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아! 아닌게 아니라 윤동주 시인의 전신상도 있더라고요. 저는 그저 풍경 좋은 건물이라는 생각이 떠올라서 몰랐는데 윤동주기념관이었다니.. 의도치않게 피크닉이 좀 더 뜻깊어졌네요. 😀
아, 우선 작가의 이름과 친해지기 위해 몇 번 써봅니다. 스트루가츠키 스트루가츠키 스트루가츠키 스트루가츠키 스트루가츠키 스트루가츠키 렘은 짧아서 좋았는데 말이죠. ㅎㅎ 렘이 나와서 말인데 렘의 <솔라리스>를 영화로 만들었던 타르콥스키 감독이 이 소설도 영화로 만들었닸길래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한글자막까지 붙은 영상이 올라와있습니다. 1979년작 <잠입자(stalker)> https://youtu.be/l6NOgsOk-bk?si=jfgG49-KATRn7US9 소설 다 읽고 볼까합니다. 2시간 반이나 합니다. 아.. 작가 이름이 뭐였지 기억해보려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스트루가츠키 스트루가츠키 스트루가츠키. 기대감을 가지고 첫 페이지를 엽니다.
예술영화 키드들이 사랑했다는 타르콥스키 감독인가요! (어렵기로 소문난 이분 영화를 두시간 반… 헉 소리가 절로 납니다 흐흐) 그러고 보니 스트루가츠키 형제도 타르콥스키도 같은 쏘련 사람들이네요. 밥심님의 반복학습 덕분에 이름이 익숙해졌어요 ㅎㅎ
전 스타니스와프 외우기 진짜 힘들었어요. 지금도 쓰면서 맞는지 모르겠어요. 올가 토카르추크...아...진짜 동구권 사람들 이름 어려워요. 맨날 못 읽고, 목구멍과 코에서 바람소리 내야 하고 그래도 태국 사람들 보다 낫지 않냐고 하지만, 저에겐 강남의 아파트가 30억이나 떨어져서 110억이래! 기회야 !사야돼! 같은 느낌이에요.
예전에 <죄와 벌> 읽을 때 책 앞의 등장인물 설명 페이지를 몇십 번이고 계속 왔다갔다 하며 읽었던게 생각나네요 ㅎㅎ 애칭으로도 부르고, 전체 이름으로도 부르고 상황 따라서도 이름이 다르다보니 더더욱 읽는데 적응이 안되더라고요. 거의 책 절반을 넘길 때까지도 주인공 말고는 못 외웠습니다. 😂
그래서 도스토옙스키 책 사면 출판사에서 아예 이런 책갈피도 끼워주고 그랬었지요. 옆에 놓고 보라고 ㅎㅎ
하도 펼쳐 읽어서 주인공 이름만은 절대 잊지 못하겠더라고요 ㅎㅎㅎ 라스꼴리니꼬프.
전 중학생 시절, 한창 머리 잘 돌아갈 때 읽어서 인지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뭐든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야...
그래서 독후감을 써야 하나 봐요. 그 당시에는 정말 감명깊게 읽었던 책도 시간이 지나면 등장인물만이 아니라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에 나지 않으니까요. 모든 책을 다 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써야겠다' 싶은 것들은 어떻게든 꾸역꾸역 독후감을 남기려고 노력합니다..
아! 그래서 러시아책은 전자책으로 많이 들으면서 읽어요. 제가 사랑하는 나긋나긋한 AI 목소리 민재 씨가 계속 발음해 주면 귀에 남아서 외워지더라고요.
전 보통 끝날 때까지도 '그래서 누가 누군데?' 할 때도 있어요. 두음절이나 세음절로 주요 인물만 외우고 책을 완독하는 순간 제 기억속에서 사라지죠. 그래도 스트루가츠키 형제는 지금 70%쯤 머릿속에 들어온 거 같아요. @향팔 전 아예 사진 찍어 놓고 필요할 때마다 핸드폰 열어서 인물들 한번 정독하고 다시 읽기 시작하곤 해요. 책은 정독 안 하는데...왜 인물만!! 근데 정독해도 맨날 까먹는 건 안비밀~~
렘은 스타니스와프를 못 외워도 렘은 잘 안 잊어버리니까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젊었을 때부터 들어봤던 이름이라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잘 외워져요. 하지만 이번의 스트루가츠키는 몇 번을 써도 못 외우겠더라고요. 그래서 전 다음과 같이 매우 구차하게 길지도 않은 이름을 세 '구역'으로 나누어 외웠죠. 스트: 스트라이크(야구 용어) 루가: 루카스(스타워즈 제작자 조지 루카스의 루카를 루가로) 츠키: 러시아어에 많이 나오는 ~츠키 힘듭니다.
하하 신박하네요. 저는 두 구역으로 나누어 외웠답니다. 스트루: 스트로(빨대) 가츠키: 가츠동(덮밥)
아무래도 제가 구역을 효율적으로 나누는데 있어서 의문의 1패를 당한 느낌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Arkady_and_Boris_Strugatsky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모습입니다. 왼쪽이 아르카디 스트루가츠키, 오른쪽이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작가에요. 형인 아르카디는 1991년에 사망하였고, 동생 보리스는 2012년에 사망했습니다. 두 형제의 삶은 어려서부터도 많이 대비가 되었는데, 1941년부터 시작된 가장 처참하고도 참혹했던 전투 '레닌그라드 공방전' 당시 아르카디는 아버지와 함께 열차를 타고 대피한 반면 보리스는 어머니와 함께 레닌그라드에 남았다고 합니다. 책의 앞 작가 소개란에도 나오지만 형은 입대후 포병학교에서 교육을 받다 모스크바의 군사교육 기관으로 옮겨 외국어를 배워 영어/일본어를 번역하는 업무경험을 쌓았던 반면, 동생은 천문학을 공부하고 천문대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고 해요. 형제는 서로 8살 차이였지만, 이들을 둘러싼 당시의 국제정치와 상황 때문에 둘은 기본적인 인생관이나 정치체제에 대한 입장이 상이했다고 합니다. 형은 10대 후반이 되어서야 전쟁을 겪었기에 상대적으로 성장 과정이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인데요. 아르카디는 '서기장 스탈린' 아래서 친구와 동료, 부모님과 이웃들이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던 시대의 러시아인이었습니다. 반면 보리스는 9살일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기에 청소년기에 전쟁의 경험이 항상 따라다녔습니다. 전쟁과 포화, 장벽과 바리케이드, 피난행렬은 보리스의 경험과 의식의 일부가 되었죠. 그래서인지 동생은 형에 비해 국가나 체제, 정치라는 것에 대해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입장이었다고 해요.
헉, 어린 시절에 레닌그라드 봉쇄를 겪었다니요. 생존했다는 자체가 놀랍고 다행입니다. 동생 보리스가 국가와 체제에 비판적인 인물이 되었다는 것도 이해가 되네요. 그렇게 끔찍한 참극에서 살아남아 이런 작품을 남겨주어 감사하고요. (형제가 얼굴은 똑같이 생겼지만 인생관이나 세상을 보는 눈은 서로 상이했나보군요.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SF소설들에는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이 스며있어 태클을 많이 당했다고 들었는데, 정치관이 서로 달랐다는 것도 희한합니다.)
전쟁을 직접 겪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믿음이 전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전 모임에서 읽었던 스타니스와프 렘도 폴란드에서 직접 게토와 나치 점령의 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에 전체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를 가리지 않고 체제 자체에 비판적인 메세지가 담겨 있었거든요. 개인은 아무리 악하더라도 그가 저지를 수 있는 악행에 한계가 있지만, 관료화 된 악행은 실현되는 순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세 문인들 모두 비관적일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그것 참 흥미롭군요, 필먼 박사님. 그런데 저는 기술적인 발견을 말씀드린 거였는데요. 우리 지구의 과학과 기술에 활용할 수 있을 발견들 말이죠. 여러 저명한 연구자들은 방문 구역에서 발견된 것들은 우리 역사의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예상하지 않습니까." "음, 나는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아요."
노변의 피크닉 p.19,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그러니까 저희 하몬트에서는 공포와 위험을 무릅쓰고 구역에 잠입해 거기서 발견하는 것은 전부 가져오는 젊은이들을 그렇게 부릅니다. 완전히 새로운 직업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군. 우리가 관할하는 일은 아닙니다."
노변의 피크닉 p.2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그는 어떤 '깡통'이 됐든, 그게 어떻게 변하든, 그걸 부수거나, 산으로 녹이거나, 압력을 가해 으스러뜨리거나, 용광로에서 녹여야 했다. 그리하여 그가 모든 걸 이해하게 되는 날, 그에겐 영광과 찬사가 쏟아지고 전 세계 과학계는 심지어 환희로 차 전율하겠지. 하지만 그 순간은, 내가 알기론 요원하다. 여태껏 그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고, 그저 고생만 해 뭔가 흐리멍덩해지고 과묵해졌으며 병든 개의 눈을 해 가지고는 눈물까지 고여 있다.
노변의 피크닉 p.2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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