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와 SF를 결합한 예시에 디스트릭트9, 쉐입오브워터가 있어서 놀랐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여전히 호러를 좁게 생각하고 있나봅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
D-29
MㅡM
김생필
올해 <장르의 해부학>을 읽기로 하면서 결심한 것이 각 장르 챕터를 읽고 뭐라도 단편을 써봐야겠다. (시나리오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트릿 쓰는 연습도 할겸.)
여러 선생님들 글을 읽는 것도 좋지만, 직접 공부를 해서 몸에 완전히 익숙하게 하려면 어떤 결과물을 쌓아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믐 블로그에 이번달 호러 챕터 읽고 쓴 단편 하나를 올렸습니다. ^^ (근데 문제는... 별로 무, 무섭지가 않다는... ㅠㅠ)
https://www.gmeum.com/blog/25416/7724 (호러 단편 : 네이밍)
다른 분들도 혹시 귀한 글, 해당 장르의 단편이나 엽편을 쓰신 것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면 읽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기원
@김생필 와 이런 목표 의식 좋습니다. 저는 장르의 해부학의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영상 강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김생필
[잡담] 나홍진 감독님의 <호프(HOPE)>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습니다. <곡성> 이후 매우 기대하고 있는 작품인데요. 특히 <에이리언>이나 <디스트릭트 9>처럼 인상적인 SF 호러물이 국내에는 드문 상황이라(한국에서는 SF 장르가 유독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 <호프>를 더욱 응원하게 되네요.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야채배달
https://v.daum.net/v/20260410102803662
관련 뉴스를 퍼옵니다. 손익분기점이 2천만이라는 이야기에 전율이 오네요. 투자사들도 마음을 독하게 먹은듯요. 꼭 극장에 가서 봐야겠습니다.

이기원
@야채배달 2천만... ㅎㄷㄷ... 어떤 게 나올 지,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네요.
MㅡM
저도 곡성이랑 추격자를 너무 재밌게 봐서 호프도 기대되네요! 전에 어떤 글을 읽었는데, 서사에 톱니바퀴를 딱딱 맞춰가는 작업이 아주 필수적이지는 않다고 하더라고요. SF야 말로 상상속 설정이기 때문에 '그럴법한 멋지고 기계적이고 과학적인' 설정으로부터 시작해 스토리를 풍성하게 가져가는게 필요하다는 말인가 싶은데, 한국 스토리를 짜는 방식에 개연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게 어쩌면 SF에서 힘을 못쓰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급 생각해봤습니다. 떡밥을 여기저기 던지고 회수를 안하는 건 잘 짜여진 스토리는 아니니 그런 얘기는 아닌 거 같고, 암튼 SF 스토리 방식은 뭔가 다른게 있나 싶어요. 아마 장르의 해부학에서 설명해줄 것 같습니다ㅎㅎ

야채배달
저도 SF편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
김생필
@MㅡM 정말 한국은 자국 SF 영화의 불모지여서, 이번엔 꼭 흥행해주길 두손모아 응원합니다. ^^
김생필
요즘 제 주요 관심사는 장르 믹스 (하이브리드입니다)존트루비가 목차로 정리한 대로 호러 장르와 다른 장르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장르의 리스트를 뽑아봤습니다. 정리하면서 느낀 건, 호러 장르가 ‘공포’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충격’으로 해당 장르에서 보여주고 싶은 ‘진짜 얼굴‘을 가면을 깨서 보여주는 망치, 일종의 열쇠가 아닌가 싶은데...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더 공부해 봐야겠네요. ^^
1. 호러 + 종교
- 엑소시스트 (The Exorcist) : 악령에 빙의된 소녀를 구하기 위해 신부가 구마 의식을 벌인다. 신앙과 의심 사이에서 인간은 무너진다.
-미드소마 (Midsommar) : 이별의 상처를 가진 여성이 이교도 공동체에 들어가며 점점 광신적 의식에 동화된다.
2. 호러 + 액션 (성공)
- 롱워크 (The Long Walk) : 디스토피아 국가에서 소년 100명이 끝없이 걷는 생존 대회에 참가하고, 속도를 늦추면 즉시 사살되는 규칙 속에서 마지막 한 명만 살아남는다.
- 배틀로얄 (Battle Royale) : 살아남기 위해 친구를 죽여야 하는 극한의 경쟁 속에서 인간성은 붕괴된다.
- 헝거게임 (The Hunger Games) : 생존 게임에서 승리해야만 ‘성공’하는 구조 속에서 주인공은 체제의 잔혹성을 깨닫는다.
- 큐브 (Cube) : 정체불명의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협력하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과 계산이 파멸을 부른다.
3. 호러 + 신화 (삶의 과정)
- 유전 (Hereditary) : 한 가족에게 내려오는 저주가 밝혀지며, 인간은 이미 정해진 운명 속에 있다는 공포가 드러난다.
- 판의 미로 (Pan’s Labyrinth) : 현실의 폭력과 환상의 신화가 교차하며, 소녀는 잔혹한 성장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4. 호러 + 회고록/성장 (자아)
- 기묘한 이야기 ((Stranger Things) : 소년과 소년들이 괴이한 세계를 통해 모험하며 성장한다.
- 그것 (It) : 고립감이 느껴지는 소도시의 아이들이 악마 같은 존재 페니와이즈와 싸우며 성장한다.
- 블랙 스완 (Black Swan) : 완벽을 추구하는 발레리나가 점점 자신의 또 다른 자아에 잠식된다.
- 겟 아웃 (Get Out) : 연인의 백인 가족을 방문한 흑인 남성이 숨겨진 음모를 알게 되며 자신의 정체성 자체가 위협받는다. 위기를 극복하고 도와주러 온 흑인 친구와 함께 떠난다.
5. 호러 + SF (과학·사회)
- 에이리언 (Alien) : 고립된 우주선 내부에서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가 인간을 하나씩 사냥한다.
- 엑스 마키나 (Ex Machina) : 인공지능을 테스트하던 남성이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 빠진다.
6. 호러 + 범죄 (도덕과 정의)
- 세븐 (Se7en) : 7대 죄악을 테마로 한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며 인간의 도덕이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난다.
-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더 괴물 같은 범죄자의 도움을 받는다.
7. 호러 + 코미디 (예절과 도덕)
- 기생충 (Parasite) : 계층 간의 위선과 예절이 무너지며 폭력으로 폭발한다.
- 아담스 패밀리 (The Addams Family) : 죽음과 괴이함을 사랑하는 가족이 평범한 사회와 충돌하며, 정상이라 여겨지는 기준이 오히려 기묘하게 뒤틀려 보이기 시작한다.
- 죽어야 사는 여자 (Death Becomes Her) : 영원한 젊음을 얻은 두 여자가 죽지도 늙지도 못하는 상태에 갇히며,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 육체의 붕괴와 기괴한 코미디로 드러난다.
8. 호러 + 서부극 (문명화)
- 프레이 (Prey) : 코만치족 소녀가 부족에서 인정받기 위해 사냥에 나섰다가, 인간을 사냥하는 외계 포식자와 맞서며 황야에서 사냥감이 되는 공포를 겪는다.
- 웨스트월드 (Westworld) : 서부극 테마파크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가 무너지며, 놀이로 소비되던 폭력이 진짜 공포로 되돌아온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 법과 질서가 무너진 세계에서 인간은 무자비한 폭력 앞에 무력하다.
9. 호러 + 갱스터 (부패)
- 대부 (The Godfather) : 가족과 권력의 이름으로 인간이 점점 괴물처럼 변해간다.
- 스카페이스 (Scarface) : 성공을 향한 욕망이 결국 자기 파괴로 이어진다.
- 아메리칸 사이코 (American Psycho) : 성공한 금융인이자 연쇄살인범인 남자의 이중적 삶을 통해, 부패한 자본주의 엘리트의 일상이 이미 괴물과 다르지 않음을 드러낸다.
10. 호러 + 판타지 (삶의 예술)
-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 절대반지는 인간의 욕망을 잠식하며 존재 자체를 타락시킨다.
-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 : 디멘터라는 존재가 인간의 행복을 빨아들이는 공포를 상징한다.
- 코렐라인 (Coraline) : 더 완벽한 세계를 제안하는 존재가 사실은 아이를 집어삼키려 한다.
11. 호러 + 추리/스릴러 (진실)
- 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 수사를 진행할수록 주인공 자신의 기억과 현실이 의심되기 시작한다.
- 트루 디텍티브 (True Detective) : 사건을 파헤칠수록 세계의 구조 자체가 불길하게 드러난다.
- 엔젤하트 (Angel Heart) : 실종 사건을 추적하던 사립탐정이 점점 기이한 의식과 살인에 휘말리며, 결국 자신이 쫓던 진실이 곧 자기 자신이라는 공포에 도달한다.
12. 호러 + 로맨스 (행복)
- 렛 미 인 (Let Me In) :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관계는 사랑인지 의존인지 모호해진다.
- 트와일라잇 (Twilight) : 소녀와 뱀파이어 미소년의 사랑은 위험과 집착 위에 세워진다.
- 오싹한 연애 (Spellbound) : 귀신을 보는 여자와 마술사의 말 그대로의 오싹한 연애.

야채배달
@김생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수고를 통해 저희가 떡고물을 배터지게 먹는것 같아서 감사하고도 송구합니다.
김생필
@야채배달 제가 더 많이 배웁니다. 같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밥심
어구.. 이걸 다 언제 정리를 하셨어요. 대부분 본 영화나 드라마라는 사실도 놀랍네요. 그만큼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작품들을 예로 잘 뽑으셨다는 뜻이죠. 감사합니다.

이기원
@김생필 하나 같이 다 명작이네요. 다시 보고 싶은, 아직 못 봤지만 봐야겠단 그런 작품들 리스트입니다. ㅎ
MㅡM
와 너무 감사합니다. 작품들을 보면서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김생필님께 직접 남기는 질문은 아니지만 언급된 작품들에 대한 질문이라 요기 그냥 남길게요!
책을 통해서 호러 장르에서는 죽음을 형상화한 몬스터가 등장하고, 몬스터와 대치하고 싸우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약점에 대해 알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의지와 주변사람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결국 여러 고비를 통해 (대체로) 승리를 이끌어낸다고 이해했는데요. 여러가지 변형이나 장르의 믹스를 고려한다고 해도 쉐입오브워터나 기생충 등 몇몇 작품은 호러 장르로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헷갈려서요.
쉐입오브워터에서는
- 기이한 생명체가 나오지만 전혀 죽음을 상징하는 몬스터 같진 않고
- 주인공의 일부분을 반영한 거는 맞아 보이고
- 이 생명체를 타파하는 스토리도 아니고, 생명체와 사랑을 나누는 게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스토리인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왜 호러일까요.
기생충은
- 기생충을 상징하는 가족이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죽음을 상징한다거나, 부자가족이 죽음을 극복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 작품 서사 상 부자가족이 가난한 가족이나 가정주부 커플에 공포를 느끼는 것도 아니고
- 부자가족이 피를 빨릴까 전전긍긍하며 사는 것도 아닌데
왜 호러일까요.
제가 저번에도 비슷하게 '호러를 좁게 보는 거 같다'고 썼는데,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장르를 딱 잘라 말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에서 어떤 면에서 호러라고 생각할만한지 궁금해서 남깁니다.

이기원
@MㅡM 다른 영화는 안 봐서 모르겠고.... 기생충은 호러 기법을 차용한 하이브리드 스토리가 아닐까 합니다. 기택이네가 들어가는 상류층 집은 문광이라는 최하층 계급(귀신의 변주)가 살고 있는 귀신들린 집(헌티드 하우스)가 아닐까 합니다. 하하하.
MㅡM
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 헌티드 하우스. 지하에 문광이 살고 있다는 게 극의 전체 흐름을 바꿨고 송강호 가족의 대립되는 존재가 이선균 가족이 아닌 문광 가족이 되었네요. 확 와닿는 포인트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생필
@MㅡM 님께.
말씀하신 부분을 정리해봤습니다. 저도 사실은 잘 모르고, 어리석습니다. 제 해석이나 기준이 절대저인 것은 아니고, 다른 분들의 고견이나 비평에 영향받은 부분도 많으니, 온전히 제 새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1. 세이프 오브 워터
이 작품의에서 가장 큰 죽음의 모티브는 저는 시대상이라고 읽었습니다. 시대배경이 1960년대 미국이고, 소련과의 냉전의 한가운데, 즉 언제 핵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공포심에 다들 사로잡혀 있었던 시대였고, 그런 시대에서 미국 연구소에서 아마존에서 신으로 추앙받는 괴물을 잡아다 연구하려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리고 주인공은 청각 장애인이고, 차별과 무시를 당하며 (억압된 주인공)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종차별 동성애자 차별도 만연된 시대상이 보여지고요. 그러나 이 주인공이 괴물과 종(?)을 뛰어넘는 사랑을 하게 되죠.
사랑이 어떻게 호러와 연결될수 있는가. 사랑의 어떤 부분이 +가 되고 호러의 어떤 부분이 –가 되어서 자석처럼 붙을수 있는가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는 건사랑의 본질이 죽음, 변화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사랑을 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본성을 이해, 납득해야 하고 (찌찔하다면 아 내가 이토록 찌질하구나) 자기 자신의 일부를 죽여서 (바뀌고 변화해서) 사랑을 이루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사실 죽음만큼 아니 죽음보다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에 많은 연인들이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존심에 헤어지고, 이혼하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괴물은 기적을 발휘하는 데 한번은 자신을 도와준 조력자 (이름이 바로 기억나지 않는군요)를 고쳐주고 곧이어 너는 정말 신이구나 하고 그제야 신성을 인정하는 악당을 죽여 버립니다. 즉 같은 괴물의 같은 힘이 어떤 이에게는 구원이 어떤이에게는 죽음이 되지요. (이질적인 존재의 심판자의 속성) 또한 여주인공은 마지막에 몸의 흉터가 괴물과 같은 종류의 아가미로 (같은 존재로 변화)하고 같이 떠나지요.이런 걸 종합해서 판단하면 저는 세이프 오브 워터가 호러 + 로맨스 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이 틀릴 수 있습니다. ‘무서움’에 집중하는 정통호러와는 결이 다른 측면이 분명 있지요.
2. 기생충은 왜 호러라고 생각하는가.
이것도 매우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누구인가라고 하면, 가장 크게 변화하는 사람. 즉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건을 만나서 C가 되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A’가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의 핵심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호러’의 주인공은 누구냐. 송강호 배우 가족이지요.
그들이 영화의 시작에서 비참하지만 그래도 네 가족이 아등바등 ‘함께’살고 있었는데, 영화의 마지막이 되면, 여동생은 죽고, 아버지는 정말 기생충처럼 그 집을 떠나지 못하고 갇혀살며, 주인공 기우는 어머니와 함께 비참하게 살아가면서 ‘망상’처럼 돈을 벌어서 아버지를 지하실에서 꺼내겠다고 맹세합니다.
근데, 모두 직감하고 있습니다. 그런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는 걸.
자본주의하에서 아들이 돈을 벌어서 그 거대한 저택을 사는 일 같은 건 불가능하다는 걸.
전통적인 관점에서 호러적 요소 (괴물, 초능력, 악몽) 같은 것은 없지만, 기생충에는 철저히 지금 세계에 대한 두려움, 공포가 배어져 있고,
특히- 물과 하강의 이미지. 기생충의 명장면 중에 주인가족이 캠핑에서 갑자기 돌아와서 거실 소파에서 성관계를 가지고, 그걸 송강호 배우가 가족들과 함께 들으면서 느끼는 비참한 감정. 그리고 대놓고 이뤄지는 차별은 아니지만, 몸에 배어 있는 ‘냄새’로 인간을 구분짓고 무시하는 시선을 깨닫게 되었을 때. 이후에 엄청난 하강이 이뤄지죠.부자집에서 물난리가 난 자신들의 집으로 (끊임없이 하강하는 시퀀스).
지상에서가 아니라 천상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듯한 느낌. 그리고 그 아수라장 속에서 영화 초반에 항상 쾌활하던 ( 애쓰던) 송강호 배우의 뭔가가 부러져버렸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그리고 파국의 정원 시퀀스. 미국의 인디언 학살 모티브는 빼고라도 이 장면은 기생충과 기생충이 서로 싸우다가 숙주(사장)을 죽여버리는 참극을 보여주는데, 얼핏 자본주의의 균열과 파국을 따라오지 못한 경우엔 왜 송가호가 사장을 죽이지? 하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됩니다. 사장가족들에게는 그냥 횡액이지만.
하지만 저는 봉준호 감독이 충분히 무서울 정도의 현실적 감각으로 송강호의 내면이 붕괴되는 지점을 구축했다고. 특히 선을 넘는 ‘냄새’로 차별 받아 왔다고 생각해서 그 지점에서 폭발 분출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호러의 금기, 해서는 안되는 금단의 선(딸이 죽음에 대한 복수를 기생충이 숙주를 죽여버리는 어리석은 만행으로) 을 넘어버리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시대에 진짜 무서운게 이야기에 나오는 가상의 괴물이냐.아니면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실제하고 누구나 매일 조금씩 느끼는 구조적인 차별이냐라고 하면,
저는 정말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후자라고 생각하고요.
그게 전세계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켰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제 기준에서 기생충은 호러입니다. ^^
MㅡM
와 너무 감사합니다. 역시 제가 호러를 단편적으로 생각했어요. 셰입오브워터를 본 지 좀 되어서 제가 더 많은 부분을 놓쳤습니다. 김생필님 해석을 읽으니 다시 한 번 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외형이 일반인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지만 서로에게 진심으로 위로가 되는 로맨스 영화라고만 기억했던 거 같아요. 그러네요- 주인공이 물리쳐야할 죽음으로서의 괴물은 아니었지만, 그 생명체 자체가 지닌 힘이 죽음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어요.
기생충에서 가장 큰 괴물은 자본주의네요. 그에 맞서 싸우는 형식이 아니라 기생의 방법을 택한 거고, 기생충들의 대립이 생겼어요. 제가 영화 내 요소들로 껴맞추려했더니 놓쳤습니다. 자본주의와 빈부차이, 그 안에서 오는 태도의 격차, 어떻게도 숨길 수 없는 가난의 흔적 등을 소재로 단순하게 스릴러가 가미된 블랙코미디 드라마라고만 생각했어요. 호러 요소들을 빗대어 생각해보니 해석이 더 풍부해지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김생필
이기원 작가님이 정리해주신 호러의 스토리 비트 15가지를 AI 그림으로 만들어봤습니다. 시각화 하면 좀더 외우기(?) 쉬울것 같아서요 ^^
https://www.gmeum.com/blog/25416/7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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