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젖어 있었다. 샤워실 문을 잠그고, 술병을 꺼내 마개를 열고서는 빈대처럼 입을 딱 붙이고 빨아들였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무릎도 공허하고, 머릿속도 공허하고, 가슴도 공허하다. 센 술을 물 마시듯 쉴 새 없이 들이켠다. 살아 있다. 구역이 놓아줬다. 망할 구역이 놓아준 거다. 이런 빌어먹을. 제기랄. 살아 있다. 초행자들은 그걸 쥐뿔도 이해 못한다. 아무도, 스토커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더니 눈물이 내 양 볼을 타고 흐른다. 센 술 때문이거나, 나도 모르는 이유 때문이거나. 나는 술병에 술이 한 방울도 남지 않을 때까지 빨았다. 나는 젖어 있는데, 술병은 말랐다. 늘 그렇듯 마지막 한 모금이 부족했다. 뭐, 됐다. 그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제는 다 해결할 수 있다. 살아 있으니. ”
『노변의 피크닉』 67-68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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