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6

D-29
나는 이 짧은 책을 위수정 때문에 샀다.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다. 이번엔 무슨 말을 하나 들어보자. 호기심이 진동한다.
레깅스를 벗어난 아마 그렇게 매끄러운 라인은 아니겠지.
서로가 빨리 잊혀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처럼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재원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까지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집에 사는 사람치고 자주 마주치는 편은 아니었으나 볼 때마다 그는 비슷한 차림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러기 아빠라고 부르는 말은 여전히 듣기 싫었다.
이 글은 자기 가족이 보는 걸 상당히 꺼릴 것이다. 성적인 게 많기 때문이다.
남자는 변태처럼 행동하고 그런 개인적인 은밀한 표현이 있다.
재원은 휴대폰으로 자신의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단단하게 솟아올라 가라앉을 줄 모르는 성기를 쓰다듬으며 힐을 신은 채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부부가 지금 유행하는 거 다해본다. 그러면서 한국 현실에 맞게 기러기 아빠가 되어 자식에게 희생하는 것이다. 아니 자식을 자기 손아귀에 넣고 흔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 주관이 없다. 다른 한국인처럼. 그저 경쟁에 인생이 매몰되어 있다. 그러니 자식도 부부도 부모도 다 불행에 빠지는 것이다.
60이 넘으면 세월이 참 빠르다고 말한다. 근데 원래 그런 것이다.
K-Everything 이라 빠른 것도 이제 자랑이다. 그러나 무조건 빠른 건 안 좋다. 천천히 가야 그 방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이 작가들과 비슷해 일본을 대개는 좋아하고 그래서 그곳을 가능하면 다른 것보다 더 여행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인간은 다수에 속해야 안심한다. 다수는 또 소수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안달이다. 쓸데없는 충고를 하는 것이다.
자기 혼자 괜히 그러는 거 같은데.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도 한국의 교육제도엔 아주 학을 뗀다.
한국에선 좀 이상한 사람을 보면 좀 놀란다. 그리고는 다 같이 획일화에 빠지자고 주장한다. 안 그렇더라도 다 결국 그렇게 된다. 다양성이 씨가 마르는 곳이다.
모든 글과 생각은 자기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그걸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무슨 옷을 준비해 갈지 구상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재원은 스스로와 타협했다. 나중에 때가 되면 고백하기로. 그러니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사람은 성정체성과 타고난 기질을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냥 운명이다. 그러니 외면 말고 잘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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