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

D-29
파트1 호러 읽고, SNS에 리뷰 남겼어요. 다소 길지만.. ㅎㅎ 추천해준 영화도 너무 재밌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믐 독서 모임 <스토리탐험단 시즌 2>를 신청했다. 작년에는 매달 스토리에 관한 다양한 책을 함께 읽었다면, 올해는 아예 벽돌책 하나를 정면으로 파헤치는 모임이다. 책은 바로 <장르의 해부학>. 혼자였다면 선뜻 펼칠 엄두도 나지 않았을 책인데, 이 책 한 권을 29일 동안 하루 한 챕터씩 함께 읽고 공부하는 방식이라 해보기로 했다. (이기원 작가님의 뽐뿌도 한몫!) 14가지 장르 중 첫 번째는 ‘호러’였다. 처음에는 왜 하필 호러가 맨 앞일까 싶었다. 로맨스도 있고 모험도 있고 성장 서사도 있을 텐데, 왜 공포부터 시작할까. 책에서 설명한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결국 삶과 죽음, 존재와 소멸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결말은 죽음으로 향하고, 우리의 삶 자체가 이미 거대한 스릴과 불안을 품은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호러는 가장 원초적인 장르인지도 모르겠다. 흔히 호러라고 하면 공포영화를 떠올리지만, 단순히 무서운 영화라고만 말하기에는 너무 넓고 깊다. 호러영화는 관객에게 공포, 불안, 혐오, 전율을 의도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포물을 꽤 좋아했다. TV에서 하던 <전설의 고향>은 내가 가장 좋아하던 드라마 중 하나였고, 비디오 대여점에 가면 강시 영화나 드라큘라, <나이트메어>, <사탄의 인형> 같은 영화를 꼭 빌려 보곤 했다. 사실 정말 무서웠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무서움 속에 묘한 희열이 있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화면을 몰래 들여다보는 그 순간의 긴장감, 무서워서 심장이 뛰는데 끝까지 보게 되는 쾌감. 그게 아마 호러의 매력인 것 같다. 책에서는 최초의 호러 스토리를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로 보기도 한다. 금기를 깨고, 그 대가를 치르고, 낙원에서 추방되는 이야기. 읽어 보니 꽤 설득력이 있었다. 호러는 단순히 귀신이나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오래전부터 품어온 가장 근원적인 두려움을 다루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영화나 고전 장르물에 아주 익숙한 사람은 아니다. 심지어 봤어도 까먹음.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영화와 문학 작품의 사례가 등장하는데, 모르는 작품이 많아서 쉽게 술술 넘어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중간쯤 읽다가 멈추고, 작가님이 추천해준 4편의 작품 중 하나를 보기로 했다. <싸이코>, <샤이닝>, <나이트메어>, <에이리언> 중에서 <샤이닝>을 선택. 그전에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겟 아웃>도 다시 보았다. <겟 아웃>은 두 번째로 봐도 정말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잘 만든 공포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훨씬 더 무서웠다. 귀신이나 살인자가 아니라, 겉으로는 친절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는 미묘한 차별과 불편함이 리얼 공포다. 사회의 보이지 않는 불안을 드러내는 또하나의 소셜 호러. 그리고 <샤이닝>은 정말 재미있었다!!! (왜 나 이거 이제서야 봤지) 잭 니콜슨 젊은 시절도 오랜만에 보고. 옛날 영화인데도 뭔가 촌스럽지가 않아. 눈 덮인 외딴 호텔이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잭 니컬슨의 광기가 압도적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웬디 역의 셜리 듀발이었는데. 영화 다보고 촬영 비화를 나중에 찾아보니, 야구방망이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며 잭을 막는 장면을 100번이 넘게 반복 촬영했다고 한다. 하루 12시간씩 울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나니, 영화 속 그녀의 표정이 단순한 연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공포에 잠식된 사람의 얼굴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귀신보다 셜리 듀발의 얼굴이 더 무서웠는데.. 어디서 이렇게 눈 큰 배우를 섭외했지... 내용과 별개로 그 시절 영화 특유의 색감과 웬디의 의상스타일도 너무 예뻐서 맘에 들었다는. 이렇게 영화를 몇 편 보고 나니 책이 훨씬 재미있어졌다. 추상적으로만 읽히던 장르 이론이 갑자기 장면으로 살아나는 것 같은. 호러-신화와 호러-SF 스토리의 구분같은 것도,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호러-신화는 저주, 신과 악마, 고대 존재, 금기를 어긴 대가, 오래된 집안의 비극처럼 인간보다 오래된 질서와 두려움을 다루는 것. 금기를 깨면 벌을 받고, 죽은 자가 돌아오고, 설명할 수 없는 운명이 반복되는 이야기들. 즉, 오래된 두려움. 반면 호러-SF는 미래의 두려움. 바이러스, 유전자 조작, AI의 폭주, 우주 생명체, 기술의 통제 상실처럼 과학과 미래가 만들어내는 공포를 다룬다. <에이리언>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런 것들도 구분하는 디테일. 이번에는 호러 장르만 다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핵심 문장은 이거다. "삶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스토리에서 찾을 수 있다." 왜 그럴까. 스토리가 곧 삶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철학도, 역사도, 인간이 살아온 방식도 결국 이야기의 형태로 전해져 왔다. 스토리의 구조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삶을 이해하는지를 배우는 일과 닿아 있다. 우리가 스토리를 배우는 이유는 결국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지혜와 경험을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역시 이야기다. 이전 세대가 남긴 이야기는 다음 세대가 길을 찾기 위한 이정표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남겨야 할 이유가 있다. 당신의 삶 또한, 누군가에게는 다음 길을 밝혀주는 하나의 스토리가 될 수 있으니까.
@리틀조이 1부 호러의 정수와 깨달음을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루비의 저서 대신 리틀조이님의 글을 대신 읽는것이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리틀조이 엄청난 내공의 리뷰입니다. 탄복하지 않을 수 없네요. 존명!
@이기원 매우 잡담성 이야기입니다만... ^^ 이사때문에 책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이기원 작가님이 97년에 다른 작가분들과 추리소설 앤솔로지 <세기말 동화>를 내신 걸 제가 가지고 있더군요. 세상에... 깜짝 놀랐습니다. (책 표지 사진은 제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
@김생필 세상에나! 저도 안 가지고 있는 그런 책을 ㅠㅠ 갑자기 얼굴이 화끈 거립니다. ㅎㅎㅎㅎ
모임 참여하고 싶습니다. 소설가 지망생입니다. 일년 간의 여정 함께 하고 싶습니다.
반갑습니다 어서오세요
@이연 어서오세요! 함께 읽으시면서 이곳에 문장도 수집해 주시고, 리뷰나 의견도 올려주세요! 그리고 가끔 열릴 예정인 온/오프 모임에도 참여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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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 호러 스토리 비트 15 : 이중 결말 - 영원회귀 이중결말은 이야기가 끝난 것처럼 보였다가 사실은 끝나지 않았음이 다시 드러나는 결말이다. 이는 공포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반복될 것처럼 느껴진다. 공포가 반복될 것이라는 암시. 악몽은 다시 시작된다. 나이트메어 - 낸시는 모든 것이 해결된 듯한 아침을 맞이하지만, 다시 꿈으로 뒤집히고, 낸시가 잡혀가고, 어머니도 프레디에게 끌려간다. 전형적인 호러 결말. 에이리언 - 리플리가 탈출 셔틀에 들어가 안전한 줄 알았다가 숨어있던 에이리언과 대결하는 ‘마지막 한 번 더’가 있지만, 그것을 물리치고 휴면에 들어간다. 따라서 전형적인 결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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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 호러의 주제 존재한다는 것은 죽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호러의 주제 공식 : 죽음에 맞서 인간다운 행동을 한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S#<$N>. 호러 스토리를 초월하는 법 1. 감상자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방식으로 스토리 비트를 비틀어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든다. 2. 스토리를 통해 심리적 복잡성, 특히 도덕적 복잡성이라는 고차원적인 주제를 표현해 독자에게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을 제시한다. 3. 장르가 삶을 표현하는 예술(스토리 양식)을 탐구한다. 호러의 경우, 그 양식은 종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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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 호러 초월하기 1 : 호러 - 신화 호러가 신화와 결합하면, 종교 스토리가 탄생한다. 주요 종교는 전체적으로 볼 때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종교는 신화를 성문화한 것이다. 종교는 불멸을 다룬 극적 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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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 종교의 스토리 비트 1 : 스토리의 세계 - 지하 세계와 사후 세계 종교 스토리의 세계는 작가가 스토리에서 표현하고 싶은 가치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주로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의 형태를 띨 때가 많다. 또는 천국에 닿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시험의 장소가 될 때도 있다.
최근에 '아오노 군에게 닿고 싶으니까 죽고 싶어'라는 호러+청춘로맨스성장물 장르를 결합시킨 만화를 읽었는데, 잘 만든 만화여서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이 책의 장르 비트를 적용해보자면, 여기서는 불안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가정폭력을 한 부모가 극복해야 할 망령입니다. 주인공 여주와 사랑에 빠지는 남주가 이미 유령 상태로 등장합니다(사실 남주는 자살을 해서 유령이 된 것이었는데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의 댓가로 살아있는 여주와 사랑에 빠지는만큼 점점 괴로워하면서 악령이 되는...) 그러면서 남주 자체가 괴물의 역할이 되어, 여주에게는 사랑하는 존재지만 위협이 되는? 그런 종류의 스토린데.. 여기선 일반적인 호러처럼 주인공의 각성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로 끝내지 않고 나름 아이들의 성장과 깨달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경우가 장르를 초월한 스토리의 경우가 될지, 아니면 사실 호러(정확히 말하면 일본의 민간설화들. 오컬트적 소재)를 소재로 사용했을 뿐 로맨스라는 장르성에 가까운 건지? 두 개의 장르 비트를 잘 혼합한 것인지도 궁금하더라구요.
@도욧새 맨 처음 언급하신 대로 호러, 청춘 로맨스 등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장르인 것 같습니다. 요즘 한 가지 장르에 충실한 작품들은 잘 안나오잖아요. ㅎㅎ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장르는 주로 장르 자체에 충실한 것 위주로 설명하는데, 이 책을 다 마스터하고 되면, 하이브리드 장르에도 눈이 확 떠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기원 선생님이 정리해주신 내용을 따라가면서 읽으니, 안 보이던 게 선명해 지네요. 감사합니다. ~~ ^^
@너부리 앗.. 진짜요. 감사합니다. ㅎㅎ
수치심과 죄책감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개인의 감정이다. 수치심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실패할 때 일반적인 행동 기준에 따라 행동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마음이다. 죄책감은 특히 가까운 누군가에게 마땅히 이행해야 하는 의무에서 개인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마음이다.
장르의 해부학 - 창작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장르 스토리텔링의 비밀 p55, 존 트루비 지음, 신솔잎 옮김
@비연 저도 이 문장에 밑줄을 쫙- 했다는 ㅎㅎ
호러 부분을 읽으면서 여러 장르를 대체로 다 좋아하는데 왜 호러는 손이 잘 안가는가 에 대한 생각을 열심히 하게 됩니다. 어쩌면 ‘나’의 죽음을 인지해야한다는 공포와 압박을 회피하고 싶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영화 중에선 <샤이닝>과 <프랑켄슈타인>을 한번 다시 봐야겠다 싶고.. <겟아웃>도 언급되던데 찾아봐야겠다 싶네요. 이 책을 쭈욱 읽고나면 다양한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커지겠다 라는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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