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

D-29
소설 첫 문장에서 로빈슨 크루소는 1632년에 태어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1651년에 배를 타고 떠났으니, 당시 나이가 19살입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어린 나이지만 당시로서는 사업가의 도제나 변호사의 서기로 들어가 일을 배우기에도 늦은 나이라고(p.14) 설명하고 있네요. 초반에 길게 이어지는 아버지의 중산층 예찬이 과정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17세기에 부르주아 이데올로기가 이미 얼마나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 같습니다.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아직 쪼끔밖에 못 봤지만 꼬꼬마 때 어린이용 버전으로 읽은 기억이랑은 사뭇 다르네요! 글투도 옛스럽고요.
네~ 초반에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한 페이지에 마침표가 몇 개 없어요. ^^;
이 와중에 폭풍은 더욱 심해지고 난생 처음 보는 풍랑이 아주 높다랗게 치솟는데, … 나는 매번 파도가 몰려올 때마다 곧 배를 집어삼킬 것을 각오했고, 배가 파도 밑쪽 골로 뚝 떨어질 때는 다시는 올라오지 못하리라고 생각했으니, … 내가 다시 뭍에 발을 디디게 될 수만 있다면, 곧장 아버님께로 돌아갈 것이고 살아 있는 동안 두 번 다시 배에 발을 들여놓는 일이 없을 것이며, … 이제야 나는 중산층 생활에 대한 아버님의 말씀이 얼마나 옳은지, 또한 아버님께서 … 얼마나 한평생을 안락하고 편안하게 사셨는지 명백하게 깨달았고, 진심으로 뉘우치는 탕자처럼 아버님의 집으로 돌아가리라고 다짐했다.
로빈슨 크루소 p.16,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배를 타자마자 폭풍을 여러 차례 폭풍을 만나서 고생을 하네요. 이게 자신의 '액운', 그러니까 무인도에서 28년 동안 살게 되는 '액운'의 전조들처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배를 떠난 지 15분도 채 되지 않아 배가 가라앉는 게 보였는데, 그때 나는 배가 바다에서 기운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지만, … 차마 눈을 뜨고 그걸 바라볼 용기는 나지 않았으니, … 그때 내가 정신을 차려서 헐로 돌아가 그길로 집으로 갔다면 행복했을 터인데, … 그걸 실행할 힘이 없었다. 이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이렇게 설명하는 게 자신은 없지만, 어떤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 비밀리에 우리를 스스로 패망의 도구가 되도록 부추겨서 재난을 눈앞에 뻔히 보면서도 그리로 달려가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로빈슨 크루소 p.23-24,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이래도 집에 안 갈래?'하는 것처럼 배를 가라앉혀버리네요. ^^;
나는 한동안 이같이 어중간한 상태로 있었고,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며 어떤 쪽으로 인생의 방향을 잡을 것인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튼 집에 가는 것만은 억누를 수 없을 만큼 꺼려졌던 터였고, 육지에 좀 머물다 보니 내가 겪은 고초에 대한 기억도 점차 사라져 버리니, … 다시 항해할 기회를 살피게 되었다. 나를 처음에 아버님의 집에서 끌어내온 그 액운이, 팔자를 고쳐보겟다는 황당하고 경박한 생각으로 내 등을 떠밀고, 그런 망상을 워낙 강력하게 내 안에 심어 놓아서 옳은 충고나 아버님의 간곡한 부탁과 명령마저도 전혀 귀담아듣지 않게 만든, 바로 그 액운인지 뭔가가 이제 사업 중에서도 가장 불길한 사업을 내 눈앞에 제시했고, 나는 그만 아프리카 해안을 향해 떠나는 배에 올라탔으니. 뱃사람의 속된 표현대로 기니(Guinea)행 여행길*을 떠났던 것이다. (* 노예무역선을 탔다는 뜻.)
로빈슨 크루소 p.27-28,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크루소는, 고생할 때는 집에 갔어야 했는데라며 온갖 후회를 하고 조금만 지나면 잊어버리는 일을 반복하다가, 결국 노예무역선까지 타게 됩니다. 기니는 아프리카 서쪽에 있는 지역이네요. '아프리카 서부의 열대우림 및 해안 지역 전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위 지도를 보면 여러 나라들이 이 지역에 있습니다. 노예무역선들이 대서양 쪽 ㄱ자 모양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주로 사람을 '잡아갔'다고 하는데, 크루소가 탄 배가 바로 그런 배들 중 하나군요. -,- https://www.britannica.com/place/Guinea-region-Africa 기니공화국은 '기니' 지역의 서쪽 끝 해안에 접해 있는 나라입니다. 위 이미지와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s://tinyl.co/4Qtq
네. 저도 주석에서 기니로 갔다는 말이 노예무역선을 탔다는 말이라는걸 보고 아하 했어요. 흑 그럼 항해에서 얻은 돈도 그런 '무역'으로 번 돈이었을까요 😢
네, 노예무역선 맞습니다. 크루소와 그의 이웃 농장주 친구들이 싸게 노예를 구하려고 서로 돈 모아서 배를 마련하고 항해 경험이 풍부한 크루소를 합류시켜서 항해를 떠났던 거죠. -,-;; 당시 노예무역은 정부 수준에서 독점하고 관리하고 있어서 비쌌다고 하네요. 말하자면 크루소는 불법으로 사람 납치하러 가다가 조난을 당한 셈이죠. 사람을 납치하는데 합법/불법이 있었다는 것도 참 말도 안 되는 역사네요.
로빈슨 크루소가 탄 배가 노예무역선이었군요.
[…] 내 경우도 그렇고 이후에도 늘 주위를 보면,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마음이란 이런 문제를 이성이 이끄는 대로 결정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참으로 불합리하고 합당치 않게 흘러가는 법이어서, 다시 말해, 죄를 짓는 것은 창피해하지 않지만 뉘우치는 것은 창피해하고, 의당 어리석은 자들이라고 손가락질당해도 싼 행동은 수치로 여기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현명한 사람이란 평가를 받을 뿐인데도 수치로 여기는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제가 학교 다닐 때 어느 선생님께서, 사람이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하셨는데 갑자기 그 말씀이 생각나네요.
이 항해가 내가 한 모든 모험 중에서 유일하게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인데, … 이 항해는 나를 항해사이자 상인으로 변신시켜 주었으니, 귀항했을 때 나는 투자한 금액을 사금 5파운드 9온스로 늘렸고 귀국해서 이것을 런던에서 환전하니 거의 300파운드가 되었던 터, 이로 인해 이후 나를 완전히 패망하게 만든 온갖 야심들이 내 머리에 가득 차게 되었다.
로빈슨 크루소 p.29-30,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첫 번째 불행은, 우리 배가 카나리아 제도를 향해,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해서 카나리아 섬들과 아프리카 해안선 사이를 지나던 중에 동틀 무렵 살레 항에서 온 터키 해적선한테 습격을 당한 일로, … … 우리 측은 대포 12문이었고 악당들은 18문이었다. … 우리 배는 못쓰게 되었으며 우리 선원 셋이 사망했고 8명이 부상을 당하니 항복할 수밖에 없었고, 모두 포로로 붙잡혀 모로코 인들의 영토인 살레항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 해적선 선장이 자기 몫으로 나를 챙겨놓고 개인 노예로 삼았으니, 내가 젋고 민첩한 게 부려먹기에 좋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로빈슨 크루소 p.30-31,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첫 번째 배는 폭풍에 가라앉아버리고, 두 번째 항해에서는 조금 성공했고, 그 성공으로 인해 다시 바다로 나갔다가 해적에게 붙잡혀 노예가 돼버렸습니다. 초반에 많은 일들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네요.
크루소가 무어 해적선에 잡혀서 2년 동안 살았던 곳이 모로코 살레(Salé)라는 곳이었네요. 아래 링크로 가시면 지도를 보실 수 있어요. 현재 살레는 가까이 있는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와 함께 대도시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로코 살레 지도 https://maps.app.goo.gl/XZn5VXrZzhdpUyBu9 위키피디아 살레 항목 https://en.wikipedia.org/wiki/Sal%C3%A9
내가 보기에, 내 자신 말할 수 없이 기뻤던 것은, 그토록 비참하고 거의 절망적인 처지에 빠져 있다가 구출되었다는 내 말을 그들이 그대로 믿어 주었다는 사실인데, 나는 곧바로 갖고 있는 것을 모두 선장에게 구출해 준 보답으로 헌납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그 분은 관대하게도 나한테서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겠으며, 내가 갖고 있는 소유물은 브라질에 도착하면 모두 그대로 돌려주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당신을 구출한 것은 나 역시 누군가 내 목숨을 건져주면 반가웠을 것이라는 그 조건으로 한 것일 뿐이며, 나도 언제이건 똑같은 형편에 놓일 가능성이 늘 있는 것이고. 게다가 내가 댁의 나라에서 매우 먼 곳인 브라질까지 댁을 데려가면서 소유물까지 뺏는다면 거기서 굶어죽기 십상이니, 그리 되면 내가 내내 목숨을 다시 뺏으려고 댁의 목숨을 구해 준 셈이 될 것이오. 안 될 말이오, 영국인 양반, 이보시오, 영국인 양반, 나는 댁을 브라질에 공짜로 데려다 줄 테니 갖고 있는 물품들을 거기 가서 팔아 생계에 충당하고 조국으로 돌아갈 뱃삯이나 마련하시오.”
로빈슨 크루소 p.51,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선장은 내 보트가 아주 괜찮은 배였기에 그걸 보고서는 자기 배에서 사용할 테니 팔라고 하면서 얼마를 받겠냐고 물었다. 그분은 모든 면에서 나한테 후히 대했으니, 차마 어떻게 보트 값을 부르겠냐며 알아서 적당히 달라고 하자, 그분은 브라질에 가면 80스페인 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어음을 써 주면서, 거기 가서 만일 다른 사람이 더 높은 가격에 배를 사겠다고 하면 그 차액만큼 더 주겠다고 했다. 또한 그분이 내 수종인 쥬리의 값으로 60스페인 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하니 이 돈을 받기가 꺼려졌는데, 이 아이 를 선장의 소유물로 넘겨주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자유를 되찾는 데 그리도 충직하게 도움을 준 아이의 자유를 팔아넘긴다는 것이 꺼림칙해서였다. 내가 꺼리는 이유를 말하자, 선장은 그 타당성을 수긍하여 중재안을 제시했는데, 그것은 이 아이가 기독교로 개종한다면 10년 뒤에는 자유의 몸이 되게 해준다는 각서를 써 준다는 것이어서 이 조건을 받아들였고, 쥬리 또한 선장을 따라 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기에, 나는 선장에게 아이를 넘겼다.
로빈슨 크루소 p.52,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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