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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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실용주의'라는 말을 들으면 개인과 사회에 어떠한 측면에서든 '유용함'을 제공하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예를 들면, 불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 인간의 일상 생활이나 직업적 생활 등에 쓰임이 있는 것, 결과나 성과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등이 떠오릅니다. 예전에 러셀의 <철학이란 무엇인가> 중 '내 눈 앞에 있는 이 테이블이 실재하는가? 실재하는 테이블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 '대체 이런 논의가 무슨 소용이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흔히들 말하는 '인간의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쟁에 관해서도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인간의 자유의지란 허상이고 이 세상은 결정론적 세계일 수 있다면 인생이란 참 허무하네, 하는 탄식에 그칠 뿐이지 않나? 그래서 우리보고 어쩌라는 거냐?'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의문이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드는 의문일까요. 제가 위 사례에서 말한 실용주의는 사회 통념적으로 쓰는 말일 것이고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에서 정의하는 실용주의는 이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위 사례에서 제가 가졌던 의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보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두 가지 의문에 장하석 교수는 전적으로 공감할 것입니다. 그는 이 의문들을 더 생산적인 것들로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더 생산적인 것들이란, 대답할 수 있는 것들,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죠. 실용주의와 '유용함'을 연결하셨는데, 그러려면 '유용함'을 편협한 의미로 이해하지 말고 최대한 넓은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사리에 맞음make sense'과 연결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사리에 맞음도 상황의존적이고 맥락의존적이긴 하지만, 왠지 '유용함'보다는 더 객관적이고 불편부당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제 느낌은 그런데, 아무튼 '사리에 맞음'과 '유용함'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숙고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일 듯합니다.
실용주의에 대한 통상적인 오해는 두 방향에서 유래한다. 첫째, 실용주의자는 진리의 의미와 상관없이 무릇 진리를 무시한다는, 왜냐하면 실용주의는 당사자에게 편리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진리로 간주하도록 허용하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있다. 이것은 실용주의에 대한 최악의 왜곡이다.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 현실적인 사람들을 위한 실재론 27쪽, 장하석 지음, 전대호 옮김
이런 대목에서 '사리에 맞음'과 '편리함' 혹은 '유용함' 사이의 미한 차이가 강조되는 듯합니다.
사실 저는 영어의 'pragmatism'을 '실용주의'로 번역하는 것이 별로 마음에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실천주의'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 현실적인 사람들을 위한 실재론 7쪽, 장하석 지음, 전대호 옮김
1주차 2.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몸소 터득한 숙달된 솜씨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지만...딱히 없는 것 같아요 ㅠ_ㅠ 그래도 무언가 성의 있게 답을 달고 싶어서 고민을 해보았어요. 그믐에는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였으니, 저 또한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최근 터득한 기술 중 '투명비닐로 책 커버 입히기 '가 있어요. 저또한 정말로 책을 사랑해요. 여기에는 당연히 책의 물성이 포함되지요. 저는 새 책을 구입하거나 받으면, 때로는 과거에 구입한 책들도 꺼내서 투명 비닐로 책의 커버를 입힙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어떻게 해야 책의 크기에 꼭 맞는 비닐을 입힐 수 있는지 나름의 경지에 올랐답니다. 흐흐 3. 처음에는 엉성했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점차 여러 동작이나 조건들이 조율되어 성공한 경험이나 순간 장하석 교수님께서는 '작업적 정합성'을 설명하기 위해 일상의 예시로 성냥불 켜는 법 등을 말씀하고 계시네요. 지속적이고 조직화된 활동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것은 재봉틀 돌리기 입니다. 저는 취미로 재봉틀을 돌립니다. 보통 직선박기 위주로 완성되는 난이도 낮은 것들을 만들지만, 책을 사랑하는 저는 다양한 형태의 책커버를 만들곤 했어요. 아주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책커버도 있지만 어떤 특별한 책들, 가령 러셀의 <서양 철학사>, 사마천의 <사기 열전>, 샬럿 고든의 <메리와 메리>와 같이 특별한 크기와 두께를 가진 책들은 그 책에 맞게 책커버를 만들었어요. "오히려 작업적 정합성은 매우 임기응변적인 방식으로, 즉 다양한 이론에서 취사 선택한 이론적 요소들을 시스템의 다양한 부분에 적용하되 당면한 구체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리에 맞게 설계하여 적용하는 방식으로 성취된다" (91쪽) 네 맞습니다. 저는 특별한 크기와 두께를 가진 책들을 만나면 임기응변식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합니다. 단순히 책을 보호하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은 읽을 때 엄청나게 많이 밑줄을 긋고 인덱스를 붙이기 때문데, 연필, 메모지, 컬러 인덱스 따위를 넣을 수 있는 전용 포켓 등을 그 책의 커버에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_+
우주먼지밍께: 일리 있는 제안입니다. 언젠가 번역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실용주의"라는 번역어의 영향으로 우리는 미국의 "pragmatism"과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더 높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건 나쁜 일이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실천주의"라는 또 다른 노선이 발전한다면, 그건 더 좋은 일일 터입니다.
장하석 교수는 재봉틀 돌리기 같은 수작업을 인간이 하는 활동의 대표적 사례로 보는 것 같습니다. 과학 연구도, 무릇 앎도 그런 수작업과 다르지 않다고 보는 듯합니다. 흥미로운 시각이라고 느껴집니다. 특권, 품격, 권위 따위에 반발하는 태도가 엿보이기도 하고요.
'e'는 'she(그 여자)'와 'he(그 남자)'의 공통 성분이다. 또한 공교롭게도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에서 'e'(이)는 개인을 젠더 중립적으로 가리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는 흔히 (어린이, 늙은이처럼) 접미사로 쓰인다. 영어에서 젠더 중립적 3인칭 대명사를 마련하기 위해 'they'를 단수로도 쓰고 복수로도 쓰는 것은 명백히 불리한 선택이라고 나는 믿는다. 영어가 오래전에 2인칭 단수 대명사 'thou'를 상실한 것은 몹시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상실로 인해 후대에 y'all(2인칭 복수 대명사)이 발명되어야만 했다.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 현실적인 사람들을 위한 실재론 1장 주석 10.(55~56쪽), 장하석 지음, 전대호 옮김
<물은 H2O인가>에도 한국어를 언급하는 대목이 있죠. 여기에서도 (논의의 큰 줄기와 무관하긴 하지만) 한국어가 거론되는데, 영어 저자 장하석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좋은 특징이라고 봅니다.
네, 저는 장하석 샘의 이런 부분들이 넘 좋더라고요. ㅎㅎ
이제 막 책 구매했어요, 주말동안 달려서 따라잡아보겠습니다!
환영하고,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인간은 어떤 다른 세상으로-종교적 신비의 세상으로, 또는 철학 분야에서 그 세상에 해당한다고 할 만한 초월적 관념들과 영원한 가치들의 영역으로-달아남으로써 확실성 추구의 목표에 도달해서는 안 된다. 구원은 일(work)을 통해, 현실적인 인간의 미래를 향해 영리하게 방향을 잡은 실험적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Lewis 1930, 14쪽)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 현실적인 사람들을 위한 실재론 129쪽, 장하석 지음, 전대호 옮김
저자가 특별한 명문장으로 꼽아주신, 이 인용문을 읽고 저는 어쩐지,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에 나오는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맥락은 좀 다르겠지만요 ㅎㅎ
방금 전에 제가 "우리는 오늘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진리에 따라 살아야 하고 내일이면 그 진리를 거짓이라 부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라는 제임스의 문장을 인용했는데, 그 문장을 다시 곱씹어봅니다. 확실성 추구는 어쩌면 겁쟁이의 도피 행각일지도...
마지막에 하신 말씀이 깊이 와닿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이 책을 원했는가를 생각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기존의 철학은 사실상 세상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고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철학을 바라봤다고 생각합니다. 지혜의 사고잖아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 이를 토대로 행동을 하는 것이고. 그런데, 막상 사고를 현실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많은 제약들이 있지요. 그리고, 실재의 개인이 일상적 행동 수준에서 작동하는 사고체계는 부재했구요. 행동의 사고체계는 커녕, 행동의 지침마저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과학철학이 끌렸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철학은 지식이 어떻게 행동으로 검증되는가를 묻기 때문입니다. 과학철학은 행동의 사고체계, 활동의 사고체계. 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요? 물론 방대한 철학적 함의를 포함하고 있지만. 과학자, 과학사에만 과학철학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펜데믹과 AI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전대호님도 이 점에 대해서는 옮긴이의 말에서 [과학과 사회와 정치의 진보가 절실히 필요하고 실용주의가 새로운 정치적 좌우명으로 떠오른 지금 여기에서 장하석의 철학을 읽는 것은 가히 모두의 책무라고 할 만하다. p491] 라고 밝히셨지만. 기존의 지식으로서의 앎의 시대는 AI로 인하여 변별력이 사라지고, 더 이상 힘이 되지 않는 시대에, 우리 자신에게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것은 앎과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고체계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우리 아이들의 철학적 사고양식을 공부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려 합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왜 원하셨나요? 어떤 생각을 기저로 하여 이 책을 읽고 계시나요? 함께 생각나눔을 하고 싶습니다.
경험과 실천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 크게 마음에 듭니다. 저자가 올해 초 쓴 칼럼에서 일부를 아래 옮겨봅니다. "그러나 어떤 것도 영원히 인간만의 영역이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기술은 아무리 조심스레 개발한다 해도 예측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발전될 것이고,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겼던 곳들을 계속 침범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그래도 인간만이 가진 능력과 인간이 직접 해야만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따분하고 피곤한 일이지만 그런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포기한다면 인간은 그야말로 기술의 노예가 될 것이다. 또 한가지 상기할 점은, 인생의 의미는 직접 경험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는 계산기를 쓰더라도 어린이들에게는 산수를 가르쳐서 직접 계산하는 법을 우선 깨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숫자를 곱하고 나누고 해 본 경험 없이 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방정식을 풀어 보고 미적분을 해 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그렇다. 인공지능이 번역해 주면 내가 애써 할 필요는 없지만, 외국어를 직접 힘겹게 배우면서 이국적 사고방식을 배우고, 또 그러한 다른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깨닫게 되는 일은 인공지능이 해 줄 수 없다. 무슨 일이 되었건 인공지능이 더 잘한다고 거기에 모든 것을 맡긴다면 우리는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는 기회를 빼앗기므로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없다. 사람이 해주건 인공지능이 해주건 남이 다 해주는 인생은 무의미한 인생이다." _중앙일보 칼럼 <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중 '인공지능 시대 인간이 해야 할 일' 중 발췌( 2026.01.12.)
칼럼 글이 참으로 좋습니다. 인생의 의미는 직접 경험하는데 있다는 말씀, 성숙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상정하고 하시는 말씀 등등.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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