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같이 읽어요.

D-29
예를 들면 경계선 지적장애로 불리는 부류가 있다. 장애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사회에서 간과되어 지원 대상이 되지 못한다....그렇다면 경계선 지적 장애인들은 이 '아름다운 나라'의 청결한 질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그들은 고학력을 갖추거나 고소득을 올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소비라는 측면에서도 희생양이 되기 쉽고, 착취당하기 쉬운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의 리볼빙 서비스나 온라인 게임처럼 거액의 돈을 쓰게 만드는 소비의 함정을 알아차리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도, 사회는 이를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뿐이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IQ 70-84 의 경계선 지적장애인은 통계적 정의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10% 이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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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지적장애인들은 이처럼 사회가 퍼붓는 화살이 가장 먼저 날아오는 자리에 서 있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심각한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 신체장애인에 비하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이 부딪히는 어려움과 소외감을 언어화하지도, 스스로를 조직화하지도 못한다... 이제껏 이들은 구제받아야 할 약자로 주목받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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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발달장애로 진단받는 질환 대부분은 과거에는 의료나 복지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관련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는 경우도 드물었다. 예외적으로 중증도가 높은 자폐증과 지적장애 환자만이 의료나 복지의 대상이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ADHD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다동증이 진단되고, 치료약인 메틸페니데이트가 처방되기 시작했지만, 일본에서 ADHD가 본격적으로 진단 및 치료되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 후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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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는 지금이라면 ADHD로 진단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아이가 우리 주변에 무수히 존재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는 어디에나 있었고, 그러한 아이에게는 체벌이 내려지기도 했다. ASD도 마찬가지다. 교실에서는 바보라 놀림받거나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아이를 흔히 볼 수 있었고, 때때로 문제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이를 치료해야 할 병으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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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세계에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눈치가 없는 점원, 성미가 까다로운 장인이나 직공, 꾸지람을 자주 듣는 가족과 친척 중에 발달장애는 널려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때때로 불평을 듣거나 무시당했어도, 그들이 사회에 존재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이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는 아직 그런대로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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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발달 장애와 비슷한 특징을 지닌 사람들이 사회에 두루 존재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직업군도 꽤 다양하게 있던 사회에서는 굳이 발달장애라고 진단 내리고 치료할 필요성이 적었다...하지만 20세기 말부터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인적 유동성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직업군에서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해졌고, 1/2차 산업이 3차 산업에 밀리고 IT 화가 진행되자 사회에서는 ADHD와 ASD의 특징이 장점으로 활용될만한 영역이 좁아졌다.... 제일 먼저 반응한 이들은 정신과 의사들이었다... 머지 않아 학교와 복지 관계자도 여기에 발맞춰, 발달장애로 의심되는 아이들을 의료기관에 맡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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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자폐와 ADHD 환자가 늘어난 것이 잘 알려져 있고, 부모들의 큰 걱정거리이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사회 변화를 근거로 잘 설명해주네요.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하나씩 있던 동네 바보 형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죠.
관련 정보를 보면 특히 한국이나 싱가폴, 일본 같은 국가들에서 가장 크게 늘어났고, 그 외에도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늘어난 반면 개도국에서는 그보다는 환자가 적습니다. 의료 전문가분들은 의료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질환의 진단도 많은 것이라고 설명하시는데, 이책의 요지를 보니 다른 설명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선진국일수록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은 복잡한 사회가 되기 때문에, 정상인으로 인정받는 허들이 그만큼 높아진다고요.
발달장애 개념이 사회에 침투한 후에는 사람들 모두가 나와 남을 바라볼 때 발달장애를 의식하게 되었다. 그런 문화가 확산되자 사회는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을 더욱 환자 취급하고 그들의 증상을 일종의 본보기로 삼았다. 모든 사람이 발달장애를 의식하면 할수록 이 사회는 더더욱 발달장애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변모해갔다. 이제 우리는 그 어떤 노력으로도 발달장애를 몰랐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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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생활방식과 젠더 통념은 이전 시대보다 훨씬 자유로워졌고, 장애가 있어도 사회 참여의 기회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 눈에는 그 다양성은 어디까지나 조건부로만 보인다. 다시 말해, 현대 사회의 다양성과 사회 참여는 청결하고 도덕적이며,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고, 경제활동을 하는 자립한 개인만을 기본 전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 즉, 의료 복지 법제도의 지원을 받아 이 고도로 정돈된 질서에 어울리는 일원이 되고 나서야 사회에 속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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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제 하에 나는 2장의 마지막에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의료와 복지의 지원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뻗어가고, 모두가 1억 총활약 사회 속 어딘가로 재배치되는 오늘, 환자는 아니, 우리는 삶의 자유를 어디까지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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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3장 - 4장 다시 읽기 입니다
아이는 많이 태어나는 만큼 많이 죽기도 했으며, 육아는 부모에게 이렇게까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는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늘날의 아이들보다 더 자유로웠고, 실제로도 당시 아이들은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과거의 육아는 위험하고 거리낌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현대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육아 역시 지나치게 예민해져 있고, 비용 대비 효과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기대어 어딘가 일그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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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의할 점은 아이에게 기대하는 올바름의 기준 또한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위반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고, 미성년자의 음주와 흡연에 대한 어른들의 태도도 그리 엄격하지 않았으며, 아이들이 싸움을 벌여 서로 다치더라도 경찰이 개입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만약 장난꾸러기에 주먹질을 잘하고 수업시간에는 까불기 일쑤이며 툭하면 이웃마을에서 수박서리를 하고는 이를 자랑처럼 늘어놓던 쇼와시대의 골목대장이 2020년대로 타임슬립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는 '아이에게 허용되는 수준'을 한참 벗어났다고 평가받고, 행정이나 복지의 개입이 필요한 아동으로 분류될 것이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보길 권유받고, 그걸과 ADHD나 품행장애 진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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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3장- 건강은 언제부터 모두에게 의무가 되었나 는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4장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좀 늦었지만 5장-6장 읽기도 시작할께요
개개인의 자기주장을 전제로 개인의 자유를 성립시킨 사회와, 반대로 자기주장을 가능한 한 억누르고 ‘귀여움’이라는 사회적 적응 양식이 환대받는 사회에서는 자유의 내실도, 자유롭기 위한 조건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서가 발전한 결과, 도쿄를 비롯한 일본 사회에서는 개개인이 자기 주장을 내세우지 않아도 각자가 편안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사회, 한밤중에도 편의점에 다녀올 수 있는 사회가 실현되었다. 불쾌감과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함께 억누름으로써 성립된 이 사회에서는 자기주장이 서툰 사람도 비교적 자유롭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이런 점만 놓고 본다면 일본이 유럽이나 미국 사회보다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대가로, 이 질서에서 벗어난 사람들, 즉 비주류에게 일본 사회는 어디에서나 따가운 시선과 수상쩍은 눈초리를 감내해야만 하는 곳이다. 번화가의 혼잡한 인파 속에 섞여야만 겨우 투명 인간이 될 수 있고, 늘 숨죽이고 지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질서의 안쪽에 머물기 위해서는 청결에 신경 쓰고, 복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수상한 거동으로 의심받지 않도록 행동과 태도를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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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삶이 청결을 사회의 성립 조건으로 삼는 이상, 그 혜택은 주류뿐 아니라 비주류에게도 돌아간다. 따라서 청결을 단순히 부정할 수는 없다. 주류인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기는 하나, 이른바 ‘질서의 낙수효과’ 덕분에 비주류 사람들 역시 현대 사회의 쾌적함을 향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청결한 질서가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다. 청결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배제와 소외를 줄일 수 있을지, 청결을 실천하는 능력에 개인차가 있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청결은 중상류 계급이 견인해온 만큼 그 안에 남아 있는 불평등의 흔적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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