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나를 위한 선택 1.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D-29
26년 3월(시작):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결핍은 어떤 것을 매우 적게 가질 때의 불쾌함 그 이상이다. 결핍은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는다. 결핍은 사람의 정신을 그 자신의 무게로 무겁게 짓누른다.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 부족함이 만들어 내는 선택과 행동의 비밀 센딜 멀레이너선.엘다 샤퍼 지음, 이경식 옮김
이 단순한 실험은 피실험자의 핵심적인 사회성 기술social skill, 즉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는지 측정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외로운 사람들이 이 과제에서 높은 성적을 받는다는 점이다. 아마 당신은 반대로 예상했을 것이다. 외로움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잘 어울리지 못하고 또 경험도 부족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16 그러나 결핍의 심리를 이해하면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째서 이 분야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두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이 자기 자신의 결핍 형태, 즉 사회적 접촉을 수행해 내는 데 온통 집중한다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로서는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읽는 데 특히 더 예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 부족함이 만들어 내는 선택과 행동의 비밀 센딜 멀레이너선.엘다 샤퍼 지음, 이경식 옮김
하지만 우리는 훨씬 더 보편적인 주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모든 형태의 결핍은 비슷한 사고방식을 만들어 내는데, 이것으로 결핍에 따른 많은 행동 및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 부족함이 만들어 내는 선택과 행동의 비밀 센딜 멀레이너선.엘다 샤퍼 지음, 이경식 옮김
우리 생각이 딱 꽂히는 곳은 지금 내게 부족한 무언가다. 배가 고프면 음식에 관심이 생기고, 외로운 사람은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에 유독 신경을 기울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특정 방향의 집중이 낳은 행동과 결과는, 결국 그 원인이 되는 결핍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자, 이런 상상을 한번 해 보자. 당신은 어떤 회의에서 하기로 되어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당신은 며칠 동안 열심히 준비했지만 여전히 프레젠테이션의 내용과 방식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아이디어야 많지만 이것들을 한데 묶어서 최종적인 완성본을 만들려면 이런저런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마감 기한이 임박하면 꾸물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결핍이 그 모든 선택들을 강제한다. 추상적이던 것이 구체적인 것으로 바뀐다. 이 마지막 압박이 없다면, 당신은 여러 생각만 떠올릴 뿐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 부족함이 만들어 내는 선택과 행동의 비밀 센딜 멀레이너선.엘다 샤퍼 지음, 이경식 옮김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출력되는 과거의 기억들... 확실히 시간의 결핍(=마감기한의 압박)이 주는 강제성은 엄청났다.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기에 '일단 해보자' 마인드로 무작정 해보게 만든다. 놀 시간이 없으므로 계속 그것만 파기에 몰입 상태에 들어간다. 내 능력을 뛰어넘는 역작(?)은 대부분 그런 식으로 나왔던 것 같다. (대신 그 외의 생활이 어그러져서 문제다.) 시간관리 책에서도 마감기한을 만들어야 차일피일 미루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차차 뒤에 읽어보니 상상의 마감기한은 별 도웁 안된다고 일축한다. 근데 맞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결핍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예정이라는데, 어떻게 나올지 봐야겠다.
당신이 책을 쓴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이 지금 쓰고 있는 장章의 마감은 앞으로 2주 뒤이다. 그런데 원고를 쓰려고 앉아서 몇 문장 끼적이다 갑자기, 특정 누군가가 당신에게 이메일을 보냈을지도 모르니 서둘러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메일함을 열어 확인하는데, 답장을 해야 하는 다른 이메일들이 눈에 띈다. 그렇게 답장을 하다 보면 어느새 삼십 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 그러다가 아차 하고 다시 원고를 쓰던 창을 켠다 그런데 글을 쓰는 중에 (사실 글을 쓰는 것인지 끼적거리기만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자기가 사실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점심으로 피자를 먹을지 말지를 얼마나 오래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한 게 언제였는지 생각도 하고, 보험사에 최근 이사한 집의 주소를 알려 준 게 확실한지 기억을 더듬는다. 이런 잡다한 생각들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이런 생각들을 털어 내고 글쓰기에 집중해야지, 생각하는데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 다 되었다. 그래서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오늘은 평소보다 좀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한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은 뒤에 커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어차피 그 원고를 마감하기까지는 아직 2주 넘게 남았으니까……. 이런 식으로 하루가 지나간다. 그리고 쓰고자 했던 원고의 양은 아침에 책상에 앉으면서 계획했던 양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자, 그럼 이제 그렇게 여유가 있던 2주가 지난 뒤의 상황을 상상해 보자. 마감 기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원고를 쓰려고 앉은 당신은 절박한 심정이다. 누군가가 보냈을 이메일이 머리에 떠오르지만 당신은 그 생각을 털어 내며 집중하려고 애쓴다. 어쩌면 당신이 워낙 글쓰기에 집중한 바람에 애초에 이메일 따위는 생각조차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의 정신은 점심이나 콜레스테롤 혹은 보험사 주소 변경 신고 따위를 생각하느라 방황하지 않는다. 친구와 점심을 함께 먹고 나서도 (물론 그 약속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 친구를 만난 것이다) 따로 커피를 함께 마시는 일은 생략한다. 마감이 임박한 원고가 그 점심 식사 자리까지 따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루가 끝난 시점에는 당신의 이런 집중이 당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주었음을 알 수 있다. 그날 하루 동안에만 상당한 양의 원고를 썼기 때문이다.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 부족함이 만들어 내는 선택과 행동의 비밀 센딜 멀레이너선.엘다 샤퍼 지음, 이경식 옮김
웬만하면 너무 길게 문장수집하고 싶지 않았지만, 누가 내 인생을 영상 찍어다가 글로 옮겨놓은 거 같아서 올렸다. 또 한편으론 이 책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다. 일상 모습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본 이 연구자들이 어떤 답을 찾아 내게 선물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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