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현신이고 뭐고 간에 15년동안 사람 하나 못 만났다니 딱한 마음이 먼저 듭디다.. (작가가 너무해 ㅜㅜ)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
D-29

모시모시

르구인
28년이라는 시간이 참 긴데, 소설에서는 점프점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르구인
“ 이 작업이 끝나자 나는 내 방벽 바깥 땅 사방에다가 말뚝 내지는 작대기처럼 솟아나는 버들가지 같은 나무들을 심었는데 이것들은 워낙 잘 자라고 부러지지 않는 것들이라, 아마 내 생각에 한 2만 개 정도는 심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내 방벽과 이 나무들 사이에 제법 넓은 공터를 남겨두어서, 적들을 관찰할 수 있고 놈들이 내 외벽에 접근하려 할 때 이 어린 나무들 뒤로 몸을 숨기지 못하도록 했다.
이렇듯 2년의 시간 동안에 나무들은 촘촘하게 작은 숲으로 자랐고 5, 6년이 되자 내 거처 앞에 제대로 된 숲이 자라났으니, 워낙 기묘하고 견고하게 뒤엉켜서 …. 그 너머에 사람의 거처가 있는지는 고사하고 애토에 무슨 물체가 있는지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며, … ”
『로빈슨 크루소』 p.232-233,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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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섬에서 낯선 발자국을 본 후 너무 놀라서 거처 주변에 방벽을 쌓고 나무를 심어 은폐 작업까지 합니다. 그리고는 또 5~6년이 지나가네요. 그러면 이제 섬에 온 지 20년이 되는 거네요.

르구인
“ 내가 언덕 아래로 내려와서 지금까지는 와본 적 없던 섬 끝에 당도했을 때 사람 발자국을 보는 게 내가 상상했듯이 이 섬에서 뭐 그리 괴상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내가 야만인들이 전혀 오지 않는 섬의 반대편으로 떠내려오게 된 것은 특별한 섭리임을 깨달았으니, …
마찬가지로 이들이 서로 충돌이 잦았고 카누에서 싸움을 하다가 승리자들이 죄수들을 이 쪽 해안으로 끌고 와서는 이자들이 모조리 식인종들이니 그들의 끔찍한 풍습에 따라 죽여서 잡아먹었을 법한 일인데, 아무튼 이것은 나중에 다루기로 하자.
내가 이미 말한 대로 언덕에서 내려와서 섬의 서남쪽 지점인 그 곳 해안으로 갔을 때 나는 완전히 놀라움에 질려버렸으며, 그때 내 마음을 사로잡은 두려움을 말로 표현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 정도이니, 해안 사방에 두개골, 손, 발 및 사람 몸의 기타 다른 뼈들이 흩어져 있었고, 특히 내가 한 곳을 자세히 보니 거기에서 불을 지핀 흔적이 있었는데 땅에다 둥그런 구덩이를 보트 좌석 처럼 파 놓은 걸 보니, 거기에 둘러앉아 이 처참한 야만족들이 인륜을 저 버린 잔칫상을 벌이고 앉아 동료 인간을 먹었던 모양이었다. ”
『로빈슨 크루소』 p.236-237,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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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 요컨대 내 형편과 경험에 비춰서 내가 온당히 내린 결론인즉, 이 세상의 모든 유익한 것들은 오직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한도에서만 내게 유익한 것이며, 우리가 쌓아두는 것들은 사실 남들에게 주고 말 것이요, 우리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만큼만 즐기는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
『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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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득도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혼자 살면 철학자가 되고마는건가 싶네요

향팔
그러게요. 저도 이 대목 밑줄 쳤습니다. 크루소가 하느님에게 의지하며 매사에 감사하려 하거나, 또는 저렇게 득도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고 그래.. 그래야 위로를 받고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었을겨’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향팔
“ 무엇보다도 이곳에서는 세상의 온갖 사악함으로부터 차단되어 있었기에, 내게는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 없었다. 나는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은 모두 갖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탐할 일이 없었고, 영지 전체를 소유한 영주였으며 내가 소유한 이 땅 전체의 왕 내지는 황제라고도 할 수 있었다. 나는 라이벌이 아무도 없었다. 나의 경쟁자가 있어서 나와 왕권이나 통수권을 두고 다툴 자가 없었던 것이다.
*「요한1서」 2장 16절. ”
『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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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그러나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것, 오직 그것만이 내게는 가치 있었다. 내가 먹을 것과 내가 필요한 것들이 내게 충분했으니 그 밖에 나머지는 내게 무슨 소용이 있었겠나? […]
요컨대 내 형편과 경험에 비춰서 내가 온당히 내린 결론인즉, 이 세상의 모든 유익한 것들은 오직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한도에서만 내게 유익한 것이며, 우리가 쌓아두는 것들은 사실 남들에게 주고 말 것이요, 우리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만큼만 즐기는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
『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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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인생이란 참으로 하나님이 섭리대로 빚어내신 울퉁불퉁한 작품이 아닌가! 형편이 달라지는 상황이 될 때마다 우리의 감정이 무슨 비밀스런 힘에 의해 급하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니! 오늘은 사랑하던 대상을 내일은 증오하고, 오늘은 원하던 것을 내일은 꺼리며, 오늘은 욕망하는 바를 내일은 두려워하거나, 심지어 그걸 걱정해서 겁에 질려 부르르 떠는 법이라, 당시 내 경우보다 더 지극히 생생하게 이것을 예시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니, 나의 유일한 고통은, 인간사회에서 추방당한 것으로, 혼자 외톨이로 망망대해에 에워싸여 있어 인간세계로부터 단절된 것으로 보이는, 내가 이름한 대로 이러한 고요한 삶을 살도록 저주받은 것이며, 나는 마치 하나님이 산 자들의 일원으로 분류하거나 나머지 피조물 속에 끼어 있을 만한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은 처지를 고통으로 여기던 바로 내가, 이제는 나와 같은 사람을 본다면 마치 죽음에서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이, 하늘이 주신 가장 큰 축복인 구원의 축복 다음가는 축복으로 생각해야 할 터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런 내가 사람을 만날 두려움에 파르르 떨며 이 섬에 사람 하나가 발을 디뎠다는 그림자 내지는 말없는 표시만 보고도 즉시 땅으로 꺼져 들어갈 지경이 되었으니 말이다. ”
『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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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y
2회차 다 끝나가네요, 그래도 탑승하겠습니다! 곧 진도 따라붙을게요. :)

르구인
안녕하세요!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 함께 읽게 되어 반갑습니다~

모시모시
재미있어서 금방 읽으실거예요

르구인
크루소와 디포에 대해 싫은 감정이 계속 쌓여가던 중에, 이렇게 올려주신 글을 다시 읽어보니 명문이라는 생각마저 들면서 싫은 마음이 조금 누그러 드네요.
사람을 다시 보기를 바라며 그것을 구원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발자국 하나에 공포의 도가니로 들아간 상태를 정말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향팔
ㅎㅎ 이해가 되면서도 싫긴 해요. 야만인 운운할 때도 그렇고, 이런 처지에 있는 나도 이렇게 감사하며 사니까 아무 불평하지 말고 살라는 메시지를 자꾸 주는 것 같기도 해서요.

모시모시
“ 나의 이렇게 감사하는 자세는 나머지 시기 내내 계속 이어졌으며 금요일이랑 대화를 하면서 보낸 시간 덕에 우리가 그곳에서 같이 살았던 3 년 세월은 하늘 아래 이 세상에서 완전한 행복이란 걸 실천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없을 정도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
『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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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읽으면서 예전에 어렸을때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 사이의 우정?!이 인상깊었었다는 생각이 나네요.

르구인
네.. 어린이 책에서는 '우정'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프라이데이 입장에서도 완벽한 행복이었는지, 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참 궁금해요. ^^;

모시모시
“ 이리하여 나는 이 섬을 이 배의 달력에 의거해 확인한바, 1686 년 12 월 19 일에 떠났으니, 내가 이곳에서 스물여덟 해와 두 달 열아홉 날을 살았던 것이며, 살레의 무어 인들에게서 대형 보트를 타고 탈출했던 바로 같은 달 같은 날에 이 두 번째 감금에서도 구출되었다.
이 배를 타고 긴 여행 끝에 영국에 도착하니 그때가 1687 년 6 월 11 일이라, 서른다섯 해 동안 영국을 떠나 있었던 것이다. ”
『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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