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 이미 모임을 했었던 <생명창조자의 율법>의 외계 기계 문명도 중세 수준이었는데 말이죠. 호건이 스트루가츠키 형제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니겠죠.
[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밥심

은화
오랜만에 다시 보는 제목이군요! <생명창조자의 율법> 때는 인간들이 외계문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교류했었죠. 읽을 때는 크게 못느꼈는데 렘과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작품을 읽고 돌아보니 호건의 작품은 굉장히 정석적인 서구 SF였네요. 외계문명과의 접촉, 인간성을 공유하는 외계인, 그들을 인도하는 인간문명 등등.
밥심
<노변의 피크닉> 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좋은 책 소개시켜주시고 모임방을 잘 운영해주신 @은화 님 감사드려요!

은화
마지막 채석장 장면이 강렬하게 다가왔는데요. 땅에 깔린 하얀 먼지도 그렇고 석회석이나 대리석이 가 득한 흰색의 허허벌판을 상상하면서 읽었습니다. 흰 색은 선함, 깔끔함, 빛의 이미지로 해석되지만 때론 그 무색의 특성 때문에 황량함과 창백한 느낌도 주죠. 마치 우유니 소금 사막처럼 하얀색만이 가득한 곳...
그 채석장 위를 물에 빠진 생쥐 꼴인 아서와 레드가 나란히 걸어갑니다. 오물과 찌꺼기가 들러붙어 있고, 심하게 냄새가 나며, 터진 물집과 상처로 진물과 피가 나고, 엄청난 열기와 아지랑이에 숨이 턱턱 막혀 헐떡거리는 두 사람. 마치 흰 벽지를 두 마리의 아주 작은 벌레가 기어가는 모습 같습니다. 그것도 까맣고 정말 작아서 하찮아 보이는 두 마리 벌레.
그런 벌레를 보면 우리는 별다른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내려치거나 잡을 겁니다. 뭔가 특별한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벌레는 손쉽게 죽어버리죠. 보이지 않는 투명한 '고기분쇄기'가 아서를 잡아 채는 광경에서 제가 벌레를 때려잡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너무나 쉽고 허무하게 죽는데 반해, 죽이는 쪽은 어떤 감정이나 생각도 없이 그냥 행동하고 마는 장면이죠.
제가 벌레를 보던 것처럼, '구역'이나 방문자들에게 인간은 그런 존재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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