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

D-29
<우주인> 에 대해서는 이런 질문과 이야기가 오고 갔어요 - 우주인을 불러내는 건 아들 형구인데, 그는 왜 우주인이 필요했을까. (영어로 말하는데 알아는 듣냐는 질문에 형구는 잘 모르겠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것같다고 해요) - 왜 그는 우주인이어야 했을까 - 창밖에서는 왜 선거유세가 펼쳐지는가 - 오디세이아는 왜 인용되었는가, 그 우주인은 어떤 '증오심'을 이야기하는가 - 장형구와 우주인의 대화 228페이지 (뭔가를 잃었어요/찾게 될거야. 또 잃을 거고/ 다들 어디로 가는거죠?/ 몰라/아저씨는 거기에 왜 갔어요?/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어)를 어떻게 읽었는가
<우리가 헤어질 때>와는 다른 '읽는 맛'이 있었던 작품 <우주인> 각자 읽으면서 떠오른 질문들 의미심장하다고 느꼈던 구절들 그리고 다시 읽으면서 생각해본 답변들 나눠보십시다요
이만리는 곧 죽을건데도 현실에 자꾸 훈수를 두고 싶어하고, 형구는 현실에 초연하지요 마치 우주에 가 있는 것처럼이요 시궁창 같은 지구의 자신을 우주적 시점에서 내려다봐서 형구가 그렇게 초연한건가, 그러지 않으면 살수가 없으니까 그런 시점을 갖게 된건가, 우주인이 형구에게 하는 말은 형구가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 <창백한 푸른 점>이나 <오디세이아> 이야기는 미래의 형구가 지금의 형구에게 해주는 말인가. 형구가 필요해서 불러낸 목소리. 그렇게 생각하면 형구가 처음 읽었을때보다 더, 더 안됐다는.. 화장실을 찾는 택배기사보다 더 필사적이라는 생각이.. 스물다섯살인데.
왜 여기까지 왔냐구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까이서 안 보이다가 멀리 가야 보이는 게 있습니다
당신이 잃어버린 것 - 창작집단 독 희곡집 P226. <우주인>, 유희경 외 지음, 창작집단 독 엮음
멀어서 혼자는 못 가는데
당신이 잃어버린 것 - 창작집단 독 희곡집 P228 <우주인>, 유희경 외 지음, 창작집단 독 엮음
2부는 서울 외곽에 자리한 재래시장 부근의 낡은 오층 건물을 배경으로 합니다 1층부터 옥상까지 같은 건물의 다른 공간을 무대로 매 작품마다 화장실을 찾는 택배기사가 나오고, 사이렌이 울립니다. 이 장치를 아홉작가들은 왜, 무슨 의미로 합의를 했을까요 각 작품에서는 어떻게 쓰이고 있나요 그 외에 2부의 작품들을 엮어주고 있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잉크'가 있나요?
'당신이 얼마나 원하는지 알게 되면 그건 당신이 상상하는 무엇보다 좋습니다' 229 이 문장이 이상하지 않나요? 목적어가 없어요. 젤 중요한데. 일부러 빼버린걸텐데.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앞 문장도 이상해요 '시도를 해볼 의향이 있으면 다 시도해보세요 아니면 아예 시작을 하지 말고 229 뭘요?
'여기는 어디에도 그런 느낌은 없습니다' P229 여기까지가 한 세트인데 .. 저한테는 이 덩어리 전체가 죽지 말라는 말처럼 들렸어요
자. 모두들 어떻게 읽으셨나요?
1. 저는 ‘보이지 않는 잉크‘ 하나가 ‘착각‘ 이라 생각해 봤어요. 다른 사람의 존재에 빚지고 살면서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모르는 그런 착각이 작품들 속에 깔려있다고 봤어요. 개척교회 목사는 탈북민 노동자의 ‘소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들어도 마음을 열 생각을 못해요. ‘우주인‘에서 이만리는 50년 넘게 다른 사람의 노동으로 먹고살고 치료받으면서도 고마워하기는커녕 형구에게 더해 달라는 몸짓를 끊임없는 투덜거림으로 반복해요. ‘헤어지는 순간‘ 두 사람의 남녀는 자신들이 어떤 사람. 어떤 관계였는지 제대로 볼 기회가 왔어도 그걸 개싸움 속으로 밀고 가요. 이 인물들의 소통 부재. 소통 막막함이 또 하나의 잉크인 듯해요.
2. 현실적으로 너무나 절박한 상황인데도 어째서 자신들 상황을 이렇게도 모를 수 있나 싶었어요: 이걸 생각하니 우주인의 대사 ‘ 가까이선 안 보이다가 멀어지니 보이는 게 있다‘ 그 부분과 연결해 봤어요. 가까운 사람 즉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오빠. 남동생. 여동생. 매일 보던 사무실 공간 동료들 모두 가까이서 부대낄 때 그들의 진짜 모습은커녕 인간관계 기본인 ‘그가 뭘 원하는지. 내가 지금 뭘 도와주면 되는지‘ 이런 거 몰랐던 거 같아요. 모두들 떠나가고 떠나보내고 나서도 한참 시간 지나서야 ‘아. 맞아. 아버지는 정말 고요한 공간‘ 좋아했어. 근데 항상 대가족. 공장식구들 속에서 부대꼈어. 이런 생각하게 되네요.
3. 당신이 ( 얼마나 살아보고 싶은지를) 혹은 (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기를) ( 당신이 얼마나 편안히 웃어보고 싶은지를) (당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기를) 이 모든 것 중 하나를 얼마나 원하는지 알게 된다면. 그때 그 기분/느낌/깨달음은 어떤 상상보다 좋을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목적어를 채워봤어요.
4. 태양계의 끝까지 와서 보니. 이 우주공간 아무도 없는 이곳에는 더 이상 시도할 무엇도 없다는 걸 알았다. 형구야. 이곳 여기 끝까지 오려고 하지 말고. 거기서 지금 네 곳에서 해볼 수 있는 시도를 다 해봐. 이런 말을 형구가 스스로에게 우주인을 빌려서 하고 있다 생각해 봤어요. 형구가 말해도 소용없는 집착덩이 이만리의 실질 보호자 역할이어서. 그동안 속에 쌓아둔 그 무수한 자문자답을 우주인의 영어를 빌려서 하고 있다 봤어요.
5. 오딧세이아 뗏목 부분은 그 대사 맥락을 알고 싶어서 검색을 해봤어요. 트로이의 영웅이었던 그는 벅찬 승리 뒤에 7년을 갇혀 지내요. 그러다 ‘이제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듣게 되는데 뜻밖에도 그는 그 뗏목을 믿지 않네요. ‘나더러 저거 타고 나가 죽으란 이야기냐‘ 라며 신들의 보호. 무사항해에 대한 보장을 받아내더라고요. 형구는 이만리를 떠나보내야 해요. 근데 이만리는 아직도 여기서 살면 안 되냐는 억지를 부리고요. 젊은 형구가 웬만한 결단이 아니고서는 저 능구렁이 50평생 백수꼴통을 못 떼어낼 수도 있어요. 또 설사 떼내어도 그 이후 삶을 계획하기에 형구가 지긋지긋한 일상을 너무 많이 봤어요. 떨어진 형구의 자존감. 그래도 밝은 태양을 꾸꾸려는 의지를 좀 북돋으려고 오딧세이 저 구절 넣은 거 아닐까 소박한 오독을 해봅니다.
이렇게 읽으면 형구가 스스로에게 '험난한 바다의 큰 물결을 한개의 뗏목으로 홀로 헤쳐'갈 수 있다는 신의 약속, '신이 괴롭히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아내는 셈이네요. 마지막으로 이만리를 떠나보내면서요
그리고 그 다음 구절은 그 여행 끝에 미래의 형구가 깨우친 것들이고요. 그래서 지금의 형구에게 무엇보다 해주고 싶은 말일거고요
저는 어제 버스 타고 지나가다 ‘은강공업사’ 란 이름을 보고 <난쏘공> 의 난장이 아버지가 다니던 공장 이름이 떠올랐어요. 2부 글들 읽으면서 이런 우리 삶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 마음이 되게 가라앉더라고요. 지지리곰탕 저 경비 아저씨는 이후에 저 감정 어떻게 할 건지. 혼자서 남편 없는 아이를 낳아서 키울 저 배부른 종업원 여성은 어떤 내일을 맞나. 이런 게 걱정이 많이 돼서 마음이 편치 않았지요. 그런데 한두 시간 지나서. 혹은 자고 나서 새벽에 봄이 온 이 계절 속을 걷다 보니. 아. 이 버드나무 물올라가는 연두색. 개나리 진한 색깔이 물위에 윤슬처럼 번지는 거. 이제 곧 터뜨려질 벚꽃 몽우리 저거저거 좀 같이 보고 싶다. 좀 잘 종이봉지에 싸서 보여주고 싶다. 이런 생각도 했어요. 우리는 삶의 다양한 면에서 내 일상에는 어떤 문젯거리도 없기를 정말로 바라는 것 같아요. 외출했다 문 닫고 들어가면 어떤 불행도 내 뒤따라 들어오지 못할 거라 믿고 싶어 하는 듯해요. 그러나 이 희곡집의 2부 이야기들은 그럴 리가. 그럴 이유는 딱히 없다는 걸 생각하게 했어요. 아. 혼자서 읽을 때는 착 가라앉기도 했어요. 그러나 어제 조금 늦게 접속해 ‘싸우는 남자 여자‘ 목소리 에 빠져들며 아. 이거 같이 읽으나 좋다. 재밌다 생각됐어요.
저도 최근에 우연히 도서관에서 <난쏘공>을 발견하고는, 그 책을 처음 읽었던 열여덟살,ㅋㅋ진짜 무슨 말인지 이해가 1도 안되었던 좌절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분명히 한글을 읽는데 이렇게 모를 수가 있나, 싶었던 세계를 지금 새로 읽으면 알수 있으려나 했는데, 살구 말대로 2부의 출연자들은 그로부터 40년 후의 <난쏘공>일수 있겠네요
그런데, 은강공업사, 라니. 거기 사장님도 <난쏘공> 읽으신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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