. 그리고 기존에 세포 유기체 등 개별 생명체에 속한 것으로 보아온 생명 개념을 이 개념에 대비해 ‘낱생명’이라 지칭한다. 즉, 낱생명이란 개별 생명체들의 ‘살아 있음’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들 생명체가 온생명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생명으로서의 성격을 부여받는 ‘조건부적 생명’에 해당한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p.57-58, 장회익 지음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는 2장 후반부를 읽습니다. 제2장. 사람들은 생명을 어떻게 이해해왔나? 2-1. 우리의 일상적 ‘생명’ 개념 2-2. 베르나드스키의 생물권 이론 2-3. 라세브스키의 생명 연구 2-4. 로젠의 관계론적 생물학 2-5.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자체생성성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생명 개념은 무엇인지, 개체 중심의 생명 개념과는 다른 생명 개념이나 이론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2장에서 살핍니다. 장회익은 우리의 일상적 생명 개념을 ‘자득적 개념’이라고 부르며, 우리가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느끼는 일상적 개념과 비슷하다는 예를 듭니다. 시공간에 대한 자득적 개념을 뛰어넘은 사례가 바로 상대성이론입니다(p.53). 그리고 “온생명”(태양-지구 행성계)이라는 생명의 단위에 대해 2장 초반에 소개됩니다. 최근에 장회익은 온생명의 영어 표현으로 ‘global life’ 대신 ‘Ohn-life’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온생명 개념에 대한 논의로 들어가기 전에, 온생명 개념에서처럼 개체 중심의 생명 개념과는 조금 다른 더 넓고 포괄적인 생명 개념 논의가 2장에 소개됩니다. 베르나드스키, 라세브스키, 로젠, 마투라나와 바렐라 등이 해당됩니다. 이 분들의 개념은 어떤 내용인지, 온생명 개념의 문제 의식과는 어디가 비슷하고 어디가 다른지 유념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편 라세브스키의 주장을 소개한 로젠은 여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 있다. “그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유기체에 대한 분리된 서술들의 집합은 아무리 포괄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이들이 엮어져 유기체 자체를 포착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분석은 유기체에 대한 올바른 접근 방식이 아니 라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새 원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바른 해석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로젠은 앞에 제시된 라세브스키의 언명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설명하면서도, 이 중에서 '유기체'에 관련된 부분만을 언급하고 '유기적 세계 전체'의 생물학적 일체성에 대한 언급은 슬쩍 생략해버리고 있다. 이 점은 결코 고의나 실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로젠뿐만 아니라 대다수 생물학자들이 지닌 관념 속에는 생명에 대한 이해가 '하나의 생명 개체', 즉 유기체의 수준을 결코 넘어서지 않기 때문에 유기체에 관한 언급만이 그의 눈에 잡혔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유기적 세계 전체의 생물학적 일체성'을 주장했던 라세브스키의 주목할 만한 학설에 누구도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연유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로젠은 생명의 본질이 분자생물학적 이해 수준을 넘어 생명 개체의 몸(soma) 수준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하여 그가 제시한 이론이 이른바 ‘관계론적 생물학’(relational biology)이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p.68-69, 장회익 지음
관계론적 생물학에서 관심의 주요 대상은 생물체라는 체계 안에서 서로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성분'(component)들과 그 성분이 지니고 있는 '기능'(function)이라고 합니다. 로젠의 이론에서 이 성분과 기능은 모 체계와 관련 아래에서만 기능을 나타낼 수 있고, 만일 고립된다면 기능이 상실됩니다. "기능적 단위를 서술할 때는 필연적으로 단위 자체의 외부적 상황과 관련된다. - 로젠"
로젠은 이러한 단위들이 지닌 기능적 작용의 인과적 고리가 서로 맞물려 있어서 이들이 유한한 물리적 분석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그는 유기체가 지닌 이러한 성격을 기계'가 지닌 성격과 대비시켜 '복잡성 complexity'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복잡성을 지닌 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서술의 범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원리의 설정이 요청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로젠의 논의는 앞서 지적한 대로 그의 관심 대상을 유기체 차원에 한정하고 있다. 그는 각종 유기체를 ‘생명의 표본들 samples or speciens of life’이라고 하면서, 다른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본질을 이러한 각종 유기체들이 공유하고 있는 그 무엇에서 찾으려 한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p.70, 장회익 지음
로버트 로젠(1934-1998)은 라세프스키의 제자였고, 수학과 물리학을 바탕으로 하는 이론생물학을 공부한 수리생물학자라고 합니다. 이분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M-R체계(metabolism-repair system)가 유명합니다. 로젠의 책 『Life Itself』에서는 복잡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요. 복잡한 체계는 부분들로 환원되어서는 이해될 수 없는 체계라고 합니다. 로젠은 또한 기계론적 생명 패러다임을 비판하고, 생명은 기능적 인과고리가 서로 얽힌 복잡한 체계라고 주장하면서, 더 큰 물리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로젠이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리스토텔레스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뉴턴 이후 근대과학이 작용인과 질료인만 남기고 나머지는 무시했다는 것인데요. 생명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능과 목적이 핵심이기 때문에 목적인을 다시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문제의식은 이해되지만 과학적인 방법으로서 목적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러워서 좀 찾아보니, 로젠이 말하고자 한 것은, 생명체 내 성분이 가지는 기능들의 인과관계가 닫혀있다는 구조적 특징을 의미하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좀 더 공부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명의 핵심 성질들, 즉 성장, 변화, 생식, 외부 간섭에 대한 능동적 반응, 진화 같은 것들은 변형 또는 변형의 가능성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은 이처럼 산뜻한 분류라든가 최종적 정의에 대한 기대와는 상반되는 성격을 가진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86p, 장회익 지음
실제로 개체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주 명료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개별 생명체라고 분류하는 것들도 그 자체로서 한 네트워크-끝없이 확장되는 생명 네트워크-의 성분이라 생각된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101p, 장회익 지음
생명을 정의하는 문제에서 '개체성'이란 건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분명히 경계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분리되지는 않는 경계인 것 같거든요.
기존의 인간 중심 또는 낱생명 중심의 세계관 아래서 흔히 말하는 '환경'과 이러한 '인간'의 보생명 사이에는 그 함축하는 의미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환경'이라고 할 때에는 삶을 위한 여건 또는 배경이라는 의미를 짙게 함축하는 반면, '보생명'이라 할 때에는 '함께 생명을 이루는 삶의 파트너'라는 훨씬 더 강한 의미를 내포한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 생명의 바른 모습, 물리학의 눈으로 보다 199p, 장회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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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편견을 넘어 진실로: 흑인문화 깊이 읽기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작가님과의 풍성한 대화
잃어버린 나와 내 로맨스의 복원🛠️『사랑도 복원이 될까요?』함께 읽기저자와 함께 읽는『허즈번즈』- 결혼 후, 남편이 한 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
어렵지 않은 물리학
[다산북스/책 증정] 『모든 계절의 물리학』을 저자 &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증정] SF가 상상하고 과학이 증명하다! 《시간의 물리학》 북클럽마음의 그림자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의 양자역학적 의식 연구
모집중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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