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맥락에서 나는 집안일, 가사, 돌봄노동처럼 ‘일’ 중심의 표현보다는 순우리말인 ‘살림’이라는 말이 돌봄의 의미를 더 정확하고 풍부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살림이라 하면 빨래, 청소, 요리와 같은 활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더 깊은 뜻이 있다. 살림은 ‘살리다’에서 온 말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살림을 “한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이라 정의한다. 즉, 살림이라는 말에는 나와 네가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돌보는 관계라는 뜻이 담겨 있다.
다인가구의 주부가 살림을 하는 이유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가족을 살리기 위한 목적도 함께 있다. 살림에 일가견이 있는 내 엄마가 혼자 있게 되면서 끼니를 걸렀던 이유는 요리하는 법을 갑자 기 까먹어서가 아니다. 아빠가 요양원에 가고 나니 살림을 해야 할 반쪽의 이유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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