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

D-29
'e'는 'she(그 여자)'와 'he(그 남자)'의 공통 성분이다. 또한 공교롭게도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에서 'e'(이)는 개인을 젠더 중립적으로 가리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는 흔히 (어린이, 늙은이처럼) 접미사로 쓰인다. 영어에서 젠더 중립적 3인칭 대명사를 마련하기 위해 'they'를 단수로도 쓰고 복수로도 쓰는 것은 명백히 불리한 선택이라고 나는 믿는다. 영어가 오래전에 2인칭 단수 대명사 'thou'를 상실한 것은 몹시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상실로 인해 후대에 y'all(2인칭 복수 대명사)이 발명되어야만 했다.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 현실적인 사람들을 위한 실재론 1장 주석 10.(55~56쪽), 장하석 지음, 전대호 옮김
<물은 H2O인가>에도 한국어를 언급하는 대목이 있죠. 여기에서도 (논의의 큰 줄기와 무관하긴 하지만) 한국어가 거론되는데, 영어 저자 장하석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좋은 특징이라고 봅니다.
네, 저는 장하석 샘의 이런 부분들이 넘 좋더라고요. ㅎㅎ
이제 막 책 구매했어요, 주말동안 달려서 따라잡아보겠습니다!
환영하고,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인간은 어떤 다른 세상으로-종교적 신비의 세상으로, 또는 철학 분야에서 그 세상에 해당한다고 할 만한 초월적 관념들과 영원한 가치들의 영역으로-달아남으로써 확실성 추구의 목표에 도달해서는 안 된다. 구원은 일(work)을 통해, 현실적인 인간의 미래를 향해 영리하게 방향을 잡은 실험적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Lewis 1930, 14쪽)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 현실적인 사람들을 위한 실재론 129쪽, 장하석 지음, 전대호 옮김
저자가 특별한 명문장으로 꼽아주신, 이 인용문을 읽고 저는 어쩐지,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에 나오는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맥락은 좀 다르겠지만요 ㅎㅎ
방금 전에 제가 "우리는 오늘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진리에 따라 살아야 하고 내일이면 그 진리를 거짓이라 부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라는 제임스의 문장을 인용했는데, 그 문장을 다시 곱씹어봅니다. 확실성 추구는 어쩌면 겁쟁이의 도피 행각일지도...
마지막에 하신 말씀이 깊이 와닿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이 책을 원했는가를 생각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기존의 철학은 사실상 세상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고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철학을 바라봤다고 생각합니다. 지혜의 사고잖아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 이를 토대로 행동을 하는 것이고. 그런데, 막상 사고를 현실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많은 제약들이 있지요. 그리고, 실재의 개인이 일상적 행동 수준에서 작동하는 사고체계는 부재했구요. 행동의 사고체계는 커녕, 행동의 지침마저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과학철학이 끌렸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철학은 지식이 어떻게 행동으로 검증되는가를 묻기 때문입니다. 과학철학은 행동의 사고체계, 활동의 사고체계. 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요? 물론 방대한 철학적 함의를 포함하고 있지만. 과학자, 과학사에만 과학철학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펜데믹과 AI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전대호님도 이 점에 대해서는 옮긴이의 말에서 [과학과 사회와 정치의 진보가 절실히 필요하고 실용주의가 새로운 정치적 좌우명으로 떠오른 지금 여기에서 장하석의 철학을 읽는 것은 가히 모두의 책무라고 할 만하다. p491] 라고 밝히셨지만. 기존의 지식으로서의 앎의 시대는 AI로 인하여 변별력이 사라지고, 더 이상 힘이 되지 않는 시대에, 우리 자신에게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것은 앎과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고체계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우리 아이들의 철학적 사고양식을 공부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려 합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왜 원하셨나요? 어떤 생각을 기저로 하여 이 책을 읽고 계시나요? 함께 생각나눔을 하고 싶습니다.
경험과 실천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 크게 마음에 듭니다. 저자가 올해 초 쓴 칼럼에서 일부를 아래 옮겨봅니다. "그러나 어떤 것도 영원히 인간만의 영역이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기술은 아무리 조심스레 개발한다 해도 예측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발전될 것이고,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겼던 곳들을 계속 침범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그래도 인간만이 가진 능력과 인간이 직접 해야만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따분하고 피곤한 일이지만 그런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포기한다면 인간은 그야말로 기술의 노예가 될 것이다. 또 한가지 상기할 점은, 인생의 의미는 직접 경험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는 계산기를 쓰더라도 어린이들에게는 산수를 가르쳐서 직접 계산하는 법을 우선 깨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숫자를 곱하고 나누고 해 본 경험 없이 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방정식을 풀어 보고 미적분을 해 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그렇다. 인공지능이 번역해 주면 내가 애써 할 필요는 없지만, 외국어를 직접 힘겹게 배우면서 이국적 사고방식을 배우고, 또 그러한 다른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깨닫게 되는 일은 인공지능이 해 줄 수 없다. 무슨 일이 되었건 인공지능이 더 잘한다고 거기에 모든 것을 맡긴다면 우리는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는 기회를 빼앗기므로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없다. 사람이 해주건 인공지능이 해주건 남이 다 해주는 인생은 무의미한 인생이다." _중앙일보 칼럼 <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중 '인공지능 시대 인간이 해야 할 일' 중 발췌( 2026.01.12.)
칼럼 글이 참으로 좋습니다. 인생의 의미는 직접 경험하는데 있다는 말씀, 성숙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상정하고 하시는 말씀 등등.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
과학철학의 지위에 대해서 한 마디 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철학자와 과학철학자가 대체로 따로 노는 경향이 있는데 영국에서는 어떠냐고 장하석 교수께 질문한 적이 있는데, 거기도 다르지 않다고 대답하더군요. 아무래도 과학철학은 과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그 이유 중 하나로 들었는데, 제가 알기로 우리나라에서도 과학철학은 대개 과학을 공부하던 분들이 합니다. 예컨대 장대익 씨가 유명하지요. 철학에서 앎을 다루는 분야, 칸트 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고민하는 분야를 인식론이라고 부르는데, 저는 인식론 연구자라면 반드시 과학철학자이기도 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과학은 우리가 보유한 앎 가운데 가장 질이 높은 축에 든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물론 과학지식이 가장 우수한 앎이라거나 심지어 유일하게 정당한 앎이라는 과학주의적 망상에 동의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과학은 앎을 추구하고 획득하는 활동의 한 갈래로서 대단히 성공적이고 다른 갈래들에도 유익한 교훈을 주지만, 그 활동 전체를 아우를 수는 없습니다. 조금 뜬금없더라도, "눈은 눈을 보지 못한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하고 싶네요. 과학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꼭 과학자가 아닌 철학자가 대신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도 잘 아는 철학자가 과학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그 일을 도와준다면 모두가 큰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과학철학의 의의일 테지요. 요컨대 과학철학은 인식론의 본질적인 부분으로서, 또 과학의 자기비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겠습니다.
1. '실용주의'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 실질적으로 먹고 사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가치있다?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거 같아요. 약간 벗어난 것 같긴 하지만 이론보다 그 응용이나 활용-공학이나 경영 등이 떠오릅니다. 오늘의 내 일상에 연결되어야 한다- 2. 저자는 지식을 정보의 습득이 아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아는 능력'(knowing how)으로 정의합니다. 여러분이 가진 기술이나 노하우 중,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몸소 터득한 숙달된 솜씨는 무엇이 있나요? -> 제 솜씨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집에 계시는 손맛으로 요리하는 수많은 장인들- 레시피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거의 매번 비슷한 맛을 내는 분들이 계시죠. 분명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를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도 저만의 손맛이 있습니다, 저만의... 3. 작업적 정합성이란 활동의 여러 요소가 목표 달성을 위해 조화롭게 맞물려 '사리에 맞는(make sense)' 상태를 뜻합니다. 처음에는 엉성했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점차 여러 동작이나 조건들이 조율되어 성공했던 경험이나 순간을 공유해주세요. -> 리포트를 쓸 때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해서 중간 어느 시점에 문서의 흐름이 사리에 맞아진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아웃라인을 잡고 생각나는대로 마구 채워넣다가, 문단 끼리 톱니이빨이 맞게돌아가는 걸 알게 되는 때. 어떤 특정한 연결고리가 떠올라서 이기도 하고 반복해서 보다 맥락이 매끄러워져서이기도 하고요.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번 질문은 사실 '실용주의에 대한 오해'를 노리고 드린 질문이기도 한데, 바람직한 인상들을 갖고 계시네요. 2-3번에 관해 43쪽과 51쪽의 예들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특히 51쪽의 나열 뒤에 "왜 이 모든 활동 안에 중요한 앎이 있다는 점을, 단지 그 앎이 명제적인 형태로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따는 이유로, 부인해야 할까?"라는 말이 저자의 철학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실용주의가 진정으로 경험주의적인 과학철학이라고 보는" 작가의 문장을 읽으며 실용성과 실용주의를 구분해야겠다 생각합니다. 특히, "과학탐구도 인간적 경험의 일종"이며 "탐구 과정 자체가 경험의 한 유형"이라는 정의가 고마운데요! 경험의 의미와 결과를 폭넓게 해석하고 실용주의적 탐구로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으로부터 배우기는 배우기 경험으로부터 배우기를 포함한다."는 문장에 밑줄과 별표를 함께 표시하고 1주차 독서 마무리합니다!!
실용성과 실용주의를 구분해야겠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진도에 맞게 읽어주고 계시네요.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죽 잘 부탁드리고, 부키님께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 되면 좋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책을 조금 더 본격적으로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들께 소개해드릴 세미나가 있습니다.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신문연)에서 2026 봄 신문연세미나로 기획해주신 세미나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신청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신청 기간은 12일까지이고, 오프라인 유료 세미나입니다. 📌 세미나 커리큘럼 보기 ▶️ https://tinyurl.com/22w8nnm5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제 1장을 읽었을 뿐인데 벌써 이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계시네요. 1장에서는 '작업적 정합성' '능동적 앎' 같은 말들이 키워드였습니다. 오늘부터는 2장을 함께 읽어봅니다. 종이책 기준 140~232쪽까지입니다. 2차: 4월 7일(화)~4월 12일(일)_ 2장 대응 2장은 이 책에서 예외적인 장으로, 반박과 논쟁에 초점을 맞춥니다. '들어가는 말'에 쓰여진 것처럼 저자의 견해를 펼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지요. 거칠게 말하면, 2장에서 기존의 '과학적 실재론'은 박살이 납니다. 저자의 논지를 따라가다보면 가슴이 웅장해진달까요, 어떤 통쾌하고 시원한 기분도 느낄 수가 있습니다. 1장에서처럼 굵은 줄기만 읽어오셔도 충분합니다. 역시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과 주제를 적어봅니다. 물론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셔도 좋습니다. :) 1. 이 책의 구조와 관련하여, 여러분은 어떻게 읽고 계시나요? 저자는 독자들이 각자의 필요와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 핵심 줄기와 전문적인 세부 사항을 나누어 이 책을 설계했는데요, 저자의 의도가 잘 구현되어, 각자의 방식에 맞게 읽고 계신가요? 굵은 줄기만 읽어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충분히 전달되는지, 또 세부 사항으로 넘어갈 때 서체가 달라지는 시각적 구분이 어떠신지(똑같아 보여서 충분히 구별되지 않는다!, 외려 다른 서체가 민감하게 느껴져서 독서를 방해한다!) 등 궁금합니다. 2. 우리는 '동굴'을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까요? 이건 약간의 스포(?)가 되겠지만, 저자는 플라톤의 동굴 비유를 해체해버립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정말 짜릿하고 재밌었던 부분이에요.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동굴 밖으로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며 '세상 그 자체'를 볼 수는 없다는 이 현실적인(혹은 비관적인?) 진보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이 믿어온 '과학의 진보'와 일치하나요? 3. 과학은 또 다른 신앙일까요? 이 이야기는 2.4절에서 자세히 다루어지는데, 굵은 줄기만 읽어온 분들이라도 이 절만큼은 아마도 세부 사항까지 읽고 싶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는 왜 과학이 하는 말들을 큰 의심 없이 믿게 되었을까요? 이 질문은 과학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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