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

D-29
1. 최근에 읽어온 책들은 한결같이 인간의 세상에서 절대적 앎은 없다고들 말합니다. 최근에 과학의 역사와 관련하여 배운 멋진 표현으로 "폐기된 이론들의 무덤"이 있습니다. 한때 탄탄한 이론이었으며 진리로 여겨졌던 것들이 폐기되면서 인간의 앎이 계속하여 확대되었다구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론들이 폐기될까요? 지금은 여전히 어렵고 신비로운 양자의 세계도 후손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고, 양자이론 또한 폐기될 수도 있겠지요. 2. 네! 저는 '가차없는 경험주의가' 되고자 다시 한번 결심했습니다. 최근의 저는 그 어떤 분야(과학/철학/사회학 등)의 글을 읽어도 제 회사의 문제와 연관하여 읽곤 합니다. 제가 속한 조직은 현재 안팎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어요. 과격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면 우리 조직이 너무나도 관계 기관의 사정을 잘 이해하지 모사고 있으며, 때때로 현장과 유리된 방침을 세운다고들 합니다. 저는 아주 낮은 직급의 사람이지만... 그 어떤 사안에 있어도 현실적인 사안을 풀어갈 수 있는 실용적인 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3. " 우리는 경험을 감각지각의 내용을 서술하는 명제들의 집합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 관찰, 실험, 경험적 증거의 본성에 관한 통상적인 견해를 중대하게 업데이트하고 다시 생기를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128쪽) " 궁극적으로, 우리가 유일하게 보유한 배움의 원천은 인간의 본성에 의해 조형되는 인간적 경험이다." (129쪽) 읽으면서 인덱스를 엄청나게 붙였어요. 그중에 제 미숙하고 어설픈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즉 과거를 반성하게 해주는 문장을 골랐습니다. 도저히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고를 수가 없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는 '집-학교'였고, 직장 생활을 한 지 20여 년이 훌쩍 넘었는데 이 기간 동안은 '집-회사'였어요. 이제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조직생활을 하면서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제가 속한 조직에서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 없더라고요. 조직의 규범에 순응하고 조직문화에 저를 끼워 넣어야 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나름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전혀 성숙하지 않았습니다. 경험이 쌓이지 않았더라고요. 저는 조직에서 겪는 온갖 것들을 읽으면서 해소하는 편입니다. 우리 조직의 고질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왜 우리는 바보가 되어가는 것인지... 제 배움이 느린 이유는 결국 경험이 미천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고통을 종류별로 겪어야 할까... 그러나 이것이 배 움으로 연결된다는 믿음으로 저는 하루를 더 버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험이라는 단어 앞에 괄호를 묶어야 한다면, " (실패와 고통에 기반한) 경험이에 말로 진정한 배움의 원천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4. 저는 너무나 무지한 사람이고, 습득하는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읽고자 하는 욕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접하고 나서 장바구니에 담은 책은 윌리엄 제임스의 <아픈 영혼을 위한 철학>입니다. 원래도 사려고 했던 책인데 얼른 주문해야겠습니다.
경험이 실패 및 고통과 결부되어있다는 우주먼지밍 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주의자가 되기가 실은 어렵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어요. 경험이란 게 무슨 즐거운 체험 활동일 수도 있지만, 철학자들이 주목하는 경험은 뼈아픈 배움에 더 가까운 듯합니다. 왜 운동선수들이 말하기를, 진 경기에서 더 많이 배운다고 하잖아요. 경험의 아픔을 드라마틱하게 강조하는 대표적인 철학자로 헤겔을 꼽을 만합니다. <정신현상학>에서 제가 인상깊게 기억하는 대목 하나는 '죽음을 마주하는 경험'에 관한 것입니다. 헤겔의 글이 늘 그렇듯이 그다지 친절하지 않지만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어쩌면 어떤 경험이든지 진정한 경험이라면 '죽음을 마주하기'라는 끔찍한 성분을 많거나 적게 함유하기 마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의식[생사를 건 싸움에서 무릎을 꿇고 노예의 역할을 맡은 자]은 [무릎을 꿇던 순간에] 자기 안에서 전율했고, 이 의식 안에 고정되어있던 모든 것이 떨었다. 이 같은 순수하고 일반적인 운동, 모든 존속의 절대적 유동화야말로 자기의식의 단순한 본질, 절대적 부정성, 순수한 자기를 마주함이다." 죽음의 순간이 닥쳐 눈앞이 캄캄해질 때, 반석이라고 믿어왔던 모든 것이 녹아내릴 때, 그때 비로소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는 얘기 같죠?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경험이란 것이 자기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장하석 교수가 모국에서 철학자로서 더 많이 알려지고 회자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사정상 4월중 읽기라는 진도를 함께 끝맺지 못했는데요..나름대로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전대호번역가님의 글들을 찬찬히 읽으면서.. 아직 더 꾸준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고맙습니다.
세음님, 다시 와주셔서 반갑고 감사합니다. 이 모임에 전대호 선생님 안 계시고 저 혼자 운영한다고 생각해보면 진땀이 다 나네요 ㅎㅎ 세음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읽어나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을 읽으면서 우리가 아직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진리 대응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관찰이나 직관이 여전히 지구 중심설이 맞는 것처럼(오늘도 해가 동쪽에서 떴구나 하는 식으로) 느끼는 것처럼, “있는 것을 있다고 말하고, 없는 것을 없다고 말하는 것은 참이며, 있는 것을 없다고 하거나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상식으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우주에 관한 생각은 프톨레마이오스 체계에서 코페르니쿠스 체계를 거쳐 상대성이론에 따른 빅뱅 우주론으로 바뀌어 왔지만, 표준적인 과학적 실재론은 여전히 대응 실재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합니다. 행동하는 실재주의를 받아들이는 일은 단순히 생각을 업데이트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고방식(운영체계) 자체를 바꿔야 하는 일인 듯싶습니다.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좋은 책을 내 주시고 함께 읽기 과정을 이끌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궁금한님, 다정한 말씀 감사합니다. 언급하신 천동설, 지동설 사례가 203페이지 하단부터 나오지요. 이어지는 아래 구절들도 떠올랐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장하석 선생님이 교육에도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이 태도는 정상적인 인식적 삶의 한 부분일 것이다. 보편적인 회의주의나 불가지론은 가장 잘 훈련된 사상가들이나 부응할 수 있는 벅찬 요구다. 그러나 나는 그런 훈련이야말로, 즉 우리가 현재 생각할 때 의지하는 도구들에 대한 맹목적 신앙을 피하면서 생각하기야말로 철학의 임무라고 믿는다." _205쪽 "이것은 정신적 습관이며, 본인의 세상상이 악령들과 천사들로 채워져 있건, 멈춰 있는 (둥글거나 평평한) 지구를 포함하건, 원자들과 분자들을 포함하건, 양자장들과 가상입자들을 포함하건 상관없이, 이 습관을 떨쳐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듯하다. 우리는 모두 놀랄 만큼 상세하며 당연시되는 존재론적 세상상을 머릿속에 품고 살아간다. 우리가 모두 동일한 그림을 공유한 것은 전혀 아니지만, 우리는 모두 각자가 품은 그림을 매우 확신하는 듯하다." _206~207쪽 "선입견을 품은 사람은 똑같은 선입견을 발언하고 있을 따름인 타인이 쓴 ‘뉴스’를 읽고 자신의 선입견이 입증되었다고 여기곤 하는데, 이는 위 행마와 그리 다르지 않다. 이것은 악순환이며, 자존감을 지닌 철학자라면 누구라도 이 행마를 명시적으로 실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실재론적 논증의 바탕에 바로 이 순환적 직관이 깔려 있다." _208쪽
안녕하세요.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모임지기입니다. 4월이 후딱 지나갔네요. 이 모임은 오늘 자정을 기점으로 마무리됩니다. 만들면서도 좀 어려웠던 책이라 사실 모임을 운영할 수 있을까, 망신만 당하는 건 아닐까, 책/저자/역자에게 누를 끼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려웠던 만큼 깊이 와닿는 문장도 많아서 이 책은 제가 만든 책 중에서 가장 많은 발췌문을 뽑아낸 책이 되었고, 모임은 여러분 덕분에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반가워 힘을 보태고" 싶으시다며 선뜻 나서주신 전대호 선생님 덕분이기도 하고요.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책을 만들 때는 몰랐던 것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이 책을 누가 어떻게 읽고들 계신지 궁금했는데 온라인상에서나마 만나뵐 수 있어서 반갑고 기뻤습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짧은 한 줄이라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발췌문은 아니지만, 제가 깊이 담아두고 종종 떠올리는 <물은 H₂O인가>의 한 구절을 옮겨봅니다.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우리는 시간이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선진국의 시민들은 시간이 충분히 많다. 물론 우리 중 일부는 아주 바쁘고, 다른 일부는 생계를 꾸리고 서로를 돌보는 것 말고 다른 활동을 할 시간을 낼 여력이 없지만, 사람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고 남 얘기로 수다떨고 텔레비전 리얼리티쇼를 보면서 보내는 그 많은 시간을 생각해보라. 자원을 기준으로 말하면, 우리가 전쟁을 비롯한 파괴 활동들에 쏟아붓는 자원의 양이 실로 충격적인 수준임을 상기하라." _장하석, <물은 H₂O인가>
결국 마지막 날이.. 오고야 말았네요. 나름 열심히 읽긴 했지만.. 뭐랄까, 유독 용기 내기가 어려워서 대화 참여가 조심스러웠습니다. ;;; 그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없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훔... 그래도 이대로 끝나버리면 그건 또 양심에 찔릴 거 같아서 주저리 주저리 생각을 적어봅니다. 어제부터 .. EBS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다시 찾아서 듣고 있는데요.. 그래도 확실히 이 책 읽기 전에 들었던 것보다 들리는 정보가 많습니다. (여전히 쑤욱 빠져나가지만.. ^^;;)
바닿늘님, 그래도 블로그나 인스타 등 다른 곳에서 이 책으로 많은 이야기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그곳들은 그나마 저의 공간이어서 조금 더 편하게 올렸습니다. 물론 그믐도 편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해 뭐라 논하기가.. 많이 조심스럽긴 했습니다. 솔직히 약간은 위축이 된 거 같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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