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같이 읽어요.

D-29
쓰레기 없는 깨끗한 거리, 정시에 칼같이 움직이는 대중교통, 어디서나 터지는 와이파이와 냉난방 시스템, 소음이나 냄새를 허락하지 않는 무음무취의 공간, 친절하고 빠른 서비스업 종사자, 지극히 얌전한 아이들과 단정하고 건강한 어른들. 현대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청결하고 안전하며 질서 정연한, 그야말로 ‘쾌적한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쾌적함이 타인을 향한 노골적인 배제와 통제의 동력이 되고, 더 나아가 우리를 억압하고 병들게 하고 있다면 어떨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구마시로 도루는 신간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에서 우리가 이룩한 질서와 청결, 효율과 균질화가 우리에게서 무엇을 앗아갔는지, 그리고 왜 이 최적화된 사회에서 개인은 더 불행해지고 있는지를 파헤친다. 이 책은 질서와 청결을 숭상하는 일본에서 출간 즉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서점인과 독자들이 그해 최고의 인문서에 수여하는 ‘기노쿠니야 인문대상’(2021)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현대 도시 시스템은 과거의 불편함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켰지만, 동시에 개인을 억압하는 또 다른 힘으로 작동해왔다. 이제 현대인들은 무결점의 능숙하고 효율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한다. 저자는 정신건강, 신체건강, 청결, 저출생, 공간 설계, 의사소통을 주요 키워드로,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가치들이 어떻게 개인을 ‘정상성’이라는 좁은 규격 안에 가두고, 그 기준에 미달하는 이들에게 부적격 낙인을 찍는지 날카롭게 짚어낸다. 이제 우리는, 과거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일들에 일일이 신경을 곤두세우며, 필요 이상의 수치심과 죄책감, 열등감을 느낀다. 그 결과 사회는 더 예민하고, 엄격하고, 편협해졌다. 저자는 “모두가 쾌적함에 취해 숨이 탁탁 막히는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게 기묘하게 느껴진다”고 고백하며, 완벽한 시스템에 숨은 고충과 해악, 그 결과 우리가 맞닥뜨린 부자유를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인터넷에서 책 소개글을 가져왔습니다. 전자책 풀리자마자 샀는데, 혼자 읽기 하려다가 같이 의견 나누면 좋을 것 같아 함께 읽기로 올려봅니다. 특별히 발제나 스케줄은 없습니다. 깨달음을 주는 좋은 문장을 보면 올려주시고, 같이 의견 나누셔도 되고, 중구난방으로 각자 하고 싶은 얘기 하셔도 됩니다. 저도 그럴 예정이라서요.
전에 없을만큼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가 확립되었건만 그 건강, 청결, 질서 정연함이 우리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1990년대 이전 사람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던 일들에 우리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로 인한 수치심과 죄책감, 열등감마저 품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예민해지고, 불안해지고, 각박해진 것은 아닐까? 건강하고 청결하며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거리를 실현시킨 동시에, 그러한 질서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과 행동에는 미간을 찡그리고 냉담한 시선을 보내는 모습이 우리의 또 다른 얼굴이지 않을까?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반대로 말하면 이러한 도쿄의 교통질서에서 벗어나 살기란 쉽지 않다. 출퇴근 시간대에 사람들의 흐름과 역행해서 걷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어렵지만 사회심리적인 곤란함도 분명히 존재한다. 즉 예절을 지키고 질서를 따르는 것이 당연한 도쿄에서는, 이 당연함에서 벗어나는 행동이 금세 눈에 띄는 일이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아이들의 범죄와 피해 건수가 줄고 대부분의 아이들의 행실이 올발라졌음은 긍정적이고 기뻐할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말썽꾸러기이자 개구쟁이로 자란 내눈에는, 아이들이 어른이 정한 질서 안에서 흐트러짐 없이 행동하는 모습이 어딘가 기묘하게 느껴진다. 또 아이들의 무질서함에 대한 현대 어른들의 잣대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생각도 든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의료와 복지의 손이 미치면서 아이의 심리발달 문제가 더 자주 주목받게 되었고, 이러한 특성을 지닌 아이는 의료나 복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되었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읽다보니 소음을 이유로 어린이집 건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일본에서도 나왔나 봅니다. 이런 것까지 한국과 비슷하군요,.
따라서 자유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통념은 현대인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나아가 도덕으로까지 인식된다. 이 통념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당장은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살면서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고립되면, 사회관계자본을 잃을 뿐 아니라 개인의 의무와 도덕을 지키지 못했다는 상처와 열등감, 죄책감을 느낀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이러한 진보의 또다른 얼굴은 20세기 이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의 진보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통념과 습관이 이토록 철저히 지켜진 적도, 법제도가 이토록 완벽히 작동한 적도, 거리와 인터넷 인프라가 우리의 인식과 행동에 이토록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저자가 언급하듯 현대사회가 표백된 듯, 질식할 듯한 분위기가 된 것이 제도와 기술의 발전에 의해 인식 수준이 올라왔기 때문이라면, 그 변화는 중력처럼 거스르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는 그런 정도의 품행불량이 특별한 일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현대 사회에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만일 중고생이 그런 행동을 sns에 올려 자랑이라도 했다가는 섬세한 질서를 내면화한 사람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어 악성 댓글에 시달릴 것이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즉, 1986년 무렵 제시되었던 '일방적 지속적 심각한' 이라는 조건이 사라지고, '신체적 정서적 공격'이 '정서적 혹은 물리적 영향을 주는 행위'로 바뀌면서 아이들끼리의 언행이 어른들에 의해 학교폭력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 계속 늘고만 있는 학교 폭력 인지 건수는 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단순히 법제도와 문부과학성의 지침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예민해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만약 이러한 내용이 모두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면 1975년도에 초등학생이었던 다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였을 것이며, 우리 반 친구들도 대부분 심각한 학교폭력을 당한 셈이 된다. 이처럼 '어디까지가 아이에게 허용되는 행동이고, 어디까지가 허용되지 않는 행동인가'의 경계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21세기 이후 발달장애가 유행하게 된 것도, 학교폭력의 정의가 바뀌고 그 인지 건수가 증가한 것도, 아이들의 세계가 변하고 우리의 통념과 습관이 달라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의사소통 능력의 수준이 이전과는 현저히 다르다. 따라서 주먹을 휘두르고 몸을 툭툭 치는 행위가 의사소통의 한 수단으로 아이들 세계에서 통용되었던 시대에는 비교적 잘 적응했을 아이들이, 그러한 행위가 엄격히 금지되고 부모와 교사는 물론이고 아이끼리의 의사소통까지 현대의 질서 속에 포섭된 지금의 세상에서는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현대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부ASD나 ADHD 아동은, 1900년대 중후반의 학그벵서는 오히려 의사소통 약자가 아니라 강자였을지도 모른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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