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낭독 두번째 유리알 유희 1,2권 (3월 16일(월)시작

D-29
따라서 이 시들은 유희도 아니고, 한가로운 끼적거림이나 허식도 아니었다. 이러한 창작력에 물꼬를 터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욕구가 필요했고, 이런 시들을 써서 자기 것이라고 밝히는 데도 일종의 반항적인 용기가 있어야 했던 것이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요제프에게는 "고도의 욕구" 가 내재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지적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창작이 금지되어 있는 카스탈리아에서 '반항' 혹은 '도약'을 꿈꾸게 될 (혹은 행하게 될? 아직 책의 초반이라 잘 모르겠네요.) 요제프의 복선이 아닐까 합니다.
‘의미’를 가르치려고 했기 때문에 지난날 역사철학자들은 세계사의 절반을 망쳐 놓았고, 잡문 시대를 야기했으며, 많은 피를 흘리게 한 잘못들에 끼어들게 되었던 것이야.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사물의 질서는 결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속세와 정신 사이의 조화를 전제로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조화는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는 것, 간단히 말해 세계사란 바람직한 것이나 합리적인 것 또는 아름다운 것을 얻고자 하고 비호하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이런 것들을 그때그때 예외적으로 관대하게 눈감아 주는 데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올려주신 문장들로 빠진 부분이 채워지는 듯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정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올려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세계사에서 가장 마음이 끌리고, 감탄스럽고,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인물도, 놀랄 만한 사건도, 그 어떤 성쇠도 아니라오. 내 사랑과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로 우리 수도회와 같은 일종의 현상이오. 이를테면 정신과 영혼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교육하고 개조해 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그래서 그들을 우생학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서, 혈통이 아니라 정신을 통해서, 다스릴 줄도 알고 섬길 줄도 아는 고귀한 족속으로 만들어 보려는 시도가 행해지는 아주 수명이 긴 그런 조직 말이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그에겐 이 기독교라는 현상이 과연 무엇인지가 확연해졌다. 여러 세기 동안 그렇게 여러 번 비현대적이고 뒤떨어지고 낡아빠지고 경직된 것이 되었으면서도 언제나 다시 그 근원을 되짚어 어제까지만 해도 현대적이고 승리감에 취해 있던 것을 앞지르며 그 근원으로부터 새로워지곤 했던 이 종교를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야코부스 신부 : 당신네 카스탈리엔 사람들은 대단한 미학자들이오. 당신들은 옛 시 한 편에서 모음(母音)의 비중을 재고 그 공식을 어느 별의 궤도에 연관시키기도 하지. 그런 일은 매혹적이긴 하지만 유희에 지나지 않소. 유희야말로 당신네들 최고의 비밀이자 상징이지. 저 유리알 유희 말이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신부 : “(...) 당신들에게라면 그보다 간단한 몇 가지 기반이 더 요긴할 거요. 이를테면 인류학이 그런 것인데, 인간에 대한 실질적인 가르침이요 지식이지. 당신들은 인간에 대해서, 그 수성(獸性)이라든가 신성(神性)에 대해 모르고 있소. 당신들이 알고 있는 건 오로지 카스탈리엔 사람, 그 특종(特種), 배타적인 사회 계층, 진기한 교육 실험뿐이지." 저 위에 인용된 야코부스 신부의 대화와 이 대화를 통해 카스탈리엔이 추구하는 학문, 지성의 이상이 조금 더 잘 이해되는 듯 한 느낌입니다. 형식미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여러학문을 연결하는 지적행위의 언어라는 4차원적 설명을 외부인 즉 일반인의 시선에서 설명해주는 느낌이어서 더 와닿았습니다.
소인은 위대한 사람에게서 그저 자신이 볼 수 있는 만큼밖에는 보지 못한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그는 역사 인식 및 역사 연구의 방법과 수단에 대한 개관, 그리고 그것들을 응용하는 기초 훈련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거기서 훨씬 더 나아가 역사를 지식의 영역으로서가 아니라 현실로, 삶으로 얻고 체험했으며, 자신의 고유한 개인적 생에 있어서의 변화와 상승을 역사에 맞추어 가게 되었던 것이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그는 운명이 자신에게 부여한 자리를 이용해 관찰자의 안락함을 누리는 게 아니라, 세계의 바람을 자기 서재로 불어 들어오게 하고 그 시대의 고난과 예감을 자신의 가슴속으로 흘러들도록 하는 사람이었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그는 자기 시대의 사건들에 동참하여 일했고, 그 짐을 나누어 지고, 함께 책임졌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그래서 과거의 친구들로부터 완전한 인정을 받지 못하면 어떤 권위도 그를 도울 수 없었고, 친구인 복습 교사들은 그의 심판관이 되었다. 그들이 용납하지 않으면 ‘그림자’는 끝난 것이었다. 실제로 베르트람은 산으로 여행을 떠난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고, 얼마 후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는 더 이상 화제에 오르지도 않았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오늘 읽었던 부분을 곱씹을 수록 영재들(과거 친구들)의 잔인함이 두드러지네요. 능력이 있음에도 타고난 기질 때문인지 지위가 달라지면서 영재들에게 호의를 받지 못한 그림자, 베르트람이 안타까웠던 장면이었습니다. 고도의 지적 정신 운동의 지향하는 이 카스탈리엔에서도 이것이 원래 그런 것이라는 듯 받아지는 분위기가 실망스러웠습니다. 명료하고 정확한 논리를 좇는 이들이라서 휴머니티가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입니다. 심판관이 된 동료들은 베르트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고 그에 따라 베르트람이 본인을 처형한 것처럼 느껴져서 이 잔혹한 냉정함에 등골이 오싹하네요.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찜찜해요. 책에서는 베르트람이 뛰어난 유리알 유희자이고 무능하거나 자격이 없는 인물도 아니라고 밝혔는데 말이죠. 얼마 전에 경주에서 발굴된 신라 장수 옆에 순장된 시종이 떠오르네요. 명인의 죽음과 그를 이을지도 모르는 그림자가 제거되어 주인공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지위가 상승되고요.
물론 이것이 그 전설의 유일한 설(說)은 아니었지만 하여간 영재들의 설은 그랬고, 그것은 영재라고 불리는 그 열렬한 신진들이 사태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비극을 돌리거나 밝게 만들거나 미화하는 데 협조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명인에 대한 존경과 ‘그림자’에 대한 반감이 평형을 이룬 채, 그로 인해 명인이 함께 타격을 받아야 한다 할지라도 그의 ‘그림자’가 실패하고 파멸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 밀리의 서재
유리알 유희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명인이 타격을 받아야 한다 할지라도...라니. 누군가가 파멸하기를 이토록 바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게 유리알 유희를 하는 사람들 그것도 영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이상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태도가 저는 좀 모호하게 느껴졌어요.
지혜는 청춘을 구하고 청춘은 지혜를 구하며 무한히 비약하는 이 유희는 바로 카스탈리엔의 상징이었다. 사실 그것은 노소, 주야, 음양으로 나뉘어서 흐르는 인생 자체의 유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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