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같이 읽어요.

D-29
발달장애 개념이 사회에 침투한 후에는 사람들 모두가 나와 남을 바라볼 때 발달장애를 의식하게 되었다. 그런 문화가 확산되자 사회는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을 더욱 환자 취급하고 그들의 증상을 일종의 본보기로 삼았다. 모든 사람이 발달장애를 의식하면 할수록 이 사회는 더더욱 발달장애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변모해갔다. 이제 우리는 그 어떤 노력으로도 발달장애를 몰랐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물론 생활방식과 젠더 통념은 이전 시대보다 훨씬 자유로워졌고, 장애가 있어도 사회 참여의 기회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 눈에는 그 다양성은 어디까지나 조건부로만 보인다. 다시 말해, 현대 사회의 다양성과 사회 참여는 청결하고 도덕적이며,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고, 경제활동을 하는 자립한 개인만을 기본 전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 즉, 의료 복지 법제도의 지원을 받아 이 고도로 정돈된 질서에 어울리는 일원이 되고 나서야 사회에 속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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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제 하에 나는 2장의 마지막에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의료와 복지의 지원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뻗어가고, 모두가 1억 총활약 사회 속 어딘가로 재배치되는 오늘, 환자는 아니, 우리는 삶의 자유를 어디까지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오늘부터 3장 - 4장 다시 읽기 입니다
아이는 많이 태어나는 만큼 많이 죽기도 했으며, 육아는 부모에게 이렇게까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는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늘날의 아이들보다 더 자유로웠고, 실제로도 당시 아이들은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과거의 육아는 위험하고 거리낌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현대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육아 역시 지나치게 예민해져 있고, 비용 대비 효과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기대어 어딘가 일그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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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의할 점은 아이에게 기대하는 올바름의 기준 또한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위반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고, 미성년자의 음주와 흡연에 대한 어른들의 태도도 그리 엄격하지 않았으며, 아이들이 싸움을 벌여 서로 다치더라도 경찰이 개입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만약 장난꾸러기에 주먹질을 잘하고 수업시간에는 까불기 일쑤이며 툭하면 이웃마을에서 수박서리를 하고는 이를 자랑처럼 늘어놓던 쇼와시대의 골목대장이 2020년대로 타임슬립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는 '아이에게 허용되는 수준'을 한참 벗어났다고 평가받고, 행정이나 복지의 개입이 필요한 아동으로 분류될 것이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보길 권유받고, 그걸과 ADHD나 품행장애 진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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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3장- 건강은 언제부터 모두에게 의무가 되었나 는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4장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좀 늦었지만 5장-6장 읽기도 시작할께요
개개인의 자기주장을 전제로 개인의 자유를 성립시킨 사회와, 반대로 자기주장을 가능한 한 억누르고 ‘귀여움’이라는 사회적 적응 양식이 환대받는 사회에서는 자유의 내실도, 자유롭기 위한 조건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서가 발전한 결과, 도쿄를 비롯한 일본 사회에서는 개개인이 자기 주장을 내세우지 않아도 각자가 편안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사회, 한밤중에도 편의점에 다녀올 수 있는 사회가 실현되었다. 불쾌감과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함께 억누름으로써 성립된 이 사회에서는 자기주장이 서툰 사람도 비교적 자유롭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이런 점만 놓고 본다면 일본이 유럽이나 미국 사회보다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대가로, 이 질서에서 벗어난 사람들, 즉 비주류에게 일본 사회는 어디에서나 따가운 시선과 수상쩍은 눈초리를 감내해야만 하는 곳이다. 번화가의 혼잡한 인파 속에 섞여야만 겨우 투명 인간이 될 수 있고, 늘 숨죽이고 지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질서의 안쪽에 머물기 위해서는 청결에 신경 쓰고, 복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수상한 거동으로 의심받지 않도록 행동과 태도를 관리해야 한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현대의 삶이 청결을 사회의 성립 조건으로 삼는 이상, 그 혜택은 주류뿐 아니라 비주류에게도 돌아간다. 따라서 청결을 단순히 부정할 수는 없다. 주류인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기는 하나, 이른바 ‘질서의 낙수효과’ 덕분에 비주류 사람들 역시 현대 사회의 쾌적함을 향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청결한 질서가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다. 청결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배제와 소외를 줄일 수 있을지, 청결을 실천하는 능력에 개인차가 있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청결은 중상류 계급이 견인해온 만큼 그 안에 남아 있는 불평등의 흔적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도쿄 사람들은 가드레일 같은 물리적인 공간 설계뿐 아니라 표지와 간판, 법제도에 의해 행동과 태도를 규정받는 부분도 있다. 어디까지가 규율 훈련형 권력이고 어디부터가 환경 관리형 권력인지 구별하는 것은 어렵지만, 거리의 설계에 의해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가 좌지우지되고, 정해진 공간 설계에 맞춰 행동하도록 끊임없이 훈련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렇게 공간 설계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방 도시나 시골 마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농밀하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도쿄의 공간 설계가 사람들의 행동을 규정하고 습관과 규율을 끊임없이 주입하고 훈련하는 시스템으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깨달은 후로, 나는 도쿄의 거리와 사람들의 행동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도쿄의 공간 자체가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하고 습관과 규율을 주입하고 있다면, 어떤 의미에서 도쿄는 거대한 정신과 병동처럼 기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문화자본과 아비투스의 세대 간 전승, 학교 교육, 자기계발 활동뿐 아니라, 도쿄라는 공간 자체가 예의 바른 현대인을 생산해내는 거대한 사회 장치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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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처럼 콘텐츠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을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선 여기서는 오타쿠적 혹은 신인류적 의사소통이 과거 지역공동체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의 의사소통과 매우 이질적이라는 점을 확인하고자 한다. 오타쿠와 신인류 이후 세대는 가정 내 사적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프라인이나 SNS에서는 의사소통하고 싶은 상대와 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주고받는다. 현대인에게 이런 선택 가능한 의사소통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인류사 전체를 놓고 보면 이는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매우 드문 일이었다. 지역공동체-가정-개인의 경계가 모호했던 시절에는 사람들에게 사생활이란 게 거의 없었으며,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던 탓에 특정 상대와 특정 화제로만 의사소통하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가령 다 같이 대중목욕탕에 모여 몸을 씻는 지역공동체에서는 사생활을 보호하기가 어려웠다. 아침에 샴푸로 머리를 감고 화장품으로 체취를 감춘 상태만을 타인에게 내보이는 행위란 곡예와 다를 바 없었다. 옛 사람들은 좋든 싫든 서로에 대해 깊이 아는 상황에서 의사소통해야만 했다. 말하고 싶지 않은 일도 말해야 했고,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고,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일이 일상다반사였다. 하지만 현대에는 어떤 시간, 공간, 매개물을 공유할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선택하지 않은 의사소통을 강요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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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채로 혼자 지내는 생활은 타인에 대한 불안을 완전히 없애주지는 못했다. 오늘날에도 대중미디어에서 선정적인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사람들은 내용에 깊이 몰입한다. 앞서 말했듯, 범죄율은 해마다 감소하고 범죄 억지 장치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밤에 편의점에 가는 일도, 아이가 밖에서 혼자 노는 일도 과거에 비해 훨씬 안전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전 시대보다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지내고 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대로 요즘 사람들의 치안 불안은 오히려 높아졌으며, 오늘날 보호자들이 지역사회에 가장 바라는 부분 역시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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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안전하고 평안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치르는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청결함을 유지하고 수상하다는 의심을 피하며, 냄새나 행동으로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형성된 통념과 습관에 완전히 길들여진 우리는, 각자가 자기주장을 펼치는 사회와는 다른 ‘일본만의 독특한 공리주의적 상황’을 서로서로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통념과 습관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던 20세기 중반에는 일본에서도 유럽처럼 시위와 파업이 자주 일어났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풍경을 마주하기 어려워졌고, 이를 단순한 민폐나 소란쯤으로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무리 높은 수준의 질서가 실현되었다 해도 개인의 사생활 존중을 지상명령으로 삼고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는 필연적으로 고독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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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린 계층은 부르주아, 그중에서도 사업가와 같은 경제력이 높은 개인들이다. 매매와 의사소통 양쪽에서 경제자본이 중요해지고 이를 방해하는 폭력 행위가 국가에 의해 관리되며,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질서가 정착되어 있을 때는 경제자본이 풍부한 개인이 사실상 천하무적이 된다. 이들은 매매에서도, 의사소통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러한 질서가 유지되어야 이들이 더욱 많은 자본을 생산할 수 있지만, 어찌 되었든 현재까지는 경제자본이 풍부한 개인이 무적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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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개인주의, 자본주의, 사회계약의 논리가 자리 잡고 교통망과 인터넷이 발달한 한편, 사람들은 여기에 어울리는 습관과 통념을 익혔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경제자본과 시장가치가 허락하는 한 매매와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굳이 과장하지 않아도 지금 사회에서 폭력과 협박, 물리적 거리에 의한 제약은 유사 이래 가장 낮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리는 이 매매와 의사소통의 그물망, 그리고 이를 성립시키는 사회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매매와 의사소통의 자유를 담보하는 법제도와 공간 설계, 여기에 어울리는 통념과 습관이 철저해질수록 그 밖의 세상으로 나가기도, 바깥세상을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으로부터 편의를 얻는 사람들 이상으로 소외된 사람들, 즉 서로의 값어치를 매기고 서로를 상품으로 바라보는 의사소통 환경에서 누구에게도 자신을 ‘팔지’ 못하고 스스로의 시장가치를 바닥이라 느끼는 사람들, 한마디로 비주류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이 사회는 결코 만족스러운 장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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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은 이미왔다. 내가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현대의 포스트모던은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그리고 사회계약의 논리가 지방의 작은 마을까지 스며들고, 이를 지탱하는 통념과 습관, 법제도, 공간 설계가 구석구석에 침투한 상태를 뜻한다. 시골 마을의 고령자도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SNS로 의사소통을 하며,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이용하는 포스트모던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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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포스트모던과 달리 오늘날의 포스트모던에는 도망칠 곳이 없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지방에서는 아직 지역공동체가 건재했고, 전근대적 통념과 습관을 지닌 젊은이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폭주족 같은 형태로 지역공동체와 관계를 맺으며 독자적 청년 문화를 만들어가기도 했다. 당시 일본에는 포스트모던의 대안으로 프리모던​(전근대)이 잔존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플랫폼은 점점 더 우리의 행동에 압력을 가하고, 정치인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선동하며, 자기 손으로 만든 타임라인에 떠오른 정의를 의심치 않는 이들의 충돌은 정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포스트모던은 더 이상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목적이 되어버린 포스트모던 속에서 우리의 행동과 태도는 어디까지가 자유의 산물인지, 나는 새삼 묻고 싶다. 이 거대한 질서 속에서 당신은 얼마나 자유롭고, 또 얼마나 부자유로운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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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수록,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안전과 청결에 대한 댓가로 지불하고 있는 것이 흔히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 또한 너무 많기에 예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수록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잃고 얻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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