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노변의 피크닉>의 다양한 표지들을 찾아봤어요. 아무래도 금빛 구체가 제일 핵심이어서 그런지 마지막 장면을 묘사한 표지들이 가장 많군요.
네 번째 표지는 레드의 표정 같은데 무시무시합니다.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는 그래픽 노블로 나온 표지입니다. 버브리지가 준 지도를 형상화 한 것 같은 표지가 인상적이고요. 아홉번째 표지가 개인적으로는 제가 읽으며 떠올린 작품의 분위기와 가장 비슷했습니다. 어둡고 우중충한 하몬트와 도시의 사람들 때문이겠죠.
https://samiazaiez.com/Roadside-Picnic 아티스트 Sami Azaiez가 책을 읽고 상상하여 그린 작품들입니다.
그럴싸하네요. 이미지들 링크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음에 읽을 책은 <신이 되기는 어렵다>입니다. 이 책에서는 특이하게도 인간들이 우주로 진출하여 외계에서 중세 수준의 문명을 발견하는데요. 함부로 접근했다가는 자칫 행성의 역사와 문화를 조작하거나 왜곡할 우려가 있기에 이곳에 파견된 주인공 과학자는 모든 접촉을 차단하고 숨어서 관찰만 합니다.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기술과 과학으로 원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지켜만 봐야 하는 입장에서 오는 딜레마와 갈등을 다룹니다. <노변의 피크닉>에서 레드와 등장인물들이 불가해한 초월적 현상과 방문자들의 무관심함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던 위치와 정반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작품이 될 것 같아 흥미롭습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초기 대표작. 봉건사회 체제의 외계 행성에 파견된 지구인 역사 연구원을 통해, 자신의 유토피아적 개입이 인간 역사의 자연스러운 진보를 방해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간섭하지 못한 채 관찰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신’의 불완전한 입장에서 오는 딜레마를 그렸다.
오호.. 이미 모임을 했었던 <생명창조자의 율법>의 외계 기계 문명도 중세 수준이었는데 말이죠. 호건이 스트루가츠키 형제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니겠죠.
오랜만에 다시 보는 제목이군요! <생명창조자의 율법> 때는 인간들이 외계문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교류했었죠. 읽을 때는 크게 못느꼈는데 렘과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작품을 읽고 돌아보니 호건의 작품은 굉장히 정석적인 서구 SF였네요. 외계문명과의 접촉, 인간성을 공유하는 외계인, 그들을 인도하는 인간문명 등등.
<노변의 피크닉> 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좋은 책 소개시켜주시고 모임방을 잘 운영해주신 @은화 님 감사드려요!
마지막 채석장 장면이 강렬하게 다가왔는데요. 땅에 깔린 하얀 먼지도 그렇고 석회석이나 대리석이 가득한 흰색의 허허벌판을 상상하면서 읽었습니다. 흰 색은 선함, 깔끔함, 빛의 이미지로 해석되지만 때론 그 무색의 특성 때문에 황량함과 창백한 느낌도 주죠. 마치 우유니 소금 사막처럼 하얀색만이 가득한 곳... 그 채석장 위를 물에 빠진 생쥐 꼴인 아서와 레드가 나란히 걸어갑니다. 오물과 찌꺼기가 들러붙어 있고, 심하게 냄새가 나며, 터진 물집과 상처로 진물과 피가 나고, 엄청난 열기와 아지랑이에 숨이 턱턱 막혀 헐떡거리는 두 사람. 마치 흰 벽지를 두 마리의 아주 작은 벌레가 기어가는 모습 같습니다. 그것도 까맣고 정말 작아서 하찮아 보이는 두 마리 벌레. 그런 벌레를 보면 우리는 별다른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내려치거나 잡을 겁니다. 뭔가 특별한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벌레는 손쉽게 죽어버리죠. 보이지 않는 투명한 '고기분쇄기'가 아서를 잡아 채는 광경에서 제가 벌레를 때려잡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너무나 쉽고 허무하게 죽는데 반해, 죽이는 쪽은 어떤 감정이나 생각도 없이 그냥 행동하고 마는 장면이죠. 제가 벌레를 보던 것처럼, '구역'이나 방문자들에게 인간은 그런 존재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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