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소는 해적에게 잡혀 2년 동안 집안일과 고기잡이를 하며 노예로 살다가 마침내 탈출에 성공합니다. 온갖 고생 끝에 포르투갈인 선장의 배에 구조되어 브라질까지 가게 됩니다.
브라질에 도착한 크루소는 탈출에 사용했던 무어인의 배를 선장에게 팝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탈출 과정에서 믿음직한 동반자가 되어준 소년 쥬리까지 돈을 받고 팔아버립니다. "충직하게 도움을 준 아이를 파는 것이 꺼림칙하다"는 말 한 마디, "10년 후에는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선장의 약속 한 마디에 깔끔하게 거래를 마무리하네요.
배 값으로 얼마를 받겠냐는 선장의 말에 크루소는 "알아서 값을 쳐달라"고 하고, 선장은 "공짜로 취하지 않겠다"며 공정한 거래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문명인'이라는 듯 점잖게 행동하다가, 어린아이를 돈으로 사고파는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이 놀랍습니다.
그러고는 "쥬리 또한 선장을 따라 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기에, 나는 선장에게 아이를 넘겼다."라고 하면서 마음의 부담을 탁! 털어버리네요.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
D-29

르구인

르구인
“ 이렇듯 나는 내 처지를 못내 후회하는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 이웃한 사람하고 이따금 만나는 것 외에는 대화할 상대가 아무도 없었고, 내 손으로 직접 하지 않는 한 아무 일도 수행할 수 없었으니, 나 말고는 아무도 살지 않는 적막한 섬에 버려진 사람이나 마찬가지라고 혼잣말을 하곤 했다.
그러나 모든 인간들이 자신들의 현재 처지를 더 안 좋은 형편과 비교하면서 불평하는 생각을 품으면, 하늘은 다시 현재보다 더 좋지 않은 처지와 맞바꿔 주셔서 불평했던 예전의 삶이 얼마나 축복이었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시니, 참으로 마땅한 처사이지 않은가?
참으로 마땅한 처사라는 말이 그야말로 내 경우에 딱 들어맞는 것이, 내가 머릿 속에 그려 본 그대로 완전히 적막한 외딴 섬에서 보낸 참으로 고독한 삶이 내 운명이 되었기 때문이며, 당시 그대로만 계속 지냈으면 아마도 십중팔구 상당히 부유하고 풍요롭게 되었을 터, 그럼 에도 그 당시 내 생활을 툭하면 무인도 생활에 비교했던 것은 지극히 적당 하지 못한 것이었다. ”
『로빈슨 크루소』 p.54,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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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앞으로의 이야기를 미리 알려주는 '고전적 방식의 복선'이네요. '다시는 만나지 못할 운명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 길이 없었다.' 같은. ^^;

르구인
“ 그래서, 내 이야기를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바른 순서대로 얘기를 하자면, 내가 브라질에서 거의 한 4년째 살고 있었고 내 농장 사업은 순조롭게 잘 풀렸다고 할 만했는데, 나는 그 나라 언어를 배웠을 뿐 아니라 동료 농장주들과 또한 그 지역 항구인 산살바도르 상인들도 알게 되어 친구로 사귀었으며, 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 기니 해안에 내가 두 번 항해했던 이야기를 자주 해주었고, 거기서 어떤 식으로 흑인들과 거래를 할 수 있는지 설명하며, 그쪽 해안에서는 구슬, 쇠붙이, 칼, 가위, 도끼, 유리 조각 따위 하찮은 물건들을 주고 금가루, 기니 곡물, 상아 등을 살 수 있을 뿐더러 흑인들을 한 묶음씩 살 수 있으니, 브라질로 데려와서 써먹으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내가 이런 화제를 꺼내서 얘기를 할 때마다 매우 열심히 들었는데 특히 흑인을 사는 문제와 관련된 부분에 관심을 보였으니, 이것은 당시에는 별로 많은 사람이 손을 댄 장사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오직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왕의 계약서 내지는 허가가 있어야만 할 수 있었고, 공적인 독점 거래 대상이어서 그 결과, 살 수 있는 흑인이 많지가 않았고 값도 매우 비쌌다. ”
『로빈슨 크루소』 p.59,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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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아는 상인과 농장주들과 같이 앉아서 이런 문제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얘기들을 나눈 후, 그 다음날 아침에 이 가운데 세 사람이 … 내게 비밀 제안을 할까 한다며, … 이들은 기니로 가는 배를 하나 마련할 생각이 있고, 자기들도 나처럼 모두 농장들을 갖고 있는데 일손을 마음대로 살 수 없으니 인력이 모자라는 게 제일 힘든 문제일 터, 하지만 대놓고 흑인들을 구매할 수 없으니, 사적으로 은밀히 흑인들을 데려온 후 각자 농장에서 쓸 수 있게 나눠 갖자며, 단도직입적으로 나보 고 기니 해안에서 거래를 담당할 배의 화물 관리인 역을 맡아 줄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 조건으로, 내 돈은 전혀 투자하지 않아도 내 몫의 흑인을 똑같이 나누어 주겠다고 제안했다.
…
나는 내 이성보다는 환상의 명령을 맹목적으로 좇아 성급하게 길을 나서서, 배에다 모든 장비를 갖추고 화물을 싣고 나서 내 여행의 동업자들과 합의한 대로 모든 일을 마무리지은 후, 그 불길한 날인 1659년 9월 1일에 배에 올라탔으니, 이날은 내가 헐에서 아버짐과 어머님을 버려두고 부모님의 권위에 반항하며, 내 이익에 반하는 바보짓을 시작했던 8년 전의 그날과 바로 똑같은 날이었던 것이다. ”
『로빈슨 크루소』 p.60-62,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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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소설 속에서 노예 무역을 작당하는 장면이 너무 적나라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당시에는 이런 일들이 실제로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7세기에는 ‘아시엔토 데 네그로스(Asiento de Negros)’라는 노예 공급 독점권을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왕이 쥐고 있었다고 하네요. 국왕이 특정 회사나 개인에게만 노예 공급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시장에 나오는 노예의 수는 적고 가격은 아주 높았다고 합니다.
당시 브라질 농장주들은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었고, 결국 비싸고 복잡한 공식 루트 대신 자금을 모아 직접 배를 띄워 노예를 '밀수'해오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크루소처럼 기니 해안을 항해해 본 경험자는 이 위험한 불법 거래를 성공시킬 일종의 기술자로 대접받았던 셈입니다.
특히 "구슬, 쇠붙이 같은 하찮은 물건"을 주고 사람을 "한 묶음씩" 사 올 수 있다고 말하는 대목은 당시 유럽인들이 가졌던 인식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이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네요.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Asiento_de_Negros


르구인
“ 그 다음으로 내가 할 일은 이 땅을 살펴보며 내 거처를 정하고 내 물건들을 안전하게 보관해 두기에 적당한 터를 찾아보는 것이 었는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는 형편이라,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여기가 대륙인지 섬인지, 사람이 사는지 안 사는 지, 맹수들의 위협이 있는지 없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던 것 인데,
내가 서 있는 데서 한 1마일도 채 안 되는 지점에 언덕이 하 나 있었고 우뚝 솟아 있는 그 봉우리에서 능선처럼 북쪽으로 산이뻗어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나는 사냥용 한 자루와 권총 한 자루, 화약 주머니 하나를 꺼내어 이것들로 무장을 한 후 지세를 살피러 언덕 위로 향했는데,
무척 힘겹게 땀흘리며 올라가서 막상 둘러보니, 내 숙명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으니-이곳은 섬이라서, 사방이 온통 바다로 에워싸여 있었고 한참 멀 리 떨어진 데 있는 바위섬 말고는 땅이라고는 볼 수가 없었으며, 그 섬보다 작은 크기의 섬 두 개가 서쪽으로 한 9마일 정도에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
『로빈슨 크루소』 p.78-79,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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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이제 드디어 크루소가 '크루소 섬'에 도착했습니다!

향팔
“ 나는 이 돈을 보고서 혼자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아, 이 마약 같은 놈아, 너를 어디에 써 먹겠냐, 나한테 는 아무 가치가 없으니, 땅에 떨어져 있는 것도 집어 올 필요도 없지 않느냐, 이렇게 한 다발 쌓여 있은들 저기 칼 한 자루보다도 값어치가 없는 터, 도대체 널 써먹을 방도를 모르겠으니 그냥 그대로 거기 놔둘 것이고, 건져 줄 만한 물건들이 아니니 바닷속으로 가라앉아라. 그러나 생각을 다시 해 보고서는 이 돈들을 가져가기로 하고 범포 한 조각에 모두 둘둘 말아 챙겼고, […] ”
『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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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배에서 금화, 은화를 발견하고 처음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며 내비두려다가 곧 생각을 바꿔 주섬주섬 챙겨오는 장면이 재밌었어요.

르구인
맞아요. 크루소는 모험을 찾아서!를 외치면서도, 참 잇속이 밝은 것 같습니다. ^^;;;;;;

르구인
“ 그 다음으로 걱정할 일은 거기에 무엇을 실을 것이며 또한 어떻게 그 위에 놓은 것들을 출렁이는 파도에 젖지 않게 무사히 가져가는 것이었으나, … 내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따져본 후, … 첫 번째 궤작에는 식량, 즉 건빵, 쌀, 네덜란드 치즈 세 덩어리, 우리가 배에서 즐겨 먹었던 염소고기 육포 다섯 점, … 다 죽어버린 애완용 새들 모이로 남겨뒀던 유럽 곡식 약간 등이었는데, …
…
내가 눈독을 들일 만한 다른 물건들로는 가령 뭍으로 돌아가서 당장 작업을 할 공구가 필요한 것이었기에, 한참을 뒤지자 드디어 목공 연장통을 찾아내었으니 이것이 참으로 나한테는 당시로는 금을 가즉 실은 배 한 척보다도 더 값진 횡재라, …
…
그 다음으로 신경을 쓸 일은 탄약과 무기류라, 살펴보니까 아주 쓸 만한 사냥총 두 자루가 큰 선실에 있었고, 이것들과 권총 두 자루, 화약 주머니 몇 개, 조그마한 탄환 주머니, 녹이 좀 쓴 칼 두 자루를 같이 일단 챙겨놓고, 또한 배 안에 화약통이 세 통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 찾아냈는데, … 어떻게 무사히 육지까지 갈 것인지가 걱정이었다. ”
『로빈슨 크루소』 p.75-76,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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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저는 『로빈슨 크루소』에서 크루소가 난파선에서 상당한 물건들을 챙겨나오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표류하다가 몸만 무인도에 덩그러니 떠내려간 줄 알았거든요.
배에서 연장이며 무기며 화약이며 챙겨서 문명 생활을 이어가게 하는 설정은, 처음엔 어딘가 편법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오히려 이것이 소설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부지런한 크루소는 끊임없이 개간하고, 울타리를 치고, 관리하고, 계산을 하고 기록하고 총과 화약으로 자연과 선주민(소설에서는 ‘식인종’)을 제압합니다. 이 소설의 해제(을유출판사 번역본)의 제목처럼 '근대 시대의 첨병 디포'의 분신처럼 느껴지네요.

르구인
『로빈슨 크루소』 2주차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월요일에 공지를 올렸어야 했는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
• 2주차 (03.23. 월 ~ 03.29. 일): p.103-210.
크루소가 이제 섬에서 홀로 열심히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장수집으로도 올렸지만, 크루소는 초반에 배를 십수 차례 들락거리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옵니다.
저는 이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챙겨오는 물품의 종류에도 관심이 갔습니다.
2주차 읽기를 하는 동안, 여러분이라면 난파선에서 어떤 물건을 챙겨나올지 한 번 생각해보시면 이 세세한 설명들을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르구인
“ 내 화약이 모두 합쳐서 한 240파운드 무게는 나갈 정도인 것을 한 100개 묶음으로 나눠 놓았고, …
…
이 일을 하는 사이에 나는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기분도 전환하고 혹시 먹을 만한 사냥감이 없나 찾아보려 총을 들고 밖으로 나가 이 섬에서 나는 게 뭔지 알아보려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거리까지 나가 보곤 했다. ”
『로빈슨 크루소』 p.90,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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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이 정도 화약이면 얼마나 쓸 수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1파운드 = 0.453kg이니, 240파운드면 109kg 정도 됩니다. 당시 머스킷 총 기준으로 1발당 화약 사용량이 10~15그램 정도 된다고 하는데요, 나눗셈을 해보면 이 화약으로 쏠 수 있는 횟수는 약 7,000~11,000발이나 됩니다.
거의 1만 발 수준이라, 28년이나 섬에 있었다고 해도 화약이 떨어질 일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총알 발사 외에 불을 피우는 등 다른 용도로도 화약을 썼을 가능성이 있으니 더 빨리 소모됐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넉넉한 양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총이 28년 동안 멀쩡했을지 궁금하네요. 배에서 총을 몇 자루나 가지고 나왔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한 자루든 여러 자루든 28년 동안 고장 없이 버텨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디포가 이 문제를 의도적으로 넘어간 것 같기도 한데, 줄거리를 대충 확인해본 바로는 나중에 프라이데이를 구하고 다른 '식인종'들과 싸우는 중에도 총과 화약을 씁니다.
총의 내구성에 대한 언급이 소설에 실제로 나오는지 궁금하네요. 어쩌면 디포는 총 없는 크루소를 처음부터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르구인
“ 내가 이 섬에 온 지 한 10일이나 12일쯤 뒤 가 됐을 때인데, 내게는 수첩과 펜과 잉크가 떨어지면 시간 계산을 놓칠 수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심지어 일하는 날들과 안식일 구분도 못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고, 그래서 이를 예방하려고 큼직한 기둥에다 대문자로 표시를 하기로 하고, 커다란 십자가 모양으로 만들어서 내가 처음으로 상륙했던 해안에 세워놓았으니,
즉 "나는 이곳 해안에 1659년 9월 30일에 왔다"는 말을 새겨놓았다. 이 네모난 기둥 옆쪽으로는 매일 칼로 눈금을 하나씩 그어서 표시했는데 일곱 번째 눈금은 나머지보다 두 배 더 길게, 또한 매달 첫 번째 눈금은 그것보다 두 배 더 길게 새겼고, 이렇게 해서 나는 달력을 만들어서 매주, 매달, 매해 시간을 계산했다. ”
『로빈슨 크루소』 p.94-95,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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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재밌는 사실을 알았네요. 놀랍게도, 대니얼 디포가 『로빈슨 크루소』를 펴낼 때 이 이야기를 실화처럼 꾸몄고, 작중 인물이 직접 쓴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고 하네요.
표지를 보면 중간 아래쪽에 "written by himself"라고 되어 있습니다. 책이 엄청나게 팔린 이유 중의 하나가 이 소설이 ‘실화’라는 광고도 한 몫 했었나 봅니다.
디포의 이력 중에 재밌는 얘기가 또 있습니다. 비국교도였고 언론 활동도 했던 디포가, 비국교도를 억압하는 정부를 풍자하는 팜플렛 「비국교도를 처리하는 가장 빠른 방법」(The Shortest way with the Dissenters; Or, Proposals for the Establishment of the Church)을 썼다가 사흘 동안 길바닥에 형틀에 묶여 있도록 하는 벌을 받게 됩니다.
그림을 보시면 땅바닥에 꽃이 뿌려져 있는데요. 당시 형틀형을 받으면 구경꾼들이 모욕을 주고 돌을 던지기도 해서 죽기도 했는데, 디포의 경우에는 반대로 꽃을 던졌다고 하네요. 아마 비국교도 사람들일텐데 디포를 찾아와 위로를 하고 꽃을 주고 술을 나눠마셨다고 하는군요.
이후 풀려나면서 디포는 정부와 거래를 하게 되는데, 정보원 즉 스파이로 일하는 거였습니다. 이후 「더 리뷰」라는 어용 저널도 펴내서 선동을 하고, 당시 합병을 추진 중이던 스코틀랜드까지 가서 스파이 활용을 열심히 했다고 하네요.



향팔
아, 그러고 보니 소설을 출판하면서 실화라고 뻥을 치는 마케팅 전략이 당시에 꽤 있었다고 들었어요!

향팔
“ 대니얼 디포는 후세에는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로 명성을 누리고 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디포를 ‘소설가’라고 할 수는 없다. 일단 하나의 직업으로서 ‘소설가’란 개념이나 ‘소설’이란 장르 개념도 이 시대에는 확립돼 있지 않았다. 더욱이 디포는 익명으로, 아니 실제 인물 로빈슨 크루소가 직접 쓴 여행기로 이 작품을 꾸며내어 세상에 내놓은 후 본인의 신원을 숨겼으니 디포와 『로빈슨 크루소』의 관계는 더욱 더 ‘비밀스런’ 것이었다. 그 이후 『로빈슨 크루소』 같은 종류의 사실성을 ‘사칭’한 이야기들이 하나의 문학 장르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바로 이 작품이 크게 성공한 덕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로빈슨 크루소』는 숱한 사실주의 소설의 ‘원조’인 셈이다. 그러나 디포는 근대 사실 주의 소설을 개척한 문학사의 ‘첨병’만은 아니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근대 시대로의 변화를 몸소 겪고 선도한 근대 문명 자체의 ‘첨병’ 중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
『로빈슨 크루소』 해설: 근대 시대의 첨병 디포,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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