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와도 친분이 있어서 초상화를 많이 그려줬다고 하네요. 요 책 표지로 쓰인 그림도 레핀의 작품이래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위대한 소설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던 시절에도 채울 수 없었던 톨스토이의 마음을 만족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깨달음으로 살아갈 이유를 찾은 후 작품의 색깔까지 완전히 바꾸어 집필한 10편의 명 단편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로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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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말씀듣고 보니 그의 화풍 같네요.
어쨌든 @은화 님 덕분에 러시아 출신 화가 한 명 더 알게 되었습니다.
은화
그는 몽키를 팔에 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아이를 깨울까봐 무서웠다. 게다가 지금 자신은 구역과 죽음에 물들어 마귀처럼 더러웠다.
『노변의 피크닉』 p.13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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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깨끗이 씻은 맨발이 시원한 바닥에 닿는 감촉을 음미하며 그는 창고로 걸어가 걸쇠를 잠갔다. 고무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팔꿈치까지 올려 끼고서 자루에 든 것들을 탁자에 꺼내 놓았다. '깡통' 두 개. '옷핀'이 든 상자. '배터리' 아홉 개. '팔찌' 세 개. 그리고 고리처럼 생긴 것. '팔찌'와 비슷한 모양인데, 백색 금속으로 되어 있고 팔찌보다 더 가벼우며 직경은 30밀리미터 더 크다. 비닐봉지에 담긴 '검은 물방울' 열여섯 개. 보존 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주먹 크기의 '스펀지' 두 개. '근질이' 세 개. '탄산진흙'이 든 병. 자루에는 유리섬유로 세심하게 싸여 있는 도자기 함도 있었는데, 그건 꺼내지 않았다. 그는 탁자에 놓인 잡동사니들을 바라보며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
『노변의 피크닉』 p.14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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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스토커는 구역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지만 '구역'이 사람들에게 주는 이 물건들은 마치 일종의 부산물이나 노폐물로 느껴지네요. 이것들이 인간에게 주로 안좋은 영향을 주는 것도 그렇고, 또 이것들을 얻기 위한 과정에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밖에서는 불법적인 과정을 통해 유통되고, 수상한 사람들이 노린다는 점에서 구역의 물건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추잡하고 지저분한 인상을 줍니다.
구탈린이 왜 악마의 것은 지옥에 그대로 둬야 한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네요.
향팔
@은화 님 글을 읽다보니, 구역은 ‘방문자’들의 폐기물 하치장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구역의 물건들은 방문자들이 지구에 피크닉 왔다가 버리고 간 쓰레기에 불과한 것일까요.
은화
우리도 쓰레기를 버릴 때 별 생각 없이 버리는 것처럼 외계인도 별다른 의도 없이 그랬을 수도 있겠군요ㅎㅎ
이전 스타니스와프 렘이 모임에서도 외계인들이 버린 쓰레기와 폐기물 때문에 지구에서 생명이 시작되는 단편이 있었는데 그 내용도 떠오르고요.
전 책 시작 부분에서 '구역'의 좌표가 지구본을 돌리면서 선을 쏘인듯 이어진다고 교수가 말한 부분이 생각납니다. 어쩌면 외계에서 실험이나 그냥 관찰 목적으로 방사선마냥 강한 무언가를 쏜 게 아닐까 하는..
은화
“ 상식에 의거하지 않고, 어떠한 도덕적 망설임도 없이 두 악한은 생명 없는 지구의 바위에 상해 버린 젤라틴 풀 여섯 통과 알부민 페이스트 두 통을 쏟아붓고는, 그 혼합물 위에 발효한 인산, 오탄당, 과당, 그러고도 부족했는지 곰팡이가 핀 아미노산 세 병을 비우고는, 끈끈한 더미를 왼쪽으로 휜 석탄 삽과 역시 왼쪽으로 휜 부지깽이로 섞어서, 장래의 모든 지구상 생명체의 단백질을 왼쪽으로 휘어지게 하지 않았습니까?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75,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폴란드가 낳은 SF 문학의 거장이자 소설가, 극작가, 미래학자, 문명학자, 과학 철학자, 문학 평론가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전방위적 문인 스타니스와프 렘의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가 공인된 폴란드어 판본, 원전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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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 왼쪽으로 휘는 성질과, 이러한 악의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몸속에서 오늘날까지 작용하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함으로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라고 이름 지은 이 아르테팍툼 아브호렌스, 끔찍한 인공물이 고통받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닌가요? ”
『노변의 피크닉』 p.7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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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오, 렘의 단편에 그런 내용이 있군요. 지난 모임에 참여를 못했는데, 렘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그분 작품에도 부쩍 호기심이 생깁니다.
꽃의요정
렘 님은 그믐에서 읽었던 3개의 작품으로, 제 마음의 아파트 중 펜트하우스에 입주하셨습니다.
향팔
오.. 꽃의요정님 말씀에 더 구미가 땡깁니다요 ㅎㅎ <솔라리스>부터 읽어보려고요! 지난 렘책 모임에서 나누셨던 얘기들도 중간중간 열어보면서요.
꽃의요정
근데 지구인들도 그럴 거 같아요. '지구만 깨끗하면 되지 뭐'란 생각으로 어느 행성을 식민지화해서 그곳에 쓰레기부터 갖다 버릴 것 같아요. 다들 '쓰레기'는 내 눈 앞에만 없으면 된다는 생각이잖아요.
향팔
같은 생각입니다. 당장 서울에서 나오는 쓰레기만 봐도 다른 지역으로 계속 떠넘기고 있는 게 현실이지요. ‘우리 동네’에 소각장 생기는 것도 억울하다 주장들을 하고 있고요.
은화
“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잠시 후 저편에서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리와 짧은 신호음이 들렸다. 그러자 레드릭은 몸을 일으키고는 몽키를 바닥에 내려놓고, 이제 더는 아이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바지와 재킷을 입었다. 몽키는 여전히 조잘거렸지만, 그는 정신을 딴 데 두고 입만 웃어 보였고, 그렇게 아빠 슈하트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입술을 깨문 채 주변 세계를 차단해 버렸다. ”
『노변의 피크닉』 p.143~14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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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이 부분에서 전 슈하트가 무서운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정황상 잠도 못자고 꼬박 밤을 새운 상황인데도 마음이나 육체의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일 앞에서는 가족이라도 마음을 차단하는 면모가 굉장히 차갑게 다가오네요.
밥심
저도 이 대목 읽을 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2부 마지막에 가서 가족을 생각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드러나는 문단을 보면 이 정도 굳은 마음가짐과 집중이 아니면 안되겠다고 이해가 됩니디.
은화
제가 레드의 상황이었다면 저렇게 버틸 수 있었을까 상상해보게 되네요. 레드가 거칠고 때론 부정한 일에 가담하기는 해도 근본은 선량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데 그의 인생이 매순간 순탄하지 않아 안타깝기도 하고요.
절친하던 친구 가 죽고,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우호적이지도 않고, 생계를 위해 여전히 위험한 스토커 일에 매달리고 있고, 건강마저도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고요. 매페이지마다 쓴맛이 느껴집니다.
은화
“ "너 거만해졌구나." 누넌이 나무라듯 말했다.
"거만하다니. 돈을 한 장 한 장 세고 있는 게 싫을 뿐이지."
"그래그래. 네 말이 맞아." 누넌이 정신을 딴 데 두고 대꾸했다. 그는 옆 의자에 놓인 레드릭의 서류 가방을 무심히 보더니 슬라브 문자가 새겨진 은판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다 맞는 말이야. 사람에게 돈이 필요한 이유는 돈에 대해 생 각하지 않기 위해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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