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한동안 이같이 어중간한 상태로 있었고,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며 어떤 쪽으로 인생의 방향을 잡을 것인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튼 집에 가는 것만은 억누를 수 없을 만큼 꺼려졌던 터였고, 육지에 좀 머물다 보니 내가 겪은 고초에 대한 기억도 점차 사라져 버리니, … 다시 항해할 기회를 살피게 되었다.
나를 처음에 아버님의 집에서 끌어내온 그 액운이, 팔자를 고쳐보겟다는 황당하고 경박한 생각으로 내 등을 떠밀고, 그런 망상을 워낙 강력하게 내 안에 심어 놓아서 옳은 충고나 아버님의 간곡한 부탁과 명령마저도 전혀 귀담아듣지 않게 만든, 바로 그 액운인지 뭔가가 이제 사업 중에서도 가장 불길한 사업을 내 눈앞에 제시했고,
나는 그만 아프리카 해안을 향해 떠나는 배에 올라탔으니. 뱃사람의 속된 표현대로 기니(Guinea)행 여행길*을 떠났던 것이다.
(* 노예무역선을 탔다는 뜻.) ”
『로빈슨 크루소』 p.27-28,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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