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저는 레드가 금빛 구체로 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혐오하던 버브리지와 같은 인간이 되었다고 봤습니다. 아서와 함께 출발할 때만 해도 레드릭은 여유가 있어 보였고, 아서에 대해 이런저런 감상을 품고 있어 보였는데요. 버브리지와 달리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청년을 보면서 이 청년도 크면 스토커가 되었을까 상상하는 모습에서는 자기 자신을 겹쳐 보거나, 또는 하몬트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야 할 한 사람의 미래를 걱정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늪지대의 불지옥에서도 어떤 다른 이유나 의도 없이 아서를 구해줬다고 회상하죠. 이때까지만 해도 레드는 인간성을 유지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오물이 들어찬 협곡(버브리지의 똥무더기와도 같던)을 지나가면서 그는 자신이 왜 이런 상태에 놓였는지, 왜 삶이 매번 힘들고 고단한지 고민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자신보다도 더 흔들고 좌지우지 해온 모든 세상과 인간들에게 분노하기 시작하죠. 처음에는 몽키를 위한 희망에서 시작했던 여정이 점점 증오로 물들어 갑니다.
애초에 자신이 스토커가 되어야 했던 건 원하지도 요구하지도 않았던 '방문자'와 '구역' 때문에 일어난 일이며, 구타와의 결혼과 이후 몽키에 대해 이웃들은 호의적이지 않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 뿐인데 군대와 뒷세계의 큰 손들은 그의 경제적 자유를 쥐락펴락 하며 통제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버브리지 같은 인간 쓰레기들과 엮여 자신도 쓰레기 같은 처지가 되는 경험을 해야 했고요.
레드의 삶을 통제하는 이런 '보이지 않는 손'들은 '구역'과 비슷합니다. 구역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정체를 알 수 없고, 어디에 뭐가 숨어있는지 알 길 없듯 레드릭이라는 개인의 삶을 조종한 이 역학 관계는 실체가 없음에도 그의 인생을 내리막길로 계속 잡아 끌어내리는 어떤 불가항력이 느껴지죠. 레드는 누구를 욕해야 할지, 누구를 잡아와 자신의 인생을 망친 것에 대해 비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그의 삶을 이렇게 만들어 왔습니다.
레드는 자신의 아버지가 공장? 또는 일터?에서 돌아와 지치고 넋이 나간 모습에서 세상의 이런 피할 수 없는 힘과 무기력함을 느꼈을 거에요. 누군가의 밑에서, 누군가를 위해서 일한다는 것은 '나'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이며, 언젠가는 영혼을 팔아넘기는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그게 싫어서 직장을 구하지 않았지만(또는 못했지만) 스토커가 되어서도 그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구역에서 흘러 나오는 괴이하고 추악한 물건들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을 통해서 돈을 버는 생활.. 알고 싶지 않은 이유와 목적으로 유물들을 모으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그의 삶은 죄악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런 진창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본인도 죄와 악을 품어야 하죠. 그럼에도 레드릭은 더 아래로,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버티는 인간이었습니다. 몽키가 남들과 다르더라도 이웃들에게 잘 해주면 마을에 남아 섞여 살 수 있을 거라고, 언젠가는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믿었죠. 잘못된 직업과 잘못된 삶 속에서 그는 선을 내려놓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계속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마을에서 멀어지면서 레드는 생각이 바뀝니다. 스토커 생활로 돈을 모아 부족함이 없지만 그 돈은 깨끗하지 못한 돈이며, 그의 삶은 오물 위에 지어졌을 뿐이죠.
'참아왔는데.. 어떻게든 살아왔는데.. 왜 내 삶은 매번 이렇게 힘들지..' 생각해보니 결국 자신의 인생이 버브리지와 같은 자들의 뒤꽁무니만 쫓으며 살아야 했기 때문이죠. 죄와 악행 속에서 선을 지키고 살려면 남의 똥만 주워담아야 하지만, 자신도 버브리지 같은 비열한 인간이 되면 추할지언정 주워 먹는 인생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악취는 분명 아서에게서 나는 거였고, 그의 뒤를 따라가는 건 불가능할 지경이었는데, 얼마 후 레드릭은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악취를 풍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317
이때부터 레드는 비열한 인간이 되기로 하고 아서를 몰아붙입니다. 협곡을 지나오면서 그는 결국 버브리지가 됩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금빛 구체로 가기 위한 티켓으로 아서를 바치죠. 어쩌면 이미 레드는 자신의 복수를 실현하는 발걸음을 내딘 건지도 모릅니다. 버브리지가 그토록 아꼈던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니까요.
[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은화

은화
3) 레드릭의 행복한 미래를 응원하고 싶지만.. 작품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허무한 결말로 끝나지 않을까 상상합니다. 전 금빛 구체가 과연 정말로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인지도 의심스럽거든요. '바로 그'가 어떤 물건인지도 모르지만 충전기의 용도로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사람들이 너도 나도 들고 다녔다고 하죠. 금빛 구체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사람의 소망을 들어준다고 하는데 버브리지의 자녀들에게 닥친 일을 생각해 보면 대가를 치뤄야 하는 원숭이손 같은 존재거나, 인간의 의식이나 감정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수도 있겠고요.
레드가 금빛 구체에 도달하지만, 소원을 빌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거나 소원을 말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금빛 구체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작품 내에서 구체는 절망 속 희망 또는 인간의 내면에 깃든 근원적인 선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읽었는데요. 금빛 구체에 관심도 없었을 적의 레드의 삶이 고난과 방황의 연속이었던데 비해 아끼는 가족이 생긴 뒤로 버브리지의 제안을 받아들이죠.
이전에는 값어치가 있을 만한 물건들을 구역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수집했지만, 4부에서 레드는 목적과 희망을 품고 구체를 찾아갑니다. 늘 남들을 통해 돈을 얻고, 자기 자신만 알며, 뺏거나 빼앗기는 삶을 살아야 하던 그가 이제는 돈보다는 다른 이유로 구역으로 향하죠. 이전의 레드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온갖 지저분한 오물과 황량한 폐허를 지나 보물섬처럼 순백의 공간에 숨겨져 있는 구체는 마치 내면의 얼룩과 상처, 부정한 감정에 가려진 양심처럼 보입니다. 양심 또는 선은 대가를 바라고 행하지 않죠. 단지 옳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행동할 뿐입니다. 설령 선행의 결과가 오히려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미래의 결과 때문에 양심을 거스르고 다른 선택을 내리지는 않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의 속성을 생각하면 금빛 구체로 가는 과정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믿고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우며, 또한 얼마나 허탈할 수 있는가를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레드가 채석장에 오기까지 겪어야 했던 그 모든 사고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꽃의요정
저도 타르콥스키 영화 보려고 roadside picnic으로 검색하다 이런 걸 발견했어요. 심지어 제가 사랑하는 매튜 구드 님이 레드 역할인 거 같아요. 눙물이!!
https://youtu.be/8Dts0rjp5V8?si=Y7vgLp6TPq0bL_aE
근데 신기한 게 제작되지 않은 거 같아요.
The project was written by Jack Paglen, directed by Alan Taylor, and starred Matthew Goode as Redrick "Red" Schuhart. The series was ultimately not picked up or released. -> 이렇게 구글에....

은화
아, 저도 유튜브에 책 리뷰어들이 올린 후기나 소개영상 찾아보다가 봤어요. 소설을 읽을 때의 제 기대(?)보다는 훨씬 더 밝고 현대적인 배경과 분위기라 색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책 내용의 비장함, 추잡함, 지저분한, 절망감 때문인지 저는 이 책의 배경과 색감이 매우 어둡게 다가왔습니다.
붉게 녹슨 철골들, 페인트가 벗겨져 다 드러난 바닥과 벽들, 군데군데 부서진 나무판자들, 안닫히는 문과 창, 뭔지 모르겠고 불길한 얼룩들, 거미줄들, 곰팡이, 오물.. 이런 심상들이 계속 맴돌더라고요.
과학자들이건 스토커건 마을사람이건 다들 칙칙한 옷과 삶에 지친 얼굴이 눈에 그려졌고요.

은화
2016~2017년에 TV시리즈로 제작하려다가 취소되었지만 당시 구상한 컨셉아트들이 남아 있네요.
https://www.behance.net/gallery/53869529/Concept-art-to-Roadside-Picnic-TV-series?locale=ko_KR
첨부된 그림들은 아티스트 Alex Andreev의 작품들입니다.
TV시리즈로 만들기 위해 책에는 묘사되지 않은 현상이나 경관도 추가할 계획이었나 봐요. 소설을 읽을 때는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TV시리즈는 좀 더 현대적인 디자인도 많이 반영되었고요.




은화
아마 중간의 아역 사진은 몽키이겠죠?




꽃의요정
저도 청바지에 티한장 입고 맨몸으로 가는 걸 상상했는데, 저렇게 우주복 같은 장비 입고 가는 장면을 보고, 제가 책을 잘못 읽었나 했어요. 좀 세련돼 보이긴 하는데, 책에서의 거칠고 지저분한 느낌이 덜 드네요.

꽃의요정
인류의 가장 영웅적인 행동은.....살아남았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 낼 생각이라는 거다.....그래도 어쨌거나 빌어먹을 놈들이다, 그가 방문자들을 두고 말했다.
『노변의 피크닉』 251p,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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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2) 아서를 처음에 살려 준 건 아직 죽을 때가 아닌데 죽어 버리면 안되기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마지막 금빛구체를 만나기 전까지 애껴 뒀어야 했기에...
레드는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는 실용적인 사람이란 느낌입니다.
3) 금 빛구체에게 먹힌다.에 한 표입니다. 소원은 이미 영혼이 잠식 당해 빌지도 못했겠지만 빌었던들 당연히 안 들어 줬을 거고요.
어벤저스도 없이 금빛구체에 접근하다니....
4) 스타니스와프 렘 님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스트루가츠키 형제님들도 쌍봉낙타네요. 이를 어째
제 비루한 미사여구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감동 그 잡채입니다.

borori
저도 강력히 공감합니다. 렘에 홀딱 빠졌는데 이번 책을 읽으며 동시에 존경하는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음 책은 어떤 내용일지 엄청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정말 은화님 덕분에 찐한 SF명작과 작가님들을 마음에 새길 수 있어 너무나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

은화
매번 모임에 참여해주셔서 저도 감사해요. 😄 요즘의 과학소설들도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고전SF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모임이었거든요.
과거부터 시작해 계보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생각보다 과학소설 모임이 많지 않기도 하고 고전SF는 더더욱 드물기도 하고요. 그믐 외에도 다른 독서모임이나 플랫폼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찾아봐도 제가 원하는 성격은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용기내어 그믐에 모임을 열어봤는데 매번 와주시는 분들도 있고, 같이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은화
금빛 구체가 사람들을 꾀어내고 있다는 상상이 재밌네요! 전 '사실 금빛 구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다른 구역의 물건들처럼 인간이 보기엔 알 수 없는 물건이다)' 또는 원숭이손처럼 소원을 들어주되 결과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이뤄주는 결말을 상상했어요.

꽃의요정
전 맨 뒤에 나온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씨가 쓴 출판업계와 정부의 만행에 대한 글이 더 웃겨서 열심히 읽었어요.
"작품집 '의도치 않은 조우들'은 1980년 가을 뒤틀린 가여운 희생양의 모습으로 출간됐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실린 것은 '꼬마' 뿐이었으며 '살인에 관하여'는 5년 전 전쟁터에서 퇴장했고 '피크닉'은 원작자들이 읽는 것은 고사하고 펼쳐 보기도 싫을 만큼 편집 당했다."
책 출판 거부에 대한 서한이 왔다 갔다 한 것도 날짜별로 정리한 것이...분통 터짐이 느껴졌습니다.
밥심
출판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죠. 존경스러웠습니다.
아, 영화는 어제 밤에 30분 더 봐서 이제 한 시간 정도 남았네요. 타르콥스키 감독의 영화는 뭐 별로 극적인 연출이 없어서 그런지 휙휙 보기가 어렵습니다. "내 영화는 진득하게 볼 줄 아는 놈들만 봐야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이야." 하는 감독의 의도가 숨어있는 걸까요. ㅠㅠ

향팔
“ 이 세상에서 아직 그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이, 최근 몇 달간 그가 살아온 유일한 이유가 기적에 대한 희망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바보에 머저리인 그는 그 희망이란 걸 밀어내고, 짓밟고, 비웃고, 날려 버리곤 했다. 그러는 데 익숙했으니까. 살면서, 아주 어릴 적부터 단 한 번도 자기 자신 말고는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았으니까. 아주 어릴 적부터 자신을 둘러싼 무정한 혼돈으로부터 돈을 강탈하고 뜯어내고 갉아먹었고, 그만큼 더 자신에게만 의지했다. 언제나 그래 왔고, 어떠한 돈으로도 구원받을 수 없는, 자신에게 의지하는 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수렁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언제까지고 그럴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그 희망이란 것이 ─ 이제는 희망이라기보다는 기적에 대한 확신이었는데 ─ 그의 정수리까지 가득 차올라서 이전에는 어떻게 그런 우울하고 출구도 없는 암흑 속에서 살 수 있었는지 스스로 놀라는 것이었다…… ”
『노변의 피크닉』 285-286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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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지나갈 거다, 지나갈 거야, 레드릭은 생각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내 일생이 이러했다. 몸은 똥통에 박혀 있고, 머리 위로는 번개가 치고. 그렇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
『노변의 피크닉』 310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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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너도 그래야 해, 그가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대머리수리를 뒤쫓아 가는 자는 언제나 똥을 먹게 돼 있다. 네가 설마 그걸 몰랐단 말인가? 온 세상이 그런데. 그들이, 대머리수리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래서 청정한 곳이 남아나지 않고 다 더럽혀졌다…… 누넌은 바보다. 빨강머리, 너는 균형을 파괴하는 자라고, 질서를 파괴하는 자라고. 빨강머리, 너는 어떠한 질서 속에서도 불행할 거라고, 악한 질서 속에서도 불행하고 선한 질서 속에서도 불행하다고. 너 같은 사람들 때문에 이 땅에 지상낙원이 절대 도래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 네가 뭘 알지, 뚱보? 내가 언제 그 선한 질서라는 걸 본 적이 있기나 했나? 네가 언제 선한 질서 속에 있는 나를 봤느냐고……? 나는 일생 동안 키릴들과 안경잡이들이 어떻게 죽어 가는지, 대머리수리들이 그들의 시체 사이로, 그들의 시체를 따라 벌레처럼 지나가며 똥을 싸고, 싸고 또 싸는 것만을 목격하고 있는데…… ”
『노변의 피크닉』 311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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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됐다, 당신들은 내가 장단 맞추게 만들었고, 일생 동안 나를 질질 끌고 다녔는데, 나란 머저리는 내 의지대로 살고 있다며 우쭐해했다. 당신들은 맞장구쳐 줬고, 추잡한 당신들은 신호를 주고받으며 내가 똥통에서, 감옥에서, 술집에서 춤추게 하고, 끌어내고, 끌고 다녔지…… 이젠 충분하다! 그는 배낭 벨트를 풀고 아서의 손에서 술병을 건네받았다. ”
『노변의 피크닉』 314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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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전진, 전진! 그리고 또다시 화면을 보듯 의식 속으로 빠져들었고, 낯짝들, 낯짝들, 수많은 낯짝들을 봤다…… 모든 것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 두 사람의 인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운명, 두 사람의 운명이 아니라, 이 악취 나는 세상의 모든 나사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
『노변의 피크닉』 321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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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이래선 안 된다! 당신, 듣고 있나? 미래에는 이런 게 금지돼야 한다! 사람은 생각하기 위해 태어난다. (이게 키릴이 말한 거였구나, 드디어 생각났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전에도 믿지 않았고 지금도 믿지 않는다. 사람이 뭐 하러 태어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태어났으면 태어난 거다. 그냥 살아가는 거다. ”
『노변의 피크닉』 328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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