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

D-29
불구경을 하던 새터민 '민수'는 '소방관이 와서 불 끄는데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너무 빨리 꺼버리니까 서운하더라'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나도 오늘밤부터 불이나 지르고 다닐까?' 묻는데, '장난처럼'이라는 지문이 있으나 이것이 너무나 진심임을, 그리고 언제든 그렇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음을 독자는 모를 수 없지요
사이렌이 울리려면 그 전에 '비상벨'이 있었을 거예요.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 안에 들어있는 빨간 버튼 (하도 봐서 이런 이미지가 자동 생성) 비상벨은 누를 상황이 없기를 모두가 바라는, 무용함을 지향하는 물건입니다. 누구나 깨뜨릴 수 있을 만큼 얇은 그 뚜껑을 깨고 비상벨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이 사회가 가고 있지 않냐,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택배기사들을 계속 무시하고 있지 않냐는 질문을, 2부는 일관되게 던지고 있습니다
아, 무엇보다 이 작품은 그 유명한 연우무대 연극 <칠수와 만수> (이상우 연출)의 2010년 버젼으로 기획된게 분명한데 그 얘기를 못했어요 고층 빌딩 벽면에 광고판을 그리는 두 명의 페인트공, '칠수'와 '만수'는 일도, 삶도 아슬아슬하기만한 하층민으로 나와요 연극은 이들의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도 '재미'가 있어서 크게 흥행했는데 문성근. 강신일. 안석환, 유오성 등등이 무대에 섰었고 박광수 감독이 안성기와 박중훈을 주인공으로 영화화해서 '코리안 뉴웨이브'의 탄생을 알렸지요. 40년전의 일인데도 1980년대 한국 문화계의 사건으로 거듭 호출되는 바람에 암기가 되었다는.
원작의 칠수와 만수의 사회적 백그라운드는 이후 시대에 맞게 새옷을 입었는데, 고재귀 작가는 그때의 칠수와 만수 자리를 새터민 철수와 민수에게 내어주고 페인트 붓 대신, 십자가를 잡게 했네요
@모임 2부 사이렌 읽기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어떻게들 읽으셨나요?
@모임 다음주 토요일 마지막 모임에서는 <3부 터미널> 중에 두 작품을 읽겠습니다. 어떤 작품의 누구를 낭독하며 영혼을 불사르고 싶은지 ㅋㅋ 미리 읽어보세요!
2부 작품들을 읽으며, 계속 불편하다는 불만을 토로한 사람으로,, 약간 죄송한 마음이 들긴 합니다ㅎㅎ.. 가볍고 단편적이고, 분명한 쓰임이 있는 캐릭터.. 를 싫어하는 것은 맞는 데, 대개 작가분들은 다 알고, 조금씩은 신경써서 층위를 어떻게든 만들어 낸 넣어둔 캐릭터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리 느꼈으니 그냥 맘 편히 글쓴이의 전달력이 부족했다고 탓하고 넘어가긴 하지만, 읽는이로서 이해력이나 소화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긴 합니다. 철수와 민수에서는, 두 사람의 차이가 어찌 생겨난 것일까 궁금해지더라구요. 벚꽃동산을 옆에서 같이 읽어서 그런지 '소중히 여기는 것'의 유무가 그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나 싶더라구요. 철수는 '세상엔 현실 이상의 무언가 소중한 것이 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 민수는 '세상은 세상일 뿐 그 이상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란 느낌이었어요. 철수는 가족을 두고 왔고, 그럴리없다는 걸 알지만 그들의 평안을 기도하죠. 마담과 나누는 대화에도 로맨스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하구요. 옮기는 십자가도 소중히 다루며, 제 침을 묻혀 깨끗이 닦아주기까지 하구요. 무언가 소중한 것이 있어야, 사랑도 할 수 있고, 영적 의미를 받아들이고, 내일을 그려볼 수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그에 반해 민수는 부모님이 죽은 후 혈혈단신 내려왔고, 어딘가 의미를 붙일 곳을 찾지 못하고 있죠. 억압적 체계에서 도망쳐나왔으나, 또 다른 기계처럼 돌아가는 시스템에 배제당하고, 소외받고 있(거나 최소한 자기는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죠. 뭔가 잘못되어있다고 느끼지만 무엇이 잘못된건지, 그럼 잘 된 시스템은 무엇인지 말해보라는 요구에는 응답할 수 없기에 침묵할 수 밖에 없는 개인. 소리지르기조차 할 수 없고, 그저 만만한 사람에게만 소극적인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는 존재. 그렇게 화재와 방화자에 환호하지 않나 싶어요.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키는, 시스템을 지키려는 자들을 소란스레 만드는, 불꽃으로 현현하는 파괴 충동과, 잿더미와 그을림으로 남을 두려움. 그리고는 십자가에 불을 달아올리는 엔딩으로.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고, 그럴 것이라 상상하고, 현실검증을 거부하는 인물들이 나온 2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민수라는 인물이, 그런 소중히 여기는 것조차 없는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 를 생각해보게 하는 인물이라 조금 더 섬찟해지는 엔딩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작품에서 매우 선명하게 사이렌의 전후좌우에 대해서 얘기한 것 같기도 하네요. 민수가 또 다른 사이렌의 주인공이 될거라는 암시. 근데 이야기가 되려면 '철수'가 방화를 해야하는거 아닌가, 싶어요.
체홉의 <벚꽃동산> 읽으시는군요. 재미있지요?! 저는 벚꽃동산 처음 읽을 때, 아니 뭐 이렇게 뿌얘?! 이 이해 안되는 사람들은 대체 왜?? 때문에??? 그랬던 기억이. ㅋㅋ 게다가 그 이름!!! 긴 무의미 철자(부칭) 하나로도 버거운데, 애칭은 또 따로. ㅜㅜ. <갈매기> 를 읽고 나서야 '체홉, 오~!' 그랬네요. 이 책 저 책을 나란히 읽다보면 예상치도 않은 데서 다리가 생겨서 좋은 것 같아요.
가능한 날 겨우 하루 표기해놓고 말도 없이 참여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ㅠ 늦게나마 2부의 이야기들을 읽어나가고는 있습니다. 남겨주신 여러 이갸기들도 열심히 따라 읽고 있습니다!
네. 같이 읽으면 더 재미있지만, 혼자서 읽어도 충분히 좋아요. 읽다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올려주세요. 함께 생각해보아요
저도 지난주에 미리 말씀도 못 드리고 급한 일이 생겨서 참석을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네 시간이 꼭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그날 되는 분들끼리 재미있게 했어요. 혼자라도 즐겁게 읽으시면 되지요!
@모임 내일 아침 마지막 마지막 낭독모임 링크 보내드립니다. 7시 30분 시작 https://meet.google.com/wkv-ybwp-ppq 8시 30분 시작 https://meet.google.com/bob-bfuc-vfe 3부 사이렌에서 함께 읽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딱 두편, 낭독해봅시다
참석은 못했지만 하츠님의 지적이고 따뜻한 모습과 목소리가 그리웠습니다~아직 완독은 못했지만 아주 조금씩 읽고 있어요. 담에 또 뵙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꽃의 요정 '피씨알이 너를 찾아올때'의 하민이가 그믐에서 만난 첫 캐릭터였고, 꽃의 요정이 읽는 하민을 들으면서 어, 이거 되겠네 싶었어요. 낭독모임이 계속되는 한, 하민이가 생각날 거예요 또 만나요
저도 첫 낭독 작품이었고, @아침바람 님과 감정이입해서(전 과몰입) 한 역할이라 정말 재미있었고, 그때 느꼈던 감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좋은 경험하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쿠! 저는 오늘 아침에 일찍 나갈 일이 생겨버려서 참석을 못했습니다. 오늘 읽으신 2편이 어떤 작품이었을까 막막 궁금해지면서, 제목이 올라오기를 기다립니다^^ 하롱베이가 들어있을까 아닐까, 버스 정류장에서 여자친구 만들겠다고 설치던 그 친구 이야기는 낭독했을까 별별 생각 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수고 많으셨습니다!!
@ 모임 마지막 시간에는 <펭귄/조정일> <전하지 못한 인사/유희경>을 낭독했습니다. @아침바람 @레비오로스와 저 이렇게 셋이서 한 낭독이라 출연자가 가장 적은 작품을 선택한 것이었는데, 읽고나니 마지막으로 맞춤했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펭귄>은 남극 세종기지에서 우연히 재회한 석기와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둘은 과거 연극반 선후배였는데 지금 미래는 남극기지 방문연구원이, 석기는 남극기지 요리사가 되어있습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장소부터가 의미심장하지요? 까마득한 과거인 석기(시대)와 아득히 먼 미래가, 세상의 끝 남극에서 만난거니까요.
연극을 하던 시절은 석기에게, '한여름에 펭귄 탈을 쓰고 명동에서 사람들한테 팥빙수를 떠먹이는' 삶이었고 '사는 게 '가짜' 아니라 (301)'서 '스펙을 쌓아 나가서 남극 팔아먹고 단순하게(301)' 살려고 남극의 셰프를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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