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은 장강명 : 책은 각자 준비합시다.

D-29
아주 예전에 출판사에서 화보같은 소책자 잡지를 만들 때 한 시인을 인터뷰했어요. 그런데 그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쓰는데 오타가 났지 뭐에요. 그것도 인쇄소에서 제가 3일 밤을 새고 비몽사몽해서 고칠 방법이 없이 2천부가 찍혀나와버렸어요. 어찌할까 정말 어찌할까 하다가 그 분께 가서 이실직고하고 석고대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날 내가 자주 가는 오래된 서점에 그 분의 예전 시집이 똭! 그 분이 찾고 찾다가 출판사에서 한권 쯤은 보관해야 하지 않냐! 내가 작고라도 했냐! 라고 일갈을 했던 그 시집이었어요. (그 땐 전자책도 거의 없었고 책이 많이 팔리고 그러던 시절)그걸 사 들고 그 분께 드렸더니 껄껄껄 웃으시면서 시어가 (오타로)이렇게 바뀌니 느낌이 새로운데! 라고 하셔서 한숨을 돌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옛날 옛날 호랑이 전자담배 피우던, 호돌이 굴렁쇠 굴리던? 아니 인터넷 서점이 처음 나오던 그 정도 시절이었습니다~~ 오늘의 아무 말이었습니다.
우와, 그 시인이 누군지 넘 궁금하네요. 혹시, 지금은 진짜 작고하셨을까요? 예전 일이라고 하셔서…
아니에요. 지금 계세요. 그 분의 남동생께서 먼저 가셨어요. 그 분 남동생이 대학 같은 과 동기였거든요. 처음에는 놀랐어요. 아니 이런 한량이! 그런데 이 한량의 큰 누님이 그 시인이시라고! 깜짝!
ㅎㅎ 역시 물욕이 문제였습니다 😅😅 작가님 답변보고 깨달았습니다😅😅 요즘은 장작가님 덕분에 전자책의 맛을 들였는데도 왜 이렇게 소장하고 싶은 책들이 많은지~~!!!
근데 제가 최근에 CD들도 몇백 장을 버렸거든요. 책 버릴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CD 버릴 때에는 울컥 울컥 하더라고요. 훨씬 더 감정적인 타격이 컸습니다. CD에 책보다 더 추억이 많이 담겨 있는 거 같았어요. 한 음반을 여러 번씩 들은 경험 때문이었는지, 그 CD들을 주로 20대에 사서 그런 것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전자책들을 많이 소장(...)하는 것으로 물욕을 푸는 거 같습니다. ^^;;;
아무말이 생각이 나서요..전에 김영하 작가님의 북토크에서 말하길..사람을 확실하게 기억하게 하는 방법은 두가지라며 음악을 공유해야 한다고 하더군요..(남은 하나는 변태적 애정행각이라고 하셨는데..위딩은 좀 다를수도 ㅎ)..음악은 정말 굉장한 타임루프같아요..
변태적 애정 행각으로 기억 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저... 딱히 음악으로 기억 나는 사람도 몇 명 없는 거 같은데... 참으로 담백하게 살아온 거 같습니다.
ㅎㅎ 재미있네요^^ 전 @장맥주 님 만큼이라도 음악으로 기억되는 분도 없고(아는 음악이 없어서ㅜㅜ) 변태적 행각(?)도 없어서리 정말 심심하게 살고 있는 편이네요....예전에는 너무 심심한 삶이 아니었나 싶었는데 요즘은 이 또한 제 색깔로 인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중입니다. @Aftermoon 님 글을 읽으면서 그럼 무엇으로 기억하나 문득 궁금해졌습니다.재미있네요... 웃음이 절로 나는 에피소드^^
이 말은 처음 들었는데, 각각 한 명씩 생각이 나네요.(아련)
전 책은 종종 버리는데, CD는 죽어도 못 버리겠어요. 그래서 일부러 CD 플레이 되는 오디오도 몇 년 전에 샀고요. 저번에 어떤 밴드 공연을 갔는데, 음악이 너무 좋아 CD를 사려는데, 왜인지 LP만 팔고 CD는 안 팔더라고요. 도대체 웨?! LP를? 요즘엔 다들 턴테이블로 음악 듣나 봐요. 저 모레도 음감회 가는데, LP를 판대서....X세대 아줌마는 당황중입니다.
와. 찌찌뽕입니다. 뭔가 물건에 깃드는 애정이라는 건 확실히 있는데, 그 혜택을 왜 CD가 아니라 LP가 받는지 잘 모르겠어요. 음질도 좋고, 공간도 덜 차지하고, 예쁘기도 더 예쁜데... p. s. CD 버리는 건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진 불태우는 것 비슷한 기분이더라고요. ㅠ.ㅠ
ㅎㅎ 장맥주님 @꽃의요정 님 세대만하더라도 LP세대가 아니시구만요. 뭐 아날로그의 레트로 감성을 떠올린다는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CD가 처음 나왔을 때만해도 LP의 그 지글거리는 집음없이 깨끗한 음질로 들을 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게 좋다고 그립다고하니 말입니다. 요즘은 CD도 잘 안 듣지 않나요? 요즘은 유튜브에서 스트리밍으로 듣는가 본데 전 그게 적응이 안 되더라구요. 전 그냥 라디오로 듣는 게 젤 편한 거 같습니다. 하루에 많이 듣는 것도 아니어서.
얼마전 영화 파반느 보면서 LP랑 CD 감상하는 곳을 보면서 '저기 어디냐? 우리도 가자!'하고 딴 곳에서 신났다는;; 남동생 부부는 TV도 없지만 LP 플레이어는 있어요..^^;;
버리시려면 저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ㅋㅋ
엄청 많이 버려야 할 때가 오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ㅎㅎ 뭐가 착오가 있었나 봅니다. 전 작가님 책 버릴 때가 오면 연락하시라는. ㅋㅋ
동시에 800쪽짜리 책 한권을 완독하는 것과 그걸 요약본으로 읽는 것도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요약본에는 결론은 있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생각의 과정이 없습니다. 사유의 가치는 결론에만 담겨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개는 설명을 줄이면 왜곡이 생기고 논증을 생략하면 결론이 공허해집니다. 특히 복잡하고 다면적인 사유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이런 사유일수록 전제가 되는 개념을 차근차근 세워야 하고 반대되는 주장들을 함께 다뤄야 하며 때로는 처음의 질문들을 수정하고 확장해야 합니다. 거대한 공사를 하려면 터가 넓어야 하듯 이 모든 과정에는 반드시 어느 이상의 분량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모르는 채 크고 복잡한 사유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대개는 이해했다고 착각을 하고 넘어가게 되죠. 진화론이나 복잡계 과학을 피상적인 요약으로 자신이 이해했다고 믿고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지식인'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장강명 지음
어쩌면 벽돌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현실이 단순하고 명쾌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배우는것, 인터넷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한 쪽짜리 지식은 대개 엉성하거나 의미가 훼손된 상태임을 아는 것. 지적으로 겸손해지고 신중해지는 것. 이런 종류의 앎을 지닌 사람은 선동에도 덜 휘둘리겠지요. 한 쪽짜리 지식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선동의 연료이자 불길이 되니까요.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장강명 지음
벽돌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으로 현실이 단순하고 명쾌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우고 한 쪽짜리 지식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선동의 연료이자 불길이 된다는 말이 확 와닿습니다^^
생물과 지리의 관계에서 섬이라는 장소는 왜 중요할까요. 책의 한문장을 옮깁니다. '섬은 종들이 멸종해가는 곳이다' 같은 면적이라도 대륙보다 섬에서 종들은 쉽게 사라진다고 합니다. 고립된 생태계는 충격에 취약하거든요. 이런 깨달음은 과연 섬처럼 격리된 작은 보호구역이 생물 다양성 보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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