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

D-29
네, 토요일 아침에 시간되면 오세요. 마지막 같이 읽어요!!
<마사지>는 부모중 한 사람이 베트남인으로,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태국 마사지숍을 하는 젊은 부부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늘상 미등록외국인 노동자 취급을 당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되며, 억울한 누명을 쓰더라도 행운이 돕지 않은 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가 어려운 처지입니다. 이웃이라는 사람들은 다정한 얼굴로 이들을 유령취급하며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 이들을 부려먹거나 빼먹습니다. 이 부부는 이런 외부의 시선에 저항하면서 동시에 그 시선을 내면화하고 있습니다.
타인들에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경우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이유때문일텐데, 그때 대부분의 반응은 '장벽'을 세우는 것이고 그건 아마도 '진화의 산물'이겠지요. 다름을 대하는 태도는 보통 두갈래로 나뉘는 것 같아요. 아주 작은 '다름'이라도 기어이 뽑아내서 '우리와 그들'로 나누고 철벽을 치고 혐오를 하는 사람들, 다른 한편에는 '인류애적 시각'으로 '포용'을 외치는 사람들. 그런데 이 두 생각은 그 주장자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다른걸까요.
<마사지>에 나오는 손님은 '개저씨'의 전형이고, 소년은 '일베'의 전형인것 같다는 레비오로스의 언급을 들으면서 이렇게 '욕하라고 만들어진 캐릭터', 목적이 분명하게 창조된 캐릭터는 제몫을 다할 수록 극이 얄팍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짧은 단막극에서 한 캐릭터의 양감을 풍부하게 살려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했어요
오! 이 글을 읽으니 <마사지>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요?
어제 하츠가 배역도 맡고 지문도 읽으시느라 힘드셨겠어요. 감기는 좀 어떠세요? 어제 낭독 후 바로 잠에 빠져들었는데 이렇게 정리까지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1. 아, 칠수와 만수 이야기! 들으니 그 공연 '연우무대'에서 직관한 거 떠올라요! 정말 오래 전 일인데요. 제가 2살된 아들을 데리고 신촌 연우무대로 가서 그때 그 공연 봤어요. 아기 포대기를 안은 채 들어가려니까, 표를 받던 분이 웃으며 '아기, 괜찮..?' '애가 칭얼거리면 바로 나올게요' 이런 대화로 입장했어요. 문성근 씨 체격이 좋으시더라고요. 강신일 씨가 상대역이었고요. 아기는 조명 꺼지니 바로 잠이 들고 연극 끝난 후 깨서 아무일 없었어요. 제가 역사적 연극 공연장에 있었네요! 그날 공연장 꽉 찼고 열기 후끈후끈했어요. 2. 장강명 작가 <팔과 다리의 가격>이란 작은 책을 읽은 적 있어요. '굶주림'이 사람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읽은 것만으로도, 철수의 대사 '다들 밥이나 먹고 사는지/ 그래도 밥은 먹고 살잖네' 이 말이 깊이 다가왔습니다. 사람은 다 처한 상황대로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저속노화, 탄수화물, 단백질 식단 이런 말이 갑자기 뜬금없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3. 베트남 엄마를 둔 여성은 마사지사로 일하는데 2부 통틀어서 가장 악조건으로 일을 해요! 너무 밀어붙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삭의 배를 안고 동네 아저씨 마사지해 주는 설정은 엇! 싶었습니다. 물론 아기 낳기 하루 전까지 일하셨다는 할매,엄마 이야기는 너무 많이 알지만요. 마지막 장면에 양수가 터진다는 설정은 아, 왜 그래. 어쩌라고. 다시 써줘. 이런 안타까움도 있었어요. 4. 저는 이분들이 우리 사회의 그림자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BTS와 증권시세는 앞면이다. 그 빌딩 앞면 뒤로 드리워진 그림자 속에 이분들이 있는 건 아닐까. 현실 바닥은 미끄럽다고 하츠가 말했어. 바닥이 미끄러울 때는 잘 살펴보고 가야겠지, 그러나 옆에 짚을 벽이 있는지도 봐야 해, 바닥이 너무 이상한 곳 만나면, 어디 물어봐야 하지, 누구한테라도 '이쪽 맞아요?' 한번 물어보려면 방법이 있나? 뭐 이런 생각을 계속 해봤어요. 5. 이건 우선 공적, 사적 영역의 안전지대 그런 공간이 있어야 할 거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에게 좀 친절했으면 좋겠어. 가진 게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고 해서, 금을 긋는 말을 생각 없이 하다니. 임산부한테 마사지 받으면서 '머리, 목' 마사지 더 해달라고 하다가 5천원 빼고 주는 구두쇠. 빛과 소금을 말하면서도 LED 십자가 달아올리는 작업자에게 주스 한 잔 안 주는 야박한 목사님, 자신들은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질 때 어쩌려고. 6. 참 많은 금이 바닥에도 공중에도 그어져 있네. 누구 이야기할 것도 없어. 내 마음에도 수많은 금이 들어와 있지 않나. 까다로운 금을 많이 만들어 둘수록 내 삶은 전쟁터일 건데. 그러면 사는 날 동안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금을 연하게 만들어야지. 금을 그어둔 공간이 그 옆의 것과 별로 다를 것도 없지 않았어? 이런 대책없는 생각을,어제 새벽에 목이 말라 깨어난 김에 했습니다. 저희 집 고양이가 냥발(고양이발)을 제게 툭 얹으며 '아줌마, 안 자?' 이랬습니다. 이번 한 주도 파이팅입니다!!
1. 그 유명한 연우무대 직관, 두살배기랑? 근데 바로 잠들었다니, 완전 효자!!! 2. 장강명 작가가 저런 책을 쓴 건 몰랐네요. 저는 요즘에 '더티워크'라는 책을 읽는데, 미국을 실제로 돌아가게하는 '그림자'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이얼프레스라는 저널리스트가 교도소에서 일하는 사람, 드론 전사 (일명 조이스틱 전사), 정육산업 종사자, 시추선 노동자' 들에 대해서 썼는데, 취재력이 정말 우와~~!! 그럴줄 알았던 세계의 해상도를 100배쯤 높여주는 A급 논픽션입니다. 물론 마음은 또 어쩌란 말이냐..무겁습니다. 6. '금'이야기를 하시니까 퍼뜩 떠오르는게 최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개봉 때문에 내한했던 메릴스트립이에요. 그녀가 여기저기 했던 연설 가운데 '금'에 대한 이야기가 되게 유명하대요. "There is a crack, a crack in everything. That's how the light gets in." (모든 것에는 균열이 있습니다. 빛은 바로 그 틈을 통해 들어오는 법입니다.) 2부의 사이렌은 균열이 아닐까. 그리로 빛이 들어와야 할텐데. 쓰나미가 쏟아져 들어오지 말고.. 살구도 이번주 화이팅!
<마사지>의 여주인이 '병원을 바꾸겠다'고 말하는 마지막 부분은 작가의 입장에서는 고민되었을 것 같아요. 여주인 캐릭터를 풍부하게 만들고 싶었을 것 같은데, 캐릭터의 다른 면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대사가 지시하는 바가 너무 분명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나는 의문에요
<철수와 민수>는 2부 사이렌의 문을 닫는 작품으로, 개척교회 옥상에 새 십자가를 세우러 온 30대 중반의 두 새터민이 주인공입니다. 악역은 그 업무를 의뢰한 개척교회 목사인데, 40대 중반인 그녀는 '생김으로도 말투로도 분간이 안되는 그들'을 어떻게든 '골라내어' '쟤들은, 저런애들은 탈북자야.'라고 스스로에게 학습시키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노동이 '이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속빈 깡통같은 찬사를 늘어놓는 전형적인 캐릭터입니다.
기독교단체는 새터민들의 탈북과정에 결정적인 조력자들입니다. 선교 단체들은 탈북민에게 은신처와 식량을 제공하고 이동경로를 안내하고 북한을 벗어나 제3국(중국, 동남아 등)을 거쳐 한국이나 서방 국가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전 과정에서 가장 촘촘한 민간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막강한 자금력을 발휘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생생한 증언들이 기독교 단체를 통해 국제사회에 가장 먼저 보고되기도 하고요. 이런 배경을 떠올리면 이 개척교회목사를 대하는 이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사방이 공동묘지'라는 철수의 대사가 뻔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해요
2부극 전체에 사이렌이 등장하지만, 사이렌의 원인을 언급하는 작품은 <철수와 민수>가 유일합니다. 방화지요. '불을 보고 희열을 느끼는', '뇌가 다른' 방화자는 어딘선가 숨어서 불이 번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자기때문에 난리법석을 떠는' 것에 흥분을 느낍니다. 그는 어떤 일상을 사는 사람일까요
불구경을 하던 새터민 '민수'는 '소방관이 와서 불 끄는데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너무 빨리 꺼버리니까 서운하더라'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나도 오늘밤부터 불이나 지르고 다닐까?' 묻는데, '장난처럼'이라는 지문이 있으나 이것이 너무나 진심임을, 그리고 언제든 그렇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음을 독자는 모를 수 없지요
사이렌이 울리려면 그 전에 '비상벨'이 있었을 거예요.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 안에 들어있는 빨간 버튼 (하도 봐서 이런 이미지가 자동 생성) 비상벨은 누를 상황이 없기를 모두가 바라는, 무용함을 지향하는 물건입니다. 누구나 깨뜨릴 수 있을 만큼 얇은 그 뚜껑을 깨고 비상벨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이 사회가 가고 있지 않냐,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택배기사들을 계속 무시하고 있지 않냐는 질문을, 2부는 일관되게 던지고 있습니다
아, 무엇보다 이 작품은 그 유명한 연우무대 연극 <칠수와 만수> (이상우 연출)의 2010년 버젼으로 기획된게 분명한데 그 얘기를 못했어요 고층 빌딩 벽면에 광고판을 그리는 두 명의 페인트공, '칠수'와 '만수'는 일도, 삶도 아슬아슬하기만한 하층민으로 나와요 연극은 이들의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도 '재미'가 있어서 크게 흥행했는데 문성근. 강신일. 안석환, 유오성 등등이 무대에 섰었고 박광수 감독이 안성기와 박중훈을 주인공으로 영화화해서 '코리안 뉴웨이브'의 탄생을 알렸지요. 40년전의 일인데도 1980년대 한국 문화계의 사건으로 거듭 호출되는 바람에 암기가 되었다는.
원작의 칠수와 만수의 사회적 백그라운드는 이후 시대에 맞게 새옷을 입었는데, 고재귀 작가는 그때의 칠수와 만수 자리를 새터민 철수와 민수에게 내어주고 페인트 붓 대신, 십자가를 잡게 했네요
@모임 2부 사이렌 읽기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어떻게들 읽으셨나요?
@모임 다음주 토요일 마지막 모임에서는 <3부 터미널> 중에 두 작품을 읽겠습니다. 어떤 작품의 누구를 낭독하며 영혼을 불사르고 싶은지 ㅋㅋ 미리 읽어보세요!
2부 작품들을 읽으며, 계속 불편하다는 불만을 토로한 사람으로,, 약간 죄송한 마음이 들긴 합니다ㅎㅎ.. 가볍고 단편적이고, 분명한 쓰임이 있는 캐릭터.. 를 싫어하는 것은 맞는 데, 대개 작가분들은 다 알고, 조금씩은 신경써서 층위를 어떻게든 만들어 낸 넣어둔 캐릭터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리 느꼈으니 그냥 맘 편히 글쓴이의 전달력이 부족했다고 탓하고 넘어가긴 하지만, 읽는이로서 이해력이나 소화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긴 합니다. 철수와 민수에서는, 두 사람의 차이가 어찌 생겨난 것일까 궁금해지더라구요. 벚꽃동산을 옆에서 같이 읽어서 그런지 '소중히 여기는 것'의 유무가 그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나 싶더라구요. 철수는 '세상엔 현실 이상의 무언가 소중한 것이 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 민수는 '세상은 세상일 뿐 그 이상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란 느낌이었어요. 철수는 가족을 두고 왔고, 그럴리없다는 걸 알지만 그들의 평안을 기도하죠. 마담과 나누는 대화에도 로맨스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하구요. 옮기는 십자가도 소중히 다루며, 제 침을 묻혀 깨끗이 닦아주기까지 하구요. 무언가 소중한 것이 있어야, 사랑도 할 수 있고, 영적 의미를 받아들이고, 내일을 그려볼 수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그에 반해 민수는 부모님이 죽은 후 혈혈단신 내려왔고, 어딘가 의미를 붙일 곳을 찾지 못하고 있죠. 억압적 체계에서 도망쳐나왔으나, 또 다른 기계처럼 돌아가는 시스템에 배제당하고, 소외받고 있(거나 최소한 자기는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죠. 뭔가 잘못되어있다고 느끼지만 무엇이 잘못된건지, 그럼 잘 된 시스템은 무엇인지 말해보라는 요구에는 응답할 수 없기에 침묵할 수 밖에 없는 개인. 소리지르기조차 할 수 없고, 그저 만만한 사람에게만 소극적인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는 존재. 그렇게 화재와 방화자에 환호하지 않나 싶어요.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키는, 시스템을 지키려는 자들을 소란스레 만드는, 불꽃으로 현현하는 파괴 충동과, 잿더미와 그을림으로 남을 두려움. 그리고는 십자가에 불을 달아올리는 엔딩으로.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고, 그럴 것이라 상상하고, 현실검증을 거부하는 인물들이 나온 2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민수라는 인물이, 그런 소중히 여기는 것조차 없는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 를 생각해보게 하는 인물이라 조금 더 섬찟해지는 엔딩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작품에서 매우 선명하게 사이렌의 전후좌우에 대해서 얘기한 것 같기도 하네요. 민수가 또 다른 사이렌의 주인공이 될거라는 암시. 근데 이야기가 되려면 '철수'가 방화를 해야하는거 아닌가, 싶어요.
체홉의 <벚꽃동산> 읽으시는군요. 재미있지요?! 저는 벚꽃동산 처음 읽을 때, 아니 뭐 이렇게 뿌얘?! 이 이해 안되는 사람들은 대체 왜?? 때문에??? 그랬던 기억이. ㅋㅋ 게다가 그 이름!!! 긴 무의미 철자(부칭) 하나로도 버거운데, 애칭은 또 따로. ㅜㅜ. <갈매기> 를 읽고 나서야 '체홉, 오~!' 그랬네요. 이 책 저 책을 나란히 읽다보면 예상치도 않은 데서 다리가 생겨서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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