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낭독 두번째 유리알 유희 1,2권 (3월 16일(월)시작

D-29
그래서 과거의 친구들로부터 완전한 인정을 받지 못하면 어떤 권위도 그를 도울 수 없었고, 친구인 복습 교사들은 그의 심판관이 되었다. 그들이 용납하지 않으면 ‘그림자’는 끝난 것이었다. 실제로 베르트람은 산으로 여행을 떠난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고, 얼마 후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는 더 이상 화제에 오르지도 않았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오늘 읽었던 부분을 곱씹을 수록 영재들(과거 친구들)의 잔인함이 두드러지네요. 능력이 있음에도 타고난 기질 때문인지 지위가 달라지면서 영재들에게 호의를 받지 못한 그림자, 베르트람이 안타까웠던 장면이었습니다. 고도의 지적 정신 운동의 지향하는 이 카스탈리엔에서도 이것이 원래 그런 것이라는 듯 받아지는 분위기가 실망스러웠습니다. 명료하고 정확한 논리를 좇는 이들이라서 휴머니티가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입니다. 심판관이 된 동료들은 베르트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고 그에 따라 베르트람이 본인을 처형한 것처럼 느껴져서 이 잔혹한 냉정함에 등골이 오싹하네요.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찜찜해요. 책에서는 베르트람이 뛰어난 유리알 유희자이고 무능하거나 자격이 없는 인물도 아니라고 밝혔는데 말이죠. 얼마 전에 경주에서 발굴된 신라 장수 옆에 순장된 시종이 떠오르네요. 명인의 죽음과 그를 이을지도 모르는 그림자가 제거되어 주인공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지위가 상승되고요.
물론 이것이 그 전설의 유일한 설(說)은 아니었지만 하여간 영재들의 설은 그랬고, 그것은 영재라고 불리는 그 열렬한 신진들이 사태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비극을 돌리거나 밝게 만들거나 미화하는 데 협조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명인에 대한 존경과 ‘그림자’에 대한 반감이 평형을 이룬 채, 그로 인해 명인이 함께 타격을 받아야 한다 할지라도 그의 ‘그림자’가 실패하고 파멸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 밀리의 서재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명인이 타격을 받아야 한다 할지라도...라니. 누군가가 파멸하기를 이토록 바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게 유리알 유희를 하는 사람들 그것도 영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이상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태도가 저는 좀 모호하게 느껴졌어요.
지혜는 청춘을 구하고 청춘은 지혜를 구하며 무한히 비약하는 이 유희는 바로 카스탈리엔의 상징이었다. 사실 그것은 노소, 주야, 음양으로 나뉘어서 흐르는 인생 자체의 유희이기도 했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우리는 활동적인 생활에서 명상적인 생활로 도피해서는 안 되고, 그 반대 또한 안 된다. 그 양자 사이를 오가며, 양자 모두를 집으로 삼고, 양자 모두에 참여해야 한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이 유희의 구조와 차원에는 중국의 가옥 건축에서 쓰이는 저 옛날 공자류의 제의(祭儀) 형식을 기초로 삼았는데, 아주 멋진 착상이었다. 동서남북의 방위, 문, 귀신을 막는 벽, 건물과 안뜰의 관계와 정위, 또 그것들을 별자리나 월력이나 가정생활에 대해 배치하고 거기에 정원의 상징성과 양식 규칙을 더한 것이었다. 이러한 법칙들의 신비로운 질서와 의미가 우주의 비유로서, 또 세계 속의 인간에 대한 비유로서 그의 마음을 끌며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지난날 그가 『역경』의 주석을 연구했을 때부터였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풍수지리네요..헤세가 동양에 대해 공부를 하고 관심이 있는 것은 알겠는데 이건 전형적인 동양의 신비주의를 내세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읽으며 들었습니다. 특히 바로 다음에 나오는 문장에 "신비로운 민족혼"이라는 말에 더욱 그런 그낌이 강해졌었죠.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니 카스탈리아에서는 형식미를 극치로 끌어올려 우주의 이치와 이어낸다고 하니 역경의 점괘(64괘 인가 있다고 하죠)를 그와 같은 형태로 받아들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더불어 명상이라는 정신적, 신적 요소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주역점에 풍수에ㅎㅎㅎ 헤세가 정말 동양 사상에 심취해 있었나 봐요. 궁금해서 이리저리 검색하다 찾은 논문을 공유합니다. 아직 책을 다 읽지 않았어도 재미있는 내용이 많네요. 한국헤세학회에서 발행한 2018년도 학술 논문집에 실렸는데 이인웅 교수님이 이쪽에서는 꽤 유명하시더라고요. 작년에는 지만지에서 직접 번역하신 데미안도 새로 출간하셨대요.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358375
"오~ 그렇군요. 이 링크 시간되면 읽어보겠습니다 "라고 쓸려고 했는데 링크 열고 들어가보니 못 읽겠는데요? ㅋㅋㅋㅋㅋ
중간에 PDF 다운로드 버튼이 있어요!
아항! 다운받았어요. 감사합니다. 나중에 참고하도록 해야겠어요.
이 가옥 건축의 전통에서 그는 아주 오래 묵은 신비로운 민족혼이 사색적이고도 학구적인 관인(官人) 정신이나 명인 기질과 놀랄 만큼 내적으로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유리알 유희 1 p.322,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관인정신이라니 무슨 말인가 싶어 찾아보았는데요. mandarin spirit 즉 만다린 정신을 말한 것이었습니다. 소설의 초반에 만다린에 대한 언급이 된적이 있었습니다. 속세인들이 이 카스탈리아 사람들을 지칭할때 만다린이라고 한다는 것이죠. 지금은 만다린이 광둥어와 대비되는 중국어 일종의 하나로만 쓰이는 말이지만 예전에 만다린은 엘리트층(비꼬는 뉘앙스도 포함한)을 뜻 하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시몬느 드 보바르의 레망다렝도 같은 뜻으로 쓰인것이죠. 다시 이 책의 구절로 돌아가면 풍수지리 같은 어느 민족의 지극히 전통적이고 의례적이며 신화적인 삶의 질서가 카스탈리엔의 엘리트적인 지적 탐구와 맞닿아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레 망다랭 1철학자인 보부아르에게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이자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제2차 대전 직후 파리를 무대로 카뮈, 사르트르 등 당시 활동했던 지식인들을 생생하게 그려낸 듯한 이 사실적인 작품은 출간 당시에도 큰 화제를 모았으며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다.
아, 예, 그분의 훌륭한 모습, 명랑함, 묘한 광채를 말씀하시는군요. 물론 저희도 그것을 느꼈습니다. 기력이 쇠약해지는 반면 명랑함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지요.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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