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에서 아직 그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이, 최근 몇 달간 그가 살아온 유일한 이유가 기적에 대한 희망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바보에 머저리인 그는 그 희망이란 걸 밀어내고, 짓밟고, 비웃고, 날려 버리곤 했다. 그러는 데 익숙했으니까. 살면서, 아주 어릴 적부터 단 한 번도 자기 자신 말고는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았으니까. 아주 어릴 적부터 자신을 둘러싼 무정한 혼돈으로부터 돈을 강탈하고 뜯어내고 갉아먹었고, 그만큼 더 자신에게만 의지했다. 언제나 그래 왔고, 어떠한 돈으로도 구원받을 수 없는, 자신에게 의지하는 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수렁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언제까지고 그럴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그 희망이란 것이 ─ 이제는 희망이라기보다는 기적에 대한 확신이었는데 ─ 그의 정수리까지 가득 차올라서 이전에는 어떻게 그런 우울하고 출구도 없는 암흑 속에서 살 수 있었는지 스스로 놀라는 것이었다…… ”
『노변의 피크닉』 285-286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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