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

D-29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저자가 철학자들을 자꾸 인용하시네요. '호러'장에서는 니체와 하이데거를 불렀는데, 나머지 장에서는 어떤 철학자들을 부를지 사실 궁금하긴 합니다. 서문에서 삶의 철학을 스토리텔링과 연계해서 설명하겠다고 했을 때 이런 식으로 철학자를 활용한다는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야채배달 @레비오로스 덕분에 안경을 새로 맞추었습니다. 안목이 높아져서 ^^.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제가 비슷한 장르를 섞어서 생각해왔던 거 같아요. 칼로 자르듯 자를 수 있는 건 아니고 교집합이 많지만 우선 제가 가장 헷갈렸던 세가지만 정리하고 갑니다. - 호러: 공포 자체를 체험하게 만드는 것. 무섭게 만드는 것이 목적. 공포, 혐오, 불안, 충격을 유발함 - 공포: '두려움'이라는 감정 자체를 전달. 위협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을 관객 혹은 독자에 전달. 무서움이라는 감정 전체를 포괄함. - 스릴러: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유지. 무서움보다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가 핵심. 긴장, 불안, 기대, 추리 욕구를 유발함 책에서는 어떤 범위의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네요. 읽다가 많이 남기겠습니다.
@MㅡM 님 환영합니다. ㅎㅎ 멋진 활동 부탁 드려요!
일단 문장 수집으로 쓰면 여러 개의 문장 때문에 대화창이 번잡해질까 우려되어, 또 제가 내용 정리하면서 멋대로 조금씩 바꾼 문장도 있기에 이 밑에 제 메모장의 굵은 글씨로 적은 부분만 따로 옮겨 적어봅니다 ㅎㅎ.. (((((((((((((((((( 종교 스토리는 표현의 수단으로 호러 장르를 선호한다. 호러는 삶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삶이라는 스토리. 초자연적인 공포에서 심리적인 공포로. 심리적 공포는 현대 호러 장르의 기초가 되었다.(에드거 앨런 포) 죽거나 살거나 둘 중 하나다. 단순한 이원적 대립으로도 다양하고 더 나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 호러의 마인드-액션 스토리 관점에서 삶은 죽음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투쟁이다. 호러는 적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적, 즉 죽음을 하나의 캐릭터로 만든다. 호러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이다. 호러는 정신의 결함을 부각한다. 호러는 코미디와 근본적으로 유사한 점이 있는데, 두 형식에서 모두 캐릭터들이 동물이나 기계로 축소된다는 점이다. 차이라면 호러에서의 축소는 훨씬 '극단적'이다. 이 차이가 웃음이 아닌 공포를 만들어낸다. 스토리 코드의 일곱 가지 핵심 단계(책에 써진 것을 보니 이 핵심 단계를 핵심 도구로 사용해서 다른 장르도 설명하려나 봅니다.) 약점-욕망-적대자-계획-전투-자기 각성-새로운 평형 )))))))))))))))))) 호러 스토리 개요가 나오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여기까지 읽으면서 든 생각은 초자연적 공포에서 심리적 공포로 서서히 이동하게 된 계기가 과학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막연하지만,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활에서 어떤 마법같이 신비한 자연 현상에 대해 설명이 가능하게 되고 때로는 기계가 들어옴에 의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고 실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공포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간접적 죽음을 맛보고 마치 자신이 기계가 된 것 같은 상황 속에서 이어지는 무미건조한 나날 속에서 초자연적 공포에서 오는 호러보다 현실이 더 '어떤 의미에서' 호러여서 심리적 공포를 다루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막연한 생각입니다 예.. 야채배달님이 원문을 가져와 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본업이 바쁘고 다른 책을 읽느라 이 책에 쏟는 시간이 적지만 말씀대로 성경이나,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다른 의미나 가치를 가질 책들을 '스토리 공학'을 설명하기 위한, 자신의 시스템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료로 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방금 전 문단에 제가 쓴 막연한 생각처럼요. 저는 현재 산업혁명 시대부터 AI시대까지 인류 역사에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각 시기별로 그에 맞는 공포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호러 장르에서 강조하는 '생리적 죽음'이 아닌 기술로 인해 만들어지는 소외와 같은 형태의 죽음, 소통 부재, 고립으로 인한 죽음(고독사) 등등.. 결국 호러라는 장르에 관한 트루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사람은 언제 자신을 '죽었다'라고 생각하는가? 였습니다. 그것에 맞춰 굳이 본격 호러가 아니더라도 호러 스토리는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질 수 있고, 각자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스토리 또한 수없이 발견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또한 매우 쿨하게, 그저 재미있는 스토리를 올해 안에 완성한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으로서 니체에 대한 이야기는 '음, 흥미롭구만.'하고 넘기기로 하겠습니다. 여러분들 써 주신 글 읽고 많이 배웁니다. 깊이 읽으려면 또 한없이까진 아니더라도 끝이 없을 만큼 깊이 읽을 수 있는 것이 책이니까.. 원서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번역이..예... 힘드네요 ㅜ. 아쉽다고 생각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ㅎㅎ.. 저처럼 번역 때문에, 아니면 많은 압박감에 '이 책을 꼭 이해하겠어..!' 하고 마음먹었지만 힘들어하시는 분들 조금 더 가볍게 읽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번역이 덜커덕, 책을 읽을 때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많으니까요.
좋은 포인트를 잡아 주셨네요. "사람은 언제 자신을 '죽었다'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주제로 삼는 죽음에 청자가 끌어들여서 정면으로 마주하게끔 만드는 스토리. 그 죽음을 향해 몰아가는 괴물(존재, 상태, 상황 등)의 공격이 강력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호러의 포인트가 되는 것이겠죠. 한편으로 "사회적 죽음을 다루는 스토리가 호러에 가깝게 가려면 어떤 구조와 장치가 필요할까?"라는 고민에 빠져들게 됩니다. 좋은 예시가 되는 작품이 있을까요? 많은 분들의 고견을 여쭙니다.
@야채배달 조던 필의 영화들 특히 겟 아웃(Get Out), 어스(Us) 등이 말씀하신 사회적 죽음을 다루는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인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몸 (정체성)을 빼앗긴다. 단 그냥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회적 구조 (미국의 인종차별)과 연결되어 자행되는 어떤 조직적인 음모일 때 공포가 증폭 되는 것 같습니다.
@김생필 감사합니다. 겟 아웃은 봤던 거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말씀해주신 영화 두 편을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인간은 공포를 극복하고 이를 우습게 여길 때, 결국 공포 그 자체가 되는가? 존 트루비의 책을 읽고 선생님들의 글을 접하며 문득 든 생각입니다. 최근 발발한 미-이란 전쟁(중동 분쟁)을 지켜보며 느낀 여러 감정 또한 뒤섞여 있습니다. 인간(들)이 공포를 이겨낸 뒤, 두려움 따위는 별것 아니라고 오만해지는 순간 오히려 타인에게 '공포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근대에서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시기, 그리고 전쟁 사이의 평화기인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를 떠올려 봅니다. 당시는 셜록 홈즈나 루팡 같은 추리 소설이 대유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류 건강의 최대 적이었던 세균의 정체(코흐, 파스퇴르)가 밝혀졌고, 퀴리 부부의 헌신 덕분에 X선으로 인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선 통신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고, 남극점과 북극점을 정복하며 지구의 전모를 사실상 파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기독교 같은 전통적인 주류 이념은 쇠퇴한 반면,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지배 철학이 대두했습니다. 우주론 역시 빅뱅 이론 이전의 '정적 우주론'이 대세였기에, 우주는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이 주류였습니다. (아인슈타인 등장 직전, 모든 물리학적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다고 선언할 정도의 분위기였지요.) 이 시기의 인류는 모든 ‘자연적 원초적 공포'를 극복했다고 믿었습니다. 두려운 대상은 무엇이든 인간의 지혜(과학 기술)로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새로운 기술 대두에 대한 공포를 다룬 작품(프랑켄슈타인, 메트로폴리스 등)이 등장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지만, 대중은 이를 새로운 문물을 수용하며 즐기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팝콘)처럼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하지만 훗날 이 작품들은 한낱 대중문화가 아닌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되지만요.) 결국, 이러한 지나친 낙관주의와 겁 없는 초긍정의 시대에 인간 자체가 공포의 주체가 되어버립니다. 공포에 대한 두려움도, 경외심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적국과 그 시민들을 악으로 규정하고 독가스를 살포해 살상하거나(1차 대전), 특정 민족이나 반대파 때문에 국가가 위험하다는 명목으로 인종 청소를 자행하고(나치의 유대인 수용소, 소련의 홀로도모르), 과학 연구를 빌미로 타 인종을 생체 실험의 도구로 삼는(일본 731 부대) '진짜 공포스러운 일들'이 가차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오늘날의 상황(미-이란 전쟁 등)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위대한 미국(백인이 소수자가 된다는 공포가 없었던 과거의 미국)'을 꿈꾸는 기이한 대통령, 그리고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주변국을 적대적인 이단 국가로 규정하며 스스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한 이스라엘, 여기에 자신들이 믿는 신의 이름 아래 반대 의견을 내는 국민조차 학살하는 이란의 신정 체제가 충돌하고 있는 형국. 결국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이겨내는 것도 인간에게 필요하지만, 그 공포를 정복했다는 착각에 빠져 오만해지는 순간(괴물을 우습게 보는 순간), 인간 자신이 괴물로 변하는 듯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공포 그 자체. 여기서 불가피하게 니체가 다시 호명되는데- (물론 니체를 몰라도 사실 큰 상관은 없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다만 호러라는 장르를 압축해서 제가 정리하면 결국 이 문장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검색으로 찾은 것 입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약 네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볼 것이다." / 니체 <선악의 저편(Jenseits von Gut und Böse)> 146번. "Wer mit Ungeheuern kämpft, mag zusehn, dass er nicht dabei zum Ungeheuer wird. Und wenn du lange in einen Abgrund blickst, blickt der Abgrund auch in dich hinein."
안녕하세요. 영화 다 보고 이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솔직히 네 편 다 오래 전에 봤던 영화들이라 클릭하기 전까지 꽤 고민이 됐는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역시나 다 재밌더라구요. 책 읽으면서 자주 나오는 스토리 비트 개념과 기계, 동물로의 축소 언급이 아무리 봐도 탁 와닿지 않았는데 여기 와서 명확히 알게 되어 참 좋습니다. 즐겁게 공부합니다. 감사합니다.
@채끝 저도 다 봤던 영화라 망설여졌지만... 결국 다 보았고, 보길 잘했다 생각합니다. ㅎ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S#<$N>. 호러 기법 : 숨겨진 공격의 방법 괴물의 공격이 단조로울 때 해결 방법. 1. 주인공을 방이나 복도 등 좁은 공간을 돌아다니게 해서 적대자가 공격할 여지를 만들어준다. 2. 적의 수를 늘리거나, 몸집을 키운다. 3. 반대 세력이 죽음에서 되살아난다. 4. 주인공에게 가짜 조력자를 설정한다. 친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적이거나 비밀리에 적과 내통한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S#<$N>. 호러 기법 : 호러 리빌 리빌(reveal. 숨겨졌거나 잘못 알고 있던 중요한 사실이 드러내는 플롯 장치). 주인공과 스토리를 새로운 방향을 비트는 역할을 하는데, 보통 중간점에서 많이 등장한다. 호러에서 최고의 리빌은 적대자의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그가 어떤 식으로 공격을 가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주인공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줄수록 효과적이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S#<$N>. 호러 기법 : 사이클론 효과 사이클론 효과 : 공포의 요소들이 소용돌이처럼 한 점으로 몰려들며 긴장과 위험이 가속화 되는 것. <에이리언> 1. 리플리는 자폭장치를 멈춰보려 하지만 너무 늦고 만다. 2. 폭발하는 순간, 그녀는 셔틀에 올라타 탈출한다. 3. 셔틀에 숨어있는 에이리언을 발견한다. 4. 그녀는 셔틀의 에어콕을 열어 에이리언을 우주로 내보내려 하지만 문을 잡고 버티자 작살총을 발사한다. 5. 작살총과 연결된 와이어에 매달린 에이리언이 분사구로 들어오려고 한다. 6. 리플리가 엔진을 점화시켜 에이리언을 우주로 날려보낸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S#<$N>. 호러 스토리 비트 13 : 전투 - 피난처 호러에서 최후의 전투는 주인공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피난처에서 일어난다. <에이리언>에서 리플리는 모함이 폭발하기 직전에 셔틀에 올라 탈출한다. 드디어 안전해졌다고 판단한 그녀는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하다가, 그곳에 숨어있던 에이리언을 발견하고… 마지막 싸움을 하게 된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S#<$N>. 호러 스토리 비트 14 : 자기 각성의 부재 전형적인 호러 스토리에서는 주인공이 자기 각성을 하지 않는다. 호러는 성장과 깨달음의 장르가 아니라, 공포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장르이기 때문. 샤이닝 - 잭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는 대신, 광기에 사로잡혀 괴물로 전락한다. 에이리언 - 리플리는 살아남지만, 각성에 이르지는 못한다. 공포를 이겨낸 생존의 승리일 뿐 싸이코 - 주인공의 각성이 전혀 없다. 나이트메어 - 낸시가 뭔가 배우는 것은 없는, 생존형 호러이다.
파트1 호러 읽고, SNS에 리뷰 남겼어요. 다소 길지만.. ㅎㅎ 추천해준 영화도 너무 재밌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믐 독서 모임 <스토리탐험단 시즌 2>를 신청했다. 작년에는 매달 스토리에 관한 다양한 책을 함께 읽었다면, 올해는 아예 벽돌책 하나를 정면으로 파헤치는 모임이다. 책은 바로 <장르의 해부학>. 혼자였다면 선뜻 펼칠 엄두도 나지 않았을 책인데, 이 책 한 권을 29일 동안 하루 한 챕터씩 함께 읽고 공부하는 방식이라 해보기로 했다. (이기원 작가님의 뽐뿌도 한몫!) 14가지 장르 중 첫 번째는 ‘호러’였다. 처음에는 왜 하필 호러가 맨 앞일까 싶었다. 로맨스도 있고 모험도 있고 성장 서사도 있을 텐데, 왜 공포부터 시작할까. 책에서 설명한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결국 삶과 죽음, 존재와 소멸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결말은 죽음으로 향하고, 우리의 삶 자체가 이미 거대한 스릴과 불안을 품은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호러는 가장 원초적인 장르인지도 모르겠다. 흔히 호러라고 하면 공포영화를 떠올리지만, 단순히 무서운 영화라고만 말하기에는 너무 넓고 깊다. 호러영화는 관객에게 공포, 불안, 혐오, 전율을 의도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포물을 꽤 좋아했다. TV에서 하던 <전설의 고향>은 내가 가장 좋아하던 드라마 중 하나였고, 비디오 대여점에 가면 강시 영화나 드라큘라, <나이트메어>, <사탄의 인형> 같은 영화를 꼭 빌려 보곤 했다. 사실 정말 무서웠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무서움 속에 묘한 희열이 있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화면을 몰래 들여다보는 그 순간의 긴장감, 무서워서 심장이 뛰는데 끝까지 보게 되는 쾌감. 그게 아마 호러의 매력인 것 같다. 책에서는 최초의 호러 스토리를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로 보기도 한다. 금기를 깨고, 그 대가를 치르고, 낙원에서 추방되는 이야기. 읽어 보니 꽤 설득력이 있었다. 호러는 단순히 귀신이나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오래전부터 품어온 가장 근원적인 두려움을 다루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영화나 고전 장르물에 아주 익숙한 사람은 아니다. 심지어 봤어도 까먹음.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영화와 문학 작품의 사례가 등장하는데, 모르는 작품이 많아서 쉽게 술술 넘어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중간쯤 읽다가 멈추고, 작가님이 추천해준 4편의 작품 중 하나를 보기로 했다. <싸이코>, <샤이닝>, <나이트메어>, <에이리언> 중에서 <샤이닝>을 선택. 그전에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겟 아웃>도 다시 보았다. <겟 아웃>은 두 번째로 봐도 정말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잘 만든 공포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훨씬 더 무서웠다. 귀신이나 살인자가 아니라, 겉으로는 친절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는 미묘한 차별과 불편함이 리얼 공포다. 사회의 보이지 않는 불안을 드러내는 또하나의 소셜 호러. 그리고 <샤이닝>은 정말 재미있었다!!! (왜 나 이거 이제서야 봤지) 잭 니콜슨 젊은 시절도 오랜만에 보고. 옛날 영화인데도 뭔가 촌스럽지가 않아. 눈 덮인 외딴 호텔이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잭 니컬슨의 광기가 압도적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웬디 역의 셜리 듀발이었는데. 영화 다보고 촬영 비화를 나중에 찾아보니, 야구방망이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며 잭을 막는 장면을 100번이 넘게 반복 촬영했다고 한다. 하루 12시간씩 울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나니, 영화 속 그녀의 표정이 단순한 연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공포에 잠식된 사람의 얼굴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귀신보다 셜리 듀발의 얼굴이 더 무서웠는데.. 어디서 이렇게 눈 큰 배우를 섭외했지... 내용과 별개로 그 시절 영화 특유의 색감과 웬디의 의상스타일도 너무 예뻐서 맘에 들었다는. 이렇게 영화를 몇 편 보고 나니 책이 훨씬 재미있어졌다. 추상적으로만 읽히던 장르 이론이 갑자기 장면으로 살아나는 것 같은. 호러-신화와 호러-SF 스토리의 구분같은 것도,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호러-신화는 저주, 신과 악마, 고대 존재, 금기를 어긴 대가, 오래된 집안의 비극처럼 인간보다 오래된 질서와 두려움을 다루는 것. 금기를 깨면 벌을 받고, 죽은 자가 돌아오고, 설명할 수 없는 운명이 반복되는 이야기들. 즉, 오래된 두려움. 반면 호러-SF는 미래의 두려움. 바이러스, 유전자 조작, AI의 폭주, 우주 생명체, 기술의 통제 상실처럼 과학과 미래가 만들어내는 공포를 다룬다. <에이리언>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런 것들도 구분하는 디테일. 이번에는 호러 장르만 다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핵심 문장은 이거다. "삶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스토리에서 찾을 수 있다." 왜 그럴까. 스토리가 곧 삶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철학도, 역사도, 인간이 살아온 방식도 결국 이야기의 형태로 전해져 왔다. 스토리의 구조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삶을 이해하는지를 배우는 일과 닿아 있다. 우리가 스토리를 배우는 이유는 결국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지혜와 경험을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역시 이야기다. 이전 세대가 남긴 이야기는 다음 세대가 길을 찾기 위한 이정표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남겨야 할 이유가 있다. 당신의 삶 또한, 누군가에게는 다음 길을 밝혀주는 하나의 스토리가 될 수 있으니까.
@리틀조이 1부 호러의 정수와 깨달음을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루비의 저서 대신 리틀조이님의 글을 대신 읽는것이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리틀조이 엄청난 내공의 리뷰입니다. 탄복하지 않을 수 없네요. 존명!
@이기원 매우 잡담성 이야기입니다만... ^^ 이사때문에 책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이기원 작가님이 97년에 다른 작가분들과 추리소설 앤솔로지 <세기말 동화>를 내신 걸 제가 가지고 있더군요. 세상에... 깜짝 놀랐습니다. (책 표지 사진은 제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서유재/책증정]『돌말의 가시』 온라인 함께 읽기 (도서 증정 & 북토크)[책증정-선착순 10명] 청선고로 모여라!『열여덟의 페이스오프』작가와 함께 읽기4,50대 세컨드 커리어를 위한 재정관리 모임노후 건강을 걱정하는 4,50대들의 모임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커리어와 나 사이 중심잡기 [김영사] 북클럽
[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구글은 어떻게 월드 클래스 조직을 만들었는가? <모닥불 타임> [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
[여성]을 다양하게 말하기
[책증정] 페미니즘의 창시자,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 《메리와 메리》 함께 읽어요![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책증정]『빈틈없이 자연스럽게』 반비 막내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클래식 2025] 9월, 제 2의 성 [도서 증정] 《여성은 나약하고 가볍고 변덕스럽다는 속설에 대한 반론》 함께 읽기[도서 증정] <문제적 여성들의 북클럽> 번역가와 함께 읽기
그믐의 대표 작가, 조영주
[책 증정] <탐정 소크라테스> 조영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증정] 작가와 작가가 함께 등판하는 조영주 신작 <마지막 방화> 리디셀렉트로 함께 읽기[장맥주북클럽] 1. 『크로노토피아』 함께 읽어요[박소해의 장르살롱] 19. 카페 조영주로 오세요
책도 주고 연극 티켓도 주고
[그믐연뮤번개]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짧은 역사, 천천히 길게 읽고 있습니다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 그림책 좋아하세요?
벽돌책 사이, 그림책 한 칸 (부제: 내가 아는 29가지 기쁨의 이름들)[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
진짜 현장 속으로!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중독되는 논픽션–현직 기자가 쓴 <뽕의계보>읽으며 '체험이 스토리가 되는 법' 생각해요[도서 증정] 논픽션 <두려움이란 말 따위>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동아시아)[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
체호프에서 입센으로, 낭독은 계속된다
[그믐밤] 47. 달밤에 낭독, 입센 1탄 <인형의 집>[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
봄에는 봄동!
단 한 번의 삶방랑자들여자에 관하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편견을 넘어 진실로: 흑인문화 깊이 읽기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비문학을 꾸준히 읽는 중
독서기록용 <한옥 적응기>독서기록용 <가난의 명세서>[독서 기록용]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