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낭독을 한 제 3부는 제목이 <터미널>이네요. 사람들이 도착하고 스치고 떠나는 무대. 잠시지만 함께 머물러서 즐거웠습니다.
<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
D-29

하츠

살구20
세 분이서 마지막 낭독에서 읽은 글을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하츠 글을 보고 나서 읽었더니 새롭게 내용이 보여요. 감사합니다!!
1. 미래가 과장된 행동, 오버하는 말투 '정말요? 왜요?' : 이건 석기가 '석기시대'처럼 '사는 게 가짜 아닌 현실'에서 나오지 않으니까 이렇게 틈을 만들어 본 거라고 생각했어요. 과장되고 오버하는 말투긴 해요. 그러나 석기 선배를 향해, 우리를 향해 '캐릭터 명확한 거 정말 맞냐?'고 묻는 것 같고, '먹이생활 그게 욕망'이라는 석기 말에 '왜 꼭 그래야 하나'는 질문을 던지고도 있다고 봤어요. 미래라는 인물형이 겨울 나러 떠나지 못한 펭귄 따라 나서서 그 마을까지 가버리는 사람이라, 엉뚱한 점 있고, 먹고사는 것에 아직 좀 돌직구로 물어보는 스타일인 듯해요. 현실에서 엉뚱하다는 사람들이 질문을 많이 하잖아요. 정말 그런가, 왜 그런가.
2. 석기의 현실적, 자기 비하 대사에 머리를 다시 숙여봤어요. '잘난 인간 쌔고 쌨어. 난 티도 안 나. 좋은 대학 나온 것도 아니고 빽도 없고 연기 알아주지도 않고, 근대 군대는 잘 갔어. 우린 빨리 정신 차리고 자기 길 잘 찾은 케이스야, 안 그래?': 음, 석기 씨, 비교하지 마요. 그건 자신을 물어뜯는 건데요. 인생은 밀물, 썰물이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태극권하는 아저씨가 죽고 나서 알았다잖아요. 그래도 석기 씨가 '연기를 못한다'는 자기 헐뜯음은 하지 않네요! 여기서 출발합시다. 응원합니다!!
3. 저는 남극 이야기에서 펭귄 마을에 홀로 남은 펭귄이 둥지 만들며 앉아있는 그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림으로 하나 그려보고 싶네요. 여기서 한 달, 두 달간 읽은 글이 그 '돌멩이'가 아닌가 해요. 든든한 건축자재, 결혼식 다이아 반지인 그 돌덩이요.
4. 펭귄이 나와서 하는 기다란 대사 2번: 1번 버전은 '그때까지는 무서운 일뿐이다'로 끝나요. 그런데 2번 버전은 '그리움 속에 그날 기다리며 사는 영혼들은 안 춥다, 안 춥다, 안 춥다. 저 달도 별자리도 이 지구도 먼지로 변하는 그날까지 안 춥다, 안 춥다, 안 춥다'입니다.: 작가가 우리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희곡을 쓰는 일도 연기를 하는 것도 모두 '안 춥다, 안 춥다, 안 춥다'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어떤 계획을 갖고 어떤 일상을 꾸려가든, 하려는 일을 꼼꼼히 하면서 '먼지로 변하는 그날까지' 안 춥게 자신을 만들어 보라는 응원 같기도 해요. '먹이 생활' 중요하지요. 그러나 욕망한다고 그게 확실해 보인다고 거기서 늘 먹이가 순조롭게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세상살이에 무슨 규칙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초등학교 앞 뽑기기계에 동전 넣으면 딱 소리 나면서 플라스틱 케이스 하나 떨어지는 것처럼 되는 것도 아니므로 석기는 주방장 하면서 연기하는 거고 미래는 동물 똥으로 영양상태 기록해 가면서 자기 연기 햇살 아래서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중한 돌을 내버리지 않고 끌어안기 신공을 내보자는 다짐을 작가가 하는 게 아닐까요.
5. 영춘이 왜 노라 보고 그렇게 놀랐을까?: 자신의 중구난방 출석부식 연애 장면을 들키게 됐다는 약간의 낭패감, 또 영춘이 원래 다른 여학생들 집적대곤 있었지만, 사실은 독사 노라에게 끌리는 점이 있었던 거 아닐까, 그런데 워낙 인간 자체가 달라보이니까 다가가지 못한 게 아닐까, 또 하나는 고백만 하면 cc가 된다는 전설의 명당에서 일숙이보다 노라를 먼저 만난 게 오늘 고백이 뭔가 애로사항이 있겠다는 본인의 느낌으로 놀란 게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6. 왜 갑자기 노라에게 미안, 고맙다고 했을까?: 맥주 500 마시고도 워낙 주접을 많이 떨어서, 그동안 보인 껄떡쇠 기질이 노라에게 새삼 미안하게 느껴진 것이 아닐까, 그리고 고마운 건 노라가 자신을 사람 대접을 해준 거, 실제로 다른 학우들은 영춘이 상대도 안 해주는 분위기였어요. 노라는 자기 마음속의 비밀인 아빠 이야기, 그것도 슬픈 이야기를 털어놓았으니 그게 고마운 거 아닐까요. 꿈속에 태극권 아저씨한테 들은 정보로 일숙이한테 들이대서 이상하게 휘둘리는 연애사를 겪지 않은 것도 다행이니 고마운 거 아닐까요.
7. 영춘이 마지막에 중얼거린 말은?: 노라야, 아빠 만났어. 미안하고 고맙대. 내일 점심 기다릴게. 우리 1일이다. 이런 거 아닐까요? 하하.
8. 마지막에 버스 오는 소리: 아까와는 달리 분명한 소리다. 이게 나오고 나서 영춘이가 노라에게 '미안해, 고마워'하는 거로 봐서 둘이 좀 잘될 거 같아요.
9. 이야기 속에 찰진 입말들 좋았어요: 1) 벤츠보다 이 벤치가 필요하다. 2) 5백 한 잔에 이 지랄이 가능하니? 3) 너 때문에 여성에 대한 존경심이 무너지잖아. 4)나는 한 사람에게 다 주지 않는다. 가져가라 내 마음의 3프로. 5) 야, 5프로, 더는 안 돼. 남자에겐 빈방이 하나쯤 필요하니까: 버지니아 울프가 울겠어요^^ 6) 너 말이야? 왜 앞만 보고 달려?: 이 드립들 신나게 읽었어요. 바람과 레비오로스 낭독이 음성지원돼요!!

살구20
한국 희곡 처음 읽었는데 입말이 재밌는 작품들이 기억에 잘 나요. 1부 '하이웨이' '언제나 꽃가게' '갈까 말까 망설일 때' 2부 '우주인' '지지리곰탕' '철수와 민수' 3부는 전체적으로 발상이 특이한 게 많아서 다 좋았습니다!! 하츠가 추천한 <더티 워크> 읽어보려고요! 저는 4월 내내 감기 뒤로 몸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아서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추위 뒤에 봄이 오는 풍경은 가까운 산책길서 가득 보았고, 여기서 얻은 영감을 소중하게 한 주씩 이어나갔어요. 몸이 따라주지를 않을 때는 어릴 때 먹던 음식이 도움이 됐어요. 양배추 썰어넣어 두툼하게 계란물에 풀어 부친 식빵토스트, 오늘은 조밥도 첨으로 해봤어요. 차조와 팥을 불려 밥을 해놓으니 이게 먹기 좋네요. 제 기억으론 할머니 요리였어요. 다들 한 공기씩 퍼서 전해 드리고 싶네요. 건강하세요!

살구20


하츠
차조 팥밥 잘 먹었어요!!! 건강히 잘 지내다 우연히 또 만나요!

레비오로스
3부는 작가분들이 좀 고삐를 풀고 자기 색대로 나타낸,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많았고. 감정을 절제없이 드러낸, 덜 다듬고, 덜 자기검열하고 자신의 색을 드러낸 글 들이 많아서 제 감상으로는 턱턱 방지턱에 걸리는 지점이 많았다고 느꼈습니다.
「전하지 못한 인사」에서는 영춘은 왜 자신의 이름과 성까지 모두 바꾸고 싶어 했을까. 가 궁금하더라구요. 아마도 대학 입학전의 자신의 모습을 모두 버리고, 용수철이 튕겨오르듯 새로운 창공으로 날고 싶어하나, 그런 치기어린 시도는 남들이 보기에 너무나 얕고, 가볍고, 지삐 모르는 것 처럼 보이죠. 그런 사람들, 뻔히 보이는 어린 성인들, 가벼운 놈들. 이라고 '응, 그냥 냅둬 어차피 말 안들어, 박살나봐야 알지' 하는 사람들 속에서, '너 그러면 안된다, 정신 차려라' 라고 말해주는 게 노라였을까? 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펭귄」은 미래와 석기의 이야기로만 보면 너무나 닫힌, 공간을 다 써버린 이야기라, 펭귄의 존재로 숨통을 잡아둔 것 같은데 조금.. 잘 이해하진 못한 것 같네요. 펭귄과 갈매기, 비인간존재와 먼 미래, S.F.적인 구상을 나누셨을까 정도 추측만 해봅니다.

살구20
레비오로스 글에서 ‘지삐‘ (저밖에) 모르는! 이 부분서 빵 터졌어요. 밤 사이 대구 동생 톡이 와있어서 그거 읽고 있었거든요. ‘지삐’ 가 동생 본 듯이 반갑네요. 동생더러 우리 5월에 만나자고 할 참입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동생 보기 드물어져서 자꾸 미뤄지더라고요. 대구 말씨 유머 자료에 ‘니삐가?‘ =(거기) 너밖에 없냐? 이거 억양이 3도. 5도.2도쯤 높이로 발음하는 그 니삐가. 로 기억해요. 동생이 보고 싶어서 지삐. 니삐에 댓글 달아요. 레비오로스 목소리 연기 매주 고마웠습니다!!

하츠
아, 그 말이 그런 뜻이었군요. 니삐가? 시같고, 노래같고 좋은데요?! 매주 살구의 긴 댓을 읽으면서, 그보다 훨씬 길었을 살구의 댓글 시간을 떠올렸어요. 그 열심, 고마웠고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하츠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레비오로스가 여러 번,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말해주었는데 특히 남성 캐릭터를 이야기 할 때 그랬어요. 소위 전형적인 캐릭터에 대한 문제기 덕분에. '이런 사람, 그렇지 뭐'하고 제가 넘어간 곳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동시에 단막극이라는 '문학' 형식안에서 캐릭터에게 허락되는 공 간이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도 생각하게 되었고요.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랑드샤
4월에는 모임에 거의 참여하지 못해서 아쉽네요ㅜㅜ 이번 책은 토요일자 모임으로 끝이었을까요? 다른 책으로 계속 낭독모임 하시는지 궁금해 여쭤봅니다.

하츠
@랑드샤 딱! 기다리십셔! 곧 뭐 또 옵니다. 또 만나요!

살구20
아. 우리 진행자 하츠!! 저도 너무 기쁜 모임이었습니다! 작업하고 계신 결과물 무어든 나오면 꼭 알려주세요!! 다음 모임 기획하셔도 공지해 주세요. 아침바람은 오늘도 어디 걷고 계실 것 같아요! 생각 정비하는 데 멋진 기회였습니다. 5월 건강하세요.

레비오로스
저도 이번 모임 너무 즐겁 고 울림 있었습니다!
'한국''희곡''낭독''모임' 단어 모두가 의미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모임 만들고, 발제해주신 하츠님 을 비롯해 같이 낭독하고, 같이 생각 나눠주신 많은 분들이 있어 더 깊은 나눔 할 수 있었어요.
모두 감사드립니다 !

아침바람
1월에 희곡 읽기를 시작해서 이제 끝났네요. 끝났다고 하니 왠지 무척 서운한 마음입니다. 희곡이라는 걸 거의 차음 접하고, 늘 혼자 책을 읽고 혼자만 감상을 나눴는데 여러분들의 느낌과 지식들을 공유받고 사실 무척 놀랐습니다, 좀 찔끔 하기도 했고요. 엥, 책을 이렇게 읽어야 된단 말인가? 하는.
시험도 없고 독후감도 안써도 돼서 마음껏 편케 책을 읽었는데~^^.
4개월 동안 함께해서 즐겁고 새 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살구20
아침바람도 저와 같은 생각이시네요!! 저도 혼자 읽을 때와 전혀 달리 ‘아. 왜 이렇게 생각할 게 많지?‘ 그러면서 낭독시간 끝나면 생각에 잠겼어요. 신기한 경험이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희곡 낭독 경험 공유했어요. 모임 주최자 하츠의 질문제기가 섬세해서 잠자리 날개 같은 겹겹을 보게 해준 거라 생각해요. 1부 전 작품 거의 모두 낭독한 건 기억에 강하게 남아요. 저도 3부 희망 되새기고 싶었어요.

하츠
@아침바람 바람이 낭독할때면 항상, 이 분은 이 인물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구나 느낄수 있었어요. 읽으면서 인물을 파악해가다보면 어느 순간, 아니 이사람 이런 사람아니었잖아 하는 때가 오는데, 바람의 등장인물들은 그 요철이 없어서 청중으로서 저도 편안하게 받아들였어요. 바람과 함께 대화를 나눌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또 다른 인물로 또 만나요!
랑드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이 모임 덕분에 주말 아침을 기운차게 보냈어요 또 만나요!

borumis
이번 달은 계속 스케줄이 안 맞아서 낭독에 한번도 참여를 못했네요..ㅜㅜ 대신 저 혼자서 다 읽어봤습니다. 음.. 개인적으로 1부에 비해서는 좀 알레고리처럼 작위적인 느낌 등 아쉬운 점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래도 생각할 만한 문제가 많았구요. 대학교 연극반 활동 이후 간만에 한국 희곡의 맛을 보고 빠져들었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하츠
@borumis 낭독에도 대화에도 borumis의 빈 자리가 내내 보였네요. 같은 텍스트에서 출발했는데, 비슷해보이지만 정확하게는 다른 목적지에 도착하는 borumis의 읽기 덕분에 제 모양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고마웠습니다. 우연히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