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예전에 호박단추를 유난히 좋아했어요. 금은 아닌데, 금 같은 투명한 질감이 신비로워 보였거든요. 근데 이렇게 문학적으로 녹여내다니~
[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꽃의요정

은화
제 과거를 들춰봤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자세해서 놀랐어요. 저도 어릴 때 단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특히 호박이나 마노 재질의 단추들은 색깔도 꼭 달고나나 사탕 같아서 정말로 저도 입에 대봤고요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벌써 레드의 이야기도 결말을 향해가고 있네요. 오늘부로 책의 마지막 부에 들어갑니다. 아직 작품을 읽고 계신 분들은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하는 경우, 모임에 들어올 때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향팔
“ "살아 돌아온 죽은 자들……" 누넌이 중얼거렸다.
"뭐요? 아…… 아닙니다. 그건 불가사의하긴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지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그건 상상할 수 있는 일이랄까." (243쪽)
"기본적인 원칙이라는 관점에서 당신이 말한 죽은 자들은 영구 축전기보다 더도 덜도 놀라운 게 아니란 걸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군. '바로 그'는 그저 열역학 제1법칙을 거스르는 거고, 죽은 자들은 그저 열역학 제2법칙에서 어긋날 뿐, 차이는 그것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의미에서 혈거인들이지. 유령이나 흡혈귀보다 두려운 걸 상상 못 합니다. 그런데 인과관계에 반하는 것은 유령이 무더기로 오는 것보다도 무서운 일이지……" (248쪽) ”
『노변의 피크닉』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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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외계인학이란 공상과학과 형식적 논리를 부자연스레 섞어 놓은 거라 할 수 있지요. 외계의 이성에 인간의 심리를 갖다 붙이는 잘못된 접근 방식이 그 연구법의 근본에 있으니.
『노변의 피크닉』 227p,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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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는 입을 다물고 자기가 마실 커피를 따랐다. 커피는 뜨겁고 진하고 달아서, 지금은 술보다 그걸 마시는 게 더 좋았다. 커피에서 집 냄새가 풍겨 왔다. 구타의 체취. 그냥 구타가 아니라, 가운을 입은 구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아직 볼에 베개 자국이 남아 있는 구타. ”
『노변의 피크닉』 p.278,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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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우리 중에 이미 미남으로 불리던 이가 있었는데, 딕슨이란 자로 지금은 땅다람쥐라고 불린다. '고기분쇄기'에 갔다가 어쨌든 살아 남은 유일한 스토커다. 운이 좋았던 거다.
『노변의 피크닉』 p.297,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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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땅다람쥐의 과거가 여기서 나오는군요. 그가 과거에는 미남이었다니. 참 기구하고도 아이러니한 운명이네요.

은화
“ 그래, 꽤 괜찮은 스토커가 됐을 거다…… 이런 제기랄, 내가 아서에게 미안해하는 건가? 뭐가 미안하단 말인가. 언제 다른 누가 내게 미안해하는 적이 있던가……? 사실 그랬다. 미안해했다. 키릴이 나에게 미안해했다. 딕 누넌이 나에게 미안해한다. 그러니까 어쩌면, 구타에게 마음을 주는 만큼 미안해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마 미안해하고 있을 거다. ”
『노변의 피크닉』 p.298,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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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러다가 가슴팍에 아직 거의 가득 찬 설명이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떠올리고는 광기 어린 기쁨에 휩싸였다. 귀여운 것, 내 사랑.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어가기만 한다면. 이제 조금 남았다. 가자고 레드, 빨강머리. 그렇지, 그렇게. 이제 조금 남았어. 신이고 천사들이고 나발이고. 늪지와 천사장들, 방문자들, 그리고 대머리수리의 영혼 전부 지옥에나 처박히길…… ”
『노변의 피크닉』 p.302,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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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불에 타 버린 길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20~30미터 정도였지 그 이상은 아니었는데, 그는 겁에 질려 앞을 보지 않고 달궈진 프라이팬 위의 바퀴벌레처럼 지그재그로 기어 왔던 것이다. ”
『노변의 피크닉』 p.30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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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감사해요, 슈하트 씨! 당신이 저를 끌어내 주셨군요."
레드릭은 침묵했다. 이건 또 무슨 거지 같은 말인가. 감사하다니! 너는 나의 인질이 된 거다. 내가 널 구함으로써.
『노변의 피크닉』 p.30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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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지나갈 거다, 지나갈 거야. 레드릭은 생각 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내 일생이 이러했다. 몸은 똥통에 박혀 있고, 머리 위로는 번개가 치고. 그렇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
『노변의 피크닉』 p.31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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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괜한 짓을 하는군. 그가 행복하게 생각했다. 너는 지금 아버지를 상기시키지 않는 편이 좋을 텐데. 그런데, 상관없다…… 그는 몸을 일으키면서 통증으로 신음했다. 옷이 몸에, 화상 입은 피부에 완전히 들러붙어 이제는 그 안에서 뭔가가 아프게 터졌고, 마른 붕대가 상처에서 떨어져 나가듯 뭔가가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
『노변의 피크닉』 p.31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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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한 모금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슈하트 씨?”
레드릭은 손에 쥐고 있던 술병을 가슴팍으로 집어넣어 버리고선 말했다.
『노변의 피크닉』 p.31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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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늪지대에 있던 불지옥에서 빠져나왔을 때 처음 걱정한 것 보다는 몸이 훨씬 멀쩡한 상태로 살아 나왔다고 언급하죠. 이때까지만 해도 레드의 화상은 견딜만 했습니다. 그리고 레드는 의도치 않게, 어떤 목적이나 이익 때문이 아니라 특별한 이유 없이 선행을 하기도 했죠.
버브리지가 싸지르고 간 똥통을 지나갈 때 레드는 태도를 바꿔 모질고 비정한 인간이 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리고 그때 그의 몸에 있던 물집들이 터지면서 몸에 고통을 주죠. 그런데 작가는 굳이 물집이라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그 안에서 뭔가가 아프게 터졌고, 마른 붕대가 상처에서 떨어져 나가듯 뭔가가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레드는 곤경에 처한 누군가를 모른 척 하지 않고 도와주는 사람이고, 역겨운 버브리지를 버려두지 않고 살려왔으며, 딸을 위해 그네를 만들었고, 키릴이 좋아할 것 같아 충만한 깡통을 선물로 줄 생각이었던 사람입니다. 행동과 말투가 거칠고 사나우며, 늘 남들에게서 돈을 뜯어내고, 불법적인 일로 먹고 사는 지극히 속물적인 인간임에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누군가를 도와줄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 레드가 자신과 함께 구역을 지나온 아서를 앞에 두고는 이제 비정해지죠. 출발하기 전만 해도 농담도 주고 받고, 자신이 좋아하는 술도 잘 건네주던 레드는 이제 가장 필요한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거두고 냉정해집니다. 그 순간 터지고 떨어져 나가 그를 아프게 한 건 물집만은 아닐지도요. 어쩌면 그의 본성 깊은 곳에 있던 선함, 양심, 그의 인간성일지도 모르겠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책의 제목처럼 하몬트로, 그리고 '구역'이라는 낯선 공간으로 피크닉을 다녀오는 기분의 작품이었습니다. 일부러 마지 막 몇 장은 남겨뒀다가 저녁 늦게 읽었는데 결말의 비장함에서 전율을 느꼈어요. 마지막 주차의 내용으로 4부와 결말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1) 4부는 기존과 달리 제목부터 남다릅니다. 1,2,3부는 레드와 딕 누넌의 결혼 여부나 직업이 소제목으로 적혀있는 반면 4부는 어떤 설명도 적혀있지 않는데요.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시나요?
2) 레드릭은 다가올 일을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한편으로는 그를 도와주기도 하고, 또 끝에 가서는 그의 최후를 방관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레드를 어떻게 보시나요? 그는 비정하고 악한 인간이 된 걸까요? 아니면 아직 선함을 유지하고 있을까요?
3) 마지막 장의 열린 결말에서 여러분은 각자 어떻게 이야기가 끝날 것이라고 상상하셨나요? 레드는 금빛 구체에 무사히 도달했을 것 같나요? 그가 어떤 소원을 빌었을 것 같나요?
4) 책 전반의 느낀 점과 감상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밥심
저는 이 소설이 선택한 방식의 열린 결말이 마음에 듭니다. 애당초 “구역”의 정체에 대해서는 가설만 있을 뿐이지 정확한 사실은 알지 못합니다. 그러한 배경 및 설정에서 결말이 구체적이고도 뚜렷한 방향으로 제시된다면 뭐랄까 이야기의 결이 흐트러지는 느낌이 날 것 같았거든요.
선한 주인공이 타인의 목숨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마지막 희망을 걸어볼 대상은 역시 가족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의 소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나 싶네요.
보통 이야기는 주인공이 편안하게 지내다가 갑작스레 나락으로 떨어진 후 개고생을 하다가 이를 극복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소설 역시 초중반까지는 비슷하게 진행되었지만 결말에서 다르게 풀어서 신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아내를 흠모하는, 어쩌면 주인공에겐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빌런이 될수도 있었던 누넌의 이야기를 따로 빼준 것도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합 니다.
지난 주말에 영화를 보려했는데 다른 책들 읽느라 못 봤어요. 이번 주에 영화를 보며 이 소설의 여운을 느껴보려 합니다.

꽃의요정
전 '구역'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방사능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근데 왜 거기에 다녀왔거나 다녀 온 사람들의 자식들의 몸에 이상이 생기냐'는 부분에서...인간의 몸에 이상이 생기게 하는 게 방사능이라고만 생각하는 무지랭이 인간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화
타르콥스키의 <스토커>를 찾다가 포스터 이미지를 가져왔어요. 첫번째 그림이 러시아에서의 첫 포스터 같습니다. 책 표지로도 제격이네요. 문 뒤에서 노려보고 있는 건 방문자일까요, 아니면 구탈린이 말한 악마의 '구역' 그 자체일까요. 언덕 위 세 인물이 누구인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두 번째 이미지는 좀 더 현대적인 실사 포스터의 배경사진인데 아마 주변 지형의 분위기를 보니 채석장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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